Druid RAW novel - Chapter 352
0351 성향 차이(3)
“자, 이제 씻고 잘까?”
초밥을 먹고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잠시 웃다가, 아이들을 욕실로 데리고 갔다.
소은이야 9살이니 이제 대부분 혼자서 잘 할 수 있었다. 혼자서 샤워를 하며 노래를 부를 정도로, 혼자서 깔끔하게 씻는 것도 가능했다.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챙겨주는 것만으로 소은이가 혼자서 욕실에 들어가 씻기 시작했다.
좋아, 소은이는 해결했고.
소은이가 욕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은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은수는 아빠랑 같이 씻자.”
“웅.”
내 말에 은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졌다. 똑딱이 단추로 되어 있는 바지는 그냥 틱 풀며 훌러덩 내렸고, 상의도 혼자서 벗으려고 했다.
소은이가 혼자서 척척하는 걸 보며 자기도 혼자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끄으응!”
다만 머리와 어깨가 걸리며 얼굴을 가리는 꼴이 되었지만 말이다. 은수는 나름대로 심각할 것 같았는데, 보는 나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끙끙거리다 결국 도아조- 하는 모습을 보고 미소 짓지 않는다면 감정이 메마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불편하다고 끙끙거리는 은수의 옷을 벗겨주고선 곧바로 같이 목욕을 했다. 내 또 다른 초능력 덕분에 목욕은 무척 편안하게 이어졌다. 사람이 딱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물 온도를 손쉽게 조절하니 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후로 샴푸와 바디워시를 사용해 온몸을 깨끗하게 씻겨주며 샤워를 마무리했다. 샴푸가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두 손으로 얼굴을 포옥- 덮고 있는 거나, 바디워시를 할 때 간지럽다며 꺄르륵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는 게 무척 즐거웠다.
아무튼, 그렇게 즐거움 가득한 샤워를 마무리하고 나오니, 빠르게 씻고 나온 건지 소은이가 잠옷을 챙겨 입고 소파에 누워 있었다. 휴대폰을 주기적으로 슥슥 문지르는 걸 보면, 웹툰 같은 걸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소은아, 올라가자.”
“웅!”
소파에 누워 있던 소은이는 내 말에 폴짝 튀어 오르듯 소파에서 내려와, 안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은수를 안아들고 소은이를 뒤따라 가니, 소은이가 벌써부터 침대에 드러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보다가 자자.”
“얼마나?”
“세 편.”
“웅웅!”
소은이는 휴대폰을 열심히 들여다봤고, 은수는 구석에 있는 책장 앞을 기웃거렸다. 아이들에게 잠들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 주면 좋다는 소리에, 매일은 아니더라도 무척 자주 해주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소은이야 자기는 이제 초등학생이니 동화책을 읽을 나이가 아니라며 안 해도 된다고 해서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튼, 오늘은 은수가 자기 전에 동화를 읽고 싶었던 건지 직접 고르고 있었다. 책장 앞에서 우움- 하고 동화책을 이리저리 비교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 동화를 고르던 은수가 이내 한 가지 책을 쑥- 뽑아왔다.
“잭과 콩나무? 은수 이거 읽고 싶어?”
“웅. 그거 조아.”
“그거보단 이게 더 재미있는데!”
은수가 책을 뽑아 가져오니, 소은이가 자신의 픽은 다른 거라며 또 다른 책을 한 권 가져왔다.
하지만 은수는 소은이가 꺼낸 책을 보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 책은 은수의 취향이 아닌 것이었다. 동화에서도 두 아이의 성향이 갈렸기 때문이다.
식물을 좋아하는 것이 동화에도 적용되는 것처럼 식물이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동화가 은수의 최애였다. 그에 반해, 소은이는 동물이 메인이 되는 동화를 가장 좋아했다. 단순히 동화에서만 취향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휴대폰으로 보는 웹툰이 동물이 주인공인 웹툰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책장을 보더라도, 어떤 책이 누구의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는 공룡 대백과와 동물 대백과의 주인은 소은이였고, 식물 대백과 같은 책의 주인은 은수였다.
서로가 선호하는 것이 다르다 보니, 동화가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장은 마치 그라데이션 같이 정리되어 있었다. 색상이 이어지듯 변해가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주제가 이어지는 것처럼 변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왼쪽으로는 소은이가 좋아하는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오른쪽으로는 은수가 좋아하는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꽂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중심에는 식물과 동물이 뒤섞여 나오는 이야기의 책이 있었다.
지금 은수가 가져온 ‘잭과 콩나무’도 중심 부근에 있는 것이었다. 제목에서처럼 콩나무가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였고, 콩과 바꾸게 된 젖소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캐릭터도 나오는 탓이었다.
책장에서 왼쪽에 가까울수록 소은이가 좋아하는 책이었고, 오른쪽에 가까울수록 은수가 좋아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은수의 취향이니까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소은이가 책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다시금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고서는, 은수를 침대에 눕히며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잭은 콩나무를 타고 올라갔어요. 구름까지 닿아 있는 콩나무를 타고 올라간 잭은 거인이 살고 있는 성을 발견했어요.”
“……이런! 거인이 쫓아오고 있어요! 잭은 허겁지겁 도망쳐 콩나무를 타고 내려왔어요. 그리고, 곧바로 콩나무를 자르기 시작했어요. 콩나무를 자르는 잭의 모습에 거인이 떨어질까 두려워하며 다시 성으로 도망쳤어요.”
은수에게 동화책의 그림을 보여주며 내용을 읽어주고 있으니, 어느덧 은수가 옅은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아주 얌전히 자는 그 모습에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소은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피유우우.”
“……어이구야.”
어느덧 잠에 빠져 있는 소은이의 모습을 본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웹툰을 보다가 잠들었는지, 소은이의 볼에 휴대폰이 얹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 상태로도 꽤나 잘 자는 모습을 보니 내 딸이지만 신기함이 먼저 느껴졌다. 안 불편하나?
하지만 저대로 뒀다간 아침에 휴대폰 모양으로 자국이 남아 있을 것 같았기에, 곧바로 휴대폰을 치우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흔들어도 잘 일어나지 않는 아이였기에 부담 없이 자세도 바르게 고쳐주며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렇게 두 아이들이 일정한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한 나 역시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 햇빛이 눈을 부시게 만들 때 정신을 차렸다. 아니,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묘한 답답함과 함께 옆에서 은수의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히히이…….”
“으……. 거인……시러…….”
“어이구.”
눈을 뜨자 보이는 것에 황당함을 먼저 느꼈다. 내 위로 반쯤 엎어지듯 올라온 소은이가 다리를 뻗어, 반대편에 있는 은수의 배 위에 발을 척- 얹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내가 느낀 답답함은 소은이가 나를 짓누르며 생긴 것이었고, 은수가 앓는 것도 배에 올라온 소은이의 발 때문인 것이었다.
내 몸에 먼저 걸쳐진 덕에 은수에게 직접 가해지는 무게는 별반 무겁지 않겠지만, 그래도 평소에 얌전히 방해 없이 자던 은수에겐 조금 답답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재빨리 소은이 발을 치우니, 은수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다시금 얌전히 잠을 이어갔다.
물론, 소은이는 그 와중에도 깨지 않고 침대 반대편을 향해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침대를 분리해야 하나…….”
지금 우리가 자고 있는 침대는 우리 가족 네 명이 모두 같이 자는 침대로, 아이들에 맞춰 낮고 넓은 침대였다. 원래는 곁에 은수를 위한 아기 침대가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 우리와 함께 평범한 침대를 쓰고 있었다. 다만 지금 모습을 보면 조금 이른 선택이었나 싶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소은이 덕에 오늘도 조금 이르게 잠에서 깬 나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꿀잠을 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곧바로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곧바로 주방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대충 해결하고,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누나도 없고, 아이들도 자고 있기에 오는 그 조용함을 잠시 즐겼다. 하지만 무척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매일 시끌벅적한 것이 내 주변이었으니, 이렇게 조용한 것은 묘하게 어색했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어제 확인하지 못한 중요사항 같은 것들이 있는지 체크를 해보고, 멍하니 시간도 보내고 하니 어느덧 아이들이 일어날 시간이 다 되었다.
“이런 거 보면 사이는 참 좋아.”
안방으로 다시 돌아온 나는 서로의 체온을 공유하듯 찰싹 달라붙어 쿨쿨 자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렇게 웃고 있는 내 인기척을 느낀 건지 은수가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몽롱한 모습을 보이던 은수는 어제 아침에 보여주었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물론, 소은이를 깨우는 것까지 말이다.
게다가, 어제와 다르게 소은이의 연기에 속지도 않았다. 눈나 주거- 하는 말에도 아랑곳 않고 짓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잉.”
소은이는 또 속지는 않는 은수의 모습에 무척 아쉬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왔어?”
“엄마는 나중에 점심 먹고 나면 올 거야.”
누나가 1박 2일로 놀러 가서 점심 지나서 오기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돌아오려면 몇 시간 남지 않았다.
“그러엄, 밥 머거!”
다만, 내가 점심 먹고 나면 온다는 소리를 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은수가 어서 밥을 먹자고 재촉했다. 아침을 빨리 먹으면 그만큼 점심도 빨리 먹을 테니, 엄마가 빨리 올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역시 아이는 아이라는 생각에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의 아침을 챙겼다.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준 다음 아이들과 비바리움에서 놀기도 하고, 동물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누나가 돌아올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한참을 놀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1박 2일로 놀러 갔던 누나가 돌아왔다.
“엄마아아아!”
“엄아아!”
집에서 출발할 때와 달라진 거라곤 옷차림과 양손 그득한 선물 봉투뿐인 누나에게로 아이들이 호다닥 달려나갔다.
아이들은 누나에게 안겨들어, 나와 함께 보낸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누나는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선 내게 다가왔다.
“어서 와.”
“덕분에 잘 다녀왔어. 많이 힘들었지?”
다가온 누나를 가볍게 포옹하여 맞이해 주니, 누나가 부드럽게 웃음을 지으며 가져온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손수건, 모자, 장식품, 술, 간식, 장난감 등등. 온갖 종류의 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연하게도 그런 물건들 사이사이에서 아이들이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것들을 순식간에 챙기고 있었다. 소은이는 동물 모양의 인형을, 은수는 나무 모양을 본뜬 듯한 장식품을 챙기고 있었다.
“우리 애들 취향 엄청 확고하지? 딱 저거 가져갈 줄 알았다니까.”
아이들에게 딱 맞춰서 고른 거라며 누나가 흐뭇하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역시 누나가 없던 만 하루 가량의 시간 동안 여실히 느낀 것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