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53
0352 학부모 호출
“보자……. 이건 바로 해결해야겠고…….”
오랜만에 사무실에 진득하게 앉아, 사무 업무를 보았다. 평소에는 대충 노트북이나 휴대폰으로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할 게 조금 많다 보니 사무실에 앉아서 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설을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확인하고 진행하도록 하거나, 인원이 부족하다며 아우성치는 사육사들의 요구대로 신규 사육사 고용 등의 일 처리가 이어졌다.
그래도 설렁설렁하지 않고, 아주 열심히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으니 금세 일을 끝마칠 수 있었다. 은수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자마자 시작한 일은 점심시간 즈음에서 끝을 맺었다. 그래봐야 밥 먹고 나면 하나둘씩 새로 생기겠지만 말이다.
“으그으윽……!”
의자에 앉아 컴퓨터만 들여다보느라 살짝 굳은 몸을 기지개를 켜며 풀었다. 뿌드득 소리가 나며 몸이 풀려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기지개를 켜고 상쾌해진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점심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구내식당에서 먹을 건지, 아니면 누나와 외식을 하는 게 좋을지 고르는 것뿐이었지만 말이다.
“수환아.”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누나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당연하게도, 찾아온 목적은 점심을 먹자는 것이었다.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돈가스 먹으러 갈래?”
“아주 모녀가 돈가스를 참 좋아하네.”
소은이도 돈가스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 원인이 누나인 것 같았다. 물론, 돈가스는 어지간해서는 맛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 말에 해맑은 미소를 짓는 누나와 함께 차에 올라타 돈가스 가게로 향했다. 배달해서 먹어도 되긴 하지만, 배달하는 사이 돈가스 특유의 바삭바삭한 느낌이 조금 사라지기 때문에 가게에서 먹는 것을 선호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입니다. 시속 삼십 킬로미터 이하로 주행하십시오.”
그리고 돈가스를 먹으러 가기 위해 차를 움직이는 도중, 내비게이션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의 알림이 울렸다.
그 소리를 들으니 평소 조금 불편하게 생각하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 차나 하나 더 살까? 평범한 거로.”
“차? 뭐어, 우리 형편에 한두 대 더 사는 건 문제가 아니긴 한데, 왜?”
“너무 고출력이잖아.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다닐 때 제법 귀찮거든.”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있어도 제한속도를 가볍게 상회할 수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매번 속도를 신경 써야 했다. 지금은 조금 익숙해진 상태여서 큰 문제는 없다고도 할 수 있긴 했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불편한 것이었다.
심지어, 지금은 은수를 차에 태워 등하원 시키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의 매일같이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다녀야 했다.
“그래, 그러면 하나 더 사자. 그럼 시트도 좀 푹신푹신하려나?”
“그렇겠지? 이건 아무래도 좀 스포츠 성이 있으니까. 이건 좀 딱딱하지?”
지금 우리 차의 가격대로 보자면 시트는 편안하다고 하긴 무리가 있었다. 나름대로 편하긴 하지만 이 가격으로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싶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우리는 평범하게, 또 편안하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차를 하나 구매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 한 대 밖에 없는 차량이다 보니, 어딜 다녀오면 SNS에 나를 목격했다는 인증글 같은 게 넘쳐났으니 말이다.
지금도 우리를 목격했다는 인증글을 누군가 SNS에 업로드하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 오늘 웨이팅이 좀 긴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어린이 보호구역을 탈출해 돈가스 가게에 도착하니, 조금 기다란 줄이 있었다. 점심시간이 시작되고 조금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맛집이었는데.”
“그러게. 예전엔 웨이팅은 별로 없었는데.”
길게 늘어선 대기열을 보며 우리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맛은 좋았지만 위치나 인테리어 같은 것 때문에 손님이 많지 않은 집이었는데, 우리가 단골임이 알려지고서 찾는 이들이 많아진 곳이었다. 유명인이 자주 찾는 돈가스 집이라고 왔다가 단골이 된 이들이 있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대기열의 뒤에 가서 섰고, 싸인이나 사진을 요청하는 이들과 간단하게 어울려주었다. 정말 이 집 단골인가 봐- 하는 소리도 종종 들렸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대기열이 쭉쭉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평일 점심시간이다 보니 직장인들은 후딱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가게 내부에 들어가니 절반 정도는 회사원인 듯 정장을 입거나 사원증을 패용하고 있었다.
“수환아, 뭐 먹을래? 평소대로?”
“어. 나는 모둠으로.”
깊게 고민할 거 없이, 여러 종류가 조금씩 포함되어 나오는 모둠이 최고였다.
그리고, 그런 내 선택은 두 말할 것 없이 최고의 선택이었다. 등심, 안심, 치즈, 심지어 한 조각에 불과해도 특수부위로 만든 돈가스까지 있었으니 무척 입이 즐거웠다.
“아, 잘 먹었다.”
“누나, 들어가기 전에 커피 한잔 하고 들어갈래?”
“커피는 영지가 타주는 게 맛있는데…….”
“그건 그렇지. 그럼 돌아가서 마시자.”
유독 영지가 타주는 커피는 맛이 좋은 편이었다. 초능력 검사를 해봐도 없다고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그냥 커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그렇게 영지 표 커피를 마실 생각을 하며 동물원으로 차를 몰던 도중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걸 사람이 딱히 개인적인 전화를 할 사람이 아닌 데다, 누나와도 연관이 있는 사람이었으니 스피커폰으로 받았다.
“안녕하세요. 소은이 아버님. 소은이 담임인 손생미예요.”
“아, 네. 선생님.”
“이렇게 갑자기 전화를 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혹시 학교로 찾아오실 수 있으실까 해서…….”
“예?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소은이가 사고라도 쳤어요?”
“손 선생님! 혹시, 소은이가 다친 건 아니죠?!”
예상치 못한 학부모 호출에, 나는 가장 먼저 당혹감이 들었다. 워낙 활발한 아이다 보니, 놀다가 실수라도 한 게 있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 곁에서 같은 이야기를 듣던 누나는 화들짝 놀란 모습으로 소리쳤다. 활발하니까 사고를 쳤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와 다르게, 활발하니까 놀다가 다쳤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아, 소은이 어머님께서 같이 계시나 봐요? 소은이가 다친 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친 건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무슨 일이죠?”
“그게……. 전화로 설명드리기가 힘들 것 같아요. 혹시, 학교로 방문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학교로 찾아와달라는 말에, 나는 곧바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돈가스 가게에서 동물원으로 가는 길에서 조금만 경로를 틀면 소은이가 다니는 학교로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럼 지금 바로 가도록 할게요.”
곧바로 차선을 바꿔, 소은이가 다니는 학교를 향해 차를 몰았다. 그렇게 먼 곳이 아니었기에 곧바로 학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소은이의 담임 선생님이 있을 교무실로 향했다.
주차장에서부터 교무실까지 움직이는데,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나와 누나는 똑같이 묘한 불안감 같은 것을 느끼며 교무실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교무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하교하는 저학년 아이들을 담당하는 선생님들만 몇 있을 뿐이었다.
나와 누나는 그런 사람들 중에 있는 소은이의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찾아갔다. 입구에서 미리 좌석표를 보고 갔기에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간 소은이 담임 선생님의 자리로 다가간 우리는 조금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 소은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선생님. 소은아.”
“압빠! 엄마!”
시무룩하게 있던 소은이가 호다닥 달려와 냅다 내 품으로 안겨들었다.
내 품으로 파고드는 소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소은이의 담임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갑작스레 학교로 찾아오라는 말을 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쯤 집에 갔어야 할 소은이가 교무실에 있는 것도 의아한 상태였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던 일이 있던 건지,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린 선생님이 서류철 같은 것들을 챙기더니 우리를 데리고 응접실 같은 곳으로 향했다.
자그마한 유리병에 든 음료를 테이블에 내려놓는 모습에, 우리는 선생님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렇게 갑자기 학교로 오시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자리를 잡고 앉으니, 선생님이 곧바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했다. 아무래도 평일의 이 시간대에는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시간이니 갑자기 호출한 것이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나와 누나는 어차피 시간을 내기 쉬운 편에 속했기에 손을 내저으며, 어째서 부른 것인지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게, 소은이의 초능력 때문이에요.”
“초능력이요?”
동물들에게 사랑받고, 대화가 가능한 게 우리를 호출할 문제가 되는 건가 싶었다. 동물들을 부려서 교실을 뒤엎은 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였다.
매일 타고 다니는 엔초를 제외하더라도 종종 토끼즈처럼 작은 동물들을 학교에 데리고 갔으니,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특히, 일기토 같은 경우에는 벽돌도 부술 수 있었으니, 칠판 같은 걸 박살 낼 가능성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저희 반 학생 중 한 명이 오늘 수십 마리의 새들한테 똥을 맞은 상태예요.”
“……네?”
“여기, 사진을 한 번 봐주세요.”
선생님은 가져온 서류철 사이에서 사진 하나를 꺼냈다. 얇은 외투와 머리카락을 찍은 것 같았는데, 그 두 사진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새똥으로 보이는 것으로 무척이나 더럽혀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말한 것과, 사진을 보니 선생님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지나가다 한 번 정도 새똥을 맞는 거라면 몰라도, 이렇게 표적을 정한 것처럼 새똥으로 테러 당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누군가가 시켜서 표적으로 삼는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인간을 피하면 피했지, 이런 식으로 새똥 테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까마귀들이라면 가능성이 있긴 하겠지만, 까마귀들은 차라리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택하는 쪽이었다. 더군다나 상대가 어린 인간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지금 이게 소은이가 시켜서 한 거라는 건가요?”
“평소 소은이의 행실을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기는 힘들어요. 소은이는 같이 놀면 놀았지, 누군가를 괴롭힐 아이가 아니잖아요?”
소은이가 착하다고 말하는 것이었기에 괜히 흐뭇해지려는 것을 애써 억누르며, 그럼 왜 불렀냐는 시선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학생의 부모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어서요. 그분들이 조금……. 아, 흉을 보는 건 아니고요. 아무튼, 조금 전에 그 학생의 부모님께서 찾아오시겠다고 전화가 와서……. 꽤 화가 나신 것 같았는데, 그러면 아무래도 오해가 생길 수도 있는 노릇이라 갑자기 모시게 되었어요.”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이가 하지 않았다고 해도 절대 평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으니,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