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56
0355 저주(3)
“압빠, 요기서 뭐 할 거야?”
소은이는 자기를 훈련장으로 데려오니, 뭔가를 할 것이라는 걸 눈치채고서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그 모습에 가볍게 웃으며, 소은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소은아. 소은이가, 영희한테 나쁜 말을 한 애한테 새똥을 맞으라고 했잖아?”
“웅. 근데, 시킨 건 아니야!”
“당연히 알지. 우리 소은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아빠가 이렇게 말하는 건 소은이를 혼 내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조심해야 한다는 거야.”
“왜에?”
도대체 뭘 조심해야 하냐고 묻는 듯한 모습이었다.
“소은이가 그 애한테 새똥을 맞으라고 했었잖아. 소은이는 화가 나서 그렇게 말한 거지?”
“웅. 걔가 나빴어!”
“그렇지. 그런데, 그게 그 애한테 저주처럼 남아 있었어. 그래서, 소은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들이 그 애한테 똥을 싼 거야. 소은이가 말한 게 그 애한테 남아서, 새들이 소은이가 시킨 것처럼 따른 거지.”
“히익!”
내 말에 소은이가 놀란 모습을 보였다.
“소은이가 딱히 원하는 게 아니라도, 이번처럼 일이 커질 수도 있잖아?”
“그러면 안 되는데!”
“그렇지? 그러니까, 소은이가 그 능력을 제대로 다룰 수 있어야 해. 쓰는 것보다, 쓰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잖아. 소은이는 장난으로 말한 건데, 그게 저주처럼 남으면 안 되잖아?”
“맞아!”
파닥파닥-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는 소은이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경호원들 중 한 명을 호출했다.
“웅? 대빵 아저씨는 왜?”
“도움을 좀 받을 거야.”
내가 호출한 경호원은 대방이라는 이름 때문에 소은이에게 대빵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경호원들 중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은 누나의 경호원들 중 한 명이었다. 물론, 근접 경호는 다른 여성 경호원이 하지만,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경호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런 경호원을 호출한 다음, 근처에 있던 동물 몇 마리들도 불러들였다. 새, 개, 고양이 등등. 여러 동물들을 불러 모았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내가 호출한 모든 이들이 훈련장에 도착했다.
“사장님.”
“대방 씨. 초능력 때문에 좀 해야 할 게 있는데, 도와줄 수 있죠?”
“예. 맡겨만 주십시오. 뭘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새똥, 피할 수 있죠?”
“……예?”
내 말에 경호원이 얼떨떨한 모습을 보였다. 하긴, 다짜고짜 새의 똥을 피할 수 있냐고 물으면 누구나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 뻔했다.
“날아오는 새똥을 피하거나 휴지 같은 걸로 쳐낼 수 있겠죠?”
“어……. 해보진 않았는데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호원들은 신체 관련된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 고등급의 초능력을 보유한 이들은 권총탄에 반응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총알을 잡거나 피한다는 게 아니라, 탄의 궤적 같은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반응 신경을 가졌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그런 이들에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새똥 정도는 가볍게 피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새똥을 피할 수 있냐고 물어본 내 질문에 당황한 것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새똥에 대해 묻는 이유를 알려주기로 했다.
초능력을 새롭게 사용하는 방법을 발견했고, 그 방법이 조금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해 보며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돕겠습니다.”
“일단 소은이부터 한 번 해보죠.”
데려온 동물들과 잠시 놀고 있던 소은이가 자기 이름이 나오니, 알아서 다가왔다.
“소은아, 대빵 아저씨한테 한 번 해볼까?”
“뭘?”
“걔한테 한 것처럼, 새똥 맞으라고 한 번 해봐.”
“그러면 안 되는데……. 새들이 대빵 아저씨한테 똥 쌀지도 몰라!”
“그래서 하는 거야. 소은이가 무심코 한 말을 동물들이 따라 할 수도 있으니까, 소은이가 능력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잖아? 정말 딱 필요한 순간에만 쓸 수 있게 해야지.”
“아가씨. 제 걱정은 마시고, 그냥 하셔도 됩니다.”
“우웅.”
경호원까지 나서서 괜찮다고 하니, 잠시 걱정하던 소은이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새똥이나 맞아!”
크게 소리친 소은이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동물들이 놀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딱히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새들은 자기들이 있는 그 자리에서 얌전히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우의를 입고, 손에는 휴지를 쥔 채로 긴장하던 경호원만 눈을 데굴데굴 굴릴 뿐이었다.
“뭐지? 조건이라도 있는 건가?”
경호원을 유심히 바라봐도, 그 꼬맹이에게 느껴졌던 감각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새들이 똥을 싸게 만들도록 하는 그 느낌이 없는 것이었다.
무슨 조건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몇 번의 실험을 더 진행했다. 소은이도 자기가 말하는 것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것에 안심했는지, 이런저런 실험을 잘 따라왔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들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저, 계속 반복된 말을 하고 있으니, 슬쩍 몇몇 새들이 다가와 똥을 싸라는 건지 묻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도중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상황이 펼쳐졌을 때의 소은이와 지금 소은이의 차이라면 의지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소은아, 아까 말할 때 무슨 생각하면서 말했어?”
“진짜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대빵 아저씨가 새똥 맞으면 안 되잖아…….”
“우리 소은이 착하네. 근데, 이번에는 꼭 새똥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해볼래?”
소은이의 의지에 따라 다를 수 있었기에, 나는 소은이에게 한 가지 당부를 하며 다시금 실험을 시작했다. 잠시 망설이던 소은이는 조심스레 새똥을 맞으라고 외쳤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전의 실험들과 다른 반응이 일어났다.
주변에서 깃을 고르기도 하고, 근처의 모래바닥에서 뭔가를 쪼아대고 있던 새들이 일제히 푸드덕 날아오른 것이었다.
“맞아라앗!”
날아오른 새들은 그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경호원을 향해 똥을 찍- 싸버렸다. 내가 교육을 해두어, 아무곳에나 싸지 않는 녀석들임에도 경호원을 향해 싸는 것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이 싸지른 똥이 경호원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몸을 아주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인 경호원이 손에 쥐고 있는 휴지를 이용해서 똥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렇게 더러워진 휴지는 그대로 구석에 있는 휴지통에 날아가 꽂혔다.
그 모습에 신기하다며 박수를 짝짝 치는 소은이를 뒤로하고, 날아다니던 새 한 마리를 불러들였다. 내뻗은 손가락 위에 소형 앵무새 한 마리가 가볍게 내려앉았다.
“갑자기 경호원한테 똥 싼 이유가 뭐야?”
“몰라! 그냥 싸고 싶었어!”
그냥 싸고 싶었다는 앵무새의 말에, 경호원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꼬맹이에게서 느껴진 것과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새들이 계속해서 똥을 싸서 맞추려는 모습에, 새들이 더 이상 경호원을 노리지 않도록 만들었다.
“의지가 중요한가? 흠……. 다른 형태로도 쓸 수 있긴 하려나?”
꼭 새똥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라고 했더니, 그제야 반응한 것을 보면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았다.
일종의 트리거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곧바로 다른 것들도 실험을 이어갔다. 단순히 새들의 행동만을 제어할 수 있는 건지 실험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뒤져라!”
그리고, 아주 성공적으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호원이 냥냥펀치를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라고 하니, 그루밍이나 하고 있던 고양이들이 일제히 경호원을 향해 냥냥펀치를 날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전방위에서 냥냥펀치가 날아들었으나, 경호원은 아주 능숙하게 그 모든 냥냥펀치를 피했다. 남캣의 냥냥펀치였다면 힘들었겠지만, 평범한 고양이들의 공격 정도는 손쉽게 피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개들에게 물도록 시키기도 해보았고, 새들이 쪼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행동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자, 이제 그만.”
냥냥펀치와 물어뜯으려는 개들에게서 빠른 움직임으로 단 하나의 접근도 용납하지 않는 경호원의 모습을 보다가, 동물들의 행동을 제지했다. 물론, 경호원에게 남아 있는 저주 같은 것을 지워낸 것이었다.
그러자, 마구잡이로 경호원을 공격하던 동물들이 진정하고서 소은이 곁으로 몰려갔다.
하지만 실험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단순히 특정 대상에게만 적용되는 것인지, 인간에게만 되는 것인지, 좋은 쪽으로는 쓸 수 없는 건지 등등. 몇몇 상황들을 추가로 실험했다.
한동안 경호원이 땀을 흘릴 정도로 고생해 준 덕에, 그 모든 것들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첫 번째로, 이 저주 같은 것은 단순히 특정 대상에게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여기 들어오면 개한테 물림-‘ 같은 형태로 사용하면, 지역을 특정해서도 사용할 수가 있었다. 지정한 곳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개들에게 물릴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다음 두 번째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영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개한테도 새똥을 맞으라 하거나, 냥냥펀치를 맞게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조금 아쉽게도, 좋은 쪽으로는 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떤 동물들에게 사랑받을 거다, 호감을 받을 거다 같은 방향으로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저주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응용방법인 것이었다.
당연히 이런 능력은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종류의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소은이에게 다가가, 다시금 소은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소은아, 어떻게 해야 이런 식으로 능력을 쓰는 건지 알겠지?”
“웅!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그걸 취소하는 방법도 알아?”
“엣퉤퉤 취소!”
“……그래, 그렇게든 뭐든 할 수 있기만 하면 됐지.”
저주를 지운다고 생각하는 나와 다르게, 소은이는 자기가 했던 말을 철회한다는 느낌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딱히 문제는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렇게 초능력을 쓰는 일은 절대 있으면 안 돼. 알겠지? 지금은 초능력을 이렇게 쓸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아빠랑 같이 써본 거지만, 아빠가 없는 곳에서는 절대로 쓰면 안 돼.”
“웅.”
“이런 건 소은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읽던 동화에 나오는 마녀 같은 사람들이 쓰는 거야. 소은이가 그런 마녀가 되고 싶은 건 아니지? 막 이상한 얼굴에, 음침한 옷 입고 남들 괴롭히고 다니는 그런 마녀.”
“그런 건 싫어!”
“그래, 착한 어린이는 초능력을 그렇게 쓰면 안 되는 거야. 아빠랑 약속할 수 있지?”
“웅웅. 착한 어린이는 그렇게 쓰지 않기! 약속!”
굳게 다짐하는 듯한 표정의 소은이는 나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만약, 실수로라도 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엣퉤퉤 취소! 바로!”
“그래, 그렇게 하면 돼. 소은이도 저주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잖아?”
“웅, 알아! 실수로 써도 바로 취소하기도 약속!”
다시 한번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소은이는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소은이를 동물들과 놀아도 된다고 보내고서, 경호원도 자신의 업무로 돌아가도록 지시했다. 물론, 초능력의 새로운 사용방법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 수고비를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은이와 경호원이 기쁜 미소를 지으며 훈련장에서 나가는 것을 보며, 나 역시 훈련장을 나와 집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가니, 누나가 은수를 낮잠 재우다가 같이 잠들었는지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학부모 호출과, 초능력을 저주처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파악을 한다고 신경을 썼더니 제법 피로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누나를 슬며시 끌어안으며 같이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