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57
0356 안내견(1)
“사장니이이이임-!”
사무실에서 대충 업무를 보고 있으니, 배수북이 나를 부르며 호다닥 달려들어왔다.
“니가 그렇게 오면 꼭 사건사고를 가져오던데.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앗,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것 같잖아요!”
“아냐?”
“정확히 따지자면 저보단 사장님께서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게 아닐까요?”
솔직히 배수북의 말에 차마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나 혼자 있어도 종종 사건사고가 터지니, 원인은 나라고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마냥 수긍할 수는 없었다.
“……이 자식이, 비겁하게 팩트로 상대하네? 내가 사장인 걸 잊었나 봐?”
“후후, 저는 법으로 보호받는 노동자라고요?”
“어쭈?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당돌한 배수북의 말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도로록 두드렸다.
“이참에 SNS 하나 더 만들까? 신수의 둥지 사육사들의 일상- 같은 느낌으로. 당연히 고생하는 우리 사육사들한테 추가적인 업무를 부여할 수가 없으니까, SNS 담당자가 사육사인 척을 해서 찍어야겠지? 뿌우뿌우 목욕 시키기나, 숨은 포동이들 찾기? 뭐, 그런 걸로 하면 좋겠는데.”
“잘모태씀다! 닷씨는 까불지 안케씀다!”
업무의 항목에 들어가면서 힘든 일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니, 냅다 허리를 꾸벅 숙이는 배수북의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90도 정도로 숙이는 게 아니라, 머리가 엉덩이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폴더 인사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됐고, 그래서 무슨 일이야?”
“아, 그게 요즘 커뮤니티에 자꾸 말이 나와서요. 딱히 큰 문제는 아닌데, 이대로 놔두기도 좀 그렇달까…….”
휙하고 허리를 곧게 편 배수북의 말은 꽤나 난해했다. 문제는 아니지만 놔두기도 그렇다는 건 괜찮다는 건지, 안 괜찮다는 건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무슨 말이길래?”
“사장님이 애묘인이라고요.”
“……?”
애묘인이라는 게 뭐가 문제가 되나 싶었다. 하지만 배수북이 말한 것은 단순히 고양이를 선호하는 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순화해서 애묘인이고, 좀 거칠게 해서 좆냥이파라고…….”
“또? 아니, 왜?”
왜 좆냥이파로 몰리고 있는 건지 의문이었다. 내가 고양이를 싫어하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툭하면 치고 가거나 간식을 털어가려는 남캣도 있었고, 자고 있으면 우다다 뛰면서 밟고 지나가는 치킨이 같은 녀석도 있었으니 말이다. 폭신이처럼 얌전하고 귀여운 녀석들이라면 무척 좋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녀석들도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건 다른 동물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개들도 청호처럼 듬직하니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었고, 귀찮음에 져버려 귀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나태 같은 녀석들도 있었다.
나도 사람인 만큼 좋아하는 녀석들이 있었고, 조금 덜 선호하는 녀석들이 있긴 했다. 그렇지만 어느 하나 싫어하는 녀석은 전혀 없었다. 당연히 특정 종을 특별히 편애하는 경우도 없었다. 그러니, 지금 좆냥이파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된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최근에 사장님께서 공식적으로 한 게 고양이들에 관한 부분이 좀 많았잖아요? 특히 길냥이 쪽으로.”
“그게 길고양이만 있냐? 유기 동물 전체였지.”
“근데 사람들이 확실하게 체감한 건 길냥이였잖아요. 저도 밤에 왜애아앙 소리 안 나서 살맛 난다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사람들한테는 고양이에 관한 부분이 많이 노출되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생겼나 봐요.”
배수북의 말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정확히는 최근의 일들을 되짚어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으니 떠오르는 것들이 있었다. 최근에 내 개인 SNS나 뮤튜브 쪽에 업로드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아직 자기에게 맞는 사람이 없다고 동물원에 눌러 앉은 고양이들의 입양을 위해 관련 내용을 올리기도 했고, 은수를 캣닙 취급하는 고양이들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으며, 얼마 전에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이 꼬물거리는 것도 올렸었다.
“……좀 많이 올리긴 했나?”
SNS 게시글 목록에 스크롤을 조금 내려야 다른 동물들에 관한 글이 보일 정도였으니, 내가 생각해도 고양이 관련 내용으로 조금 많이 올리기는 한 것 같았다.
“요즘 고양이 지분이 너무 많다고, 다른 동물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항의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배수북의 말대로, 가장 최근 게시글에는 다른 동물들도 보여 달라는 요구가 무척 많았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때마침 지나가던 캥거루 한 마리를 불러왔다. 얼마 전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는 캥거루였다. 종종 사무실 건물로 들어와, 새끼를 자랑하며 직원들에게 귀여움 받는 것을 취미로 가진 녀석이었다.
“부르셨나요?”
“미안한데 지금 새끼 자고 있을까?”
“아뇨. 아가.”
내 말에 캥거루가 자기 육아낭을 슥슥 문질렀다. 그러자 녀석의 배 부근이 부풀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곧이어 캥거루의 육아낭에서 새끼 캥거루 한 마리가 뽈록 튀어나왔다.
주먹만 한 머리통이 뿅하고 튀어나오는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움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참지 못할 귀여움이 반사적으로 새끼 캥거루의 얼굴을 슥슥 쓰다듬었다.
“그럼 첫 타자는 캥거루로 해볼까.”
잠시 새끼 캥거루를 쓰다듬던 나는, 새끼 캥거루에게 약간의 연출을 요구했다. 내가 어미 캥거루의 육아낭을 톡톡 두드리면 뿅- 하고 튀어나와서, 한쪽 앞발을 들어 올리라는 것이었다.
“할 수 있겠지?”
“크응!”
힘차게 대답하는 새끼 캥거루의 모습에 곧바로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자, 녀석이 다시금 제 어미의 육아낭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녹화를 시작했다. 빨간 점이 반짝이며 녹화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어미 캥거루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고서 쪼그려 앉았다.
“똑똑.”
마치 노크하는 것처럼 입으로 소리를 내며 어미 캥거루의 육아낭 부근을 가볍게 건드렸다.
“꾸응!”
그러자, 새끼 캥거루가 육아낭에서 얼굴을 뿅 내밀더니, 내가 지시한 대로 앞발 하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귀여움이 폭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 광경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긴 것을 확인한 뒤, 녹화를 종료했다.
하나의 영상을 순식간에 뽑아 준 캥거루에게 감사의 의미로, 간식을 주며 쓰다듬어 주었다. 털가죽이 밀릴 정도로 힘차게 쓰다듬어 주니, 녀석은 제 새끼도 쓰다듬어 달라는 것처럼 육아낭을 가리켰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새끼 캥거루 역시 쓰다듬어 주었다. 물론, 어미처럼 강하게 하지는 않았다.
“이제 가서 놀아.”
캥거루는 내게 앞발을 붕붕 흔들고서, 사무실 투어를 하기 위해 움직였다. 곧이어 다른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귀엽다며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귀여운 건 역시 못 참지- 생각하며 카메라에서 메모리 카드를 뽑아, 배수북에게 건넸다.
“쓸모없는 부분만 잘라내줘. 내 계정에 올릴 거야.”
“옙!”
힘차게 대답한 배수북이 메모리 카드를 들고 어디론가 휙하니 가버렸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휴대폰이 짧게 진동을 울렸다.
[배수북 – 파일 전송 1건]조금 전, 캥거루를 찍었던 영상이 바로 편집되어 내게 다시 보내진 것이었다. 영상을 한 번 재생하여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다음, 곧바로 내 SNS 계정에 영상을 업로드했다.
어마어마한 수의 팔로워를 가진 계정답게, 순식간에 영상을 본 이들이 생겨났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댓글이나 좋아요를 남기고 있었다.
[호주관광청ⓥ – Aaaaaaaaaaaaawesome!]호주를 상징하는 동물이 캥거루이기 때문인지, 아주 호주의 공공기관에서도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아이디 뒤로 인증 마크가 있는 공식 계정이었는데, 호주에만 자생하는 동물들에 관한 게시글을 올릴 때면 무조건 나타나는 계정이었다.
아무튼, 그 이후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겼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댓글이 하나 있었다. 바로, ‘고양이 강점기가 드디어 끝났다!’하는 댓글이었다.
그 댓글에 옹호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가 최근 들어 고양이에 관한 부분을 많이 올리긴 했구나- 싶었다.
다른 동물들에 대한 것도 자주 올려야지 생각을 하며 SNS를 조금 더 확인했다. SNS 담당으로 배수북을 고용한 뒤로 매일매일 확인하지는 않다 보니, 나름대로 볼만한 것들이 좀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동안 시간이 삭제되는 것을 느끼며 이런저런 것들을 보던 도중, 기사 하나를 링크해둔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내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각장애인은 많으나, 안내견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안내견이라…….”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에 대한 기사의 제목을 확인한 나는 잠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동물원에서 생기는 수익금의 일부는 동물 관련된 부분으로 기부를 하고 있었는데, 안내견 육성에 관한 곳에도 기부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수가 부족하다고 하니, 차라리 내가 직접 참여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되는 내게는 이미지라는 것은 무척 중요했다. 아무리 동물들이 귀엽고 예쁘다고 해도, 내 이미지가 처참했다면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 뻔했다.
게다가, 지금은 초능력을 남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형태로 사용까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공원 가운데서 관심을 받던 사람의 손에 칼이 쥐여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그것을 확인한 이들은 두려워하거나 꺼려 할 것이 분명했다. 내가 나서서 알리거나 할 것은 아니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것처럼 언젠간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내 이미지를 더더욱 좋은 쪽으로 개선해서, 그 칼을 가지고 있더라도 위협적으로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누굴 공격하려고 들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트에서 샀으면 포장이라도 좀 하지.’하고 위협적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고양이 말고 다른 동물들을 원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을 거고.”
거의 덤이나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안내견에 대한 부분에 깊게 관여하기로 결정한 나는 곧바로 관련 정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안내견이라는 개들은 단순히 ‘너 이제 안내견!’하고 지정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여러 절차가 필요했고, 필요한 자격 같은 것들도 있었다.
물론, 그런 절차와 자격들은 내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완벽하게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었기에, 바위가 좀 있는 산길 정도의 방해는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