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58
0357 안내견(2)
“음……?”
안내견 육성에 필요한 것들을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으니, 안내견의 훈련시설에 대한 조건 같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나는,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거, 다 이미 있는 거네?”
다름이 아니라, 안내견 훈련시설이라고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모두 구비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안내견들이 지낼 견사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 뛰놀 수 있는 잔디밭, 안내견들을 훈련할 이들을 위한 숙소와 강의장과 사무실, 안내견들의 건강을 위한 진료실 등등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이미 구비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이곳이 방사형 동물원인 만큼 동물들이 지내거나 훈련하고, 뛰놀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실정이었다. 아무리 동물이라고 해도 하루 종일 뛰어도 다 돌지 못할 자연구역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축구를 해도 남아도는 훈련장과, 아직도 여유 공간이 남아 있는 사무실, 동물원의 동물들을 위한 진료실까지 있었다. 게다가, 언덕만 살짝 내려가면 직원들을 위한 숙소도 있었으니 부족한 것이 하나 없었다.
“이러면 다른 훈련소랑 협조할 필요는 없겠는데?”
사실 안내견을 육성하는 것에는 다른 기업이나 단체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아무런 기반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으니, 이미 기반을 마련하고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안내견을 육성해서 배출하는 곳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필요한 것들이 이미 내게 있는 것들이었기에, 나는 그 도움을 받을 생각을 접었다.
남들 모르게 착한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소문내면서 착한 일을 할 생각이었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선한 이미지를 위해 하는 것이었으니, 그 선한 이미지를 남들과 나눠먹을 이유는 없었다. 속물적인 인간 그 자체나 다름없긴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따로 도움을 받지 않아도 안내견의 육성이 가능함을 파악한 나는 망설이지 않고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 심지어, 관련된 내용으로 기사까지 내보냈다.
[드루이드,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사업 시작!] [매년 시각장애인들에게 분양되는 안내견은 불과 이삼십 마리. 과연 드루이드의 영향은 얼마나 될 것인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선사업. 하지만 아직 계획에 불과. 아직 행정적 절차가 남아 있어.] [시각장애인 대상 설문 결과, 안내견 선호도 급증! 많은 이들이 안내견의 분양을 희망 중!]의도적으로 기사를 내보낸 것은 내가 하려는 것을 알리는 목적도 있었지만, 보다 빠른 처리를 위함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행정적인 절차라는 것이 시일이 걸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신청을 한다고 해도 실무 담당자부터, 그 윗선, 또 그 윗선으로. 보고와 보고와 보고, 최종적으로 회의까지 해야 끝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 기간을 단축할 요량이었다. 아무래도 공공기관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쏟아지면 일 처리가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행정적인 절차 때문에 시작도 못하고 있다는 말만 살짝 흘려주면, 수많은 이들이 공공기관을 재촉해 줄 것이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아주 빠르게 나타났다. 직원들 예상으로 답사를 나와 현장을 확인하는 것까지 일주일은 걸릴 거라고 했는데, 바로 다음날 아침에 찾아온 것이었다. 심지어, 이른 아침 처음으로 뜨는 국내선을 타고 서울에서 내려온 것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모처럼 관광지에 온 것이니 쉬엄쉬엄 구경도 하면서 일을 해야지- 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에게 딱 필요한 부분만 안내를 받아 체크하고 돌아갔다. 당장 이 일을 처리해서 자신들의 손에서 떠나보내고 싶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튼, 덕분에 안내견 육성 사업은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인이 찍힌 허가서를 비롯한 것들이 순식간에 내 앞에 놓인 것이었다.
“그럼 훈련부터 시작해 볼까.”
모든 준비가 끝이 난 상황이었기에,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가가 날 것이 확실해졌을 때 안내견으로 훈련시킬 강아지들도 국내외 여러 루트로 확보해둔 상황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강아지들을 훈련할 교관 역시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그런 교관들 중에는 강아지들의 훈련을 아주 제대로 이끌어줄 특별 교관도 포함되어 있었다.
“청호야, 준비됐지?”
“걱정 마십셔. 제가 아주 훌륭한 안내견으로 만들겠슴다.”
이미 그것은 확정되어 있다는 듯이 말하는 청호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호에겐 이미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여러 공항과 항만, 우편집중국 등에서 활약하는 마약 탐지견의 훈련에도 청호가 아주 큰 영향력을 발휘했었다. 원래라면 천방지축인 성격으로 인해서 탐지견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을 녀석들을 어엿한 탐지견으로 만든 것도 청호였다.
그런 청호라면 안내견을 육성하는데 아주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했다.
“후후, 이걸 또 쓰는 날이 왔슴다.”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붉은색의 모자를 물더니 휙 던져, 제 머리 위에 얹은 청호가 즐겁다는 듯이 헥헥거렸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모자를 콕 눌렀다. 대충 얹어진 정도에 지나지 않던 모자가 청호의 머리에 제대로 안착했다.
“가자.”
나름대로의 준비를 마친 듯한 청호를 데리고, 안내견이 될 후보……. 아니, 훈련견들이 있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에는 멍멍 컹컹 왈왈 으르르! 온갖 개소리가 난무하고 있었다. 사람이 헛소리하는 걸 속되게 말하는 게 아니라, 진짜 강아지들이 내는 소리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미리 준비해 둔 강아지만 이백여 마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 동물원 측으로 안내견 분양 문의만 수백여 건이었다. 그런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몇 마리씩 감질나게 훈련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이백여 마리의 강아지들은 저들끼리 논다고, 엄청난 개소리들을 자아내고 있었다.
노란색, 검은색, 갈색, 흰색, 주황색, 회색 등등. 총천연색……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여러 색깔의 털뭉치들이 저들끼리 뒹굴며 놀고 있는 것이었다.
“조용히 함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청호가 크게 짖었다. 이대로 있으면 훈련이 불가능할 것이 뻔했다.
“우와! 형아 엄청 크다!”
“우리랑 놀아!”
“키햐하하하! 덤벼랏 악당!”
“조용히 하는 게 뭐야?”
“먹는 거!”
“진짜? 나도 줘!”
하지만 그런 위용 넘치는 청호의 외침은 아쉽게도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강아지들은 대부분이 호기심이 가장 왕성하고 겁이 없을 시기의 개체들이었기 때문이다. 청호가 크게 짖어봐야 잠깐 흠칫할 뿐, 다시 차오르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녀석들이었다.
“으악! 자, 잠……!”
청호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달려드는 강아지들에게 파묻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저, 읍읍- 하는 무언가 억눌린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골때리네.”
이백여 마리를 한 번에 교육하는 건 무리였던 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니, 코끼리도 이기는 놈이 겨우 강아지 이백 마리를 못 버텨? 그게 아니면 이백 마리 강아지들이 코끼리보다 더 강한 건가?
이런저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내가 이런 강아지들을 안내견으로 만들어도 되는 걸까 싶기도 했다.
“장난은 이제 끝임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금세 사라졌다. 털 한 가닥 보이지 않게 파묻혔던 청호가 자길 덮은 강아지들을 밀어내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것도 주둥이에 주름이 지도록 으르릉-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당연하게도 강아지들에겐 그런 청호의 모습이 제법 무섭게 다가온 것 같았다.
“전부 제 앞으로 모임다!”
녀석들은 그제야 얌전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소은이 입학식 때가 생각났다. 어린애들이 운동장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 모습이 떠오른 것이었다. 중간중간 장난치는 녀석도 있는 것이, 정말 초등학생들 입학식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훈화를 맡은 교장 역할을 해야 했다.
“크흠…….”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나는, 얌전해진 강아지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알려 주었다. 앞으로 인간들과 함께 지내게 될 것이라는 소리부터, 적합한 개체는 안내견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인간 좋아!”
당연한 말이지만, 내 말에 반발하는 녀석들은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견종은 대부분이 인간과의 친화성이나 사교성 같은 것이 무척 뛰어난 종이었기 때문이다.
골든 리트리버, 래브라도 리트리버, 스탠다드 푸들 등등. 안내견에 적합한 견종들을 고른 만큼, 인간에 친화적이었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아도, 강아지들을 관리하기 위해 자리하고 있는 직원들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녀석들이 있었다. 만져주면 좋아하고, 배도 만져달라며 뒤집어지고 난리였다.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저은 나는, 곧바로 녀석들의 첫 훈련을 시작했다. 물론, 그 훈련은 배변 훈련이었다. 우리 동물원에 온 이상, 이것보다 먼저 하는 훈련은 있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이 되기 위해서라면 배변 정도는 확실하게 가릴 수 있어야 했다. 누군가가 24시간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라면 애초에 안내견이 필요치 않았다. 안내견이 필요한 이들은 혼자서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 뻔한데, 안내견의 배설물을 시각장애인이 처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누가 치워주길 기다리는 것보다, 자기가 알아서 치우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 훈련은 아주 빠르게 끝이 났다. 이미 수많은 동물들에게 진행한 배변 훈련은 오래 걸릴 이유가 없었다. 청호와 몇몇 동물들을 불러 시범을 보이게 하고, 몇 번 실습하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안내견에 적합한 견종답게 훈련을 잘 따르고, 똑똑했기에 더더욱 손쉽게 훈련이 끝났다.
안내견이 되기 위한 이백여 마리의 훈련견들은 곧바로 다음 훈련으로 돌입했다. 이번 훈련은 바로, 인간들에게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안내견이라는 것이 흔치 않다 보니, 사람들은 꽤나 관심을 보이는 편이었다. 대뜸 다가와서 말을 걸기도 하고, 심하면 만지는 경우마저 있었다. 당연히, 그런 행위들은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안내견에게 무척 방해가 되는 행동이었다.
안내를 하기 위해 집중을 하고 있는데 건드는 것은 집중력을 깨트리는 행위였다. 인간으로 따지자면,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노래를 또박또박 부르는 것에 가까웠다. 열심히 글을 쓰고 나면 웬 노래 가사가 글에 남아 있는 꼴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안내견이 하는 행동의 중요성을 모르는 인간들이 접근하더라도, 그것을 무시하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인간들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가볍게 건드는 것 정도로는 집중력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인간에게 익숙해지는 그 훈련을 위한 환경도 이미 조성되어 있었다. 바로, 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매일매일 수천, 수만 명의 인간들이 오가는 곳이 동물원이었다. 그만큼 여러 인간들과 접촉할 수 있었고, 인간에게 익숙해지기 딱 좋았다. 그래서, 나는 냅다 이백여 마리의 강아지들을 동물원에 풀었다.
“꺄아아아! 인절미들이야!”
이백여 마리의 강아지들이 풀리니, 사람들 역시 환호했다. 반려동물로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인 만큼 흔하게 볼 수 있긴 하지만, 아직 어린 강아지들은 특유의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기심 많고 발랄하고. 녀석들은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예쁨 받았다.
덕분에, 녀석들은 인간에게 아주 빠르게 익숙해졌다.
“너무 귀여……으, 으윽!”
“심정지 환자입니다! 자동심장충격기 가져와!”
옆에서 인간들이 온갖 난리를 쳐도 놀라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