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61
0360 IF 외전 – 군인 신수환(2)
“이놈아. 네가 생각해도 붕어빵 사 오는 것처럼 할 수 있겠지?”
“에이, 아무리 그래도 붕어빵 사 오는 수준은 아니죠. 초능력 범죄 단체라면서요?”
아무리 내가 초능력을 120% 발휘할 수 있는 장소라고는 해도, 상대가 상대였다. 심지어, 인질을 구출하고 보호하면서 초능력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절대 붕어빵 수준은 아니었다.
“어허! 내가 다 고려해서 하는 소리다!”
“끙……. 영감님이 그렇게 말하는 거면 문제는 없을 것 같긴 한데…….”
영감님의 초능력은 정보 계열에서 아주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당연히 현재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놈들에 대한 정보도 다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동네에서 붕어빵을 사 오는 수준이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영감님. 일단 상세 정보나 알려줘요.”
나는 더 이상 무어라 말을 하는 대신, 상세 정보를 요구했다. 파악된 정보를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영감님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영감님의 모습이 보이던 화면에 여러 사진이나 글귀들이 가득하게 나왔다. 이번 임무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이 가득하게 나오는 것이었다.
“경계없는의사회?”
“좋은 일 하는 양반들이지. 가끔 이렇게 문제에 휩쓸리는 일이 있어서, 우리 입장에선 골치지만.”
정보에 나타나 있는 개요는, 경계없는의사회에서 남수단 지역의 의료취약지역에서 의료 봉사를 하던 도중 인질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초능력 범죄 집단에게 말이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여러 대륙의 온갖 초능력자들이 모인 곳이었는데, 각종 범죄 수익을 이용해서 ‘초능력자를 위한 세상’을 만들겠답시고 설치는 놈들이었다. 경계없는의사회의 납치 목적은 당연히 몸값을 받아, 집단을 키우고 각종 테러를 비롯한 범죄에 이용하는 것이었다.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전부 다 해서 마흔 명의 사람들이 잡혀 있다고요?”
“그래. 온갖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아주 골고루 붙잡혀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아주 강대국들은 싹 다 붙어 있어. 심지어 우리 국민도 있다. 그것도 네 명이나. 의사 하나, 간호사 하나, 자원봉사자 둘.”
“우리 국민 넷이요?”
“나도 듣고 어찌나 놀랐는지, 늙은 심장이 다 아프더구나.”
경계없는의사회가 국제적으로는 유명해도 한국에서는 그렇게 유명한 편에 속하지 않는데, 그곳에서 네 명이나 자원봉사를 하다가 납치까지 됐다니 무척 놀라웠다.
“아니, 근데 내가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그러면 그 강대국에서 인질들을 구출하지 않아요? 미국이라던가, 미국이라던가.”
“그 미국에서 구출을 요청한 거다, 이놈아. 범죄자 놈들이 미국에도 기반이 있는지, 미국에서 움직이면 인질들을 바로 처형하겠다는 소리를 지껄였더구나. 당연히 다른 강대국들 역시 비슷한 처지인 상황이다.”
“……짬처리?”
“그런 게 아니다 이 녀석아. 지금 상황에서 네 초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어서 그런 거다!”
“제 초능력은 또 왜요?”
“정보 담당인 내가 말하긴 그렇다만, 지금 현장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가 없는 상태다.”
영감님의 말에 의아함이 들었다.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는 거랑 내 초능력이랑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상세 정보랍시고 있는 정보가 생각보다 빈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질극을 벌이는 범죄자들의 구성이나, 인질들의 위치, 감시 수준 등등. 임무에 필요한 정보가 무척이나 빈약했다.
“이 범죄자 놈들이 잔대가리를 굴리고 있어서 그렇다. 위성으로 확인하려고 했으나, 그 일대 전체를 천막으로 가려놓은 상태지. 저격 계열의 초능력자들 때문에 드론도 보내는 족족 수 킬로미터 밖에서 터져나가는 실정이고. 그렇다 해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접근하자니 인질들의 안위가 문제 되는 상황 아니냐?”
“……동물로 정찰부터 하고 알아서 구출하라는 소리네요?”
영감님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으니, 결국 내가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내 초능력이라면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도 알아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부분을 지적하니 영감님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는 게 화면 구석에서 보였다.
“어휴, 알았어요. 제가 알아서 해결하고 오죠.”
“정말이냐!”
“뭐 어쩌겠어요? 우리 국민들도 있다는데. 군인이 되어서 못 본 척을 할 수도 없고.”
“잘 생각했다! 잘 생각했어!”
임무를 받아들이니, 영감님이 반색하며 무척 좋아했다. 초능력자인 덕에 정년이 한참 지났음에도 군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영감님이면서 애처럼 좋아하고 있었다.
“다른 준비는 알아서 할 테니, 이동 수단만 준비해 줘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준비해 두었으니.”
“준비가 끝나면 알아서 출발할게요.”
“무탈하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아, 예예.”
괜히 근엄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영감님의 모습에, 대충 경례하듯 손을 까딱이고서 통신을 끊었다. 경례인 듯 경례 아닌 경례를 하는 모습에 무어라 소리치려던 영감님의 모습이 순식간에 화면에서 사라졌다.
휴대폰으로 다시금 보안 통신에 관련된 메시지가 도착했으나, 가볍게 무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통신을 해봐야 잔소리 듣는 것이 전부였다. 어차피 들을 수 있는 현장 정보도 없는데, 괜히 통신을 연결해서 잔소리를 들을 생각 따윈 없었다.
보안 메시지를 가볍게 무시하는 대신, 소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출발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부르셨습니까아.”
“부른 게 언젠데 이제 와!”
“아니, 방금 전화 해놓고……. 통화 기록에 증거 있습니다?”
“다음부턴 전화 말고 소리 질러서 부르던가 해야지.”
“아, 쫌!”
중대장에 대한 존경심 따윈 보이지 않는 소대장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임무가 생겼음을 알렸다. 정보도 부족한 상황에서 총 마흔 명의 사람들을 구출해야 한다는 소식도 알려주었다.
“남수단? 그건 어디 있는 겁니까?”
“중앙아프리카에. 정확히는 에티오피아 옆. 에티오피아는 알지?”
“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커피로 유명한 곳 아닙니까. 근데 에티오피아는 어디 있는 겁니까?”
“소말리아 옆에.”
“오, 해적으로 유명한 곳 아닙니까. 근데 소말리아는 어디 있는 겁니까?”
“뒤진다.”
“옙.”
말장난이나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기에, 곧바로 소대장을 내쫓았다. 이제 알아서 필요한 준비들을 할 것이었다. 필요한 물자 같은 것들은 소대장이 준비할 것이었고, 인원 선별은 내가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보안 절차를 거친 다음, 우리 부대의 모든 인원들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개인적인 정보라기보다는 초능력에 대한 정보가 담긴 것이었다.
[하로우 – 사격(상급)] [호인두 – 사격(중상급)] [김철수 – 통역(중상급)] [공병남 – 손재주(중급)] [지임군 – 신체 강화(상급)] [이신병 – 신체 강화(중급) & 운전(중하급)]그리고, 그 목록을 한참 뒤지던 나는 총 여섯 명을 골랐다. 이번 임무에 함께할 인원들이었다.
인원을 많이 데려간다면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의 단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구출에는 인원이 많은 것이 좋긴 하지만, 적들에 대한 정보를 확실하게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구출하기도 전에 발각될 확률을 키우는 단점이 될 수도 있었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나를 포함해서 총 일곱 명의 인간이 남수단을 향해 움직이기로 결정되었다. 물론, 함께 이동하는 ‘인간’이 총 일곱인 것이었다.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동물들은 애초부터 모두 데려갈 생각이었다. 인간과 다르게, 동물들을 경계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사이코패스 같은 인간들이 아니라면 장소에 맞는 동물을 경계하는 인간들은 거의 없었다. 당장 우리 육군만 보더라도 고양이나 고라니에게 총을 겨누고 실탄까지 발사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멧돼지같이 위험할 수 있는 동물이라면 몰라도, 고양이 같은 동물까지 경계하는 이들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현장에 단독으로 내보내더라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동물들 위주로 고르고 나니, 내가 선택한 여섯의 부하들이 어느덧 이동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온갖 장비들을 채워 넣은 군장을 메고, 수많은 물자들이 담긴 상자들이 뒤편 차량들에 자리하고 있는 상태였다.
“자, 출발하자.”
부하들이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동물들을 이끌고 차량에 올라탔다. 모두가 차량에 탑승해 자리를 잡자, 곧바로 차량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움직인 차량은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고, 미리 대기 중이던 수송기에 차량 채로 올라탔다.
이륙 준비까지 모두 끝난 상태에서 올라탄 것이었기에, 차량이 고정되자마자 비행기가 재빨리 움직이며 하늘을 향해 이륙했다.
차량의 좌석 벨트를 풀고 내리니, 마찬가지로 다른 이들 역시 차량에서 내렸다. 물론, 여러 동물들 역시 나를 따라 내리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나 탑승해 본 수송기였기에, 동물들은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청호처럼 내 곁을 졸졸 따라다니는 녀석들도 있었고, 남캣처럼 휴식을 취할만한 곳으로 이동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부하들에게 이번 임무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소대장 녀석이 설명을 대충대충 하면서 데려왔을 것이 뻔했으니 말이다.
“초능력 범죄 집단에게서 경계없는의사회 자원봉사자들을 구출하는 게 이번 임무의 목표다. 놈들의 본거지는 남수단의 한 국립공원 부근인데, 남수단 내전으로 인해서 그 일대가 무법지대인 상황이고. 그래서 바로 남수단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에티오피아 국경지대를 통해 이동할 예정이지.”
간단한 상황 설명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계획들을 설명해 주니, 부하들이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이번 임무에 난데없이 함께하게 된 신병이 특히 그랬다. 하긴, 이제 막 훈련소를 수료하고 왔는데, 대뜸 임무를 수행한답시고 아프리카까지 가고 있으니 긴장되지 않을 수 없겠지.
하지만 그런 이들 중에서 유일하게, 벽면에 있는 의자에 드러누울 정도로 느긋한 놈이 하나 있었다. 바로, 소대장이었다. 나와 가장 오랜 기간 함께 했으며, 가장 경험이 많은 녀석이었다.
그리고, 정신이 나간 건지, 겁대가리가 없는 건지 분간이 안 되는 소대장의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신병이 슬그머니 다가갔다.
“저……. 소대장님. 소대장님께선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걱정할 게 뭐가 있다고?”
“아니, 그래도 초능력 범죄 집단이잖습니까. 신체 강화에 사격 계열에……. 솔직히, 조금 무섭지 않습니까?”
신병의 말에 소대장이 피식 웃으며 일어났다. 아니, 정확히는 목 위로만 일어났다. 드러누운 상태에서 고개만 까딱- 들어 올린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서워할 필요 없어. 오히려 편하게 생각해.”
“예? 어째섭니까?”
“우리가 중대장님이랑 가는 곳이 아프리카니까. 솔직히, 우리가 임무로 가는 거면 아프리카가 제일 쉬워. 아니, 호주가 제일 쉬운가? 아…… 이건 좀 애매하긴 하네.”
소대장 놈은 걱정할 것 하나 없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제대로 퍼질러졌다. 아주 휘파람까지 휘휘 불어대고 있었다.
물론, 신병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신병은 아프리카라서 위험한 게 아니냐고 물어본 것 같았는데, 소대장 놈은 오히려 아프리카라서 쉽다고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