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64
0363 IF 외전 – 군인 신수환(5)
재잘재잘 떠들어대며 나타난 쥐새들의 모습을 발견한 나는 곧바로 녀석들에게 수고비로 맛있는 먹이를 주었다.
그런 먹이에 정신이 팔려 열심히 먹이를 먹고 있는 녀석들에게 다가가, 묶어두었던 카메라들을 회수했다.
초소형 카메라 무더기를 손에 들고, 곧바로 공병남에게 다가갔다.
“방탄 제작은 얼마나 걸릴 거 같아?”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이 코끼리가 마지막입니다.”
손재주 초능력을 가진 사람답다고 해야 할지, 공병남은 지상 최대의 덩치를 가진 동물인 아프리카코끼리들에게 방탄 갑옷을 이미 입혀둔 상황이었다. 검은색에 가까운 보라색의 방탄 갑옷을 입은 코끼리들의 모습은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이게 있다면, 인간들의 그 무기가 소용이 없어지는 건가요?”
“그래. 완벽하게 소용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사자가 너희를 들이받았을 때 정도 충격은 느껴질 거야.”
“음. 아무렇지 않다는 거네요.”
“그게 그렇게 되나……?”
역시 지상 최강의 동물다웠다. 사자가 들이받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여길 정도였다.
“뭐, 일단 그건 그렇다 치고……. 갑옷은 느낌이 어때? 그거 입고도 뛸 수 있겠어?”
“조금 거치적거리긴 하지만, 동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감수할 수 있어요.”
우두머리 코끼리는 가볍게 내 주변을 한 바퀴 휙- 돌았다. 쿵쿵쿵쿵-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묵직한 발소리를 내며 나름대로 빠르게 움직였다. 물론, 첫 만남에 보았던 그 수준의 속도는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탄 갑옷이 관절 부분에까지 걸쳐져 있다 보니, 움직임을 조금이지만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인간들이 입었더라면 관절의 가동 범위를 제한하고 묵직한 무게감 때문에 겨우겨우 걸었을 것을, 지상 최강의 동물답게 무리 없이 운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전신에 저 방탄 갑옷을 걸쳤을 땐 느릿느릿하게 걷는 것도 땀을 뻘뻘 흘릴 정도였는데.
총을 들고 쏘긴커녕, 움직이는 것도 제한되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신기함을 느끼고 있으니 어느덧 작업을 마친듯한 공병남이 다가왔다.
“중댐. 코끼리 열 마리 무장 마쳤습니다.”
“오, 수고했어. 잠시 쉬어……라고 하고 싶은데, 우리 귀여운 정찰병들이 정찰을 마치고 돌아왔거든. 확인 좀 하자.”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코끼리들에게 갑옷을 입히고 돌아온 공병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노트북을 가져왔다. 내가 한곳에 모아둔 초소형 카메라에서 재주 좋게 메모리 카드를 뽑아, 노트북에 연결했다.
순식간에 수십 개의 파일들이 노트북에 저장됐고, 곧장 쥐새들이 정찰해 온 장면들을 확인했다.
“이런 놈들이 하여튼, 잔대가리는 잘 굴려요.”
쥐새들이 정찰해 온 장면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단순히 천막으로 위성 감시만 회피하는 줄 알았더니, 여러 방법의 기습 등을 대비하고 있었다.
본거지 중심부에 천막보다 살짝 높은 탑이 하나 있었는데, 주변과 마찬가지로 그 위에도 천막이 쳐진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탑에 상주하는 인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최상급 등급의 사격 초능력을 가진 인간이 말이다. 최상급 초능력을 가진 범죄자로, 국제 수배에서도 가장 상위권에 있는 놈이었다.
대물 저격총으로 보이는 것을 들고 있는 놈이었는데, 꾸준히 하늘을 감시하는 중이었다. 무인기나 미사일 등이 날아오면 요격하려는 것 같았다. 최상급 수준이라면 대물 저격총으로도 미친 듯이 빠르게 날아다니는 드론도 핀포인트 저격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미사일은 두 말할 것도 없었고.
그리고, 당연히 정찰로 얻은 정보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번 임무에서 가장 중요한, 인질들의 구출을 위한 정보가 아주 그득했다. 인질들이 갇혀 있는 곳의 정보나 인질들의 상태, 구출에 방해될 요소같이, 아주 중요한 정보들이 많았다.
공병남은 그렇게 모인 정보를 취합하여, 나와 부대원들에게 그 정보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현재 적진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내부 구조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시가전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상당히 곤란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건물들이 조립식 패널로 만들어져 있는데, 몇몇 건물들은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건물들 중 하나인 이곳에는 놈들의 수뇌부로 보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쥐새가 환기를 위한 자그마한 환기창에 올라갔던 건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모습이 촬영되어 있었다. 그런 영상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주 열심히 떠들어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영어 같은 언어로 떠들어대는데,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영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억양 같은 것들이 붙으니 다른 언어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얌전히 대기하고 있던 상병 한 명을 불렀다. 바로, 통역의 초능력을 가진 철수였다. 교과서 단골 이름답게, 공부도 꽤나 잘하는 녀석이었다.
“철수야. 저놈들이 뭐라는 거냐.”
“몸값을 받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남수단을 비롯해 아프리카 각 지역에 내전이 다시 지속될 수 있게 불법 무기 지원부터 시작해서 온갖 범죄 행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초능력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은 왜 하나같이 이딴 생각 밖에 안 하는 거지?”
“혼란이 가중되어야 자신들이 편하게 운신할 수 있으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철수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영상이 계속 재생되었다. 조금 전의 그 영상이 아니라, 다른 쥐새가 촬영한 영상이 재생되는 것이었다.
그 영상에는 본거지 내부가 조금 전체적으로 보이고 있었는데, 범죄자 놈들이 본거지를 순찰하듯 도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석구석, 이상한 게 없는지 파악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잠입하는 것도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잠입이나 암살 쪽으로도 관계된 초능력들이 있었으니, 그것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순찰 루트는 본거지 외곽과, 인질들을 감금하고 있는 장소 주변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외곽 순찰의 경우에는 눈에 띄지 않는 실 같은 것으로 침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행하고 있었습니다.”
“따로 기폭장치는 없고?”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지금 보시면, 순찰 도중 부주의로 실이 훼손되는 장면이 있지만 폭발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길 보시면 놈들의 무기 창고에 대한 정보도 있습니다.”
“뭔 놈의 총이 저렇게 많아?”
“정말 총기 박물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온갖 총기가 가득합니다. 자동소총은 당연하고, 저격 용이나 특수탄을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소총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K2까지 있습니다.”
“저게 왜 저기 있어…….”
경계를 호인두에게 맡기고 정보를 확인하러 온 소대장 놈이 황당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나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수출된 건 알고 있었는데, 그게 여기 있을 줄은 몰랐지.
“이건 저도 신기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수많은 총이 있는 와중에도 폭발물은 거의 없습니다. 있는 거라곤 요술봉 두 개뿐입니다.”
“그게 전부라고? 수류탄도 없어?”
“예. 단순히 제 추측이지만, 요술지팡이 주변이 많이 비어 있던 걸로 보면 반란 세력에게 제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 개 있는 요술봉도, 만약을 위해 남겨둔 것으로 보입니다.”
몸값을 받으면 내전을 지속하게 만들 거라고 한 말이 있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사격 계열의 초능력자가 있다면 장갑차 같은 것이 와도 대응이 가능하니, 퍼주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장갑차든 뭐든, 내부에서 외부를 관측하기 위한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있으면 그곳을 통해 저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처럼 사격 계열의 초능력자가 많은 놈들에겐 폭발물이 큰 효용성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우리에겐 좋은 일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메인 전력으로 코끼리를 내놓을 생각이었으니, 녀석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폭발물이 없다는 것은 무척 좋은 일이었다.
“소대장아. 인두랑 같이, 요술봉이 보이면 가장 먼저 처리해. 지금 우리한테 제일 위험한 건 요술봉이야.”
“알겠습니다.”
소대장은 상급, 호인두는 중상급의 사격 계열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람이 들고, 조준하고 쏴야 하는 요술봉은 두 사람이 저격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무기에 관한 정보까지 확인한 다음으로 보게 된 정보는 바로 인질들에 대한 정보였다.
“인질들은 놈들의 본거지 중심부에 위치한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건물은 이중 구조로, 건물 안에 건물이 있는 형태입니다. 인질들의 도주 방지나, 구출에 필요한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진 것 같습니다. 출입구에는 특수 열쇠가 사용되는 듯한 자물쇠가 달려 있습니다.”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의 자물쇠가 문에 떡하니 달려 있었다. 심지어, 그게 외부 건물과 내부 건물에 한 개씩 장착된 상태였다.
“인질들의 상태는?”
“일단 몸값을 위해서인지, 육체에 문제가 생긴 이들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완벽한 식사를 제공하지는 않는 건지, 인질들의 기력이 조금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쥐새가 찍어온 인질들의 모습이 천천히 지나갔다. 사람들 하나하나 보여주듯 지나가는데, 대체로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잠깐!”
그런데, 그 영상을 보던 내가 영상을 멈추게 했다.
다들 왜 그러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중대장님. 혹시 아는 사람입니까?”
“중댐, 인질들에 대한 정보 드립니까?”
영상에 나온 인질의 외형이 누가 봐도 한국인처럼 생겼기에, 다들 걱정스럽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아는 사람을 발견한 건가- 하고 걱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이유로 멈추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딱히 반박은 하지 않은 채, 공병남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분에 대한 정보 좀.”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공병남이 차량으로 가, 내부에 있던 종이 뭉치를 가져왔다. 그걸 파라락- 넘기더니, 그 안에서 세 장의 종이를 꺼내 주었다.
그 종이에는 여러 정보나 사진 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프로필 사진이나, 이력, 간단한 개인 정보 같은 것들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성명 : 정하은] [소속 : 경계없는의사회] [주소 : 부산……] [이력 : …………] [특이사항 : ……]내용을 잠시 둘러보던 나는 공병남에게 다시금 시선을 주었다.
“그건 없어?”
“어떤 걸 말씀하십니까?”
“그, 왜. 결혼 여부라든가, 가족관계라든가……? 연애 여부 같은 정보 찾는 건 좀 선 넘는 짓일까……?”
“…….”
내 말에 주변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니, 왜 좀 궁금할 수도 있지!
“흐, 중대장님. 혹시 첫눈에 반하기라도 한 겁니까? 흐흐흐.”
그리고, 그런 침묵은 능글맞은 웃음을 탑재한 소대장 놈이 깨트렸다. 하지만 다시금 침묵이 내려앉았다. 내가 놈의 말에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기 때문이다.
히죽히죽 웃던 소대장 놈도 입을 벌릴 정도였다.
“왜, 뭐. 그럴 수도 있지.”
“……진짭니까? 맨날 TV에 존나게 섹시한 아이돌 나와도 시큰둥하던 그 중대장님 맞습니까?”
“딱 처음 보니까 바로 꽂힌 걸 어떡하라고? 뭐랄까, 이건 딱 운명이다 싶은 느낌? 이 여자가 내 여자다 하는 뭐, 그런 느낌이 팍 오더라고.”
진짜, 딱 보는 순간 느낌이 들었다. 절대 놓치면 안 된다거나, 이 사람이 내 운명이다 같은 느낌이 머릿속에서 터져 나왔다.
내 말에 부하 놈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놈들이 소대장처럼 변해가나- 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공병남이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왜 그러나 싶어 보니, 갑자기 통신 연결이 진행되고 있었다.
“뭐야? 왜 그래?”
“지금 막, 영감님께서 통신 요청을 하셨습니다.”
공병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통신이 연결되며, 영감님의 모습이 보였다. 노을이 지기 시작한 남수단의 시간은 한국으로 따졌을 때 자정을 막 넘겼을 시간인데 통신을 한 걸 보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영감님. 무슨 일이에요?”
“이놈이 이젠 인사도 생략하는구나.”
“지금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인데요?”
“그래, 네 녀석 말이 맞다. 지금 중요한 건 임무지.”
고개를 끄덕인 영감님이 곧바로 약간의 문제가 생겼음을 알려 주었다.
“몸값 협상이 빠르게 진행이 되지 않으니, 놈들이 수를 쓰기 시작했다. 앞으로 12시간 이내에 인질들의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12시간마다 한 명씩 처형한다고 알렸다.”
“……처형이요?”
“그래. 아침에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첫 처형을 시작할 거라 이야기했다.”
“이런 미친! 씹새끼들이!”
“이놈아! 그거 나한테 한 소-”
영감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통신을 종료했다. 그리고, 곧바로 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앉아, 놈들의 경계심이 흐트러질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해가 떠오를 때 일을 벌이겠다는 놈들이니, 내일의 해를 보지 못하게 해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