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78
0377 가스(2)
“안될 거 없죠.”
소들이 만들어낼 메탄가스를 줄일 수 있는 사료를 만들어내는 거라면 도움을 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애초에 내가 마이쩡 펫푸드의 주식을 꽤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협력할수록 승승장구하며 글로벌한 회사로 성장해 나가는데, 그걸 그냥 보고 있을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마이쩡 펫푸드에서도 나와의 협력이 중요함을 알기 때문에 지분을 꽤나 양보해 준 상황이었다. 그 말은 마이쩡 펫푸드의 성장이 곧, 내 지갑이 두터워진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소가 만들어내는 메탄가스를 줄일 수 있는 사료는 수요가 꽤 높을 것이었다. 단순히 환경적인 부분을 떠나, 소가 만드는 메탄가스는 소에게도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들에게는 소화불량이든, 먹이가 이상했든 위장에 이상적으로 메탄가스가 가득 차는 경우가 간혹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 메탄가스가 배출되지 못하면 위장이 부풀어서 장기들을 압박하고, 심한 경우에는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 만큼 소가 만드는 메탄가스의 저감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소의 건강한 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수요가 넘쳐난다는 것이었고, 그에 맞는 제품만 만들어지면 많이 팔린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많이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도 상승한다는 소리였고 말이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가볍게 승낙하니 마시탁이 곧장 찾아오겠다는 소리를 했다. 이미 개발이 꽤나 진행된 상황이었으니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시탁이 오길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마이쩡 펫푸드의 회사 로고가 붙어 있는 몇 대의 차량들이 동물원으로 들어왔다.
“아이고! 신수 님! 직접 뵙는 건 오랜만이지요?”
“그러게요. 종종 놀러 오세요. 그건 그렇고, 사료는 저 차에 있는 건가요?”
전화를 통해 들었던 안부 인사를 또 듣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조금 아쉽다는 듯한 모습을 보인 마시탁이 곧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사료 샘플을 가져왔다.
“일단 이게 저희가 만든 사료들의 샘플입니다. 일단 협력 계약을 맺은 몇몇 농가에서 기르는 소들을 대상으로 실험은 된 상황입니다. 먹어도 탈이 없다는 건 증명이 됐습니다. 남은 건 소들이 보일 반응이 관건이죠.”
사료 알갱이들이 가득 담긴 냉면 그릇 같은 것들을 든 직원들이 마시탁 뒤로 줄지어 섰다.
각각 그릇마다 1번 샘플이나 2번 샘플같이 넘버링이 되어 있었다. 약간의 색깔 차이를 제외하면 똑같이 생긴 것이니 그렇게 구분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그렇게 사료를 준비한 마시탁을 데리고 칡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의 직원들은 따로 훈련장에 보내두었다. 아무래도 공개된 장소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괜히 공개된 장소에서 실패하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면 주가에 영향이 생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쉬워하는 직원들을 뒤로한 채, 마시탁과 함께 칡소를 데리러 갔다.
“……쟤들 소 맞습니까?”
그리고 칡소들을 발견한 마시탁이 믿기 힘들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호랑이들과 등을 맞대고 있는 수준이던 칡소들이, 오늘은 자고 있는 호랑이의 엉덩이에 뒷발 하나를 얹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죠.”
하지만 내게는 익숙한 풍경일 뿐이었다. 호랑이를 이기는 토끼나 코끼리랑 싸우는 개가 있는 마당에, 소가 호랑이 좀 깔아뭉갠다고 이상할 것은 없었다.
주변에 있는 관람객들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듯한 모습으로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대담한 어느 관람객은 드러누워 있는 호랑이들과 칡소를 폴짝 뛰어넘어 지나갈 정도였다. 그만큼 우리 동물원에는 익숙해진 광경이었다.
물론, 모든 이들이 그런 건 아니었기에, 신기한 걸 봤다는 듯이 사진을 찍는 이들도 무척 많았다.
아무튼, 나는 놀란 듯한 마시탁을 뒤로하고 칡소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얘들아, 나 좀 도와줄래?”
“드디어 농사라는 걸 하는 건가요우우우?”
나중에 농사를 지을 거라고 알려 주었더니, 칡소들은 내가 농사를 지으려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나는 그런 녀석들에게 고개를 내저으며 사료에 대한 것을 알려주었다. 새롭게 만든 사료가 있는데, 그걸 먹고 나서 후기를 알려달라고 한 것이었다.
“맛있는 거 좋아요우우우!”
두 마리 칡소들은 호랑이에게서 다리를 내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녀석들은 어서 먹을 것을 달라는 듯이 내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보채는 녀석들을 진정시키며, 녀석들을 데리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마시탁의 직원들이 사료 품평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따로 챙겨온 것인지 간이 테이블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 사료들이 반씩 나뉘어 있었다. 칡소가 두 마리니 두 마리 모두에게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었다.
“자, 이것부터 먹어 볼래?”
가까이 다가가니, 곧바로 사료 그릇 두 개를 가져오는 마시탁에게서 그릇을 받았다. 칡소 두 녀석에게 사료가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주둥이 근처에 내미니, 녀석들은 그대로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그릇에 주둥이를 처박다 못해, 길쭉하고 두터운 혀를 내밀어 사료를 호로록 입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누가 제 것을 뺏어 먹을 것을 걱정하기라도 하듯, 아주 열정적으로 먹는 것이었다.
“어우, 너희들 거 훔쳐먹을 녀석 없으니까 진정하고 천천히 먹……. 포동아, 너네 거 아니다.”
훔칠 녀석이 없다고 말하려 했더니, 어느새 다가온 포동이들이 네 번째 사료 샘플을 훔치려 하고 있었다.
“쪼메만 묵자! 쫌!”
“그거, 사료 맛 테스트하는 건데? 먹고 싶으면 먹던가.”
“됐다 마. 치아라!”
내 말에 포동이들이 들어 올리려던 사료를 내려놓았다.
라쿤도 꽤나 반려동물로 유명하다 보니, 마이쩡 펫푸드에서도 라쿤용 사료를 개발했었다. 당연히, 그 사료의 테스터는 포동이들이었다. 덕분에 녀석들은 사료 중에서 맛이 없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상태였다.
한 마디로, 녀석들은 실험 중인 사료는 맛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모험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사료를 훔쳐서 맛보려던 포동이들이 사라지니, 칡소들도 조금은 여유롭게 사료의 맛을 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먹는 속도는 여전히 빨랐다. 나름대로 많던 사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맛은 어때?”
“맛있어요우우우!”
사료를 먹어치운 녀석들은 방금 먹은 사료가 무척 맛있다며 몸을 덩실덩실 흔들었다.
하지만 지금 보려는 것은 단순히 맛에 대한 반응만이 아니었다. 소의 위장에 생기는 메탄가스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었기에, 그 정도도 확인을 해야 했다.
덕분에 사료 하나를 확인할 때마다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었다.
칡소가 사료를 되새김질을 마무리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이에 노는 것은 아니었다. 칡소가 만들어내는 메탄가스에 대한 측정도 해야 했다. 소가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뀌면 그것에 함유된 메탄가스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이건 불편해요우우우.”
소들의 주둥이 부분과 엉덩이에 계측장치를 달아 놓으니, 녀석들이 귀찮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맛있고, 제게 잘 맞는 사료를 찾기 위함이라는 것 때문인지 애써 참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흐른 뒤, 칡소들의 완벽한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맛은 정말 좋았어요우우우. 그런데, 뭔가 먹은 것 같지 않았어요우우우.”
칡소들은 자기들이 먹은 사료에 대해 자세하게 후기를 남겼다. 맛은 좋지만, 금방 소화된 것처럼 포만감이 금세 사라졌다고 했다.
“음, 맛이 좋긴 했다는 거군요. 포만감이 금세 사라졌고…….”
마시탁은 내가 전해주는 내용을 열심히 메모했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사료에 대한 테스트로 넘어갔다. 들고 온 사료는 아직도 몇 개나 더 남아 있었다.
칡소에게 사료를 먹이고, 그 반응을 보고, 상태를 체크하는 것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일을 진행했고, 총 네 개의 사료들을 테스트할 수 있었다.
1번 사료는 칡소들이 말한 것처럼 맛은 좋았으나, 포만감이 빠르게 사라졌다.
반대로, 2번 사료는 맛이 없는 데다 속이 더부룩하다고 느낀다는 후기가 있었다. 또한, 그 상태에서는 메탄가스가 1번 사료보다 더 많은 양이 배출되었다.
3번 사료의 경우에는 2번의 개선판 같은 느낌이었다. 칡소들이 맛은 없으되, 속이 무척 편안했다는 평을 내렸다. 이 경우에는 메탄가스가 무척 많이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4번 사료는 방목장에 있을 때 먹었던 것들과 맛이 별반 차이가 없으나 3번 사료처럼 속이 무척 편안하다고 했다. 실제로 메탄가스가 가장 적게 배출된 것도 4번 사료였다.
“마지막 사료에 맛만 조금 더 신경 쓰면 되겠는데요?”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1번과 4번의 장점들만 취합하면 될 것 같군요.”
마시탁은 열심히 메모를 하더니,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직원들을 먼저 회사로 돌려보냈다.
하루라도 빠르게 제품을 개선해야 다시 테스트를 하고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결과, 마이쩡 펫푸드에서는 소들이 무척 좋아하면서도 메탄가스를 덜 배출하는 사료를 완성해낼 수 있었다. 테스터라고 할 수 있는 칡소들이 허겁지겁 먹을 정도의 사료였다.
“이번에도 신수 님의 도움이 무척 컸습니다. 신수 님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얼마나 시행착오를 겪었을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 대표님도 신수 님께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칡소들의 컨펌을 통과하고, 정식으로 제품 출시를 앞둔 마시탁은 내게 감사 인사를 전하러 왔다.
그것도 단순히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이쩡 펫푸드의 대표가 가진 주식 일부를 흔쾌히 넘기겠다는 선물까지 가져왔다. 관련 절차나 세금까지 자기들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할 정도였다.
나와 함께 하는 것이 회사를 꾸준히 성장시킬 수 있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거절하지는 않았다. 준다는데 안 받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음.
[마이쩡 펫푸드, 축산업계 메탄가스 저감에 획기적인 사료 개발 성공!] [유럽 몇몇 국가에서는 국가가 나서 마이쩡 펫푸드의 사료를 도입하겠다 밝혀.] [환경보호, 동물보호 모두 챙길 수 있는 사료!]그리고, 소를 위한 사료가 판매되기 시작하자, 곧바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 반응이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이었다. 휴대폰으로 확인한 마이쩡 펫푸드의 주가는 새빨간 색깔로 천장을 뚫을 듯이 상승하고 있었다.
“후후후.”
물론, 내 입꼬리도 상승하고 있었다.
“압빠! 장구? 장기? 뭐더라? 아무튼 소한테 쓰는 그거 왔어!”
매일매일 크게 상승하는 가격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던 도중, 소은이가 달려와 주문 제작한 쟁기가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