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84
0383 테마파크(2)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것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난 다음, 나는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것부터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동물원의 테마파크화의 첫 순서는 바로 ‘마차’였다.
우리 동물원은 꽤나 넓은 축에 속했다. 자연구역까지 모두 포함하게 된다면, 대륙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몇몇 동물원을 제외하고 가장 크다고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지하에 있는 아쿠아리움까지 생각한다면 더더욱 넓은 실정이었다.
당연히 그러한 동물원의 넓이는, 관람에 약간의 애로사항을 만들기 마련이었다. 워낙 넓으니, 그 모든 곳을 둘러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 동물원을 다 둘러보기 위해서는 며칠 가량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것도 자연구역을 제외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시내버스처럼 몇 개의 노선을 정해서 동물원 내부를 움직이는 투어 마차를 운행하는 거로 하죠.”
“시내버스처럼 말입니까?”
“입구에서 자연구역 초입까지, 입구에서 어항 입구까지, 입구에서 파충류관까지. 그리고 중간중간 환승센터처럼 교차점을 가진 노선도 만들고요.”
말들이 이끄는 마차를 직접 타본다는 체험형의 관람코스이자, 관람을 보다 편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이 동시에 생기는 것이었다.
“저, 사장님? 그럼 말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엔초는 아가씨께서 등하교 할 때 타고 다니니 제외하고, 뽀니는 농사에 필요한 짐수레를 끌고 있잖습니까?”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지금 당장 우리 동물원에는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무하마드의 뽀니나 카피바라 녀석들을 받은 것처럼, 펫호텔 형식으로 동물원에 합류했던 말들이 종종 있긴 했었다. 물론, 경마 같은 곳에 출전하는 말이 아니라, 어느 부호들이 개인적으로 키우는 말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말들이 다 빠져나가고, 남아 있는 말이라고 해봐야 엔초와 뽀니가 전부였다. 그렇다 보니, 마차를 운영하는 것에는 새로운 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것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동물원에 들어오기로 예정되어 있다가 잠시 계획이 보류되었던 동물이 있었잖아요.”
“어…….”
내 말에 회의실에 있는 이들이 기억을 되짚는 모습을 보였다. 동물원에 들어오기로 계획이 잘 진행되다가 보류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말에 속하는 동물들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꽤나 기억을 되짚어야 했다.
다만 그런 일들이 꽤나 있다 보니, 단번에 정답을 맞히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약간의 힌트를 내뱉었다.
“흑백.”
“아! 얼룩말!”
단 두 글자를 내뱉었을 뿐이지만, 회의실에 있는 대부분의 이들이 얼룩말을 떠올렸다.
그레비얼룩말이라는 종의 얼룩말 몇 마리를 동물원에 들이기로 결정된 적이 있었다. 그레비얼룩말이라는 종이 멸종위기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 말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한 국가에 갑자기 내란이 터지는 바람에 계획이 보류된 상태였는데, 듣기로 얼마 전에 내란이 종식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권이 바뀐 것도 아니었으니, 얼룩말을 데리고 오는 것은 딱히 불가능한 일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사장님, 가능할까요? 얼룩말은 성질이 포악하기로 유명한 말인데……. 과연 마차를 끌 수 있을까요?”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성질이야 뭐 제 앞에서는 크게 의미가 있진 않으니까요.”
솔직히 성질이 포악한 것은 내 앞에서 큰 의미가 없었다. 맹수도 얌전하게 만드는데, 얼룩말 정도야 어렵지 않았다. 하다못해 이번에 수확된, 나와 무하마드의 노력과 은수의 응원이 곁들여진 알팔파를 미끼로 얌전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었다.
“그리고, 마차는 역사책에서 볼법한 그런 마차를 운영할 건 아니에요. 아무리 초능력에 영향을 받아서 건강하고 힘이 좋아진다지만, 말들도 피곤해질 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산에 있는 동물원이라서 오르막 내리막이 있기도 하고요.”
탑승객 여럿을 태우고 묵직한 마차를 끌고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을 주행하는 건 말에게 무척 부담이 생기는 것이었다. 말이 버티지 못하면 그건 곧바로 사고로 직결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어떤 마차입니까?”
“전동 마차라고 할까요? 앞으로 나아갈 때는 모터로 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내리막 같은 곳에서는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서 도움을 주고요. 그럼 안전도 챙기고, 말들의 부담도 덜 수 있죠.”
“좋은 방법이군요. 안 그래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말들을 바로 마차를 끌게 하면 또 논란이 생길 것 같았는데, 말들의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면 애초에 논란거리도 되지 않을 거니 말입니다.”
다른 동물들을 이용하는 것은 내 초능력의 영향을 꾸준히 받아온 결과라고 하면 되지만, 이제 막 데려오려는 얼룩말들은 그렇지 못했다. 나도 그 부분을 고려했기에 전동 마차로 마차를 운영할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럼 가장 먼저 할 거는 마차의 제작과 얼룩말들을 데려오는 거네요.”
테마파크화의 첫 순서로 마차의 운행부터 시작하기로 했으니,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나는 곧바로 그레비얼룩말을 데려오는 것과, 마차의 제작을 동시에 지시했다.
얼룩말들을 데려오는 거야 예전에 만들어진 소통 창구가 있었기에 어려울 것은 없었다. 문제는 마차의 제작이었다.
“디자인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외형 자체는 역사책 같은 곳에서 나오는 중세 느낌의 마차 형태로 하되, 상부를 오픈 형태로 하죠. 바람도 느끼면서 주변을 쉽게 구경할 수 있게요. 대신 햇빛을 막아줄 천장은 남겨놓고요. 아, 겨울에도 운행할 수 있게 따로 유리나 우레탄 창을 붙일 수 있는 형태도 좋긴 하겠네요.”
마차의 외관에 대한 부분을 이리저리 꾸며내기 시작했다. 정확한 디자인이나 설계는 전문 업체에서 해줄 것이었으니, 틀 정도만 잡아두려는 것이었다.
“사장님. 마차를 대형과 소형으로 나눠서 운행하는 건 어떻습니까? 모든 노선이 다 인기가 많은 건 아닐 테니 소형과 대형으로 나눠서 운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기차처럼 마차를 연결할 수 있게 만드는 건 어떤가요? 여러 대의 마차가 줄지어서 가면 외부에서 그 모습을 보는 것도 꽤나 신기하지 않겠어요?”
“마차는 한 마리가 끌게 하실 건가요? 쌍두마차나 사두마차도 운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아까 말이 나온 대형 마차 같은 건 사두마차나 육두마차로 운영해도 될 것 같아요! 육기통!”
직원들의 의견까지 받아 가며 마차의 설계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초안이 제작 업체로 전해졌고, 그 설계에 맞는 마차가 완성될 즈음에 수십여 마리의 얼룩말들이 우리 동물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와! 얼룩말!”
당연한 말이지만, 새로운 동물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은이가 그 자리에 빠질 리가 없었다.
소은이는 스무 마리의 얼룩말 한 무리를 보더니, 냅다 도도도도- 달려나갔다. 물론, 익숙하기 그지없는 그 모습에 고개만 절레절레 내저을 뿐이었다.
어차피 소은이라면 얼룩말이 아니라 사자 무리 한복판에 달려가도 걱정이 안 되는 아이였으니 말이다.
“안녕!”
“오오오옷?!”
지금도, 냅다 얼룩말 무리로 다가간 소은이는 얼룩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위협을 한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 너도나도 쓰다듬어달라며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었다.
소은이는 그런 녀석들이 귀엽기라도 한 건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두 손으로 녀석들을 쓰다듬었다. 평범한 말들과 다르게 빳빳한 갈기를 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얼룩말의 털을 쓸어보며 피부색을 확인하기도 했다.
“압빠! 얘들 살이 까만색이야!”
“맞아. 얼룩말은 검은색 피부에 흰색 줄무늬를 가진 동물이야. 북극곰인 백설기도 피부는 검은색인데 털이 새하얗지?”
“맞아! 백설기도 까만색이었어!”
소은이는 얼룩말의 털이 아니라 피부가 줄무늬일 거라고 생각했는지 무척 신기하다는 것처럼 얼룩말을 구경했다. 녀석들은 그런 소은이에게 호응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때! 이 멋진 뒷다리가!”
뒤쪽 다리에 일부러 힘을 주며 근육을 부풀리기도 하면서 나름대로의 어필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놈들이 정말 성질이 사나운 얼룩말이 맞나 싶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호돌이 녀석이 나타났다. 머리와 등에 일기토부터 오기토까지 토끼즈 전체를 얹은 상태로.
“위허어어어어엄-!”
그리고, 그런 호돌이의 모습을 발견한 얼룩말들이 일제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거의 야생에 가까운 국립공원에 있던 녀석들인지라, 천적이 나타난 거라 착각하고 도망친 것이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아주 크나큰 문제가 말이다.
“내 딸 내놔 이놈들아!”
놈들이 소은이를 데리고 도망쳤다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소은이의 옷 뒷덜미를 물어 자기들 등에 태우더니, 그대로 쏜살같이 도망치는 것이었다.
나는 재빨리 곁에 있던 호돌이 녀석의 등에 몸을 얹고, 녀석들을 쫓아갔다. 호돌이 녀석도 나름대로 내 초능력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편이라, 나를 태우고 달리는 것 정도는 아주 손쉽게 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덕분에 납치범……이 아니라, 얼룩말들을 빠르게 쫓을 수 있었다. 무리 지어 호다닥 달리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며, 곧바로 마법의 단어를 외쳤다.
“얼룩말 멈춰어어-!”
괜히 내가 타고 있는 호돌이까지 멈출까, 얼룩말 녀석들을 지정해서 마법의 단어를 내뱉었다. 덕분에 얼룩말 녀석들은 그대로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몸을 세웠다.
그런데, 그것을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건지, 소은이가 녀석들의 등에서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제 막 들어온 얼룩말들에게 안장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급하게 멈추는 얼룩말의 등에서 소은이가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아주 느린 슬로우모션으로 펼쳐졌다.
아주 큰일이 났다 싶어, 호돌이에게서 뛰듯 내리며 있는 힘껏 소은이에게로 달려갔다. 당장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딴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소은이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보다, 소은이와 땅바닥의 거리가 더더욱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 온갖 생각이 다 들며, 허벅지가 정말 찢어질 정도로 힘을 주어 내달리려 했다.
다만, 이어지는 광경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짜란!”
타닷, 하고 아주 가벼운 발소리를 내며 바닥에 두 발을 딛고 선 소은이가 팔을 활짝 벌렸다. 마치 체조선수가 도마라고 부르는 뜀틀을 한 바퀴 돌고 넘어 바닥에 착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와, 와아아!”
그리고, 그런 소은이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관람객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감탄하며 박수를 짝짝 치고 있었다.
“애기 대단한 거샤!”
“예술 점수 만점인 거샤!”
“난도 점수 만점이샤!”
“실시 점수까지 만점을 주겠샤!”
“그렇다면 전부 다 해서 만점인 거샤!”
심지어, 호돌이의 위에 있다가 난데없이 딸려온 토끼즈 녀석들은 그런 소은이의 모습을 보며 심사까지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저릿한 허벅지를 마사지하듯 문지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나마 소은이가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소은아, 아빠가 미안해. 소은이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을 못 했네.”
“괜찮아! 달리는 엔초한테서 뛰어내리는 것도 엄청 재미있……앗.”
소은이는 말하면 안 되는 걸 말했다는 것처럼 자기 입을 가렸다.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한 번만 봐주는 거야. 또 그러면 혼나. 앞으로 절대 그러지 마. 알았지?”
“웅! 히히.”
혼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소은이가 안도하며 개구진 미소를 지었다. 그런 소은이의 머리를 슥슥 문지르고선 굳어 있는 얼룩말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얼룩말 집합.”
나는 얼룩말들이 또다시 이와 같은 일을 벌이지 않도록 지금 당장 교육을 하기로 했다. 호랑이도 자유롭게 풀어놓는 우리 동물원 특성상, 제대로 교육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얼룩말 무리가 호랑이를 보고 도망치다가 사람이라도 치게 된다면 교통사고가 따로 없었으니, 아주 단단히 교육을 할 필요성이 있었다.
어차피 동물원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에 더불어 마차를 끌게 하기 위한 교육도 해야 했으니, 지금부터 바로 교육을 하면 마차가 동물원에 도착할 즈음에는 모든 교육이 끝나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