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88
0387 테마파크(6)
롤러코스터 다음 순번으로 만들어진 것은 바로 뿌우뿌우의 바이킹이었다.
원래는 콩콩이의 운동용 자이로드롭을 만들 예정이었지만, 관심병 말기인 뿌우뿌우가 버티질 못했다. 마차와 롤러코스터가 제게 올 관심까지 다 가져갔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듯, 질투심이 그득한 눈빛으로 마차와 롤러코스터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녀석을 그대로 방치했다간 마차를 부수든, 롤러코스터를 부수든 할 것 같았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뿌우뿌우의 바이킹을 먼저 만들 필요성이 있었다. 콩콩이야 운동을 조금 저강도로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바이킹의 원리를 아시나요?”
“어……. 잘은 모르는데, 그 바닥에 타이어 같은 걸로 돌리는 거 아니에요?”
“맞습니다. 좌우로 움직이면서 바이킹에 가속도를 붙여주는 거죠. 그래서 말입니다만, 뿌우뿌우가 이 타이어를 돌리게 하는 것보다는 바이킹 자체를 움직이게 하는 쪽으로 할까 하는데, 어떤가요?”
범복화는 자기가 구상해둔 것이 있다며 청사진을 하나 보여주었다. 평범한 바이킹과 크게 다를 것은 없었는데,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바이킹의 옆 부분에 웬 손잡이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이 손잡이를 이용해서 움직이게 하는 거죠. 처음에는 조금 힘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움직이고 나면 내려오는 타이밍에 맞춰 뿌우뿌우의 힘과 그 육중한 무게를 이용하면 되니까요.”
시뮬레이션 영상도 만들어왔다며 보여주는데, 뿌우뿌우처럼 보이는 코끼리가 길쭉한 코를 이용해서 바이킹을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살짝살짝 밀어내듯 움직이다가 바이킹이 움직이는 범위가 넓어졌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바이킹이 중력으로 인해 다시금 내려오는 순간에 맞춰서 바이킹의 옆에 달린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 힘이 손잡이를 통해 바이킹을 더 빠른 속도로 내려오게 만들었고, 바이킹은 이전보다도 더 높은 곳까지 치솟았다.
“어떤가요? 바이킹에 탑승한 사람들도 코끼리가 바이킹을 움직여 주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괜찮네요. 그런데, 내구성 문제는 없나요? 원래 이렇게 움직이는 건 중심부를 제대로 밀어야 하잖아요. 옆에서 움직이면 쉽게 망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후후, 그런 걸 극복하는 것이 기술력이죠!”
자신만만한 범복화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며칠 만에 바이킹을 뚝딱 만들어내어 가져왔다.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건가 싶어 물어보니, 바이킹은 놀이 기구 중에서 꽤나 인기 종목에 속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문량이 꽤 되니, 대부분의 바이킹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부품들은 미리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었다.
기구의 설치가 빠르게 끝나는 것은 내게는 좋은 일에 가까웠기에, 곧바로 기구의 설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기구는 금세 철거될 상황에 처했다. 아니, 철거가 확정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뿌우뿌우의 힘이 예상한 것보다 몇 배는 더 강력했기 때문이다.
“뿌오오오옷!”
힘차게 소리를 내며 바이킹을 당기는 뿌우뿌우와, 아주 유려하게 360도 회전을 하고 있는 바이킹의 모습. 그리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는 범복화의 눈동자를 보면 그가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내 초능력의 영향을 받았으니 강력할 거라고는 생각한 것 같긴 한데, 상식 수준에서 강하다고 평가한 것이었다.
“다, 당장 두 배는 더 튼튼한……. 아니, 열……. 아니아니, 스무 배는 더 튼튼한 걸로 갖고 오겠습니다. 360도가 아니라 1080도 회전을 해도 문제가 없을 그런 걸로요!”
한 바퀴 돌고서 삐그덕 소리를 내는 바이킹은 곧바로 철거됐다. 그리고, 범복화는 절치부심하여 아주 튼튼한 바이킹을 가져왔다. 그가 장담한 대로 3바퀴 이상 회전해도 문제가 없을 그런 바이킹이었다.
범복화는 혹여 흔들릴 가능성도 대비해, 기존보다도 바닥을 더 깊게 파서 지지대도 단단하게 만들었다. 뿌우뿌우가 아무리 힘을 강하게 준다고 해도 삐걱이지도 않을 정도로 튼튼하게 만든 것이었다. 당기는 건 물론, 냅다 갖다 박는다 하더라도 버틸 정도였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시험 삼아 바이킹을 돌리려는 뿌우뿌우에게 한 가지 요구사항을 남겼다.
“뿌우뿌우. 한 번 있는 힘껏 해봐.”
“힘껏?!”
나는 뿌우뿌우에게 지금까지 힘자랑을 하더라도 최소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자제하면서 힘자랑을 하라고 말해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있는 힘껏 하라고 하니, 뿌우뿌우가 무척 흥분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한껏 흥분한 뿌우뿌우는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바이킹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발정기의 난폭한 코끼리가 바이킹을 상대로 힘 싸움을 하는 느낌이었다.
“오, 아직까진 잘 버티네요.”
“이후로도 멀쩡할 거예요. 튼튼한 걸로 따지자면 놀이 기구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니까요.”
자신감 넘치는 범복화와 함께,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바이킹을 바라보았다.
바이킹은 뿌우뿌우가 힘껏 움직인다 해도 그 무게가 있기에 천천히 움직였다. 하지만 시작이 어려울 뿐, 힘을 한 번 받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아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후웅- 후웅- 소리를 내며 바이킹이 꽤나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아마 사람들이 타고 있었더라면 짜릿함의 비명 같은 외침을 내지르고 있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그렇게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움직인 바이킹은 이윽고 지면과 수직이 될 정도로 치솟았다. 물론, 여전히 그 힘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뿌우우오오오오오오옷!”
아주 힘차게 기합을 내지른 뿌우뿌우는 바이킹이 제 근처로 내려오는 타이밍에 맞춰, 바이킹 외부에 있는 손잡이를 코로 붙잡았다. 코가 손잡이를 꽈악 틀어쥐며, 녀석이 바이킹을 제게로 끌어당겼다.
중력의 힘과 뿌우뿌우의 힘을 동시에 받은 바이킹은 올라갈 때보다도 더 강한 힘을 품은 채 반대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그런 과정이 몇 번 더 반복되고 나니, 드디어 바이킹이 지면과 수평이 되었다. 한 마디로 바이킹이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배가 뒤집한 형태가 됐다는 소리였다.
“와……. 진짜 튼튼하네요.”
360도 회전을 버티면서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 나지 않는 바이킹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심지어, 뿌우뿌우가 망가트리겠다는 듯이 있는 힘껏 돌려, 정말 3바퀴를 회전시켰을 때에도 멀쩡했다.
뿌우뿌우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지는 일이 벌어지지만 않는다면 파손 걱정은 없을 것 같은 바이킹이었다.
바이킹이 아주 튼튼하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바이킹 역시 운영을 시작했다. 물론, 더미를 태우고 테스트 운행을 하고 최종적인 안전점검까지 마친 뒤에 말이다.
그리고, 바이킹이 운영되기 시작한 이후로, 동물원 한 편에서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려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잘못했습니다잘못했습니다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코끼리 앞에서 까불지 않겠습니다아아악!”
“흐어억! 떠, 떨어진다! 떨어진다고! 으악!”
“흐하하하하! 나는 코끼리의 장기자랑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지! 그래서 벌을 받는 거라고오오오옥!”
한쪽 방향으로 세 바퀴, 반대 방향으로 세 바퀴 회전하는 바이킹이 운영을 시작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아라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 경험도 있는 나 역시 눈앞이 아찔해지는 기구였는데, 평범한 사람들에겐 삼도천을 건너는 배처럼 느껴질 것이었다. 이건 아랫배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아니라, 뒷덜미가 서늘해지게 만드는 놀이 기구였다.
그러나, 바이킹에 탑승하는 모든 이들이 비명을 내지르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 모두가 찾는 동물원인 만큼, 아이들에게도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관심병 말기 환자에 가까운 뿌우뿌우라고 하더라도, 어린아이들에게 스릴을 맛 보여줄 생각을 하진 않았다. 아이들에게서는 그저 방실방실 웃는 모습만 보고 싶어 하는 녀석이었다. 그러니 스스로 미끄럼틀도 자처하면서 아이들과 놀고 있는 것이었다.
“흐하하하핫! 꼬마 친구들! 재미있지?”
어른들이 탔을 때와는 다르게, 아주 부드러운 운행이 이어졌다. 살랑살랑, 요람이 흔들리듯 바이킹이 움직이고 있었다. 뿌우뿌우가 아이들이 딱 좋아하는 수준 정도로만 바이킹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는 과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아이들이 즐겁다고 느낄 정도로만 흔들며, 중간중간 바이킹 위에서 긴장한 듯한 아이들에게 길쭉한 코를 내미는 등의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런 호의 가득한 행동은 딱 아이들에게만 보여주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차례가 지나고, 다시금 어른들의 차례가 돌아오면 어림도 없었다.
“뿌우우우웃! 네놈은 예전에 날 보고도 무시한 놈이구나아!”
특히, 기억력이 꽤나 좋은 뿌우뿌우는 자신의 쇼를 보고서도 무시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건지, 그 사람들이 탔을 때면 더더욱 거칠게 바이킹을 운행했다.
심지어 힘 조절을 어찌나 기가 막히게 하는지, 허공에 뒤집한 상태로 3초 정도 잠시 체류하는 순간까지 만들 정도였다. 당연히 그때마다 탑승자들은 여러 의미가 담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더욱 바이킹에 열광하고 있었다. 공포감이든 뭐든 다 함께 있는 힘껏 비명을 내지르면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였기 때문이다.
바이킹에서 내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도 개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이킹은 이거지! 이래야 바이킹이지!”
“야! 또 타자!”
후들후들 다리를 떨면서도 환희로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는, 친구로 보이는 두 남자가 다시금 바이킹에 올라탈 정도였다.
극한의 익스트림이 따로 없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사람들이 바이킹을 자꾸 찾기 시작했다.
“뿌우뿌우야! 또 부탁한다!”
“뿌우우잇!”
바이킹을 흔들 준비를 하고 있는 뿌우뿌우에게 큼직한 과일 하나를 던져주며 따봉을 드는 탑승자와, 그런 탑승자를 보며 자기만 믿으라는 듯이 소리를 내뿜는 뿌우뿌우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바이킹 역시 마차와 롤러코스터처럼 사람들에게 꽤나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관광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롤러코스터에 이어 바이킹까지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범복화의 모습에, 나는 남아 있는 두 개의 기구는 한 번에 설치를 하기로 했다. 남아 있는 것도 제대로 만들어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범복화는 두 개의 놀이 기구, 자이로드롭과 짚라인을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그렇다고 날림으로 공사를 했다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혹시나 싶어 권설도에게 물어봐도 꽤나 잘 지은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