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92
0391 소개팅(3)
“그럼 오늘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간절하게 짝을 찾고 있는 우리의 치킨이를 만나보시죠.”
카메라를 보며 가볍게 손짓하니, 카메라 뒤에 있던 피디가 손짓했다. 다른 카메라로 화면 송출이 넘어갔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출력되는 방송의 모니터링을 위해 놔둔 모니터에, 다른 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치킨이의 모습이 보였다. 자그마한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다리가 짧다 보니 공을 밟고 쭈욱 미끄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오늘도 댕청미 뽐내고 있네] [저러니 여친이 안 생기지…] [아니ㅋㅋㅋ 다리가 짧으니까 더 버라이어티하게 미끄러지네ㅋㅋㅋ] [이거 녹화한 거임? 아니 어떻게 카메라 돌아가자마자 바로 넘어짐?] [내가 어? 갓댕이파지만 치킨이 댕청한 건 흐뭇하게 웃지 않을 수가 없어요.]시청자들은 그렇게 미끄러져서 발라당 넘어지는 치킨이를 보며 무척 좋아했다. 하긴, 치킨이가 짜리몽땅한 다리로 열심히 뛰다가 공을 밟고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있을 수가 없었다.
“아, 역시 오늘의 주인공! 여전한 귀여움을 자랑하고 있네요.”
“치킨이 귀여워!”
“하지만 지금은 치킨이의 귀여운 재롱을 보는 시간이 아니죠? 그럼 본격적으로 우리 치킨이의 데이트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데이트를 도와줄, 신소은 양? 삼색이를 치킨이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래요?”
“네에-!”
오늘 방송을 도와주기로 약속한 소은이는 내 말에 힘차게 대답하더니, 삼색이를 품에 안고 도도도도-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런 소은이를 뒤따라 카메라 한 대가 열심히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니 치킨이가 있는 곳에 소은이가 삼색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소은이를 따라간 카메라가 소은이와 삼색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삼색아! 쟤가 치킨이야!”
삼색이를 데리고 치킨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 소은이는 삼색이에게 치킨이를 소개해 주었다.
조금 전에 미끄러졌던 탓인지, 공을 조금 멀찍이 치워놓고 있던 치킨이는 삼색이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삼색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색이는 소은이가 바닥에 내려주자, 흥미 있다는 듯한 모습으로 치킨이에게 다가갔다. 평범한 고양이들처럼 길쭉하고 얇은 다리를 사뿐사뿐 움직이며 치킨이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런 삼색이의 모습에 살짝 긴장한 건지 치킨이는 몸을 뻣뻣하게 굳히고 있었다.
“아아, 저기서 저러면 안 되거든요. 긴장한 티를 내면 안 됩니다. 제가 방송 직전에 삼색이한테 어떤 수컷이 취향인지 살짝 물어봤거든요. 귀여우면서도 듬직한 면이 있는 수컷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저기서 굳어버리면 감점 요인이 됩니다.”
삼색이와 치킨이의 첫 대면이 방송으로 나가며, 내 유사 해설이 곁들여졌다.
[고양이한테 우황청심환 효과 있음? 있으면 좀 먹이자 ㅋㅋㅋㅋ] [치킨아! 기선제압부터 하자!] [쫄지마 임마! 남자답게 키갈부터 해!] [힘내라!]내 해설에 채팅창이 다시금 타올랐다. 치킨이를 응원하는 채팅도 있었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채팅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채팅창의 상황을 알 리가 없는 치킨이는 여전히 굳은 채로 제게 다가오는 삼색이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삼색이가 거침없이 다가가니, 이윽고 두 녀석이 접촉했다.
[ㅗㅜㅑ] [홈맘마! 삼색이가 참 개방적이어요!] [ㅋㅋㅋㅋㅋㅋ 냄새 좀 심했나 표정 장난 아니네 ㅋㅋ]그리고 두 녀석이 접촉하는 모습을 바라본 시청자들이 온갖 채팅을 쏟아냈다. 다름이 아니라, 치킨이에게 다가간 삼색이 녀석이 냅다 치킨이의 엉덩이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냄새를 맡고 놀란 듯이 입을 벌린 채로 눈까지 크게 치켜뜨고 있었다.
중간중간 플레멘 반응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의 채팅도 나왔지만, 워낙 빨리 묻히는 바람에 ㅗㅜㅑ 하는 채팅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었다.
“저건 고양이들끼리 하는 일종의 인사에 가까워요. 저렇게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이는 건 플레멘 반응이라고, 고양이들이 서로의 페로몬을 느끼는 거예요. 지금 치킨이는 긴장해서 그런 걸 할 생각도 못 하고 있……. 아, 이제 하네요.”
채팅창을 진정시키려고 플레멘 반응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으니, 어느새 긴장을 약간이나마 해소한 치킨이가 삼색이의 엉덩이 냄새를 맡았다.
덕분에 치킨이가 드디어 긴장을 조금 풀었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나름대로 고양이의 인사를 마친 두 녀석은 곧바로 서로에 대한 탐색을 시작했다. 빙글빙글 돌면서 서로를 보기도 하고 야옹야옹-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아……! 삼색이가 지금 치킨이에게 짜식- 귀여운 걸? 이라고 했어요! 이거 가능성이 있는 걸까요? 분명, 삼색이의 취향이 귀여우면서 듬직한 수컷이었는데요!”
모니터로 보이는 삼색이의 모습을 보니 나름대로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됐다.
하지만 지금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고양이들의 행동이나 마음을 예측하는 건 무척 힘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기분 좋다가도 잠시 후에 기분 나쁘다면서 냥냥펀치를 갈기는 것이 고양이니까.
“일단 두 고양이들의 데이트를 조금 더 지켜보면서, 두 고양이의 마음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무전기를 꺼내, 소은이에게 연락을 했다. 두 고양이를 동물원에 풀어놓고, 녀석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라는 것이었다. 물론, 상황 통제를 위함이나 방송을 방해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소은이를 비롯한 스태프 몇 명이 따라가기로 되어 있었다.
“자, 치킨이가 여기서 리드를 해줘야 합니다. 똥꼬발랄한 치킨이는 동물원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곳이 없거든요. 여기서 리드를 하면서 수컷다움을 과시해야 하는 거죠.”
모니터로 보이는 치킨이는 마치 내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삼색이를 데리고 동물원을 거닐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는 내가 살짝 도움을 주긴 했다. 상대방과 같이 동물원 구경을 다니면서 소개도 좀 해주라고 말이다.
도움이 있긴 했지만, 치킨이는 삼색이와 함께 동물원을 구경했다. 중간중간 관광객들이 주는 간식을 먹기도 하고, 직원들이 흔들어 주는 장난감 낚싯대 같은 것들을 잡겠다고 같이 뛰어놀기도 했다.
[ㅋㅋㅋㅋ치킨이 왜 삼색이 보다 더 열심히 움직이는데 속도는 똑같냐 ㅋㅋㅋ] [치킨이 다리 움직이는 거 개귀엽네] [? 점프 실력 뭐냐고 진짜 ㅋㅋ]다만 그렇게 노는 모습을 보니, 치킨이의 짧은 다리가 부각되고 있었다. 삼색이의 반절도 뛰지 못하는 것이나, 두 배는 빨리 움직이는데도 속도가 비슷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지만 정작 그런 치킨이와 데이트하고 있는 삼색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저 즐겁게 잘 놀고 있을 뿐이었다.
“어, 어어! 점프력이 딸리는 우리 치킨이! 결국 사고를 칩니다! 미끼를 잡아야 하는데 삼색이를 잡아버렸어요!”
도중에 점프를 한다는 게 삼색이를 덮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거나.
“이야! 치킨이가 삼색이에게 간식을 양보합니다! 저건 치킨이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이거든요. 치킨이도 삼색이가 꽤 마음에 들었나 봅……! 오오오! 삼색이가 고맙다면서 치킨이와 스킨십!”
맛있는 간식을 양보해 주는 치킨이에게 머리를 비벼대며 애정을 표현하는 삼색이의 모습을 본다거나.
“치킨이가 삼색이의 털을 정리해 줍니다! 그루밍을 하고 있어요! 삼색이도 보답으로 그루밍을 해주네요!”
서로가 마음에 드는 듯이 사이좋게 그루밍을 해주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치킨이와 삼색이는 두 시간가량, 아주 즐거운 데이트 시간을 가지고서 다시금 돌아왔다. 사이좋게 소은이의 품에 안겨서 말이다.
나는 그렇게 돌아온 두 녀석을 잠시 떨어트려놓았다.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고양이라 할지라도 상대가 곁에 있다면 진심을 터놓기 애매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진심을 확인하는 절차는 삼색이가 먼저 하기로 했다.
“삼색아. 치킨이랑 시간을 보냈는데, 어땠어?”
“좋았어! 착하고, 귀엽고! 듬직한 건 솔직히…… 모르겠지만!”
삼색이는 치킨이가 꽤 마음에 들었던 건지 좋은 평을 내렸다. 비록 듬직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선방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러한 삼색이의 평을 사람들에게 전해주었다. 당연히 채팅창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삼색치킨 커플 지지해!] [삼색치킨…? 우, 우욱…! 시, 신호등이…!] [치킨이랑 삼색이랑 잘 됐음 좋겠다. 다른 고양이랑 데이트하는 거 보면 바뀔지는 몰라도 ㅋㅋㅋ] [다른 고양이는 볼 필요도 없음 삼색이가 최고다!]삼색이와 즐겁게 노는 치킨이의 모습 때문인지, 사람들은 삼색이와 치킨이 커플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도 두 녀석이 커플이 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다고 남은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의 데이트를 철회할 생각은 없었다.
“삼색이도 치킨이를 마음에 들어 해서 그런가, 삼색이를 지지하는 분들이 제법 많네요. 그럼 또 다른 주인공인 치킨이의 의견도 한 번 물어봐야겠죠?”
곧바로 치킨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치킨이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삼색이 엄청 조아!”
하지만 녀석의 반응은 아주 격렬하면서도 간단했다. 삼색이에 대한 호감을 조금도 숨기지 않은 채, 아주 발랄한 모습을 보였다. 또 삼색이랑 놀고 싶다면서 보챌 정도였다.
[둘이 좋다는데 바로 커플 성사시켜 ㅠㅠㅠㅠㅠ] [서로 좋아하는 커플? 이거 오래가거든요~] [당장 결혼 진행시켜!]당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청자들은 당장 두 녀석을 커플로 이어주라며 난리였다.
“에이, 그래도 남은 네 마리의 고양이들도 확인을 해야죠. 혹시 알아요? 치킨이가 삼색이 보다 좋아하는 고양이가 나타날지.”
다른 네 마리의 고양이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미안하기도 했고, 솔직히 치킨이가 정말 좋아하는 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기 때문에 남은 데이트를 계속해서 진행했다.
두 번째 데이트 상대는 우리 집 고양이인 쌍둥이와 동일한 종인 샴 고양이였다. 하지만 이 녀석과의 데이트는 오래가지 못했다. 녀석은 치킨이를 마음에 들어 하긴 했는데, 그게 수컷으로 마음에 든다기보단 제 부하로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빠르게 끝난 두 번째 데이트 이후 이어진 데이트는 치킨이와 동일한 묘종의 먼치킨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 조합에도 문제가 있었다.
“꺄앙! 나 자바 바라아!”
“자피면 주거!”
녀석들은 서로를 친구처럼 여기고 있었다. 서로 똑같은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보니 어울려 놀기 딱인 것이었다.
그런데 두 녀석이 커플이 되면 크나큰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숏레그라고 불리는 짧은 다리의 먼치킨 두 마리가 새끼를 낳으면 매우 높은 확률로 사산한다는 크나큰 문제가 뒤늦게 발견된 것이었다. 그렇기에 두 녀석은 좋은 친구가 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쉽게 진행된 두 번째와 세 번째 데이트와는 다르게,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데이트는 나름대로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었다.
삼색이처럼 함께 뛰놀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 결과, 치킨이 녀석은 총 세 마리의 암컷 고양이들 가운데에서 자신의 짝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은 고양이를 골라야 했다.
“치킨아. 제일 처음 만났던 삼색이가 가장 좋으면 이쪽으로, 네 번째로 만났던 댕냥이가 좋으면 이쪽. 마지막으로 만난 엘리자베스가 좋으면 이쪽으로 움직여.”
내가 통역을 해주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바로 알 수 있도록 치킨이의 행동을 유도했다.
세 고양이의 사진을 각각 놓아둔 장소였는데, 그 앞에서 치킨이는 한참을 고민했다. 살짝 움직이려고 다리를 들었다가도 다시 내리길 반복하며 고민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고민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치킨이도 잘 아는 것이었기에, 녀석은 천천히 걸음을 움직였다. 짧은 다리를 성큼성큼 내딛으며 한 고양이의 사진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바로, 가장 처음 만났던 고양이이자, 치킨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고양이인 삼색이의 사진을 향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