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94
0393 사랑이 넘쳐나는 동물원(2)
[신수의 둥지에서 커플 됐다.] [진짜 구라 안 치고 신수의 둥지에서 커플 됐음. 요즘 외로워서 동물 힐링이나 할까 해서 둥지 갔는데, 치킨이가 혼자 있는 거임. 그래서 치킨이랑 잠깐 놀았지. 근데 그때 삼색이가 어떤 여자랑 같이 왔음. 그 여자랑 이래저래 이야기하다가 보니까 취향도 맞고 서로 똑같이 외롭기도 해서 만나게 됐음. 솔직히 판타지 같은 소리긴 한데 ㄹㅇ 진짜임.] [여친이랑 권태기였는데 신둥에서 바로 회복함 ㅋㅋㅋ] [요즘 사소한 걸로 자주 다투면서 좀 권태기였는데, 바로 풀렸어. 구박이랑 미호 서로 딱 붙어서 낮잠 자는 거 보는데, 나랑 여친이랑 똑같이 웃고 있더라? 알고 보니까 우리 둘 다 예전에 처음 만났을 때 생각했더라. 덕분에 옛날 생각도 나면서 왜 그렇게 사소한 걸로 다퉜나 싶었지. 그래서 그냥 냅다 사과하고 다시 사이좋게 지내는 중이야!] [소개팅은 둥지에서 해라! 꼭 해라! 두 번 해라!] [소개팅해 준다고 약속해서 날짜 잡았었는데, 마침 입장권 있어서 신수의 둥지에서 하기로 함. 근데 상대가 동물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었음. 덕분에 애프터도 잡음ㅎㅎㅎㅎ]실제로, 우리 동물원에서 데이트를 하거나 소개팅을 했다는 후기들이 속속 나오고 있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니면 그냥 허언증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덕분에 동물원에는 커플 관람객이 꽤나 유의미한 수준으로 증가한 상태였다.
짝이 생긴 동물들이 관람객들을 불러 모으는 것에, 나는 어서 다른 녀석들에게도 짝을 찾아줄 생각을 했다. 어차피 찾아주려 했던 것, 조금 더 빠르게 짝을 찾아서 동물원의 관람객을 더 끌어모으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짝이 필요한 녀석들을 위한 동물들을 빠르게 찾았다. 여러 루트로,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동물들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덕분에 고생하는 것은 우리 직원들이었지만, 두둑한 보너스를 약속하니 모두가 행복한 얼굴로 일에 집중했다.
행복한 직원들이 열심히 동물들을 데려왔고, 동물원에는 짝을 찾은 동물들이 아주 많아졌다.
그렇게 동물원에 합류한 동물들 중 첫 번째는 바로 라쿤이었다. 형제끼리 아주 은밀하게 다니던 녀석들이었는데, 녀석들에게도 드디어 짝이 생긴 것이었다.
다만, 포동이들의 새로운 짝인 라쿤들은 포동이만큼 꽤나 특이한 녀석들이었다.
“오빠야! 내랑 놀자!”
“거기 쪼매 작은 오빠야는 내랑 노는 기다.”
녀석들이 특이한 이유는 바로, 포동이들에게 첫눈에 반하기라도 한 것처럼 포동이들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나나 소은이도 쉽게 찾아내지 못하는 포동이들을 아주 손쉽게 찾아내는 능력마저 보유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포동이들을 순식간에 찾아내서 엉겨 붙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적극적인 암컷 라쿤들에게 딱 붙잡힌 포동이들은 귀찮다는 듯한 얼굴로 암컷 라쿤들과 시간을 보냈다. 물론, 겉으로는 귀찮아하면서도 암컷들을 꽤 챙기고 있었다. 암컷들이 심심하다고 하면 안 그런척하면서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주고, 사람들이 귀찮아지면 숨어 있을 곳도 알려주는 등 나름대로 세심하게 챙겨주고 있는 것이었다.
덕분에 암컷 라쿤들에게도 이름이 생겼는데, 포동이들과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토실이와 통실이가 되어 있었다. 포동이들처럼 살집이 조금 있는 건 아니지만, 털이 조금 더 길기 때문에 토실토실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포동이들과 비슷한 이름을 짓는다고 소은이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였다.
아무튼, 토실이와 통실이라는 이름을 얻은 암컷 라쿤들은 포동이들의 서포트를 받으며 동물원에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당연히 포동이들의 짝으로 자리를 잡은 채로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포동이들의 서포트를 받은 토실이와 통실이는 포동이들과 비슷하게 되어버렸다. 아주 은밀한 움직임으로 숨어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 중에서는 라쿤 커플들을 찾는 이들이 있었다.
[오늘 소포동이랑 통실이 커플 봤다. 내일 바로 고백 공격하러 간다.]어지간해서는 찾기 힘든 라쿤 커플이라는 특이성 때문인지, 라쿤 커플들은 ‘커플을 위한 행운의 상징’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마치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처럼 말이다.
녀석들을 발견하면 사랑에 대한 행운이 증가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생겨난 상태였다. 고백이나 프러포즈를 앞둔 이들이 라쿤 커플을 찾겠다고 동물원 전역을 누비는 일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동물원을 찾게 하는 원동력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동물원에 적응한 라쿤 커플처럼, 또 다른 커플 역시 만들어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 동물원에서 가장 노인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무였다. 알다브라땅거북이라는 종의 거대한 거북이었는데, 드디어 녀석에게도 짝이 생기게 되었다.
“압빠! 한무 머리가 없어졌어!”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녀석이 무척이나 부끄러워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었다. 어찌나 부끄러워하는지, 제 짝이 될 암컷 거북이 있는 자리에서는 얼굴을 내밀지 않을 정도였다. 한껏 숙여서 녀석과 눈높이를 맞춰야 겨우 얼굴을 볼 수 있는 상태였다.
매일매일 늙은이처럼 허허- 웃기만 하던 녀석인데, 암컷의 등장에 변해버렸다. 허허- 웃기는커녕, 암컷만 보면 부끄러워서 몸을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샤이보이가 되어 있었다.
부끄러움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한무였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녀석을 응원하는 이들이 무척 많았다. 부끄러움이나 여러 이유로 제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이 한무를 응원하는 것이었다.
“한무야! 사내자식이 기죽지 말고!”
“쫄지 말고 기운 내!”
“너 꿇릴 거 없어. 가서 일단 들이대.”
사람들은 어떻게든 한무가 짝과 이어지길 바라며, 한무를 응원했다.
어찌나 격렬하게 응원하는지 한무를 암컷 거북에게 들이밀 정도였다. 물론, 불도저나 다름없는 한무가 사람들이 민다고 밀릴 일은 없었다. 아주 꿈쩍 않고 머리를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그러지 않으면 강제로 고백시키리!”
심지어 몇몇은 협박까지 동원했다. 당연히 나나 소은이나, 석형류와 대화가 가능한 박충유도 아닌 일반인의 협박이 한무에게 통할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결국 협박까지 동원했음에도 한무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 사람들은 타겟을 바꾸었다. 한무의 짝으로 데려온 암컷 거북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부끄러워하는 남자애는 누나가 먼저 다가가. 오기를 기다리면 평생 기다려야 돼.”
“자, 이거 줄 테니까 가서 한무랑 같이 나눠먹어.”
“샤이한 애들이 나중에 부끄러움을 극복하면 엄청나다니까?”
사람들은 한무의 짝으로 들어온 암컷 알다브라땅거북을 한무의 곁으로 가도록 유도했다. 앞에서 먹이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면서 뒤에서 슬쩍 밀어주면 암컷 거북은 손쉽게 밀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한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암컷 거북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한껏 움츠러들었던 녀석의 목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튀어나왔다.
하루가 흘렀을 때는 1cm가 튀어나왔고, 열흘이 흘렀을 때는 10cm가 나오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착실히 암컷 거북과의 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태였다. 매일매일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녀석의 거리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매일 찾는 이들이 생겼다.
그리고 포동이들이나 한무 외에도 짝이 생긴 동물들은 여럿 있었다.
바닥에 비늘 자국을 내며 데굴데굴 굴러다니던 천산갑에도 짝이 생겨, 바닥에 남겨지는 자국이 한 줄에서 두 줄이 되었고.
소은이의 세 번째 팔로 활약하는 누렁이에게도 짝이 생겨, 소은이는 총 네 개의 팔을 가진 것처럼 되어버렸고.
주먹만 한 하늘다람쥐인 하늘이에게도 짝이 생겨, 뚝배기에 도토리가 꽂히는 녀석들이 두 배가 된 상황이었다.
다만, 그렇게 짝이 생긴 동물 가운데에서도 가장 화제가 되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우리 동물원에서 가장 많은 팬과 안티팬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녀석이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동물 프로게이머, 원숭이. 돌연 휴직!] [반지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주역 중 하나인 원숭이. 갑작스럽게 휴직 선언. 어떤 이유인가?] [충격, 반지의 원숭이 갑작스러운 휴직! 반지 측,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혀.]짝이 생겨서 화제가 된 녀석은 바로 원숭이였다. 프로게이머로도 활동하면서 엄청난 팬과 안티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팀의 팬들에겐 영웅이었지만, 다른 팀의 팬들에겐 악당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짝이 생긴 원숭이 녀석은 제 짝에게 아주 열정적이고, 열성적이었다. 동물원에 적응하는 것을 돕는 것은 물론, 아주 애지중지 아끼고 있었다. 왜 그런가 싶어서 확인해 보니, 암컷이 벌써부터 새끼를 밴 상태였다. 원숭이가 암컷이 온 첫날부터 냅다 거사를 치렀던 것이었다.
제 짝과 미래의 새끼를 챙긴다고 휴직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동물들이 짝을 찾고, 하나둘씩 새끼를 갖기 시작했다. 꼬물꼬물 귀여운 새끼 동물들이 늘어나고, 사이좋게 어울리는 동물들의 모습 덕분인지 관람객들의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해야 하는 그 상황임에도 나는 좋아할 수가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누나가 무심코 내뱉은 발언 때문이었다.
“동물원에 동물들도 다 짝을 찾고 있는데, 우리 소은이는 언제 남자친구를 데려올까?”
“아, 안 돼!”
누나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소은이가 남자친구를 데려온다니, 절대 안 될 말이었다.
“안 되긴 뭐가 안 돼? 소은이 평생 혼자 살게 할 거야?”
“아무튼 안 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이 아니라, 흙이 들어가도 안 돼!”
순간 누나가 흙을 줍기 위해 몸을 숙이려는 것 같았기에 말을 바꿨다. 까딱 잘못했다간 바로 허락하게 될 뻔했다.
동물들이 대부분 짝이 생기긴 했지만, 그렇다고 소은이에게도 짝이 생겨서는 안 될 일이었다. 적어도 아직은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버님이 누나와 함께 있던 나를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바라보던 것을 이제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