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
0003 초능력 검증(2)
“페르…… 뭔가가 저 고양이의 이름이야?”
“어. 그렇다네. 거기에 평소에는 자기를 집사라고 했다고 하던데…….”
“이, 이번엔 이 녀석입니다!”
하은 누나와 대화하는 것을 들었는지, 직원은 조금 붉어진 얼굴로 골든 리트리버를 데려왔다. 목소리도 살짝 떨리는 것이, 누나와의 대화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
“조건은 방금과 동일합니다!”
더 이상 조금 전의 대화 주제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는 듯한 직원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골든 리트리버에게 시선을 돌렸다.
냥아치 같던, 길어서 제대로 외우기도 힘들 페르난디오 알렉소 디아블랑카 조나단 4세의 태도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골든 리트리버였다.
“헥헥, 형은 누구예요? 좋은 느낌이 들어요!”
“뭐라고 해야 하지……? 일단은 잠깐 놀러 온 거라고 할게.”
“좋겠다!”
커다란 개라고 할 수 있는 골든 리트리버였으나, 무척이나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혹시 네 이름이 뭔지 알려 줄 수 있을까?”
“제 이름은 유채예요!”
털색과 비슷한, 노란 빛을 띄는 꽃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름을 가진 유채는 아주 순한 모습으로 제 이름을 알려주었다.
대뜸 욕부터 박아버리던 냥아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이래서 갓댕이 갓댕이- 하는 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유채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관리가 잘 된 것인지 보드라운 털들이 손바닥 아래에서 사락사락 스쳤다.
부웅- 부웅-
유채는 내 행동을 싫어하기는 커녕, 내 행동이 좋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어댔다. 꼬리가 흔들리며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와, 꼬리 흔드는 거 봐. 엄청 귀여워.”
강아지든 고양이든 동물이라면 좋아하는 누나는 그 모습을 보며 연신 귀엽다고 난리였다.
하지만 나는 일단 검증이라는 것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유채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렸다.
“유채야. 한 가지만 물어볼게. 네 주인은 남자야, 아니면 여자야?”
“우리 주인님은 여자예요! 이름은 한아영! 저기 있는 아저씨의 누나예요!”
묻지도 않은 정보를 줄줄 알려주는 유채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다시금 유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직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남매의 네이밍 센스가 극과 극이네요?”
“……이번에는 조류입니다.”
직원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붉어진 얼굴로 새장을 가져왔다.
새장에는 자그마한 노란색의 새 한마리가 있었다. 호기심이 가득해 보이는 모습이 영락없이 귀여웠다.
“카나리아네?”
“카나리아?”
“응. 생긴게 귀엽기도 하고, 울음소리도 듣기 좋아서 많이들 키운다더라고. 뮤튜브에서 한 번 봤어.”
동물 관련 뮤튜브를 구독까지 해가며 챙겨보는 누나의 말이었기에 가볍게 고갤 끄덕였다.
대충 봐서는 어떤 종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너도 나한테 네 이름을 알려줄래?”
“난 노랭이!”
“……노랭이?”
“응응!”
카나리아, 노랭이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서 총총 뛰어댔다.
누나의 말대로 무척 귀여운 모습이었다. 심지어, 짧은 대화였지만 그 목소리 역시 무척이나 듣기 좋았다.
“내 주인은 여자야!”
그리고, 앞선 두 동물의 경우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가 할 질문을 예상하며 대답을 먼저 내놓았다.
자그마한 몸집에 맞는 뇌를 가졌으리란 생각과 다르게, 생각보다 똑똑한 듯했다.
“오, 고마워.”
“헤헤헤!”
노랭이는 내 인사가 기분 좋다는 듯, 자그마한 새장 안에서 파닥파닥 날며 기쁘다는 모습을 보였다.
“얘 이름은 노랭이고, 주인은 여자라네요.”
“맞습니다. 그럼 기본 검증은 이걸로 종료하겠습니다.”
더 이상 검증할 동물이 없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직원은 검증실 밖으로 나와 여자친구를 쫓아냈다.
나가서 안내를 해준 직원에게 다시 가면 된다는 말을 했지만, 쫓겨났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저 사람 분명, 고양이 이름 이상하게 지었다고 놀려서 저러는 거겠지?”
누나 역시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나보다.
어쨌거나, 나는 곧바로 누나와 함께 처음 번호표를 받았던 직원에게로 향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아직 검증 자료가 안 넘어 왔거든요. 잠시만 기다리시면 불러드릴게요.”
애니멀 커뮤니케이팅이란 초능력이 희귀하기 때문일까- 직원은 나를 보자마자 누군지 파악한 듯한 모습이었다.
직원의 말에 나는 누나와 함께 대기자들을 위한 의자에 앉아, 다시금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로 초능력 개화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기에 부담 없이 수다를 떨 수 있었다.
“근데, 수환아. 회사도 그만뒀는데,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정말 애니멀 커뮤니케이팅 능력으로 돈을 벌 생각이야?”
누나의 말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리 생각해두었던 것들을 알려주었다.
“메인으로 생각해둔 건 뮤튜브야.”
“뮤튜브? 혹시 다른 동물 뮤튜버들 처럼 동물들을 찍어서 올리려고?”
“일단은 그렇다고 봐야겠지.”
“잘 될까? 아무리 동물 뮤튜브가 성장하기 쉽다고는 하지만…….”
누나는 제법 걱정 된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뮤튜버들이 돈을 많이 번다는 소리로 많은 사람들이 뮤튜브에 도전하지만, 실제로 먹고 살 정도의 돈을 버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누나, 생각해봐. 나는 남들이 유니크 영상이라고 하는 걸 매일 찍을 수 있다고. 동물이랑 거래를 해서 찍으면 되니까! 간식 주고 좀 원하는 대로 움직여 달라고 하면 되잖아? 동물들도 직접 돈을 벌어서 사먹는 간식이 맛있다는 걸 알 때가 됐지.”
이름하야 이것이 자본주의다- 동물편!
“츄르를 먹겠다고 씻는 걸 거부하지 않는 고양이라던가, 밥 달라고 밥그릇 내팽겨치는 강아지도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고? 동물 학대 따위 하나 없이. 나도 좋고, 동물도 좋고, 시청자도 좋지. 윈윈윈 전략이랄까?”
내 말에 누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한 종류의 영상들은 대부분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영상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꼭 그것만 하라는 법도 없어. 구독자들의 반려동물의 이상 행동 같은 원인을 찾아서 교정해주는 식으로도 컨텐츠를 짤 수 있다니까? 이건 거의 티비에 나와도 될 수준이잖아.”
“그래, 한 번 해봐. 응원할테니까. 채널 만들면 꼭 먼저 말 해. 내가 첫 번째 구독자 할 거야!”
“당연하지. 내 첫 번째 구독자는 누나로 정해져 있었어.”
“신수환님!”
누나의 말에 당연하다고 대꾸하는 것과 동시에 내 이름을 호명하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누나와 함께 직원이 있는 창구로 다가갔고, 직원은 다 되었다며 몇 장의 종이를 건넸다.
“일단 기초 검증은 통과 되셨구요. 이미 초능력자 등록이 되어 있으셔서, 새롭게 갱신 되실 거예요. 초능력 인증서는 나중에 인터넷으로 발급하시면 되고, 등급은 추후 상위 기관에서 따로 추가 검증 받으셔야 해요.”
이미 물 온도를 맞추는 초능력으로 한 번 해본 절차였기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누나와 함께 시청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WEB발신) 신수환 님. 부산 시청에서 초능력자 정보 갱신이 완료 되었습니다. 관련 문의는 초능력 관리청 홈페이지 또는, 부산 시청 초능력 관리과(051-000-0000)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초능력자 정보 갱신이 되었다는 문자를 확인한 나는 앞으로 펼쳐질 황금빛 미래를 기대하며 히죽히죽 웃음지었다.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에잇, 누난 왜 자꾸 그래!”
걱정스레 바라보던 누나는 내 짜증에 장난이었다며 웃어보였다.
“나도 잘 알지. 너, 이제 앞으로 꽃길만 걸을 거잖아…….”
그런데 그런 누나의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팔짱을 끼던 팔을 슬며시 풀어내더니 시무룩한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누나. 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어?”
“…….”
누나는 잠시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근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나의 속마음을 들은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누나의 이마에 손바닥을 날렸다.
짜악!
가볍게 손목에 스냅을 주며 친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누나의 이마에서는 아주 찰진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야! 뭐 하는 거야!”
“쓸데없는 생각을 하길래, 잡생각을 좀 비워줬지.”
누나는 내 행동에, 무척이나 억울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누나의 항변이 내게 통할 리가 없었다.
“아니, 말이 돼? 남자친구가 좋은 능력을 얻었으면 같이 기뻐하면 되지, 헤어질 거나 걱정을 해? 내가 능력이나 돈 좀 생겼다고 누나한테 소홀히 할 것 같아?”
“그치마안…….”
“그치만이고 킹치만이고. 내가 막장 드라마 보지 말랬지? 누난 내가 돈 되는 초능력을 얻었다고 누나를 버릴 것 같았어? 맨날 드라마에 뒷바라지 해준 여자친구 버리는 의사나 판검사 나오니까 그거 신경 쓴 거지?”
누나는 내 말에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정곡을 찔렸을 때 보이는 누나의 반응이었다.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마. 난 누나가 나 싫다고 해도 놔줄 생각 없으니까.”
“……수환아!”
내 말에 감격이라도 한 건지, 누나는 내게 와락 안겨들었다.
“에잉! 세상 말세여……. 쯔쯧쯧.”
지나가던 한 영감님이 고개를 내저었지만 알 바는 아니었다.
나는 내게 안겨든 누나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누나.”
“응.”
“앞으로 드라마 보고 싶을 땐 나한테 허락 받아. 뭔 내용인지 검열하고 보게 해야겠어. 아주 사람이 그냥 드라마만 봤다 하면…… 아악!”
괜히 분위기 깬다며 누나에게 옆구리를 강하게 꼬집혔다.
이거 멍 들 거야! 아니, 멍 들었어! 분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