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0
0039 죄수에게 카페 봉사를 명한다
한무는 이미 한 차례 약탈을 당했기 때문인지, 제게 다가오는 라쿤들을 경계했다.
“흐하핫, 배추를 내놔라!”
라쿤들은 한무에게 다가가, 그대로 한무의 앞에 놓인 배추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한무의 배추를 약탈해 곧바로 도망칠 것 같은 두 녀석을 가로막을 준비를 하며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두 녀석은 도망치지 못했다.
“꾸에에엑! 라쿤 죽네!”
“살리도!”
다름이 아니라, 한무가 그 거대한 덩치로 두 마리 라쿤을 깔아뭉갠 것이었다. 거북이의 움직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두 녀석이 한무의 배갑 아래에 깔렸다.
그래도 제 무게를 생각할 줄 아는 녀석인지, 한무는 딱 라쿤들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만 깔아뭉갰다.
덕분에 두 마리 라쿤은 한무에게 깔려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잡았다 요 놈들.”
나는 곧바로 달려가, 한무의 아래에 깔려 있는 두 녀석을 빼냈다.
내 손에 두 녀석이 잡힌 것을 보며 한무가 몸을 일으켜주었기에 아주 쉽게 빼낼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을 잘 부탁허이.”
한무는 내 손에 잡힌 라쿤들을 잠깐 바라보다가, 그대로 배추에 얼굴을 파묻었다.
와자작, 배추가 한무의 주둥이에서 아주 가볍게 찢기며 뱃속으로 넘어갔다.
“놓으레이!”
“놔도! 놔도!”
한무의 주둥이가 움직일 때 마다 찢기는 배추를 자신이라 생각했는지, 내 손에 붙잡힌 라쿤들은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나는 녀석들의 뒷덜미를 꽉 잡아쥐고서, 현행범들을 데리고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로 들어간 나는, 의자 하나에 걸터앉고서 그 앞에 두 녀석을 내려놓았다.
“멈춰!”
바닥에 발이 닿기가 무섭게 도망치려던 두 녀석은 내 외침에 몸을 딱- 굳혔다. 몸이 굳어 있는 두 녀석을 끌어와, 내 앞에 자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누나에게 나를 촬영하라 알려주고서 일종의 상황극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라쿤 도적 사건의 재판을 시작한다. 피고, 대포동과 소포동은 착석하도록!”
내 말에 두 녀석이 착착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피고, 대포동과 소포동은 카페 내에서 질서를 어지럽히고 도적질을 자행하였다. 인정하는가?”
“우덜은 그런 적 음따!”
“우리가 와 도적이고!”
내 물음에 대포동이 크게 반발했다. 바닥을 탁탁 치면서 반발하고 있는 것이었다.
“판사님! 반성하는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엄히 처벌해야 합니다!”
그런 라쿤들의 모습에, 카페에 있던 손님 중 한 명이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영상에 쓰기 딱 좋은 어시스트에 웃음이 터져나올 뻔했으나, 억지로 웃음을 참은 나는 내 허벅지를 치며 짝! 소리를 냈다.
“그런 적이 없다니! 피해자가 한둘이 아닌데도! 증인, 아니 증견! 나오시오!”
나는 구석에서 라쿤들을 째려보고 있는 두 마리의 개를 불렀다. 바로, 짜몽이와 술빵이였다.
“증견, 피고에게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는가?”
“있어요! 쟤들이 제 간식 훔쳐갔어요!”
“제가 애교부려서 받은 간식을 몽땅 훔쳐갔다구요!”
술빵이와 짜몽이는 열심히 자신들이 피해를 본 것을 알렸다.
자그마한 녀석들이 앞발로 바닥을 콩콩 두드리며 말하는 그 모습은 귀엽기 짝이 없었다. 내 주변으로 몰려들어 구경하던 손님들 역시 그 모습을 보며 귀엽다며 난리였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의 귀여움에도 시선을 라쿤에게로 돌렸다.
“피고. 증견의 말에 반박할 것이 있는가?”
“웃기지 마래이! 그기 와 뺏은기고! 우덜은 그냥 받아간 거라 안카나.”
나는 라쿤들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이 녀석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었다.
이름이 대포동 소포동일 때 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두 녀석이 전혀 반성하지도, 반성할 기미가 보이지도 않았기에 가차없이 선고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피고, 대포동과 소포동은 카페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규범을 어겼음에도 반성하는 의지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피해를 본 동물이 있음에도 반성하지 않는 피고의 행동에, 본 판사는 카페 최고 형량인 한 달 동안 간식 제한을 선고하는 바이다!”
짝짝짝!
법봉 따위는 없었기에, 나는 내 허벅지를 세 번 소리나도록 두드리고서 두 녀석을 잡아챘다.
“니들은 앞으로 한 달 동안 간식 금지야.”
“무, 뭣! 안 된다! 그라믄 안 되는기라!”
“내 간식 돌리도!”
내 말에 두 녀석은 절규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봐줄 생각은 없다.
단순히 이 녀석들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나 동물 때문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동물들 사이에서도 지켜야 할 규칙을 확립하기 위해서였다. 잘못하면 혼난다는 것을 동물들도 알아야 했다.
“봐줄 생각 없으니까 포기해. 너희는 앞으로 한 달 동안 간식 금지야. 주는 밥만 먹어.”
“으아아아아!”
두 녀석은 바닥을 탁탁 치며 절규했다. 라쿤 특유의 길쭉한 주둥이가 쩍- 벌어지며 절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조금……. 불쌍한 것 같기도 하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본 누나는 조금 불쌍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말 진심으로 절규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약해진 듯했다.
나 역시 라쿤들의 모습에 약간의 측은함은 느끼고 있었다. 애초에 이런식으로 살아왔을 녀석들인데, 내 편의를 위해서 녀석들의 행동을 제한해야 하는 것이니 마음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대포동과 소포동에게 채찍이 아니라 당근을 하나 주기로 했다.
“너희, 간식 먹고 싶지?”
“그걸 말이라고 하나! 당연히 먹고 싶제!”
“내 그 맛은 몬 잊는다! 간식 허락해 도!”
두 녀석은 내말에 파드득 일어나며 나를 붙잡고 애원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더라면 몰라도, 신세계를 맛 보았으니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그럼, 앞으로 내 말 잘 들을 수 있지? 하라는 거 하고, 하지말라는 거 안 하고.”
“간식만 준다믄 뭘 몬하겠노!”
“뭐든 시키기만 해라!”
간식이라면 마치 영혼이라도 팔 것 같은 라쿤들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씩-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앞으로 한 달 동안 너희가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게.”
나는 두 라쿤에게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녀석들에게 착한 행동을 하면 간식을 주기로 약속한 것이었다.
손님들이 간식이 담겨 있던 비닐이나 상자를 바닥에 버렸을 때 그것을 주워오는 것으로 간식을 준다거나, 손님이 놔두고 간 물건들을 찾아온다거나 하면 간식을 주기로 한 것이었다.
“이해했지?”
“크……. 맴에 안 들긴 헌디, 간식을 위해서라믄 뭘 몬하겠노!”
라쿤들은 내 요구에 크르릉 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간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한 번 연습을 해보기 위해, 자그마한 종이를 구겨 앞으로 내던졌다.
“내끼다!”
“으악! 늦었다!”
종이가 던져지는 것과 동시에, 조금 더 작기 때문에 민첩한 것인지는 몰라도 소포동이 빠르게 치고나갔다.
소포동은 대포동보다 빠르게 종이를 낚아채어 내게 돌아왔다.
“그래. 앞으로 이렇게 하면 돼. 알겠지? 다른 애들 거 뺏어먹지 말고.”
“알겠데이.”
소포동은 알겠다며, 내게 간식을 달라고 재촉했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녀석이 가장 좋은 반응을 보이던 간식을 내밀었다.
녀석은 아그작 아그작 소리를 내며 간식을 말 그대로 흡입했다. 곁에서 대포동이 무척 부럽다는 듯이 소포동을 바라보았다.
“참고로, 너희가 다른 애들 간식 뺏어먹으면 간식 금지 기간이 늘어날 거야.”
“끄르응…….”
내 경고에 라쿤들은 다른 녀석들의 간식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렸다. 잠깐의 행복을 위해 미래를 포기할 정도로 모자란 녀석들은 아니었다.
그 결과, 녀석들은 우리 카페에서 청소를 하는 라쿤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간식을 위해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찾아 바닥을 뒤지고 다니는 라쿤은 카페의 명물이 되었다.
녀석들의 딱한 사정……이라고 할 건 없지만, 아무튼 녀석들을 위해 바닥에 자그마한 상자같은 것들을 일부러 떨어트리는 손님이 생길 정도였다.
라쿤들이 주워오는 것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 카페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이 꽤나 많았다. 심지어, 다른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의 영수증마저 있었다.
그 영수증을 대포동에게서 받고, 간식을 먹여준 누나는 그 영수증을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수환아. 이거 삼십 분 전에 결제한 건데……? 거기 들렸다가 바로 왔나봐.”
“……뭐, 우리야 좋은 거지.”
누나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거기에서 여기까지 오는 시간이 삼십 분 정도 걸리는 걸 생각하자면, 말 그대로 거기를 들렸다가 바로 온 것이었다.
그래도 우리 카페에 왔다는 것은 나름 가격대가 높은 음료도 시켜서 마셨다는 것이었으니, 우리에겐 오히려 좋은 것이었다.
“하긴, 우리 카페에서 매출이 제일 높은게 간식 자판기니까.”
“그렇지. 음료도 음료지만, 우리 카페에 와서 간식 자판기를 안 쓰는 사람은 없잖아.”
게다가 누나의 말대로, 우리 카페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것은 간식 자판기였다.
손에 작은 사료 한 알만 들고 있어도 애교를 부려대는 동물들이 득시글한 우리 카페 특성상, 우리 카페에 와서 간식 자판기를 이용하지 않는 손님은 단 하나도 없는 수준이었다.
“카페가 잘 되니까 다행이지?”
“응. 걱정했었는데, 잘 돼서 다행이야.”
대출까지 받아서 카페를 차린다는 것에 걱정하던 누나는 이제 없다. 앞으로도 카페가 문제 하나 없이 잘 굴러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누나만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잘 돼도 좋은가 싶을 정도야. 진상도 하나 없고, 장사도 잘 되고……. 진짜 내가 왜 걱정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라니까?”
“그치? 앞으로도 내 말을 잘 믿으라고. 내가 잘 될거라고 했었잖아. 남편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속담도 있잖아.”
“……어른 말 잘 들으면- 이거든?”
누나는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다가도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제 부정 안 한다? 남편이라고 했는데.”
“으응, 뭐어……. 사실이잖아? 결혼하기로 했으니까.”
“쳇, 놀리는 재미 하나가 사라졌네.”
“너어는 진짜.”
부끄러워하는 누나의 모습을 기대했건만, 누나는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이 제법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흐에에에엥! 언니이이!”
그런데, 그렇게 누나와 꽁냥거리고 있을 때, 영지가 울먹이는 얼굴로 우리에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 있는 듯한 영지의 모습에, 나와 누나는 급히 일어나며 영지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