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00
0399 광고(2)
동물원 홍보용 광고를 찍기로 한 뒤, 곧바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혼자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생각하는 것이 효율이 좋은 법이었다.
난데없이 시작된 아이디어 공모전이었지만 참여율이 무척 좋았다. 실제 광고에 쓰일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특별 휴가와 함께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했더니, 참여하지 않은 직원이 없을 정도였다.
덕분에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가 하나 나왔다. 소은이가 주연으로 나오는 광고였는데, 곧바로 그 아이디어로 촬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소은이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이디어를 선택해도 소은이가 싫다면 어쩔 수 없었으니 말이다.
“소은아, 동물원 광고 찍을 건데, 소은이가 주인공 할래?”
“주인공? 으우움…….”
“소은이가 저 옷을 입고 동물들이랑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다 예쁘고 귀엽다고 난리일걸?”
“그럼 할래!”
귀엽다, 예쁘다는 말을 무척 좋아하는 소은이는 내 꼬드김에 순식간에 넘어왔다.
그렇게 아이디어와 출연자까지 정해졌으니, 곧바로 광고 영상의 촬영을 시작했다.
“소은아, 이 양산을 쓰고 마차에 올라타면 돼.”
첫 시작은 우리 동물원의 명물이 되어 있는 마차를 타는 것이었다. 개화기의 복장을 한 소은이가 자그마한 양산을 쓴 채 발랄한 발걸음으로 마차에 오르는 장면이었다.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마차로 폴짝 뛰어 탑승하는 소은이를 따라 카메라 역시 마차에 올랐다.
마차에 오른 카메라는 마차의 좌석에 앉아서 다리를 까딱이는 소은이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소은이와 함께 카메라에 담기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遲結눼? 마차를 배경으로 찍는 중이었으니, 마차를 움직여주는 마부인 ?遲絹?출연을 하는 것이었다.
“뺘앗!”
?遲缺?지휘에 마차가 부드럽게 움직였고,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편집한 것처럼 짧은 버전으로도 쓸 수 있도록 마차의 경로를 애초부터 짧게 잡은 탓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마차가 도착하니 카메라가 먼저 마차에서 내리고, 그 뒤를 따라 소은이가 폴짝 뛰어내렸다. 마치 양산을 타고 부드럽게 착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소은이가 신고 있는, 리본 달린 구두가 따닥-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을 두드렸다.
바닥에 내려온 소은이는 곧바로 몇몇 동물들과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애초부터 계획되어 있던 장면이었다.
“간지러워~!”
안내견 훈련견들인 자그마한 인절미……가 아니라, 골든 리트리버들에게 둘러싸인 소은이는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만난 동물은 호랑이들이었다. 마치 사파리처럼 자유롭게 풀려나 있는 호랑이들이 소은이의 손길을 받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그 어떤 곳에서도 할 수 없는, 자유로운 호랑이들과 마음껏 교감을 나눌 수 있음을 어필하는 장면이었다. 중간중간 우리 동물원만의 특이한 것이나 장점 등을 어필해야 광고의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아무튼, 그 이후로도 몇몇 동물들과 교감을 나눈 뒤, 소은이는 다시금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뜨거운 열기가 그득해서 한국에서는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파충류가 있는 파충류관은 물론, 조류관이나 아쿠아리움에도 찾아갔다.
거대한 수족관의 상단에서 내리쬐는 조명을 대형 해양포유류나 어류들이 조금씩 가렸다가 비키면서 생기는 빛과 그림자가 분위기를 꽤나 몽환적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카페였는데, 개화기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한 상황이라 꽤나 신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세트장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 담긴 것이었다. 물론, 소은이가 마신 것은 새콤달콤한 레모네이드였지만 말이다.
“압빠!”
그런데 레모네이드를 시원하게 쭈욱- 흡입한 소은이가 내게 쪼르르 달려왔다.
“라떼도 같이 광고 찍으면 안 돼?”
“라떼도?”
“웅! 라떼 이제 밖에 나올 수 있어!”
라떼와 함께 광고를 찍고 싶었던 건지, 소은이가 라떼와 같이 하고 싶다며 요구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던 라떼는 부모의 장점들만 쏙쏙 골라낸 것 같은 녀석이었는데, 덕분에 백설기와는 달리 곰돌이처럼 외부 활동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여름날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시원한 바람만 불어준다면 나름대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최근 들어 소은이가 라떼를 집으로 데려오려는 시도를 종종 하고 있었지만, 라떼가 시원한 장소를 찾아 되돌아가는 탓에 번번이 실패하는 중이었다.
아무튼, 라떼를 데리고 와서 촬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라떼를 데리러 향했다. 북극곰과 불곰의 혼혈, 브롤라 베어인 라떼도 우리 동물원을 대표하는 동물 중 하나였기 때문에 광고에 등장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으니 말이다.
마침 젖을 먹고 나서 혼자서 뒹굴뒹굴 바닥을 구르던 라떼는 소은이와 함께 놀지 않겠냐는 내 물음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백설기 역시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반가웠는지, 어서 가라면서 등을 떠밀 정도였다.
“그럼 카페 씬은 새롭게 찍죠. 카페에서 라떼를 시키니 라떼가 나왔다- 라는 걸로요.”
라떼를 데리고 다시금 카페로 돌아오니,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꽤나 괜찮은 것 같은 아이디어였기에, 곧바로 촬영을 진행했다.
“라떼 주세요!”
소은이는 조금 전에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던 것처럼, 라떼를 주문했다. 직원 역할을 맡은 무명 배우가 주문을 받는 모습이 보였고, 잠시 후 소은이에게 자그마한 트레이가 내밀어졌다.
그리고, 그 트레이에는 갈색과 흰색이 반반 섞인 라떼 녀석이 똘망똘망한 눈빛을 빛내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문하신 라떼 나왔습니다.”
“와!”
배우의 말과 동시에 소은이가 라떼를 품에 안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라떼가 우리 동물원을 대표하는 동물들 중 하나였기에, 이후로 찍는 광고에도 당연히 라떼가 소은이와 함께 출연했다. 소은이가 라떼와 함께 동물원을 누비며 몇 가지 아이템들을 더 촬영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몇 시간 동안 광고를 촬영한다고 고생한 스태프들이 즐거운 얼굴로 하나둘씩 떠나갔고, 소은이도 은근슬쩍 라떼를 품에 숨겨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소은아.”
“치.”
아쉬움 그득한 표정을 지어 보인 소은이는 어느덧 고개를 까딱이면서 졸음을 애써 버티고 있는 라떼를 얼음궁전으로 데려갔다. 얼음궁전의 입구에 라떼를 내려놓으니, 녀석은 손을 붕붕 흔들고서 얼음궁전의 깊은 곳으로 떠나갔다.
하지만 이내 그 아쉬움을 털어낸 소은이는 하루빨리 광고 영상이 완성되길 고대했다. 광고의 절반 정도는 라떼와 함께 찍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고 영상은 소은이가 무척 기대하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무척이나 빠르게 완성이 되었다.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여러 효과 같은 부분도 넣은 영상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TV나 뮤튜브 등으로 영상이 실제로 퍼져나가기 전에, 우리 가족과 직원들이 먼저 확인을 하기로 했다.
만들어진 영상은 여러 개가 있었는데, 동물원에서 특별한 부분들을 소개하는 것을 시리즈 형식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소은이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우리 동물원의 입구를 통과하고, 마차에 오르는 영상이었다.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있던 소은이가 동물원의 입구를 통과하는 것과 동시에 복장이 개화기 시대의 것으로 바뀌도록 편집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개화기 복장에 양산까지 야무지게 들고 있는 소은이가 마차에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우리 동물원의 로고가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와! 압빠, 나 완전 마법 소녀 같았어! 샤라랑!”
입구를 통과하면서 복장이 바뀌었던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건지, 소은이는 영상에 나온 효과음을 소리 내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린 우리는 곧바로 다음 영상을 확인했다.
마차를 타는 것에서 끝난 광고에서 이어지는 광고였는데, 마차를 타고 동물원을 돌아다니는 내용이었다.
동물원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SNS 등에서 가장 언급이 많이 되는 동물들을 위주로 해서 영상에 담겨 있었다. 안내견, 호랑이, 뿌우뿌우, 콩콩이, 마루 등등. 여러 동물들과 노는 모습이 담겼다.
당연히 라떼 역시 영상에 등장하고 있었다. 녀석은 소은이가 카페에 가서 라떼를 주문하니 라떼가 나오는 영상 이후로 계속해서 등장했다. 소은이와 함께 판다와 놀거나, 백설기와 곰돌이 사이에 끼어서 숨어 있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영상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다 보니, 어느덧 시리즈의 마지막 영상만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영상은 소은이가 마차에서 가볍게 내려, 우리 동물원에서 가장 거대한 나무인 은수목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은수목의 근처로 다가온 소은이 곁으로 수많은 동물들이 모여들었다. 개, 고양이, 호랑이, 알파카, 사올라, 앵무새, 까마귀, 까치, 코뿔소 등등. 정말 온갖 동물들이 모여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곁으로 모인 동물들 중에서 아장아장 걸어온 라떼를 품에 안아든 소은이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신수의 둥지로 놀러 와!”
소은이가 힘차게 외치니, 주변에 있는 동물들이 저마다 울음소리를 내었다. 마치 그래 어서 놀러 와- 하고 외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후 우리 동물원의 로고가 보이는 것을 끝으로, 영상을 출력하던 모니터가 새카맣게 변했다. 더 이상 재생할 영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리즈 형식의 영상들을 꼼꼼하게 다 확인한 우리는 문제가 될 부분이 없음을 확인한 뒤, 곧바로 광고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TV, 뮤튜브 등 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각종 플랫폼에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물량공세는 제법 비용이 소모가 됐지만, 그만큼의 결과 역시 나타나고 있었다.
단순히 쉽게 접할 수 없는 동물들을 데려오는 것보다도 관람객의 수가 더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오는 관람객 중에는 인플루언서나 연예인 같은 이들도 꽤나 많았다. 팔로워가 수만 명인 사람부터 시작해서 천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도 종종 찾고 있는 것이었다. 덕분에 입구에서부터 종종 소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생길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