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03
0402 따라나와!(2)
“안녕하십니까!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보존국의 보존정책과 과장, 기염물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문화재청에서는 제법 급했던 건지, 내가 대화를 요청하자마자 관련 공무원이 나를 찾아왔다. 급하긴 무척 급했던 건지, 입장권을 직접 구매하고 사무동 앞에서 기다릴 정도였다.
“원래는 제가 아니라 청장님께서 오시기로 했는데 갑자기 해외에서 한국 문화재를 반환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리고 국장님께서는 경주 쪽에 보수 문제가 생겨서 제가 직접 왔습니다.”
“그렇군요. 일단 독도랑 마라도 관련한 내용부터 볼까요?”
결정권 하나 없는 말단 직원이 아니라면 누가 오든 상관이 없었기에,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직접 입장권까지 구매해서 올 정도라면 상대도 급한 상황 같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상대방 역시 그런 게 무척 좋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함께 회의실로 들어간 기염물은 곧장 독도와 마라도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회의실에 있는 빔프로젝터를 빌려 가면서 아주 열심히 설명하는 것이었다.
“지금 현재 독도의 가장 큰 문제는 쥐입니다. 발견된 것은 집쥐라고도 부르는 시궁쥐입니다. 현재 이 쥐들로 인해서 독도의 각종 생물들이 위협을 받는 상탭니다. 독도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들을 갉아먹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바다제비의 알을 깨거나 기타 다른 조류를 공격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쥐는 어떻게 독도까지 들어간 거예요?”
“섬에 거주하는 민간인, 독도경비대를 위한 물자 이송과 관광객 입도를 위한 선박 등을 통해서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유전자를 확인해 보면 대부분이 울릉도에 있는 쥐와 유사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기염물은 유전자를 비교했을 때 울릉도 쪽에 있는 쥐와 매우 유사했다는 자료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퇴치가 불가능한 상황인 거죠?”
“예. 인력을 동원해서 잡기에는 쥐가 워낙 잽싸기도 하고, 섬의 지형이 인간에게 친절하지 못해서 말입니다. 덫이나 약품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생물이 쥐만 있는 게 아니라서 애초에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추가로, 쥐를 잡기 위해서 드론을 사용해 보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드론의 비행 소음에 놀란 조류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급하게 피한다고 움직이다가 드론과 충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는 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이 나를 부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것임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사실상 지금 독도는 쥐들이 가득한 상태겠네요?”
“아, 또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예? 쥐의 번식력이면 엄청 많이 늘었을 텐데, 아니라고요?”
고개를 내젓는 기염물의 말에 의아함이 느껴졌다. 어마어마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것이 쥐였는데, 쥐가 가득하지 않다고 하니 의아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독도 내에서 쥐들의 개체 수는 나름대로 조절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일반인 관광객들의 입도를 제한해서 외부의 새로운 쥐가 유입되는 걸 차단해 두었습니다. 그 상태로 상주하는 이들이 쥐들을 잡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섬에 있는 조류들이 쥐를 사냥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독도에 쥐를 잡는 새가 있어요?”
“예. 고니나 황로 같은 철새들이 독도를 거쳐가고 있습니다. 물고기들을 잘 먹는 새들이지만, 쥐도 생각보다 잘 먹는 편입니다. 더군다나, 갈매기들은 잡식성이라 쥐도 충분히 잡아먹습니다. 관광객 입도에 제한이 생기고, 따로 먹이가 부족해진다 하면 쥐를 잡아먹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어우…….”
바닷가에서 새우 과자나 먹는 갈매기가 쥐를 잡아먹는다고 하니, 꽤나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개체 수가 조절이 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문제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쥐를 잡아먹을 수 있는 조류 정도만이 그나마 피해를 덜 입고 있는 정도라…….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건 그렇겠네요.”
쥐를 이길 수 있는 생물들이 있긴 하지만, 현재 독도에는 쥐로 인해 피해를 입는 생물들이 더 많은 상황이었다.
“일단 자세한 건 직접 가서 봐야 알겠네요. 바로 내일이라도 갈 수 있을까요?”
“예!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없는 배도 만들어 와서 독도에 입도시켜줄 것 같은 그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렇고, 마라도는 어떻게 된 건가요? 마라도도 독도랑 비슷한 상황인가요?”
“그게…….”
그런데 독도에 대해서 말하던 것과 달리, 마라도에 대해서 말하는 기염물은 조금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래요? 문제가 좀 심각하나요?”
“어……. 예. 조금 그렇습니다.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이랄까…….”
“복잡하다고요?”
“마라도의 상태는 이런저런 문제가 엮여 있는 상황입니다. 쥐와 고양이와 사람의 문제죠.”
“사람까지요? 뭐, 밀렵꾼이라도 있어요?”
“차라리 밀렵꾼이면 낫겠습니다. 그냥 잡아다 감옥에 보내면 되니 말입니다.”
고개를 내젓는 모습에 도대체 마라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금세 풀리게 되었다. 기염물이 마라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마라도에는 생각보다 많은 새들이 살고 있습니다. 철새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고, 여러 조류들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뿔쇠오리라고 하는 천연기념물이 있습니다. 보통은 무인도에나 사는 조류인데, 아주 특이하게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라도에 서식 중입니다.”
“그럼 그 뿔쇠오리도 독도의 바다제비처럼 쥐가 문젠가요?”
“쥐도 문제긴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따로 있습니다. 쥐들을 잡겠다고 사람들이 고양이를 섬으로 데리고 들어왔다는 것이 문젭니다.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길고양이가 생길 정도로 개체 수가 늘어난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고양이들이 잡으라는 쥐는 안 잡고 애먼 뿔쇠오리를 잡고 있습니다.”
“고양이면 포획해서 육지로 보내면 되지 않나요?”
“저희도 그러려고 했으나, 사람이 문제였습니다. 고양이들을 방출하는 것을 결사반대한다고…….”
기염물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지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이 고양이한테 사냥당하고 있다는데, 결사반대할 일인가 싶었다. 죽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육지로 보내는 것이 전부인데도 왜 반대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키울 거면 집안에서 못 나오게 키우면 될 거를, 뭐 한다고 반대를 하는 거래요?”
“그게……. 마라도 주민이 키우는 게 아닙니다.”
“……예? 아니, 그럼 누가 키워요?”
“키우지 않습니다. 길고양입니다. 고양이 급식소니 뭐니 하는 것만 설치를 해 놓고, 육지로 방출하는 걸 반대하는 겁니다. 동물 보호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면서 말입니다…….”
아주 힘들어 죽겠다는 듯한 기염물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캣맘이 문제였다.
“하긴, 그들한텐 고양이 말고는 동물이 아니죠. 뿔쇠오리 보호보다 고양이가 내뱉는 헤어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걸요?”
오로지 고양이만 보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뿔쇠오리니 천연기념물이니 하는 소리가 먹힐 리가 없었다.
“이대로 몇 년만 있으면 마라도에 있는 뿔쇠오리가 완벽히 멸절할 가능성도 없잖아 있는 상황입니다.”
한 지역에서 완전히 뿔쇠오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나를 찾아온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독도는 내가 아니라면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고, 마라도의 길고양이 문제는 내가 부산 전 지역을 대상으로 이미 해결한 경험이 있었으니 말이다. 두 상황 모두 내가 적임자나 마찬가지였다.
“독도나 마라도 모두 상황이 안 좋긴 하네요. 그런데, 지금 당장 우선순위를 둔다면 어느 쪽이 더 급한가요?”
“둘 다 급하긴 하지만, 조금 더 급한 쪽은 독도입니다. 철새 무리가 떠나게 되면 쥐의 개체 수가 빠르게 늘 수 있는 상황입니다. 마라도는 현재 저희 직원이 상주한 채로 고양이들을 내쫓고 있어서 약간의 여유는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독도부터 가는 걸로 하죠. 당장 내일이라도 갈 수 있다고 했죠? 급한 일이니 내일 바로 가는 걸로 하죠.”
“감사합니다!”
기염물이 고맙다며 인사를 하더니, 곧바로 배를 구했다. 쥐 문제 때문에 일반 관광객 입도를 제한하는 상황이라더니, 배를 구하긴 어렵지 않은 듯했다.
덕분에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울릉도를 통해 독도까지 들어가기 위해서 움직여야 했다.
“힝! 나두 가고 싶은데!”
“나도!”
“독도는 나도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우리 가족이 독도를 가는 나를 부러워한다는 것이었다.
독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동식물들도 있었기에 아이들은 같이 가지 못한다는 것에 무척이나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누나 역시 독도를 가보고 싶었던 건지,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가족들의 모습에 나는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나도 사전 답사 느낌으로 가는 거야. 다음에 다시 갈 때는 다 같이 가자. 소은이 학교랑 은수 유치원은 뭐……. 현장체험으로 하면 되겠지.”
지금 독도로 출발하려는 것은 일종의 사전 답사였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아무런 준비 없이 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아쉬움을 느끼는 가족들을 달래준 뒤, 곧장 독도를 향해 움직였다. 포항까지 이동한 뒤, 그곳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배를 타고 들어가서 독도로 가는 배를 타야 했다.
제법 귀찮은 과정이었지만, 풍경이 꽤나 좋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이동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독도에 입도하게 된 나는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니는 독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쥐의 추가 유입을 막기 위해서 일반인 관광객들의 입도가 제한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새들이 아주 편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저기, 지금 방금 지나간 거 쥐 맞죠?”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이 부근에서 재빠르게 돌아다니는 건 대부분이 쥐니까요.”
다만, 아주 활발하게 움직이는 쥐도 볼 수 있다는 건 문제였지만 말이다.
벌써 쥐를 볼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곧바로 섬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관광지에 속하는 독도였기에, 사람들이 움직이기 쉽도록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아주 잘 만들어진 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가 보려는 것은 그런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길을 벗어났다. 발 한 발자국 차이로 낭떠러지인 곳을 조심히 움직이며 새들이 있는 곳을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잠시 움직이니, 수많은 새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갈매기부터 시작해서 정말 온갖 새들이 낭떠러지 같은 곳에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아무리 못 해도 수백 마리의 새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독도 노래에 새들의 고향이라는 가사가 나온 게 아닌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온갖 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