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07
0406 따라나와!(6)
마음 편하게 하는 독도 관광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일반인들이 단순히 관광으로 오면 선착장 부근에서만 관광을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우리 가족은 독도 전체를 마음대로 누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도, 서도 모두를 구경하는 것은 물론 주변에 있는 바위나 암초까지 배를 타고 구경할 수 있었다. 특혜라면 특혜였지만, 혹시나 숨어 있는 쥐가 있을까- 확인하는 절차라고 둘러대면 되는 일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것만큼 힘이 들기도 했다. 독도의 지형은 인간에게 그렇게 친절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두 손까지 바닥을 짚으며 이동해야 할 것 같은 가파른 계단, 살짝만 긴장을 놓으면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한 절벽 등등. 혼자라면 몰라도 두 아이까지 데리고 있는 상태로 그곳을 관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소은아, 얌전히 있어야지? 떨어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아라 있어서 괜찮아!”
“음, 안 괜찮을걸? 아라가 살려줘도 엄마가 엄청 혼낼 건데.”
“힉!”
절벽 바로 앞에서 깡충깡충 뛰던 소은이는 뭐라고 잔소리를 할지 고민하는 듯한 누나의 모습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소은이의 근처에서 은수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는 중이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니, 자그마한 손으로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꽃이 있길래 그걸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꽃을 보는 게 아니라 꽃을 파내려 하는 것이었다.
“은수야……? 뭐 하고 있는 거야?”
“아뿌, 나 이거 키울래!”
땅을 왜 파고 있는 건가 했는데, 조심히 캐서 집으로 가져갈 심산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독도에 있는 식물을 캐서 갈 수는 없었기에, 은수를 말려야 했다.
“아뿌지! 키워요!”
나름대로 영악한 구석이 있는 은수가 아부지라 말하며 키우자고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독도에 있는 많은 식물들은 해안가에서 자라는 식물이었다. 내륙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들도 많기는 했지만, 대체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자라는 식물들이었다.
무턱대고 가져갔다가 금세 고사하는 수가 있었다. 단순히 바닷바람이 아니라 파도가 치며 잘게 흩어지는 바닷물들도 종종 뿌려지는 곳에서 자라는 식물은 키우기가 까다로웠다.
“은수야. 이건 바닷가에서 사는 식물인데, 가져가면 금세 시들지 않을까?”
“우웅…….”
은수는 슬쩍슬쩍 식물 주변을 파던 손을 멈췄다. 매일매일 식물 관련 도감을 비롯한 책을 들여다보는 은수였기에, 서식지가 다른 곳에서 식물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괜찮아! 나랑 아뿌가 이써!”
하지만 은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와 자기의 초능력이 있으면 서식지가 다른 것 정도는 무시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어이구야.”
당당하게 외치며, 다시금 땅을 조심스레 파내기 시작하는 은수의 모습에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에 곁에서 자그마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범인은 바로, 관광 가이드를 해주겠다던 기염물이었다.
“하하하, 걱정 마세요. 아드님이 말한 대로, 저 식물은 가져가신다면 잘 키우실 수 있을 겁니다. 저건 섬괴불나무라는 식물인데, 요즈음 꽃을 피웁니다. 그리고 이미 다른 지역에서 공원에 심어져 있기도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키우고 있으니 나와 은수라면 얼마든지 쉽게 키울 수 있을 거라는 말이었다.
그런 기염물의 말을 듣기라도 한 건지, 땅을 파던 은수의 손이 조금 더 빨라졌다.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웃음을 흘린 기염물은 은수에게 몇 가지 식물들을 더 추천했다. 독도에 여러 본이 있는 식물이라면 식물의 보존을 위해서라도 내가 조금 키워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 섬초롱꽃이 있는데, 꽃이 제대로 피면 무척 예쁩니다. 그리고, 이건 섬기린초라고 하는데, 꽃이 피면 노란색의 아주 예쁜 꽃이 핍니다.”
기염물은 은수에게 몇 가지 식물들을 더 추천해 주는 것으로 모자라, 자기가 직접 손으로 땅을 파서 식물들을 채취하기까지 했다.
순식간에 몇 본의 식물들을 얻게 된 은수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는지, 빵실빵실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제 더 이상 관광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어서 집으로 가서, 자연구역이나 집 근처에 심을 생각만 가득한 것 같았다.
이제는 아예 바닥에 철푸덕, 퍼질러 앉아서는 엄마와 누나가 사진을 찍는 모습만 구경하고 있었다. 아마 집에 혼자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집으로 가려고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수환아! 은수야! 같이 사진 찍자!”
품에 안은 식물들을 보며 빵실빵실 웃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독도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드넓은 바다와 독도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 가족사진이었다.
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새들과 싱그러운 자연이 배경이어서 그런지, 꽤나 그림 같은 사진이 찍혔다.
그렇게 가족사진까지 알차게 찍고 나서야 우리의 독도 관광은 끝을 맺었고, 다시금 배를 타고 울릉도를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숙박을 하지는 않고, 빠르게 포항으로 이동한 뒤 집으로 향했다.
은수가 식물들을 어서 심어야 한다고 엉덩이를 들썩거려서 그런 건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독도에서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다시금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아직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아직 출장이 한 번 더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예정되어 있던 출장은 독도와 마라도였다. 독도의 문제만 해결했을 뿐, 마라도의 문제는 아직 여전한 상황이었다.
“수환아, 이번에도 애들 데리고 갈 거야?”
“흠……. 이번에는 좀, 그런데. 지금은 동물 문제도 있긴 한데, 사람이 문제인 경우에 가까워서 말이야.”
독도에서처럼 단순히 동물들로 인한 문제라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도 되는 일이었지만, 마라도의 문제는 사람들이 엮여 있었다. 좋기는커녕, 나쁜 모습만 볼 수도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중에 단순한 관광으로 가는 거면 몰라도, 지금 데리고 가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렇긴 하겠다. 근데, 그러면 너도 힘든 거 아냐? 어떡해.”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은, 내게도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누나는 나를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 길고양이들을 싹 데려간 이후, 나를 욕하는 이들이 엄청 많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욕을 먹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심지어 직접 대면해야 했으니, 더더욱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걱정하지 마. 내 생각이긴 한데…….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거든.”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실패하면 부끄러우니까 미리 알려주지는 않을래. 나중에 다 하고 알려줄게.”
“아아! 뭐야, 뭔데에!”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니, 누나가 어서 대답하라며 나를 짤짤 흔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려줄 수는 없었다.
나는 심통이 나서 옆구리를 콕콕 찌르는 누나의 항의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입술을 삐죽 내밀며 토라졌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누나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를 해주고, 나중에 꼭 알려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제야 풀린 듯한 누나를 끌어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잠에 든 뒤 새로운 아침이 밝았을 때, 나는 집을 나섰다.
이제는 마라도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뿔쇠오리들을 구할 차례였다.
이른 아침부터 빠르게 움직여 김해공항에서 제주도로 이동했다. 기염물이 공항에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기에, 기염물이 끄는 차를 타고 마라도로 들어가기 위한 배가 준비되어 있는 항구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항구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경찰 마크가 큼직하게 박힌 모자와 ‘경찰’, ‘Police’라고 큼직하게 박힌 옷을 입고 있어서 누가 봐도 경찰임을 아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몇몇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하려는 일을 돕기 위해서 미리 협조된 이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도와주실 분들이시죠? 신수환입니다.”
그들에게 다가간 나는 곧바로 대표로 보이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었기에, 그들은 가볍게 웃으며 내 손을 맞잡았다.
“서귀포 경찰서 경위, 감방행입니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소속의 유해수입니다. 반갑습니다.”
“변호사 임유재입니다.”
각각 경찰서와 환경부에서 나온 이들과 변호사였는데, 그들의 뒤로는 그들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과도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 곧바로 마라도로 들어가기 위한 배에 올라탔다. 아주 자그마한 독도와 달리 마라도는 나름대로 크기가 있는 데다 관광객들이 자주 다니는 탓에 배가 꽤나 컸다. 덕분에 아주 편안하게 이동을 할 수 있었다.
잠시 동안 배 내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어느덧 배가 마라도에 도착.
“도착했나 보네요. 일단 내려서 뿔쇠오리들 서식지부터 가보는 거로 하죠.”
선내 방송으로 하선해도 된다는 방송이 울리는 것에, 나는 곧바로 일행들과 함께 배에서 내렸다. 마라도는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짜장면 먹으러 간 것 밖에 몰랐지만, 실제로 와보니 생각보다 풍경이 좋았다.
그런데, 그런 풍경을 마냥 감상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웬 고양이 한 마리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마리의 참새를 쫓아서 말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참새가 고양이에게 사냥당하는 일은 없었다. 위협을 느낀 참새가 재빨리 하늘 높이 달아난 덕분이었다. 주변에 나무고 뭐고 없었기에, 고양이가 날아오르는 참새를 잡을 방법 따윈 없었다.
“……뿔쇠오리 서식지에 빨리 가보죠.”
우리는 마라도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차량에 올라, 곧바로 뿔쇠오리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뿔쇠오리 서식지는 해안가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그곳을 보호하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과장님!”
바로, 기염물의 부하직원들로, 뿔쇠오리를 사냥하려는 고양이들을 내쫓기 위해 자리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말 그대로 임시방편으로 고양이들을 내쫓으면서 뿔쇠오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었다.
“훠이! 훠이이! 저리 꺼져!”
지금도, 서식지로 오려는 한 마리의 고양이를 발견한 이가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고양이를 내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곧바로 뿔쇠오리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물론, 다른 이들을 경계할 수 있었기에 나 혼자서 다가갔다.
하지만 서식지에는 뿔쇠오리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나름대로 둥지 같은 것도 있고, 부화한 흔적 같은 것들도 있는 걸로 보아서는 뿔쇠오리들이 서식하는 곳은 맞는 것 같은데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유는 금세 알 수 있었다. 고양이들의 접근 때문에 뿔쇠오리들이 육지로 잘 올라오지 않는 상황인 것이었다.
애초에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뿔쇠오리인 만큼, 녀석들은 해안가 주변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상황이었다. 고양이들을 피해서 말이다.
물론, 오로지 고양이만 문제인 것은 아니었다. 독도에서처럼 쥐들도 몇 마리 돌아다니는 걸로 봐서는, 쥐들로 인한 피해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였다. 지금 당장은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이 고양이를 열심히 내쫓고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