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08
0407 따라나와!(7)
“흠……. 일단 좀 가까이 가서 봐야지.”
고양이들을 피해서 바다에 둥둥 떠있는 뿔쇠오리를 잠시 바라보다, 해안가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사람이 다가가기 쉽지 않은 지형인지라 조금 힘겹긴 했지만, 나름대로 운동신경이 있었기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뿔쇠오리들이 둥둥 떠있는 해안가로 조금 더 다가가니 뿔쇠오리의 모습을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묘하게 펭귄을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펭귄보다 많이 얇은 부리나, 덩치, 털의 색 등이 보였다.
그런 뿔쇠오리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가장 가까이 있는 뿔쇠오리를 불렀다. 물론, 소은이처럼 홀려서 다가오는 편은 아니었기에, 꽁치통조림을 깠다.
통조림에서 꺼낸 꽁치를 가지고 유혹하듯 부르니, 뿔쇠오리가 내 손에 들린 꽁치에 홀려 다가왔다.
“마, 맛있게 생겨쪄!”
“그렇게 보이지? 이거 실제로도 맛있다?”
김치찌개에 넣어서 한소끔 끓여서 먹으면 엄청 맛있……는 건 맛있는 거고. 아무튼, 내게 가까이 다가온 뿔쇠오리를 손바닥에 올렸다.
뿔쇠오리의 ‘쇠’라는 단어는 보통 작은 동물들에 붙는 접두사라고 할 수 있었다. 작은 동물이라는 이름처럼, 녀석은 내 손바닥 위에 손쉽게 안착했다. 물론, 완전히 다 자란 성체라면 한 손으로는 무리겠지만, 지금 내게 다가온 녀석은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녀석에게 갓 꺼낸 꽁치 한 마리를 내어주니,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남아 있는 거라곤 먹는 도중에 흩날린 부스러기 같은 것들뿐이었다.
“마시쪄! 마시쪄!”
꽁치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건지, 녀석은 내 손바닥 위에서 푸르르- 떨어댔다. 무척 좋다는 듯이 부리로 내 손가락 사이를 비비기도 할 정도였다.
펭귄처럼 생겼으면서 무척 애교도 많은 듯한 그 모습에 절로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피하십쇼!”
그런데 그 순간 뒤쪽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고개를 돌리니, 웬 고양이 한 마리가 내가 있는 곳으로 전력질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 손에 있는 이 뿔쇠오리를 노리고 있음이 분명하게 느껴졌기에, 나는 다급히 뿔쇠오리를 든 손을 움직였다. 녀석에게 붙잡히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내가 손을 들어 올린 시점은 녀석이 뿔쇠오리를 향해 뛰어올라 앞발을 휘두르기 직전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뛰어오른 녀석이 앞발을 휘둘렀을 때는 뿔쇠오리가 있던 위치에 내 팔뚝이 위치해 있었다.
“끄악!”
고양이의 앞발이 내 팔뚝을 스치고 지나가며, 기다란 자상이 팔뚝에 남았다. 총 세 줄로 이루어진 상처가 팔뚝에 남아, 붉은 핏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무척이나 쓰라린 상처에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바닥에 착지한 고양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 어어…….”
내게 상처를 남긴 녀석은 자기도 그럴 줄 몰랐다는 듯이 한껏 놀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이 굳어 있는 고양이 녀석의 목덜미를 쥐고 들어 올렸다.
녀석은 목덜미가 잡히자 힘이 쭉- 빠지며 내 손에 대롱대롱 붙잡히게 되었다.
“아오, 쓰라려…….”
한껏 쓰라린 상처에 인상을 찌푸려졌다. 더군다나 손에 뿔쇠오리를 들고 있으며 힘을 주기 때문인지 더더욱 쓰라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일단 네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있어. 나중에 다시 찾아올 테니까 멀리 가지는 말고.”
“아라쪄!”
뿔쇠오리를 바닷물 근처에 내려놓으니, 녀석은 내 손에 붙잡힌 고양이를 흘끔 바라보더니 호다닥 도망쳤다. 녀석이 풀려나서 자기를 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듯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고양이에게 한두 번 당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임마. 너 이거 어떻게 할 거야.”
패악질을 부리고 다닌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결국 내게 상처까지 낸 고양이에게 팔뚝을 들이밀었다. 녀석은 딱히 할 말이 없는지, 코를 핥아댈 뿐이었다.
“어휴…….”
그런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쉰 나는, 다른 이들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상처가 좀 많이 쓰라리고, 피도 나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그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었다. 나름대로 익숙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동물원에서 동물들의 상태를 체크한다고 돌아다니다 보면, 온갖 동물들이 좋다고 달려드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녀석들이 가진 발톱이나 이빨, 부리 같은 것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녀석들도 조심한다고 하긴 하지만, 조심한다고 일이 생기지 않으면 과실치상이라는 말이 나올 이유가 없었다.
덕분에 거의 매일 가벼운 스크래치 같은 상처들을 달고 사는 편이었다. 덕분에 팔뚝에서 피가 흐르는 상황임에도 크게 호들갑을 떨지 않을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은 내 입장이었다.
“으악! 수환 님! 괜찮으십니까!”
“자, 장 순경! 빨리 지구대…… 아니, 소방……. 아, 아니다! 보건소로 가서 응급약부터 받아 와!”
“일단 지혈부터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만…….”
기염물부터 시작해서 내가 부른 이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실제 상처는 그리 크고 깊지 않지만, 기다란 상처에서 흐른 피가 방울지며 떨어져내린 탓이었다. 남들 눈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상처로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 이들의 호들갑에 고개를 내저은 뒤, 가장 호들갑을 떨고 있는 기염물에게 고양이를 떠넘겼다. 기염물은 엉겁결에 고양이를 끌어안게 됐다.
“어쭈, 팔자 좋다?”
기염물의 품이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는지, 내 팔에 상처를 남긴 고양이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얄밉게 느껴지는 그 모습에 복수라도 해줘야 하나 싶었지만, 딱히 할만한 것이 없었다. 짙은 아쉬움을 느끼며, 어느새 보건소까지 달려갔다 돌아온 순경이 내미는 구급약품 상자를 건네받았다.
미친 듯이 뛰어갔다 왔던 건지 헉헉거리며 바닥에 주저앉는 순경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소독약을 꺼냈다. 그리고, 그대로 상처에 냅다 들이부었다.
“악!”
상처를 입은 것보다 소독약이 주는 고통이 더 컸다. 팔을 바들바들 떨며, 저 고양이는 무조건 데려가리라 결심했다. 남캣 밑에서 한동안 구르고 구르고 또 구르게 만들 생각이었다. 남캣의 장난감……이 아니라, 부하로 한동안 구르면 내게 상처를 낸 벌로는 충분하겠지.
복수심에 불타오르듯 덜덜 떨리는 팔에 소독약을 다 들이부은 뒤, 간단한 응급처치를 끝냈다. 거즈와 붕대 반창고 등을 이용해서 팔을 감싸고 나니, 순식간에 외상환자로 변모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네. 이런 상처는 가끔 생기거든요. 호랑이랑 놀아주다 보면 한 번씩 할퀴어지고 그러는 거죠.”
“호, 호랑이랑…….”
다른 동물도 아니고 호랑이한테 할퀴어진다니 기염물이 살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호랑이가 맹수에 속했기에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동물원에서야 호구 취급을 당하지만, 실제로는 맹수로 가장 유명한 것이 호랑이였다.
아무튼, 그렇게 놀란 듯한 기염물의 모습에 가볍게 웃으며, 마라도 마을회관을 향해 움직였다. 그곳에 미리 준비해 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약간씩 쓰라린 팔뚝에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걷고 나니 금세 마라도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섬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덕분이었다.
그곳에는 1톤 화물차 몇 대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화물차들의 짐칸에는 켄넬이라 부르는 이동장과 몇 가지 물품들이 가득했다. 내가 있는 이상, 포획틀같이 포획을 위한 도구들은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요한 거라곤 포획한 고양이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전부였다.
“섬에 있는 고양이부터 싹 다 포획합시다. 뿔쇠오리를 사냥하려는 걸 직접 확인도 했으니, 한 시라도 빨리 다 치우는 게 좋겠어요.”
켄넬이 가득한 화물차의 모습에, 곧바로 고양이들을 포획하기로 결정했다. 고양이가 직접 뿔쇠오리를 사냥하려는 모습까지 확인했으니 꺼릴 것이 없었다.
“일단, 문화재청과 환경부 소속인 분들께서 좀 도와주세요. 사로잡는 건 제가 할 테니, 켄넬에 넣는 것만 해주시면 돼요.”
이번 일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 이들은 문화재청과 환경부였다. 그렇기에 경찰들과 변호사는 단순히 따라오게만 한 상태로, 고양이 포획 작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봉장에는 내 팔뚝에 상처를 남긴 녀석이 섰다.
“너네 고양이들이 잘 모이는 곳으로 좀 안내할래?”
우리 동물원의 고양이들이 환장하는 츄르를 반쯤 뜯은 상태로 내밀며 요구하니, 녀석은 고민도 하지 않고 수락했다.
츄르를 순식간에 먹어치운 녀석은 츄르 값을 하겠다는 듯이 우리를 안내했다. 고양이들이 주로 모이는 장소로 말이다.
앞장서서 나아가는 고양이를 따라, 여러 사람들과 화물차가 졸졸 따라갔다. 마치 어미닭을 따라가는 병아리처럼 졸졸 따라가다 보니, 일곱 마리의 고양이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긴 고양이들이 잘 모이는 장소라면 이런 곳이겠지.”
고양이들이 모인 장소를 발견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름이 아니라, 고양이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조성해놓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냥이 급식소]’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장소였다.
그 자리에는 고양이 사료와 물이 담겨 있는 그릇들이 있었다. 그 외에는 ‘훼손 금지’, ‘고양이 괴롭히지 마세요’, ‘CCTV 촬영 중’ 따위의 팻말들이 있었다. 물론, 딱히 신경 쓸 생각은 없었다.
팻말을 지나 냥이 급식소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 다가간 나는, 화물차에서 미리 꺼내놓은 물건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물건은 여러 사이즈의 상자였는데, 미리 조립을 해 놓은 것이었다.
“상자에 들어갈 고양이?”
“오, 오오오옷-!”
“아늑함에 뿅가버렷!”
“야, 나와 봐. 그거 내 마음에 드네.”
“천국이 바로 이곳인가……?”
바닥에 상자를 내려놓자,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다가오더니 상자를 차지하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자그마한 상자에 억지로 몸을 구겨 넣는 녀석도 있었고, 조금 큼지막한 상자에 들어가서 몸을 웅크린 녀석들도 있었다.
고양이 용품보다 고양이 용품이 들어 있던 상자를 좋아한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 고양이들이었기 때문인지, 녀석들은 상자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는 고양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한 녀석씩 상자째로 켄넬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문화재청과 환경부 소속의 공무원들이 켄넬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상자째로 넣은 것이었다. 녀석들은 상자에 취해 골골대다 그대로 포획당해버렸다.
“나, 날 속이다니!”
켄넬의 입구 철창에서 몇 마리가 하악질을 했지만, 자그마한 그릇에 츄르를 담아주니 하악질도 금세 멈추었다.
“뭐 하는 짓이에욧!”
그런데, 일곱 마리의 고양이들을 다 상자째로 켄넬에 담고 나니, 찢어지는 듯이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로, 고양이들을 위하니 뭐니 떠들어대는 ‘캣맘’의 등장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캣맘의 등장에도 나는 여유로웠다. 애초에 마라도에서 고양이들을 방출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 캣맘과 캣대디였다.
그들이 나타날 것은 이미 예상한 바였다. 또한, 그들에게 대응할 방안도 미리 마련을 해둔 상황이었다. 제대로 준비를 했기에, 캣맘과 캣대디가 아니라 캣할매, 캣할배가 와도 문제 될 것 하나 없었다.
아니, 대응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들을 골탕 먹이고, 골려 줄 생각이었다. 조금 거칠게 말한다면, 그들을 조질 예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