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25
0424 미국 갔어! 피서하러!(3)
“소은아!”
철썩철썩 밀려오는 파도를 힘겹게 부딪혀가며 소은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 나는, 소은이가 방향을 틀려고 하기에 곧바로 소은이를 불렀다.
그제야 나를 발견한 소은이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상어를 탄 채로.
“어우…….”
예전에 샤크케이지 체험을 하며 상어들에게 한 입만 찬스를 당할 뻔했던 기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모습이 꽤나 섬뜩하게 느껴졌다. 특히, 상어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큰 편인 백상아리였기에, 더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소은이는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상어를 탄 채 다가오고 있었다. 다만, 도중에 소은이가 휘청이더니 바다로 퐁당 빠졌다.
다름이 아니라, 내 주변은 수심이 허리보다 살짝 낮은 정도였기 때문이다. 백상아리가 헤엄치기에는 무척이나 얕은 곳이었다. 덕분에 백상아리의 아랫부분이 바닥에 닿으며 순식간에 속도가 줄었고, 그 반동으로 소은이가 바닷물에 퐁당 빠진 것이었다.
그래도 수영을 꽤 잘하는 소은이는 금세 벌떡 일어나며 다시금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이렇게 넘어지니 재미있다는 것처럼 웃음까지 터트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있는 힘껏 달려갔다. 백상아리는 일단 상어들 중에서 ‘헤엄을 멈추면 죽는’ 종에 속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입에서 단내가 나올 정도로 힘껏 달린 나는 곧바로 백상아리를 밀어, 다시금 헤엄을 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숨을 잠깐 쉬지 못한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을 것 하나 없었으니 말이다.
“커억, 크헙!”
순간 숨을 못 쉬던 녀석은 내 도움으로 재빨리 움직이며 다급히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안도하며, 여전히 해맑게 웃는 소은이의 찹쌀떡같은 볼을 쭈욱 잡아 늘렸다.
“압하, 아프하!”
“상어를 타고 놀면 어떡해. 사람들 놀라게.”
내 말에 소은이가 슬쩍 눈을 굴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와 소은이와 한 명의 경호원을 제외하면 모두가 물 밖으로 뛰쳐나간 상태였다. 심지어, 서핑을 하던 이들조차 싹 사라져 있었다.
“자모태써!”
“그리고, 상어는 멈추면 숨을 못 쉬는 동물이야. 그런 동물을 이런 얕은 곳으로 데려오면 안 되지.”
“지짜?!”
내 손가락에 볼을 잡힌 소은이는 새는 발음으로 한껏 놀란 모습을 보였다. 동물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동물들에 관한 지식은 그렇게 풍부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접한 다음 찾아보는 것이 소은이의 스타일이었다.
아무튼, 설마 멈추면 숨을 못 쉬는 동물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건지, 소은이는 내가 놓아주자마자 근처에서 빙글빙글 헤엄치고 있는 상어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며 소리쳤다.
당연한 말이지만, 소은이의 외침에 상어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소은이랑 놀 수 있었는데, 숨 좀 잠깐 못 쉰 게 대수냐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상어가 소은이 주변에 있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았기에, 그 부분을 설명하고 상어를 먼바다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상어가 여기 있으면 사람들이 무서워하니까, 상어는 먼바다로 돌아가라고 하자. 소은이는 재미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전부 물놀이를 즐기지 못하는 건 안 되잖아?”
“웅. 알았어!”
모든 사람이 동물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동물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소은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원래 지내던 곳으로 돌아가. 여기는 네가 먹을만한 게 없으니까.”
다만 상어 녀석이 문제였다. 녀석은 돌아가라고 슬쩍 미는 내 손길을 가볍게 피하며 소은이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놀자!”
“안 돼! 너도 집으로 가야 돼.”
그래도 소은이까지 가세하니, 상어도 금세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무룩하게 지느러미를 늘어트린 녀석이 느릿느릿하게 깊은 바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백상아리는 애초에 배가 고파서 이곳까지 온 게 아니라, 물 따라 파도 따라 그냥 흐르고 흐르다가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그렇게 오던 도중에 소은이에게 홀려서 더 가까이 온 것이었고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백상아리가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고 떠나가자, 주변을 울리던 사이렌이 완전히 멎었다. 켜졌다 꺼졌다 난리였는데, 이제 확실히 꺼진 것이었다.
하지만 소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백상아리를 소은이가 타고 놀았으니 소란이 일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Divine beast!”
심지어, 나를 알아본 사람들도 있는지 신수를 영어로 직역한 이름을 누군가가 외치기도 했다.
결국 나는 때아닌 팬미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은이는 아직 어린아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은이가 누나와 은수 곁으로 가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이니, 더더욱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여전히 파도를 맞으며 덩그러니 있었고, 사람들의 표적이 되기 딱 좋았다. 팬임을 자처하는 이들이 내게 몰려들어 사진과 싸인을 요구하고 있었다.
집 근처에서는 워낙 자주 돌아다니는 탓에 가끔 찾는 관광객들이 아니면 이런 일이 없는데, 지금은 내가 미국까지 왔기 때문인지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 상태였다. 덕분에 한동안 셀카와 싸인을 해주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어후……. 죽겠다.”
족히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때아닌 팬미팅을 한 뒤, 조금 지친 몸을 이끌고 누나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셀카와 싸인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는 사이, 누나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소은이도 물놀이를 하며 빠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모래사장에 앉아 은수와 모래성을 쌓는 중이었다.
“……뭐야, 왜 이렇게 잘 만들었어?”
그런데, 그게 꽤나 잘 만들고 있었다. 중간중간 은수가 해초를 박아 넣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꽤 큼직하고 튼튼하게 지어졌다. 자그마한 버킷을 이용해 성을 만드는데, 어디 모래축제에서 볼법한 수준이었다.
“완성-!”
아이들이 바닷물까지 퍼오면서 모래성 쌓는 것을 구경하고 있으니, 금세 모래성을 완성했다. 중심부에 메인이 되는 성이 있고, 그 주변으로 성벽까지 알차게 쌓은 모습이었다. 심지어, 성벽에는 망루같은 것도 만들어놓고, 창문이라고 여겨지는 구멍까지 뚫려 있었다.
그렇게 화려한 성을 완성한 아이들은 아주 기쁘다는 듯이 서로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폴짝폴짝 뛰었다.
다만, 아이들이 합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모래성을 완성하고 나니, 아이들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압빠! 서핑하러 가자! 나 이제 서핑할 수 있을 거같아!”
“나 배고파!”
소은이는 상어를 타고 서핑한 것 때문인지 서핑을 할 수 있을 것같다며 외쳤고, 은수는 배를 쓰다듬으며 배가 고프다고 했다.
한 명은 놀고 싶고, 다른 한 명은 밥을 먹고 싶어 하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둘 다 자신의 뜻을 굽힐 것같지 않은 그 모습에, 나는 누나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나온 결론은 아이들을 한 명씩 케어하는 것이었다. 나는 소은이를 데리고 서핑을 하러 가고, 누나는 은수를 데리고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오는 것이었다. 겸사겸사 나중에 나와 소은이가 먹을만한 것들도 사 오기로 했다.
경호원들 역시 반으로 나뉘어, 두 명씩 나눠진 우리를 따라 움직였다.
“엄마! 나는 핫도그!”
소은이는 은수를 데리고 간식을 먹으러 가는 엄마와 동생을 보며 크게 소리친 뒤, 내 손을 붙잡고 도도도도- 달려갔다. 상어를 타며 느낀 감각을 잊지 않겠다는 건지, 다급해 보였다.
그런 소은이를 따라 열심히 뛰어간 나는 다시금 소은이와 함께 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소은이가 서핑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조금 높은 파도가 몰아쳤음에도 아주 부드럽게 파도를 타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런 파도를 타고 가다 보니 조금 더 실력이 좋은 이들이 서핑을 즐기는 곳까지 흘러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소은이는 결코 남들에 비해 뒤쳐지는 실력이 아니었다. 제 키보다 더 높은 파도를 타고 있었다. 파도가 둥글게 말리는 부분에 살짝 파고들었다가 다시 뿅- 튀어나오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였다.
“WOW!”
당연한 말이지만,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소은이가 그런 실력을 보유했다는 것에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었다. 저마다의 보드 위에서 파도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박수를 치거나 휘파람까지 부는 중이었다.
소은이는 그런 관객들에게 호응이라도 하듯, 보드 위에서 폴짝 뛰며 자세를 바꾸는 묘기까지 부리고 있었다.
불과 한두 시간 전만 하더라도 제대로 타지 못해서 퐁당퐁당 빠지던 아이가 맞나 싶은 모습이었지만, 대충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순간 파도 속에서 무언가가 뿅- 튀어나오더니, 소은이가 타고 있는 보드 위로 올라타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자그마한 덩치의 동물이었는데, 소은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살짝 공간까지 내어주었다.
설마 이번에는 백상아리의 새끼가 올라간 건가 싶어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도중, 주변에서 무어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841!”
무어라 숫자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숫자가 뭘 의미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 다른 소리도 들려왔다.
“Sea Otter!”
“……해달?”
‘Sea Otter’이라는 것은 해달의 영단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 소리를 듣고 나니, 소은이의 서핑보드에 올라탄 것이 해달임을 알 수 있었다.
백상아리가 떠나니, 이제는 해달이 찾아온 것이었다.
“하, 저거 또 나타났네.”
그런데 그런 해달을 보며 한 한국인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유명한 관광지이자 서핑으로도 나름대로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한국인도 몇 명 보였다. 아까 셀카와 싸인 공세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한국인들이 몇 있었기에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무튼, 딱히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그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보드에 앉아 대충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슬쩍 다가갔다. 그런 나를 발견한 상대방이 순간 놀란 모습을 보였는데, 이내 반갑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와! 신수님 팬이에요! 아까 저쪽에 사람들이 몰린 게 신수님이 계셔서 그랬던 건가 봐요?”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런데 저 수달한테 뭔가 있나요? 방금 우연히 들었는데, 또 나타났다고 하셨잖아요.”
“아, 그게 말이죠.”
서핑보드에 앉은 남자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자기 보드를 가리켰다. 그 보드에는 수리를 한 듯한 자국이 있었다.
“저 해달은 841이라는 이름이 있는 해달인데, 여기서 좀 유명해요. 그……. 보드 탈취범으로요. 타고 있는 보드를 뺏기도 하고, 파손시키는 거죠. 저도 한 번 당했어요.”
수리하는데 돈이 좀 들었다며 쓰린 속을 달래듯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해달이 소은이의 보드를 탈취하려는 건가 싶어 유심히 바라보았으나, 딱히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동물이 미치지 않고서야 소은이 물건을 약탈하려고 하진 않겠지.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파도가 약해지며 소은이가 내 근처까지 부드럽게 밀려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보드에는 여전히 841이라 불린 해달이 타고 있었기 때문에 내 곁에 있던 한국인이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괜히 또 보드가 파손되는 일은 사양이라는 것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