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26
0425 미국 갔어! 피서하러!(4)
“압빠! 얘 완전 최고야! 서핑 엄청 잘 타!”
내 곁으로 보드를 타고 스르륵- 밀려온 소은이는 제 앞에 있는 해달을 가리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심지어, 소은이는 무척 즐거웠는지, 해달과 하이파이브까지 하고 있었다. 소은이가 손을 척- 내미니, 해달 녀석이 눈치 좋게 앞발을 소은이의 손바닥에 맞댄 것이었다.
“오오오오오오!”
주변에서 그런 모습이 신기한지 환호성이 들려왔고,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 한동안 소은이가 SNS에서 화제가 되겠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그런 건 딱히 관심이 없는 소은이는 해달을 보며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소은이가 웃는 것을 바라보며 털을 고르던 해달이 갑자기 발라당 드러누웠다. 쉴 때는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며 쉬는 습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은이의 앞에 매우 편안한 모습으로 드러누웠다.
소은이는 배를 한껏 드러낸 채로 드러누운 해달이 무척 귀여웠는지, 해달의 배를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뀨에에엑!”
그런데 소은이에게 배를 쓰다듬어지던 해달이 갑자기 괴상한 소리를 냈다. 더군다나 몸을 퍼드득 움찔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싶었는데, 해달이 그런 행동을 하게 한 범인은 바로 소은이였다.
“압빠! 얘도 주머니 있어!”
다름이 아니라, 소은이의 손이 해달의 배주머니에 쑥 들어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불시에 들이닥친 불청객으로 인해 해달이 놀란 것이었다.
“와! 돌이다!”
심지어, 소은이는 그 안에서 해달의 앞발만 한 크기의 돌멩이를 꺼냈다. 바로 해달들이 조개같은 걸 깨서 먹을 때 쓰는 돌이었다.
“끼이이이이잉!”
당연한 말이지만, 배주머니에 갑자기 침입자가 들어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생활필수품까지 약탈당한 해달은 아주 낑낑거리며 난리가 났다.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앞발을 맞대어 위아래로 흔들며 돌을 돌려달라고 낑낑대는 해달의 모습에, 소은이는 곧바로 녀석에게 돌을 돌려주었다. 그것을 빼앗을 목적도 아니었고, 배주머니에서 손을 빼다 돌이 걸려 나온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해달이 소은이에게서 돌려받은 돌을 아주 소중하게 배주머니에 밀어 넣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조금 더 소은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소은아, 남 주머니에 손을 막 넣으면 어떡해. 해달도 놀랐잖아.”
“앗! 미안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소은이는 곧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은이의 쓰다듬을 받는 해달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소은이의 손에 머리를 비벼대고 몸을 꿈틀거렸다. 오히려 여기도 쓰다듬어달라는 듯이, 옆구리를 앞발로 통통 치거나, 볼을 문지르기도 했다.
그런데, 한동안 소은이의 손길을 느끼던 해달 녀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소은이의 보드에서 뛰어내렸다. 첨벙 소리를 내며 바닷물로 빠져든 녀석이 순식간에 잠수를 하여 자취를 감추었다.
“힝. 인사라도 하고 가지!”
소은이는 순식간에 사라진 해달의 모습에 아쉽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리고, 그것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귀여운 해달이 사라지니, 아쉽다며 탄성을 내뱉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해달도 갔으니까, 엄마한테 갈까? 아니면 서핑 좀 더 할 거야?”
“우움……. 지금은 배가 안 고프니까, 조금만 더 탈래.”
“그래.”
소은이는 상어를 타며 감을 잡은 덕분인지는 몰라도, 서핑을 꽤나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시금 파도가 밀려오는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은이가 다시금 움직이던 그때, 물속에서 무언가가 하나 불쑥 튀어나왔다. 그것도 내 서핑보드로.
“……뀨엑?”
물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해달은 내 보드에 올라타서 나를 올려보더니, 순간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소은이의 보드인 줄 알고 올라탔는데, 소은이는 없고 내가 있어서 놀란 게 분명했다.
“소은이는 저기 있어.”
“고맙다! 고맙다!”
녀석은 내게 앞발을 휘적휘적 흔들더니, 다시금 물속으로 퐁당 빠져들었다. 그리고, 파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소은이에게로 빠르게 다가갔다.
“우왓!”
파도를 기다리던 도중 난데없이 해달이 튀어나오니, 소은이가 살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녀석이 돌아왔다는 것에 무척 기뻐하며, 녀석을 붙잡고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파도를 타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려 내가 있는 곳까지 다시금 밀려왔다. 그 과정에서 물에 빠졌음에도 소은이는 무척 즐겁다는 것처럼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길쭉한 다리를 보드에 걸쳐서 낑낑거리며 다시금 보드에 오른 소은이는 어느새 보드에 올라와 있는 해달을 마구 쓰다듬기 시작했다. 해달을 다시 만나서 좋다는 것이었다.
“이거! 이거!”
그런데, 소은이에게 한참 쓰다듬을 받던 해달이 갑자기 배주머니를 뒤져,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녀석이 꺼낸 것은 조금 큼직한 조개였는데, 소은이에게 주겠다고 들고 온 것이었다.
조개를 가져온 녀석은 그대로 소은이에게 조개를 내밀다가, 소은이를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 그런가 싶어 바라보니, 녀석이 이내 돌을 꺼내 조개를 콩콩 두드려댔다. 소은이를 바라보다가, 소은이에게 조개를 깰 돌이 없어 보이니 직접 깨 주는 것이었다.
돌로 조개를 콩콩 두드려 껍질을 살짝 깨부순 녀석은 곧바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조개를 빠드득 씹었다. 주려고 하다가 자기가 먹나 싶었는데, 살짝 깬 다음 이빨로 마저 박살 내기 위함이었다.
“먹어요! 먹어요!”
그렇게 조개를 까서 속살만 쏙 골라낸 녀석은 그것을 소은이에게 내밀었다. 이거 맛있다며, 어서 먹으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소은이도 이제는 마냥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해감하지 않은 조개에는 모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나, 무척 짜거나 맛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지금 배가 안 고파서 안 먹어도 돼. 이건 나중에 먹을 테니까, 이건 네가 먹어.”
소은이는 아주 능숙하게 대처를 했다. 해달이 가져온 두 개의 조개 중 아직 깨지지 않은 것 하나를 슈트의 자그마한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녀석이 까놓은 조개는 끝 부분을 살짝 잡아, 녀석의 주둥이 부근으로 가져갔다.
자기가 선물로 주려고 가져온 건데 이렇게 먹어도 되나- 잠시 고민하던 해달은 이내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소은이가 내미는 조개를 순식간에 베어 물었다.
“맛있어! 맛있어!”
해달 녀석은 조개를 호로록 먹더니, 소은이의 앞에서 온갖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몸을 이리저리 꿈틀대기도 하고, 그루밍을 하듯 앞발로 얼굴을 쓸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당연히 주변에서는 그 모습이 귀엽다며 사진과 동영상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소은이가 해달을 붙잡아 품에 안더니,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압빠! 얘 키우자!”
그리고, 소은이는 냅다 해달을 키우자며 내게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사했다.
“나 키워? 키워줘! 키워줘!”
심지어 소은이에게 한껏 홀려버린 해달 녀석도 소은이와 함께 있고 싶은 건지, 소은이의 품에서 내게로 귀염뽀짝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어이구야.”
물론, 그런 귀여운 소은이와 해달의 눈빛에도 나는 곤란함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 아니, 하다못해 호주라면 어떻게 가능성이라도 있겠지만 이곳은 미국이었다. 나와는 지금까지 딱히 연관성이 없었다. 그러니, 멸종위기종인 이 해달을 데려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소은이가 원하는 것을 떠나, 해달이라면 동물원에 추가적인 관광객들을 모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일단 아빠가 알아볼게. 근데, 안 될 수도 있어. 해달도 멸종위기종이거든.”
“압빠, 파이팅!”
“뀨엑!”
소은이가 힘내라며 주먹을 불끈 쥐며 들어 올리니, 그 모습을 바라본 해달도 힘내라는 듯이 한쪽 앞발을 치켜들었다.
황당하면서도 귀여운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짓고는, 여기저기 연락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당장 내가 미국에서 멸종위기종을 관리하는 기관이나 단체 같은 걸 알고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마침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문화재청 소속의 기염물이 미국의 문화재와 멸종위기종 동물들의 보호 방법을 배우기 위해 연수를 온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이래저래 얽힌 게 많다 보니 방법이 없을까- 연락했던 건데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해결이 되어버렸다.
기염물은 관련 기관의 협조를 받아 연수를 하고 있는 도중이었는데, 그를 통해서 일이 술술 풀린 것이었다. 전화를 하고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담당자들이 헬기까지 타고 나타나 나와 소은이 앞에 나타날 정도였다.
물론, 그것은 단순히 기염물의 능력만으로 나온 결과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멸종위기종 동물들을 보호하고 번식시키는 것에는 내 초능력이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내가 미국과 연결고리가 없을 뿐이지, 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였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찾아온 이들은 잠시 상황을 파악하더니, 아주 흔쾌히 해달을 데려가도 된다고 허락을 해주었다. 심지어, 번식을 해야 하니 해달의 짝이 될 다른 해달도 한 마리 같이 데려가도 된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다만 아무런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해달들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해달들에게 직접 물어서 파악해 준다거나 하는 대가가 있었다. 내 기준으로는 딱히 어려울 것 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일이었으니 나름대로 대가가 되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 해달을 데려가는 것 자체가 대가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 들었던 것처럼, 이 해달은 이 지역의 골칫거리였으니 말이다.
귀여운 해달이라 일단 좋아하는 사람은 많긴 하지만,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습격해서 실제 피해까지 만들어내는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골칫거리를 데려간다고 하니, 오히려 쌍수를 들고 반기는 것이었다. 무조건 동물 보호를 외치는 이들에게서 아무런 항의도 받지 않으며 골칫거리를 치울 수 있고, 오히려 동물 보호에 앞장섰다는 이야기까지 할 수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동물원에 새로운 동물을 추가할 수 있었다.
나는 동물원에 새로운 동물이 추가되어 관람객이 늘 테니 좋았고, 소은이는 새로운 동물 친구가 생겨 좋았으며, 이곳에 서핑을 하러 온 이들은 더 이상 습격당하지 않아서 좋고, 관련 기관에서는 골칫거리를 치워서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관심이 없는지, 소은이는 해맑은 웃음으로 해달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있었다.
“이제 네 이름은 서핑이야!”
서핑을 하면서 만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은이는 해달에게 서핑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 서핑이의 짝이 될 해달까지 데려갈 수 있다는 사실에, 소은이는 벌써부터 서핑이와 함께 바다로 나가 서핑이의 짝을 찾고 있었다. 주변에 해달 서식지가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은이가 금세 한 마리의 해달을 더 데리고 돌아왔다.
“히히, 얘는 보드야!”
“……그래.”
서핑이의 짝이니까 보드라고 이름을 짓는 소은이의 모습에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소은이의 작명센스는 날 닮은 거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두 마리의 해달을 품에 안은 소은이는 얕은 파도가 치는 해변을 통과해, 엄마와 동생이 있을 곳을 향해 열심히 움직였다. 그곳에는 간식거리를 사서 돌아온 누나와 은수가 있었는데, 그 곁에는 나와 소은이의 몫으로 보이는 핫도그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와!”
엄마와 동생보다 맛있는 핫도그 상자를 먼저 발견한 소은이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도도도도- 달려 나갔다. 당연히 두 마리의 해달 역시 그런 소은이를 따라 달려가고 있었다.
“우, 우웁……!”
다만, 평생을 바다에서 살던 해달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모래사장에 올라오자마자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뱃사람이 육지에 올라와서 멀미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
소은이를 어떻게든 따라가려 하지만, 술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비틀비틀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 해달이 육지에 올라오면 멀미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던가?”
그 모습에, 예전에 우연히 접한 지식이 떠올랐다. 태어난 이후로 단 한 번도 땅을 밟지 않는 개체가 있을 정도인 해달은 종종 육지에 올라왔을 때 멀미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두 녀석이 그러한 경우라는 소리에, 나는 조금 골치가 아파졌다. 땅에서도 멀미를 하는 녀석을 데리고 어떻게 한국까지 돌아가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그 문제는 금세 해결할 수 있었다. 은수가 모래성 근처에 야무지게 심어놓은 다시마를 몸에 칭칭 감더니,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몸에 다시마를 감고 수면에서 잠에 드는 녀석들인 만큼 다시마로 몸을 감으니 안정을 찾는 듯했다.
“아뿌아! 쟤들이 내 다시마 가져가아아!”
비록, 은수의 안정을 깨트리긴 했지만, 그래도 방법을 찾았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은수는 자기가 좋아하는 식물처럼 얌전한 아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달래는 게 쉬운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