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27
0426 미국 갔어! 피서하러!(5)
“우리 은수가 심어놓은 다시마가 너무 예뻤나 봐. 그래서 좋다고 몸에 감는 거야.”
“진짜?”
“그럼. 은수가 해놓은 게 얼마나 예쁜데. 해달들이 가져가지는 않을 거야.”
“알았어!”
자기가 해놓은 게 예뻐서 그랬다고 하니, 삐죽 튀어나와 있던 은수의 입술이 쏙 들어갔다.
그런 은수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식물을 좋아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은수는 누군가가 자신이 길렀거나 손을 본 식물들을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어쨌거나, 그렇게 일단 은수를 달랜 나는 해달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들 괜찮아?”
“돈다! 돈다! 빙글빙글 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며, 두 마리 해달이 사이좋게 다시마를 더더욱 단단히 휘감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은 나는 내 몫의 핫도그를 마시듯이 먹어치우고 해달들을 번쩍 들어 올렸다.
녀석들을 들어 올린 나는 그대로 녀석들을 데리고 물가로 다가가, 물에 가볍게 담갔다. 찹찹한 물이 몸을 감싸자, 녀석들은 다시금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조금씩 육지에 적응해 볼래? 소은이랑 같이 가려면 육지에도 어느 정도 적응해야 하거든.”
“뀨에에엑.”
육지에 적응해야 한다는 소리에 해달들이 앓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육지에 적응하겠다는 듯이 모래사장을 향해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넘실거리는 파도에 흔들리다가 모래사장에 잠깐 올라왔다가, 멀미를 하면 다시 바다로 들어가고. 또다시 모래사장에 올라왔다가 파도에 뒹굴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육지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그 모습이 귀엽기도 했고, 안쓰럽기도 했다. 녀석들이 빠르게 적응하길 바라며, 녀석들이 적응하는 것을 도왔다.
멀미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들어 올려서 살짝 흔들며 물 위에 떠다니는 느낌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노력 덕분인지, 아니면 초능력 덕분인지는 몰라도 해달들은 소은이가 핫도그를 다 먹을 때 즈음에는 멀미를 덜 느끼게 되었다. 육지에 있으면 동작이 조금 이상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비틀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서핑아 보드야! 나랑 은수랑 같이 놀자아아아!”
소은이는 멀미 증상이 완화된 해달들을 데리고, 은수와 함께 해변을 뛰놀며 즐겁게 놀기 시작했다.
마치 술래잡기를 하듯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해달과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사람들이 열심히 카메라를 찍어댔지만, 그게 익숙한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해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무척이나 만족한 모습으로 차량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대로 고로롱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거의 무한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의 체력도 해변에서 몇 시간씩 놀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각자 해달을 한 마리씩 품에 안고 단잠에 빠진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사진도 몇 번 찍고 난 뒤, 차를 몰아 숙소로 돌아왔다. 코를 고로롱 골던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해달들을 안고 차에서 내렸다.
“압빠! 나 서핑, 보드랑 목욕해도 돼?”
“그래. 그렇게 해.”
무척 넓고 비싼 방을 빌린 덕에, 욕실에는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욕조가 있었다. 아직은 체구가 작은 편인 소은이가 해달 두 마리와 목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더군다나, 해달들은 바닷물에서 살아온 녀석들이기 때문에 목욕이 조금 필요하긴 했다. 녀석들에게서는 바다의 짠내가 풀풀 풍기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소은이는 내 허락에 곧바로 해달들을 데리고 욕실로 쏙- 들어갔다.
“저렇게 좋을까.”
“새로운 동물이잖아. 뭐…… 해달도 수달의 일종이라서 완전히 새롭다고 하긴 그렇긴 하지만.”
“동물만 좋아하면 나중에 남자친구는 어떻게 사귀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니까?”
“안 사귀면 되지!”
“뭐라는 거니.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너도 씻으러 가. 은수도 씻기고. 나는 저녁 먹을 곳 좀 알아보고 있을게.”
절대 반갑지 않은 미래에 격분하고 있으니, 누나가 내 등을 떠밀었다. 그런 누나의 손길에 이기지 못하고 은수와 함께 욕실로 들어가, 깔끔하게 씻고 나왔다.
물에 푹 빠졌던 우리는 금세 뽀송뽀송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다시 모였고, 곁에는 마찬가지로 뽀송뽀송해진 해달 두 마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처럼 뽀송뽀송해진 해달 녀석들은 금세 우리에게 적응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남아 있는 미국에서의 일정을 해달들과 함께 보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관광을 다닐 때 소은이와 은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함께 관광을 하기도 하고, 식사를 할 때 해산물이 나오면 아이들이 선호하지 않는 해산물들을 대신 처리하기도 했다. 어찌나 함께하는 시간이 길었는지, 해달이 합류한 이후로 찍은 사진에 해달이 없는 경우가 없을 정도였다.
금문교가 보이는 곳에서 두 해달이 소은이와 은수 사이에서 팔짱을 끼듯 서로를 붙잡고 있는 사진이라던가, 투어버스에서 유리창에 얼굴을 밀착하고 있는 두 아이와 두 해달이 찍힌 사진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와 누나는 그런 사진들을 건졌기 때문에 오히려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다 특별한 추억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 건 부모에겐 그 무엇보다 값진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얘들아, 잊은 건 없지? 조금 있다가 공항으로 갈 거야.”
그리고,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던 여행도 이제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귀국하기 위한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이제 몇 시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 챙겼어!”
“나두우!”
“서핑이랑 보드는?”
“뀨엑!”
내 물음과 동시에, 소은이의 캐리어가 크게 덜컹거렸다.
“……아빠가 동물들 캐리어에 넣지 말라고 했지?”
“켄넬 안 가져왔잖아.”
“그렇다고 캐리어에 넣으면 어떡해.”
소은이의 캐리어를 급히 열고, 해달들을 꺼냈다. 해달들에 대해서 잊고 있었으면 공항에서 밀수범이나 동물학대범으로 몰릴 뻔했다.
그래도 다행히 캘리포니아 주정부 측에서 약간의 편의를 봐준 덕분에 해달들을 데리고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는 상태여서 다행이었다. 아이들과 해달들을 차에 태운 뒤, 누나와 함께 차에 올라서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 멀지 않았기에 금세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곧장 출국장을 향해 움직였다.
“은수야, 눈나가 하는 거 보고 따라 하면 돼! 서핑이랑 보드도 내가 하는 거 따라 해!”
소은이는 자기가 누나고, 경험도 있다는 것을 어필하겠다는 건지 검사대 앞에서 씩씩하게 움직였다. 갖고 있던 물건들을 X-ray 검사대에 올리고, 금속탐지기 앞을 지나갔다.
아무런 문제가 없이 통과한 소은이는 은수와 해달들을 향해 손짓했다. 그런 소은이의 모습에 은수가 먼저 움직였다.
주머니에 있는 자그마한 장난감, 손목에 차고 있는 키즈폰들을 검사대에 올리고 넘어갔다. 당연히 은수도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와하하하하!”
그리고, 그런 은수를 뒤따라 가는 해달들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다름이 아니라, 두 마리 해달들이 배주머니라고도 부르는, 가슴 부근의 가죽이 늘어져서 주머니처럼 이용하는 곳에서 돌을 꺼냈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돌만 꺼냈다면 몰라도, 그 돌을 아이들이 한 것처럼 X-ray검사대에 올리고 금속탐지기를 지나갔으니 웃음을 터트린 것이었다.
금속탐지기 앞에서 정밀하게 검사하는 이들도 그 모습에 잠시 웃음을 터트리다,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움직이며 해달들의 몸 앞에 검사기를 들이밀었다.
당연히 반응될 것이 없었기에, 해달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아이들에게 호다닥 달려갔다.
나는 그런 아이들과 해달들의 모습에 무척 아쉬움을 느꼈다. 설마 이런 광경이 있을 줄은 몰랐기에 촬영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과하기 위해 짐을 미리 정리하고 있어서 애초에 찍을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검사대를 통과한 우리는 곧장 비행기에 탑승했다. 해달들을 캐리어에서 꺼내고, 녀석들에게 비행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을 조금 가르친다고 시간이 지체된 탓이었다.
다행스럽게 조금도 늦지 않게 비행기에 탑승한 우리는 곧바로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다. 주정부 측에서 편의를 봐준 덕에, 두 마리 해달들도 동반해서 탑승할 수가 있었다. 사고 치지 않도록 잘 돌봐야 하는 의무가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널찍한 퍼스트클래스의 좌석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소은이가 해달들을 잘 관리하고 있었기에, 딱히 어려움은 없었다. 비행기가 이륙을 할 때도, 이륙을 하고 나서 벨트 경고등이 꺼졌을 때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그나마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건 승무원들이 해달들을 보며 지대한 관심을 드러낸다거나, 먹이를 주는 것 정도였다. 물론, 굳이 따졌을 때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지, 실제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관심을 보이는 것은 우리 동물원에서 하듯 승무원들이 해달과 잠깐 교감을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고, 먹이는 미리 항공사 측에서 준비를 해준 덕에 걱정할 것이 없었다. 살아 있는 조개 몇 개가 미리 준비되어 있는 것이었다. 덕분에 승무원들은 해달들이 조개를 깨부숴 내용물을 흡입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직관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멍하니 해달들을 관람하던 승무원들이 선임 승무원들에게 혼나는 모습을 내가 직관할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미국에서 한국까지 오는 기나긴 비행시간을 심심하지 않게 보낸 우리는 해달들과 함께 동물원으로 돌아왔다.
“서핑아! 보드야! 내가 동물원 소개해줄게!”
그리고, 동물원으로 돌아온 소은이는 장시간 이동에도 지치지 않은 건지, 두 마리 해달들을 데리고 동물원을 누비기 시작했다. 제 엄마의 품에 안겨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은수와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정리는 나중에 하고, 일단 가서 쉬어야겠어. 수환아,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나도 쉬긴 해야지. 어우, 피곤해 죽겠어. 근데 일단 그전에 설도한테 연락 좀 하고 쉬어야지.”
“설도? 아, 권설도 씨? 뭐 만들려고?”
“해달도 들어왔고, 아쿠아리움에도 색다른 변화를 줄 생각이야.”
변화를 준다고 하니, 누나가 꽤 흥미가 있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하려고?”
“지금 동물원을 수로가 한 바퀴 돌고 있잖아. 그걸 확장할 거야. 지금 수로는 놔두고, 그 옆으로 바닷물이 흐르는 해로를 뚫는 거지. 한쪽은 민물, 한쪽은 바닷물이 흐르게. 해달들이 둥둥 떠다니는 걸 구경할 수도 있을 거고, 열대어 같은 어류들이 헤엄치는 것도 외부에서 볼 수 있게.”
지금 상황 그대로 해달들을 투입해 봐야, 딱히 의미가 없었으니 꼭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었다.
해달이 가장 귀여움을 자랑하는 포인트는 바로 수면 위에 둥둥 떠다닐 때였으니 말이다. 아쿠아리움에서는 수면 부근의 상황을 쉽게 접할 수 없으니, 해달의 귀여운 모습을 관람요소로 삼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누나도 그 부분을 이해한 건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이면 믿고 맡길 수 있긴 하겠다.”
“그렇지. 동물들 안전도 그렇고, 사람들 안전도 그렇고. 이런 작업은 설도한테 맡기는 게 최고지.”
가볍게 엄지를 척- 치켜든 나는 집으로 먼저 들어가는 누나를 뒤로하고, 설도에게 연락을 해 공사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자기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설도는 유명한 실적을 쌓을 기회라며 흔쾌히 제안을 받았고, 순식간에 해로라는 이름이 붙은 새로운 수로를 만들어냈다. 아쿠아리움까지 연결해, 아쿠아리움의 생물들이 수로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해로는 관람객들에게 아주 호평 일색이었다. 심사가 꼬일 대로 꼬인 이들조차 해로를 보며 즐거워할 정도였다.
수많은 해수관상어들이 무리 지어 지나가기도 하고, 바다거북이인 바북이라던가 상괭이라던가 하는 아쿠아리움의 마스코트 격인 녀석들이 헤엄을 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보다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녀석이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두 마리의 해달들이었다.
해로가 완성될 때까지 동물원에서 지내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자유롭게 풀려난 녀석들은 해로를 집처럼 이용했는데, 녀석들이 해로에서 자유롭게 둥둥 떠다니는 걸 졸졸 따라다니는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였다.
서핑과 보드라는 이름을 가진 두 녀석은 서로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팔짱을 끼듯 꼬옥 붙잡고 떠다니거나, 은수가 강력히 주장해서 해로 곳곳에 심어놓은 다시마나 미역 같은 것들을 몸에 휘감아 고정한 채 잠을 자기도 했다. 잠을 자지 않을 때는 사람들이 종종 건네주는 조개를 탕탕 두드려 깨서 먹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벌써부터 팬덤까지 생겨났다.
“굿즈샵이랑 먹이 판매대 수익이 꽤 늘었네.”
그리고, 그런 녀석으로 인해 늘어나는 수익에 나도 슬그머니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해로를 짓는다고 들어간 돈이, 녀석들을 위한 조개 같은 프리미엄 먹이 판매대금이나 굿즈 판매대금으로 빠르게 복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뭐고? 저게 그, 혼돈의 카오스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엄마! 바다악어야!”
“바다악어……? 카탈로그에는 바다악어가 있다는 소리는 없었는데……?”
“서핑보드가 서핑한다!”
그런데, 얇아진 지갑이 다시금 채워지는 것에 기뻐하며 동물원을 거닐던 도중, 갑자기 근처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수많은 관람객들이 몰려, 휴대폰으로 찰칵찰칵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난 건가 싶어, 소란이 일고 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에 펼쳐진 광경은 사고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것이었다. 아니, 사고가 맞나……?
“너네 뭐 하냐?”
“서핑! 서핑!”
다름이 아니라, 그곳에는 두 마리의 해달, 서핑이와 보드가 서핑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리 동물원에서 가장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악어인 보뚜의 등에 올라타서 말이다.
아니, 보뚜는 민물악어인데 왜 해로에 와서 떠다니고 있는 거야? 무슨 바다민물악어냐고.
서핑이랑 보드도 동물원에 아주 제대로 적응을 해서, 자길 잡아먹을 수도 있는 포식자인 보뚜 위에 야무지게도 올라타 있다 싶었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고개가 저절로 내저어졌다. 아무리 내가 만든 동물원이라지만, 너무 상식을 벗어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와하하항! 서핑보드보뚜 잡았다! 이제 너희가 술래야!”
하지만 상식을 벗어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음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상괭이의 꼬리 지느러미를 붙잡고 해로를 타고 나타난 소은이가 보뚜의 꼬리를 찰싹 때리고 도망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그렇지.”
소은이를 붙잡아서 뭐라고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했지만, 어차피 내 이후로 동물원을 관리하게 될 사람은 소은이가 될 것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관람객들도 신기한 광경을 목격해서 즐거워하는 듯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