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3
0042 엿 먹으라고? 너나 먹어(1)
“하……. 꼼꼼하게도 틀어 막았네.”
차량에 다가간 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악의를 그득그득, 꾹꾹 눌러담아 주차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살짝 대각선으로 차를 튼 상태에서 바퀴까지 돌려놓으니 어떻게 해서도 절대 지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 옆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양 옆에는 배수로가 있는 상태였으니 돌아갈 수도 없었다. 기껏해야 초소형 전기차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아주 그냥 엿 먹으라고 해놨네. 어제 그 아줌마가 됐든, 그 아줌마 남편이 됐든……. 범인은 확실하네.”
그리고, 그런 악의를 토대로 범인을 유추할 수 있었다. 지금 내게 원한을 가진 사람 중 동기가 확실한 사람은 그 진상 밖에 없었다.
“사장님. 주차 안 되겠죠……?”
“그럴 것 같네요. 어떤 정신나간 인간이, 이 따위로 알박기를 해놔가지고.”
나는 곤란한 표정으로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한 손님을 바라보았다.
“일단, 저기 옆쪽으로 주차하셔야 할 것 같아요. 만약 딱지 끊기면 제가 보상해드릴게요.”
“어우……. 알겠습니다. 한 사람 때문에 도대체 몇 사람이 피해를 보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직도 이렇게 몰상식한 사람이 있나…….”
손님은 고개를 내저으며 차를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뒤에 줄지어 있던 차량들이 한꺼번에 후진하며, 내가 알려준 곳으로 차를 이동했다.
속에서부터 천천히 끓어오르는 짜증을 애써 억누르며, 나는 유리창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 따위로 불법 주차를 하는 주제에 번호는 또 적어둔 상태였다.
뚜르르륵- 탁!
“……끊은 거야?”
그런데, 신호가 잠깐 가더니 연결이 끊겼다.
전원이 꺼져 있다던가 하는 멘트가 아니라 통화 연결 종료라고 뜨는 걸 보니, 받았다가 곧바로 종료한 것이 분명했다.
뒤 이어 몇 번이나 다시 해봐도 결과는 똑같았다.
“와, 열받게 만드네.”
머리 끝까지 차오르기 시작하는 짜증에, 나는 곧바로 경찰을 불렀다.
솔직히, 겨우 이런 일로 경찰을 부른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차를 이대로 놔뒀다가는 카페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주차장을 관리하고 있어야 할 판이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번쩍번쩍 빛과 함께 한 대의 순찰차가 나타났다.
“신고자시죠?”
“네. 이 차가 저희 주차장 입구를 틀어막고 있어서요. 전화를 해도 바로 끊어버리네요.”
나는 휴대폰 전화 목록을 보여주었다.
다섯 번의 연락이 전부 0초 내지는 1초 정도 통화연결 되어 있었다.
“악질이네요.”
경찰들은 통화목록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던 경찰들은 무척 곤란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저……. 선생님.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희가 차주에게 연락하는 것 외에는, 어떻게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네? 뭐요?”
나는 경찰의 말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도로 한 복판에 세워진 차를 경찰이 치우지 못하면 누가 치운다고?
“그게,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확인해보니 이곳이 사유지로 나오는데, 저희에게 사유지에 있는 차량을 강제로 견인할 권한이 없습니다. 기장 군청도 마찬가지고요.”
“와…….”
와- 소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남을 이렇게 엿을 먹이는 인간이 있는데, 나라에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건지.
나는 정말 미안하다며 슬그머니 돌아가는 경찰을 잠시 바라보다가, 길을 틀어막고 있는 차량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거 얼마나 하지?”
차량을 잠시 째려보던 나는 휴대폰으로 해당 차량에 대한 가격을 검색했다. 신차가 아닌, 중고차 가격으로.
“상태 좋은 놈이 사천만 원? 흠……. 할만한데?”
나는 차량의 가격을 보고서 잠시 고민하다가,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튜브 수익을 제외하고, 카페 수익만 따져도 며칠이면 구할 수 있는 수준의 가치였다.
“포클레인이나 불도저 불러서, 치워버릴까?”
짜증나는데, 괜히 붙잡고 있어봐야 내게 도움 될 것도 아니었으니 과격한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차마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내가 직접 부쉈다가는 법적 분쟁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런 일을 대비하기라도 한 건지,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열심히 깜빡이며 화면을 녹화하고 있었다.
“아! 병진이 아저씨한테 도움 좀 받을 수 있을려나.”
나는 유명 법률 사무소의 변호사 인맥을 떠올렸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인맥이었으니, 나는 곧장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 수환씨. 오랜만이네요. 보니까 카페 영업하고 있던데, 잘 돼요?”
“네. 제 능력 덕분인지, 동물들 덕분인지 영업은 정말 잘 되고 있어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좀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나는 병진이 아저씨에게 지금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웬 차량이 길을 막아 주차장에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과, 그 범인이 어제 진상인 것 같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물론, 당장 때려부수고 똑같은 중고차를 하나 사줄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화나는 건 알겠지만, 그렇게 하는 건 안 좋아요. 재물손괴죄는 징역형도 나올 수 있거든요”
“억…….”
까딱 했다간 임신한 누나를 내버려두고 감옥에서 쥐랑 대화하고 있을 뻔 했다.
“아저씨. 그럼 방법 없어요?”
“방법은 있죠. 일단, 제가 지금 거기로 갈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직접 오시게요?”
“안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카페에 가볼 생각이었거든요. 이 참에 놀러간다고 생각하죠, 뭐.”
아저씨는 금방 오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 전화에, 잠시 기다리니 정말 아저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아저씨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했다.
“오, 뭉치 너도 왔구엑-!”
그리고, 아저씨와 함께 차에서 달려나온 뭉치는 나를 들이받았다.
“반가워요! 오랜만!”
나를 들이 받은 뭉치는, 나와 함께 바닥을 구르며 내 얼굴을 마구 핥아댔다.
“뭉치!”
“앗!”
아저씨의 외침에 뭉치 녀석은 화들짝 놀라더니 재빨리 아저씨의 곁으로 달려갔다.
“끙……. 환영 인사 한 번 거치네요.”
“미안해요. 이 사고뭉치 녀석이 아무리 주의를 줘도 달려드는 건 안 고쳐지네요.”
자기도 주에 한 번씩은 바닥을 나뒹군다며, 아저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나는 나중에 뭉치의 행동을 교정해주기로 하고서, 아저씨에게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불법주차 때문에 소송까지 가는 걸 몇 번 보기는 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심하네요.”
“지금 이 차 한 대 때문에 몇 대가 길가에 차를 세웠는지 모르겠어요. 심지어, 왔던 손님들 중에서는 돌아간 사람도 있다니까요.”
아저씨를 기다리는 사이, 주차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돌아간 사람이 정말 있었다.
“일단, 차주에게 제가 연락해볼게요.”
아저씨는 차 유리에 붙어 있는 번호로 연락을 걸었다.
하지만 모든 번호를 다 받았다 끊는지, 아저씨의 전화도 바로 끊겼다.
“하……. 골치 아프네요.”
아저씨는 골치 아프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어떻게 못 하는 거예요?”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처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는 있죠.”
아저씨는 씩- 웃음을 짓더니, 차량에 달린 블랙박스에 찍히지 않을 위치로 이동했다.
“아까, 차를 다 박살내고 보상해줄 생각도 있다고 했죠? 진짜로 한 번 해볼래요?”
“못 할 건 없죠. 그…… 감옥 간다는 게 문제라서 그렇지.”
“걱정 마요. 재물손괴죄는 고의가 아니라 과실에 의했을 때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니까요.”
“……과실이요?”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인 아저씨는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몇 마리의 까치와 까마귀들을 가리켰다.
“새의 발톱은 엄청 날카로워서, 차에 스크래치를 아주 잘 내죠. 게다가, 새똥은 차를 부식시키죠. 그런 새똥이 차 전체를 뒤덮는다면 어떻겠어요? 내가 차주라면 바로 튀어올 것 같은데.”
“정말 괜찮은 거예요? 저 차주도 제 능력을 알고는 있을텐데…….”
“수환씨의 초능력은 대화를 하는 거지, 강제로 명령을 따르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지시를 내린 적 없다고 우기면 돼요. 남이 여기 똥좀 싸주세요- 한다고 거기에 싸줄 사람이 있겠어요?”
“오…….”
묘하게 아저씨의 말을 들을 수록 수긍이 갔다. 나는 당장이라도 새들을 모조리 불러들이고 싶었다. 유부에게 시켜서, 산에 있는 참새 같이 작은 새들을 모조리 잡아오라고 시키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지금 바로 하는 건 안 좋아요. 경고를 해줘야, 나중에 부담이 덜 하거든요.”
아저씨는 경고를 해주겠다며 휴대폰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슬쩍 화면을 확인해 보니, 차량을 이동하지 않으면 새 똥으로 덮힐 수 있다는 내용을 작성하고 있었다.
“혹시, 카페 하루 수익을 좀 알려줄 수 있어요? 영업방해로 손해배상청구 할 수 있다고도 보내면 좋거든요.”
“어제 나온 매출액이 한 천만 원 정도 돼요. 순익은 아니고, 그냥 매출이요. 순익은 칠백 정돈가……?”
딱히 알려주지 못할 것도 없었기에, 나는 곧바로 알려주었다.
“와, 많이 나오네요?”
아저씨는 내 말에 무척 감탄했다. 넓긴 하지만, 카페 하나에서 하루에 수백 단위의 순익이 발생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겠지.
하지만 카페 메뉴 같은 것들을 보면 금방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가 한 잔에 칠천 원인데, 그 원가는 오백 원 이하였다. 심지어, 땅이든 건물이든 내 소유라 월세로 빠질 것도 없었다.
거기에 매출이 가장 좋은 간식 자판기는 순익 비율을 따지자면 95% 정도가 순이익이었다. Kg 단위에 만 원을 주고 산 간식을 10g 단위로 천 원에 파니 이익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1인 1음료에 동물들 간식도 파니까 매출이 엄청 나오더라고요. 요즘은 뮤튜브 수익보다 이쪽이 조금 더 높을 정도예요.”
“역시 최상급의 초능력자들은 부럽네요.”
아저씨는 내가 무척 부럽다며 가볍게 웃음을 짓더니, 작성하던 문자를 마저 작성했다.
“자……. 문자는 보냈고, 잠깐 기다렸다가 전화 하면 되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저씨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하지만 장문의 문자를 보는 것과 동시에, 휴대폰을 아저씨에게 되돌려주었다.
무슨무슨 법에 의거해서 어떤 것이 있고, 뭘 할 수 있으며- 하는 내용이 그득했기 때문이다. 법률용어로 추정되는 단어들이 가득하니, 뭔가 보는 것만으로도 위축되는 느낌이었다.
“문자도 확인한 것 같으니 전화를 해보죠.”
시간을 확인한 아저씨는 이 정도면 됐다는 듯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여전히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디 한 번 제대로 엿 먹어 보라는 느낌이었다.
“상대가 이렇게 나오니 어쩔수 없죠. 차는 차대로 더럽히고, 손해배상도 청구하는 걸로 해야겠네요.”
나는 아저씨의 조언을 받아, 새들을 불러모으기로 했다.
“유부야!”
허공을 향해 유부의 이름을 부르니, 몇 초 지나지 않아 부엉이 한 마리가 내게로 날아왔다.
“나를 찾았소?”
“부하들 있지? 산에 있는 애들이랑.”
“그대의 요청으로 일부를 산에서 대기하도록 만들었지 않소.”
“걔들 좀 불러와야겠어. 최대한 많이. 꼭 네 부하가 아니더라도, 불러올 수 있으면 불러와 줄래? 내가 먹을 건 넉넉하게 챙겨줄게.”
“기다리시오!”
먹을 것을 넉넉하게 준다는 말에, 유부는 힘차게 날아올라 가까운 뒷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녀석은 몇 분 만에 다시금 돌아왔다. 뒤로 수십…… 아니, 족히 백 마리는 넘어 보이는 새떼를 이끌고 말이다.
평소 남캣에게 후드려 맞으며 부엉이의 체면을 다 깎아내리던 유부가, 오늘따라 멋있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