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49
0048 군견(1)
“얘가 딱인데.”
“뭐가?”
“으악! 깜짝이야!”
듬직하게 서 있는 저먼 셰퍼드의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린 나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랬다.
“너 때문에 내가 더 놀랐잖아.”
목소리의 주인은 당연히 누나였다.
누나는 오히려 나보다 더 놀란 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 뜨고서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음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뭐가 딱이라는 거야?”
“아. 얘 말이야.”
“어……. 저먼 셰퍼드?”
“응.”
누나는 의아함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먼 셰퍼드도 키우게?”
“누나 보디가드로 딱이지 않을까? 저먼 셰퍼드 하면 강력한 힘도 힘이지만 충성심이 대단한 걸로도 알려져 있잖아.”
내 말에 누나는 살짝 고민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평소라면 무슨 보디가드- 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조금 전의 도둑의 일을 생각하면 누나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가능한 거야?”
“나니까 가능하지. 오빠 믿지?”
“무슨 또 오빠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더니 침대에 꾸물꾸물 기어들어가서 어서 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먼저 자고 있을래? 나는 조금만 더 찾아보다가 잘게.”
“그래? 알았어.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말고.”
“어.”
베개에 머리를 폭- 파묻는 것과 동시에 고롱고롱 숨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피식 웃은 나는 곧바로 저먼 셰퍼드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독일 태생의 견종이고, 무척 지능이 높으며 충성심이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저먼 셰퍼드의 평가였다.
그리고, 국내외에서 군견으로서 가장 사랑받는 견종이라는 것 역시 알 수 있었다.
“햐……. 군견이라…….”
집에 군견 한 마리 있으면 보디가드로 아주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군견에 대한 생각을 하던 도중 내 시야에 광고 같이 보이는 배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반려견,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 육군 군견 훈련소]“……? 육군이 반려견 입양도 했나?”
육군에서 광고하는 배너인듯, 육군의 마크가 붙어 있는 배너였다.
나는 반쯤 홀린 듯이 해당 배너를 클릭했고, 육군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부분으로 이동됐다.
“군 은퇴견 분양 안내?”
이동 된 페이지의 상단에는 떡하니 군 은퇴견 분양 안내라는 문구가 박혀 있었다.
군견으로 길러지고 있는 개들을 민간에 무상으로 분양한다는 내용이었다.
‘군견이면……. 좋은데?’
마침 내 목적에 부합하는 대상이라고도 할 수 있었기에, 나는 곧바로 신청 방법 등에 대한 부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절차는 간단했다.
간단한 인적사항 등을 신청서에 기입하고, 분양 받고자 하는 이유가 적힌 사유서를 작성한 다음 사육 환경에 대한 사진 등을 포함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 신청서를 우편으로 군견 훈련소에 보내면 되는 것이었다.
21세기의 온갖 통신기술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우편을 보낸다는 것이 생소하긴 했지만, 수용하지 못 할 것도 없었다.
“바로 신청해야지.”
나는 곧장 컴퓨터로 신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인적사항은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덕분인지 조금도 막히지 않고 술술 작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적사항을 적던 도중,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현재 ‘사육중인 애완동물’을 기입하는 칸이 있었기 때문이다.
딱히 숨길 것은 없었기에, 나는 곧바로 내용을 채워갔다.
“개, 고양이, 부엉이, 까치, 까마귀, 토끼, 거위, 라쿤, 거북이……. 더 없지?”
쓰다보니 칸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내용을 채워넣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군견을 분양 받고자 하는 이유를 써야 하는 사유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 나는 이런 건 젬병인데.
“어……. 분양 받고자 하는 목적? 와이프 호위……라고 하면 안 되겠지?”
나는 적당히 사유서 부분을 기입했다. 실제 목적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적지도 않았다. 인적이 드문 곳이니 자택과 거주자의 보호를 하고자 함- 이라는 내용으로 약간의 포장을 한 것이었다.
그 이후로, 활용 계획이라던가 관리 계획 같은 것들을 간단하게 작성했다.
“은퇴견 사육장 환경조사서는 뭐, 껌이지.”
나는 이미 몇 번이나 촬영해둔 사진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 집의 마당과 카페의 사진을 부착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만 여기서도 문제가 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동에 쓰일 차량의 사진까지 붙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차를 살 생각은 있지만 아직 제대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기에, 차량의 사진을 기입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가볍게 셀카를 찍기로 결정했다.
“내가 바로 편안한 이동수단이지. 음.”
내가 있다면 소 달구지를 타고 간다고 해도, 동물들이 이동으로 인해 받을 스트레스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를 미리 고지해준다면 그 스트레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긴장하거나 두려워 할 동물의 심리 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정말 이동수단에 내 셀카를 넣고서, 그 내용 그대로 출력했다. 내일 당장 우체국에서 우편을 보낼 생각을 하며, 나는 누나가 잠들어 있는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 ◑ ● ◐ ○ ◑ ● ◐ ○
도둑이 든 그 날 이후, 나는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시작은 경찰서로 찾아가 도둑이 들었던 그 때에 관한 내용을 진술하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병진이 아저씨 덕분에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처리해야 했던 일들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사설 경비업체를 찾아 집과 카페의 경비를 맡기고, 집의 보안을 더더욱 강화해야 했다.
내가 없을 때, 아니면 내가 보고 있지 않을 때 동물들이 보일 뮤튜브 각을 위해 CCTV는 집 곳곳에 설치해뒀지만 외부는 아니었다. 집 외부를 비추는 CCTV를 설치하고, 아무나 손쉽게 담을 넘을 수 없도록 장애물도 설치해야 했다.
그리고 누나와 함께 작성해서 증인 작성까지 완료 된 혼인신고서를 군청에 제출하여 법적인 부부로 인정 받아야 하는 과정도 있었다.
“접수 됐구요, 처리에는 며칠 걸릴 거예요. 처리가 다 되면 따로 알림톡 받으실 수 있어요.”
나와 누나는 군청에서 혼인신고를 마무리 했다.
이제 겨우 접수가 된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부터 법적으로도 유부남이라는 느낌이 물씬 드는 것이었다.
일단 접수하는 순간, 혼인 불가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취소할 수 없는 것이 혼인신고였기 때문이다. 이제 나와 누나는 빼도박도 못하는 법적 부부였다.
“앞으로 행복하게 해줄게.”
“……나도.”
나와 누나는 혼인신고 접수증을 받고서, 한동안 말 없이 서로를 빤히 바라보며 웃음 지어보였다.
“에이이잉! 길 막고 뭐 하는 거여!”
한 영감님이 길 막지 말고 비키라고 하기 전까지.
나와 누나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며 곧바로 군청에서 빠져나왔다.
“아! 누나. 나온 김에 차나 좀 보고 가자.”
“차? 마시는 차 말고, 타는 차?”
“응. 슬슬 차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군견의 분양 신청을 할 때 이동 차량에 관한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나나 누나, 아니면 동물들이 급작스레 다친다면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라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필요성을 누나에게 어필하자, 누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원하는대로 하라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누나와 함께 가까운 자동차 회사 대리점으로 향했다.
넘치는 통장의 여유 때문일까? 나는 딜러의 서비스니 뭐니 하는 것을 신경도 쓰지 않고, 대형 SUV를 온갖 옵션을 다 때려 넣으며 계약했다.
“고객님!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차량에서 계약 취소 물량이 하나 있는데, 그걸로 뽑아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걱정하지 마십쇼! 인수거부 차량 같은 건 아닙니다. 이제 생산 마무리 단계입니다! 기존 계약자가 계약 취소를 해서 붕 떠버린 차량입니다!”
“그래요? 그럼 빨리 나오겠네요?”
“예!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그걸로 하죠 뭐.”
문제도 없고 빨리 받을 수 있다는데 거절 할 이유가 없지.
나는 딜러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때,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받어어어어- 전화아아아- 받어어어어어-
“모르는 번혼데? 033이면 어디 지역이지?”
“글쎄? 한 번 받아봐.”
휴대폰에는 033으로 시작하는 지역번호가 표시 되어 있었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나는 스팸이나 보이스피싱이면 바로 끊을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육군 군견 훈련소 은퇴견 분양 담당 김덕구 중위입니다!”
“……예? 어디라고요?”
“육군 군견 훈련소입니다!”
군견 훈련소라는 말에, 나는 도둑이 들었던 그 날 밤에 작성하고 다음날 우편으로 보냈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딜러가 주는 계약서를 받고서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군견 분양 때문에 전화주신 거죠?”
“예 그렇습니다!”
내가 스피커 폰을 했던가? 왜 이렇게 목소리가 커.
그래도 딱히 문제 될 건 없었기에, 휴대폰을 귀에서 살짝 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과가 나온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신청이 통과 되었습니다!”
“오!”
나는 김덕구라는 중위의 말에 감탄했다. 조금 더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기꺼웠기 때문이다.
“선생님.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선생님의 뮤튜브 채널을 통해 저희 군견 훈련소의 민간 분양에 대해 홍보를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런데 이어지는 중위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뮤튜브 채널에 홍보를 해달라고 하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아!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강요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중위는 내가 오해하고 있다고 여긴 건지, 다급한 말투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육군 군견 훈련소에서 은퇴견이나 훈련을 따라가지 못하는 자격미달 견들을 민간에 분양하는데, 현재 그 수가 꽤 많아서 골치라는 것이었다.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약간의 도움. 그러니까, 내 뮤튜브 채널에 군견 분양에 관한 내용을 업로드 해달라는 요구였다.
물론, 맨 입으로 홍보를 요청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건강하고 성과가 대단했던 개체로 선발해서 분양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나쁘진 않네.’
다른 것은 몰라도 내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녀석으로 선별해서 분양받을 수 있다는 것이 내게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그렇게 할게요.”
“감사합니다!”
중위는 내게 고맙다며, 또 편의를 봐주겠다고 했다. 촬영을 해야 하니 그 쪽으로도 편의를 봐주는 것은 물론, 분양을 위해 방문하는 시간도 내가 편한대로 정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것이었다.
다만 분양을 받기 위해 춘천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부산에서 춘천까지 가는 거리가 꽤 길다보니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시간을 비워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누나와 상의하고, 계약한 차를 받은 다음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카페와 동물들의 케어는 영지에게 맡기기로 하고서 말이다.
어차피 동물들을 좋아하니 하루정도 맡기는 건 문제 없을 거다.
그리고 차량이 생각보다 빨리 출고가 된 덕분에, 나와 누나는 생각보다 일찍 춘천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