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51
0050 청호
타다닥!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 달려든 두 녀석은 점프를 하더니 허공에서 맞붙었다.
한 입 베어 물 생각이었던 건지, 청호의 주둥이가 크게 벌려지며 남캣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그 이빨이 남캣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허공에서도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인 남캣이 주둥이를 피하며, 그대로 콧잔등 부근에 냥냥펀치를 갈긴 것이었다.
그러나, 남캣이 청호의 공격을 피했듯이 청호 역시 남캣의 공격을 피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남캣의 앞발이 콧잔등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었다.
“오, 짬타이거가 제법임다?”
“너도 좀 치네?”
그렇게 한 번씩 공방을 주고받은 두 녀석은 잠깐 탐색전을 펼치는 듯하더니, 다시금 맞붙었다.
남캣의 앞 발이 휘둘러지고, 그곳으로 청호의 주둥이가 들이밀어졌다. 그 이후로도 비슷한 일진일퇴의 공방이 한동안 이어졌다.
“와……. 수환아, 얘들 액션 영화 찍어도 되겠다.”
“그러게. 나중에 진짜 섭외 오는 거 아냐?”
청호와 남캣의 전투는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와 누나는 정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탓, 타닷! 소리가 연신 울려퍼지는 소리를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중국의 무술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눈을 뜨고 보면, 청호와 남캣의 격렬한 전투였다.
“앗!”
그런데, 잠시동안 두 녀석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 받으며 서로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 하던 상황이 변한 것이었다. 서서히 남캣이 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무척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천적 그 자체인 수리부엉이도 순식간에 때려눕히는 녀석이, 대형견인 마루도 때려 눕히는 주제에 청호에게 밀리기 시작했으니 놀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밀리기 시작하니 남캣의 승산이 희박해져갔다.
청호의 공격을 방어하고 바로 받아치던 남캣이, 서서히 반격은 커녕 방어에 급급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방어도 하지 못 하고 한 대씩 얻어맞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었다.
그 결과라고 해야할지, 남캣의 모습이 점점 달라지는 것이었다.
남캣은 이리저리 바닥을 나뒹굴기도 하며 온 몸이 더러워졌다. 흙도 묻고, 잔디가 털 사이에 끼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남캣과 다르게, 청호의 모습은 깔끔 그 자체였다. 아니,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남캣의 발톱에 의해서 할퀴어졌기 때문인지 털의 일부가 베여진 것처럼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두 녀석의 전투력 차이가 서서히 외형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차이가 벌어지고 벌어지다 결국, 남캣은 청호의 앞발에 목덜미를 짓밟히게 되었다.
“제법이었슴다. 좋은 상대임다.”
“큭……!”
청호에게 밟힌 남캣은 분하다는 듯한 얼굴로, 제 콧잔등을 슬쩍 핥았다.
하지만 녀석은 자신의 패배를 순순히 인정한 것인지, 몸에서 힘을 풀었다. 더 이상 저항하지 않겠다는 듯이 온 몸에서 힘을 풀고 바닥에 얌전이 엎드린 것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청호는 더 이상 전투가 없으리라 여겼는지, 남캣을 밟고 있던 앞 발을 치웠다.
‘안 덤비네?’
자신을 짓누르던 발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다시금 덤빌 거라고 생각한 내 생각과 달리, 남캣은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더러워진 제 몸을 그루밍하고 있었다. 비록, 시선은 여전히 청호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이름이 어떻게 됨까?”
“남캣.”
“음음. 괜찮은 이름 같슴다. 저는 청호임다. 나라를 수호하던 군견이지만 오늘부로 이 집에 전입을 명 받았슴다. 앞으로 잘 부탁하겠슴다.”
청호는 방금 전 전투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남캣에게 다가가 슬쩍 머리를 부볐다.
남캣은 그 모습을 보며 꽤나 황당해 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이긴 청호에게 무어라 말하지는 않았다.
“것보다, 남캣씨의 실력이 무척 좋슴다. 종종 대련을 부탁해도 되겠슴까? 부대에 있던 제 동료들은 너무 허약해서 싸우는 맛이 없었지 말임다.”
‘……그 말은 다른 군견보다는 남캣이 더 세다는 거 아냐?’
나는 청호의 말에 황당함을 느꼈다. 그것은 내 통역을 들은 누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음에는 절대 안 진다.”
“오히려 제가 원하는 검다.”
청호는 오히려 자기가 원하는 것이라며 앞 발을 슬그머니 내밀었다. 그 모습에 어리둥절하던 남캣이었으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밀어진 청호의 앞 발에 자신의 앞 발을 맞대었다.
‘CCTV! 오, 제대로 작동하고 있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서 집 처마에 달린 CCTV를 바라보았다. CCTV의 녹화를 알리는 적색 램프가 천천히 깜빡이고 있었다.
“뮤튜브에 올려야겠다.”
“조회수 엄청 나올 거 같은데? 어떻게 네 주변에는 뮤튜브 촬영에 최적화 된 동물들만 오니?”
누나는 무척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까치와 까마귀들을 정리했다. 구석에 적당히 몰아놓으니 저들끼리 알아서 정신을 차리고 담벼락 위로 올라갔다.
까치와 까마귀들을 정리한 나는, 구석으로 밀려나 널부러져 있던 유부를 챙겨들었다.
유부는 내가 들어올리자, 날개를 살짝 움직이며 내 손안에서 자세를 잡았다.
“오? 기절 안 했었나보네.”
“……저 괴물 같은 고양이를 이기는 자가 있을 줄은 몰랐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앞으로 그냥 조용히 살아야겠소……. 도무지 저런 괴물들을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소이다. 그대의 카페에서 인간들에게 애교나 부리면서 맘 편히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소.”
남캣과 청호. 두 녀석의 전투를 바라보며 자신과 비교했던 건지, 유부는 무척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힘내라는 의미를 가득 담아서 녀석의 몸을 가볍게 간지럽혀 주었다. 털 사이사이를 긁어주면 좋아하는 녀석답게, 고개를 빙글빙글 돌리며 기분 좋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 애초에 이길 수 없다면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지. 사실 내가 봐도 니가 이길 가능성은 안 보였어.’
차마 유부에게 직설적으로 말 할 수 없는 생각을 한 나는, 유부를 허공으로 살짝 던졌다. 녀석은 허공에서 재주 좋게 날개를 펄럭이며 제 부하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대장님. 대장님이 최고입니다.”
“맞습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십쇼!”
“언제나 저희에겐 대장이 최고예요!”
유부는 제 부하인 까치와 까마귀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쓰라린 마음……. 아니, 멍들어 쓰라린 몸을 달랬다.
“청호야.”
“쥔님. 부르셨슴까!”
내 부름에 청호는 순식간에 내 곁으로 다가왔다. 충성심이 느껴지는 그 모습에,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다른 동물들도 소개시켜 줄게. 앞으로 친하게 지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됨다!”
왠지 듬직해 보이는 청호의 모습에, 나는 곧바로 집에 있는 모든 동물들을 호출했다.
안 그래도 마당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고, 청호와 남캣이 싸우는 소리가 울려퍼졌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동물들은 금세 모였다. 단 한 마리만 빼고.
“수환아. 나태 없어.”
“……걔는 기대도 안 했어.”
애초에 나태가 올 거라곤 기대도 안 했다. 나태는 부른다고 오는 녀석이 아니었다.
그 녀석이 부른다고 오게 만들려면 음성인식 호출 기능이 달린 로봇청소기에 올려두고, 로봇청소기의 이름을 나태로 지어야 한다. 그럼 로봇청소기를 호출 할 때 같이 오겠지.
아무튼, 나는 곧바로 청호와 다른 녀석들을 인사시켜주었다.
남캣이야 자기들끼리 치고받은 이후 알아서 인사를 했지만, 다른 녀석들은 아니었으니 인사를 시켜줘야 했다.
청호와 동족이라 할 수 있는 개들부터 시작해서, 고양이와 라쿤, 거위, 토끼, 거북이, 새들까지 모두 인사를 시켜주었다.
“청호임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슴다!”
청호는 내가 따로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고개를 꾸뻑! 숙이며 동물들에게 인사했다.
사교성 좋아 보이는 그 모습에, 동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청호에게 답을 하듯이 인사를 해주었다.
도중에 라쿤들이 까불다가 남캣보다 강한 청호에게 얻어 터지는 일이 있긴 했지만, 큰 문제 없이 동물들 사이로 청호가 녹아들었다.
그리고, 청호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그 다음 날 저녁. 덕구 중위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상의 편집이 끝났다고 말이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인력을 갈아넣은 거야?’
꽤나 긴 시간동안 촬영을 했음에도 벌써 편집이 모두 끝났다는 말에, 나는 중위가 보내준 최종 결과물을 확인했다.
“…….”
“너도 편집자 빨리 구해.”
중위가 보내준 결과물의 퀄리티는 내가 만들던 영상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는 더 뛰어났다. 누나가 편집자를 구하라고 종용할 정도로.
나는 정말 편집자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중위가 보내준 영상을 뮤튜브에 업로드 했다. 딱히 문제가 될만한 부분도 없었고, 정말 순수하게 자신들의 군견 훈련소를 홍보하겠다는 의지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군견 훈련소에 대한 영상을 올린 직후, 나는 남캣과 청호의 결투 영상을 업로드 했다.
당연히 그 영상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리부엉이보다 강한 남캣을 이기는 청호였으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두 녀석이 벌이던 초반 접전은 말 그대로 액션 영화같았으니 더더욱 화재가 되고 있었다.
[와 청호 개쩌네] [좆냥이의 시대는 물러가고 갓댕이의 시대가 도래했다! 찬양하라! 갓- 댕-] [이거 주작임. 남캣이 이기는 거였음. 아무튼 주작임 ㅇㅇ] [유부만 아니었으면 남캣이 이겼지. 역시 갓냥이지!] [ㄹㅇㅋㅋ] [나도 군견 한 마리 분양받을까?] [홍보 영상 외주 줌? 퀄리티 차이가 무슨… 편집자좀 쓰세요] [길거리 출신이랑 특전사랑 싸우다가 친해진다- 라는 내용의 애니좀] [04:12 와 청호랑 남캣이랑 주먹 툭 치는 거 봐라] [오늘의 진짜 패배자 : 유부, 까치, 까마귀]남캣과 청호의 전투 영상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뽑아냈다. 덕분에 청호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군견 훈련소의 홍보 영상 역시 큰 관심을 받았다.
덕구 중위가 직접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할 정도였다. 벌써 관련 문의만 백 번 이상 받았다나 뭐라나.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기 보다, 더 중요한 안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댓글들 사이에도 달려 있는 편집자를 좀 구하라는 내용대로 편집자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들어 구독자 수의 상승이 조금씩 정체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편집자가 그 해결방안이 될 수도 있었다.
나는 곧바로 SNS와 뮤튜브 커뮤니티등을 이용해서 편집자 구인 공고를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