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52
0051 편집자(1)
[편집자를 모집합니다.] [자격 조건 – 동물 좋아하는 분, 학창시절 도덕점수 높은 분.] [우대 조건 – 출퇴근 가능한 분, 영상에 출연 가능한 분.] [채용 불가 조건 – 동물 알러지 보유한 분.] [임금 – 연봉 5천 + 영상 조회수에 따른 인센티브] [채용 인원 – 2명] [채용 과정 : 1차 영상 전형(뮤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을 이용해 영상 제작. *시청자 투표 50%) -> 2차 면접 전형(대면 면접 또는 화상 면접) -> 채용]“정말 이렇게 뽑을 거야?”
누나는 내가 내걸은 구인 공고를 보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편집자에게 연 5천에 인센티브까지 준다고 하니 걱정하는 듯했다. 그것도 두 명이나 채용한다니 더더욱 걱정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못 해도 연 1억의 고정 지출이 생기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돈은 돈대로 주고, 인센티브까지 주면 남는 게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누나의 걱정을 쓴데없는 걱정이었다.
나는 곧바로 뮤튜브 정산 페이지를 들어가, 정산 대기중인 금액을 보여주었다.
[추정 수익 : US$31,257.09]“사, 삼만 달러? 그럼 얼마야……. 힉! 거의 삼천칠백?”
내 뮤튜브가 잘 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자세한 수익까지는 모르고 있던 누나는 정산 대기중인 금액을 보고서 화들짝 놀랐다.
“저번에 신청하고나서, 얼마나 지났더라? 하여튼 한 달이 안 되는 시간에 이렇게 쌓였어. 내가 편집을 해도 이 정도인데, 전문 편집자들이 영상을 만들면 어떻겠어?”
내 말을 들은 누나는 걱정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이 상태라면 두 편집자의 기본급 마련에 3달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카페 수익을 제외하더라도, 뮤튜브 만으로 두 명의 편집자를 고용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누나도 이해했다.
“근데…… 그래도 오천은 많은 게 아닐까? 저번에 뮤튜브 보니까, 공영 방송사 피디들 연봉이 삼천 아니면 사천 정도라고 하던데.”
“그래?”
“응. 이름만 대도 알 정도의 피디가 아니면, 억 단위를 넘기기 힘들다던데? 사기업 방송사들은 더 많이 받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스타 피디가 아니면 많이 받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거든.”
누나의 말에, 나는 편집자들의 임금을 너무 높게 책정한 건가-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신, 그만큼 대우받고 싶은 사람들이 지원하겠지. 스타 피디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능있고 센스도 있는데 임금에 만족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지원해줄 거 아냐.”
실력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을 인정해주는 곳으로 가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인정이라 하는 것의 기준은 보편적으로 돈이었다.
연 5천의 기본급. 거기에 영상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쥐어준다면 스타 피디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유명하거나 실력 있는 사람들이 지원할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
나는 지상파나 케이블의 현역 피디들의 지원도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이 지원하면 좋겠다.”
“그니까.”
편집자에 최소 1억 이상을 투자할 생각인 나로서는, 누나의 말대로 실력 있는 사람들이 지원을 해주었으면 했다.
그리고, 내 메일함은 사흘만에 터져나갔다.
[받은 편지함 – 999+]그렇지 않아도 이런저런 메일들이 보내지던 내 메일함은 어마어마한 수의 메일로 가득 차버렸다. 이대로는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편집자 지원합니다] [편집자 진짜 5천 줘요?] [저도 돈 조금만 주면 안 되나요] [편집자 지원합니다! 시켜만 주십쇼!] [인센 10% 이상 주면 신청할게요 답장좀] [뮤튜브 섭외요청] [편집자 지원 – 천희윤] [남캣 팬이예요!]메일함은 정말 난장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편집자 지원에 대한 메일도 있었지만, 쓸데없는 메일도 많았다.
어떤 동물의 팬이라거나 섭외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메일도 많았지만, 가장 많은 것은 임금에 대한 부분이었다. 정말 5천만 원을 주는 거냐, 인센티브의 수준이 어떻게 되는 거냐- 하는 등의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나는 메일을 서비스하는 업체가 제공해주는 필터를 통해 간단하게 한 차례 걸러내고 내용을 볼 수밖에 없었다.
여러 단어들을 필터링하여 걸러내자, 정말 편집자에 지원한 사람들의 메일이 남았다. 몇몇 장난스런 메일이 눈에 띄긴 했지만, 그래도 아까에 비하면 무척 나은 상태였다.
“이제야 볼만하네.”
“그러게. 그냥 다짜고짜 돈 좀 달라는 사람은 좀 심했어.”
내 곁에서 함께 메일함을 바라보고 있던 누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우리는 진지한데, 사람들은 장난이나 치고 있으니 누나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음을 아는 우리는 지원자들이 만들어낸 영상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좀……. 차라리 수환이 네가 만드는 게 더 깔끔하게 보이는데?”
“그러니까.”
나와 누나는 가장 처음 보이는 영상을 확인하고서 고개를 내저었다. 대충 봐도, 내가 만들어낸 영상보다도 퀄리티가 매우 떨어졌다.
그냥 돈을 많이 준다고 하니, 찔러나 보자- 하는 마인드로 지원한 것이 훤히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더 볼 것도 없었기에, 영상을 삭제하고 해당 메일까지 삭제했다. 그리고, 하나하나 지원자들의 영상을 보며 탈락자와 합격 후보자들을 골라냈다.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서 부합하는 영상들을 골라내다보니, 총 열 명의 후보들을 고르는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영상을 고르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지원자들의 메일이 쌓인 덕분이었다.
나는 열 명의 후보들의 메일을 제외한 모든 메일을 삭제했다.
일주일이란 시간이나 줬는데, 아직도 영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건 작업 속도가 느리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늦게 확인한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그 사람의 사정이다.
아무튼, 그렇게 최종적으로 열 명의 후보를 뽑아낸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뮤튜브의 라이브 방송 시스템을 사용했다.
처음으로 하는, 방송을 시작하기 30분 전에 고지했을 뿐인 방송임에도 벌써 수천 명의 시청자들이 몰려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신수와 영물들의 신수입니다!”
나는 누나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내 곁에 미리 불러모은 동물들이 일제히 앞 발을 들어올렸다. 심지어 새들조차도 한쪽 날개를 펼쳐보이며 인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 영물들도 반갑다고 하네요.”
널부러져 누워서 꼼짝 하지 않는 나태의 앞 발을 내가 흔들어주며 마저 인사했다.
차르릉!
[유부야고기머거 님이 5만 원 후원!] [“유부님이 인사 해주셨어!”]“어……. 예, 유부의 팬이신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유부야, 너도 고맙다고 해.”
“음, 뭔지는 몰라도 고맙소이다!”
유부는 내 말에 날개를 한 차례 퍼덕였다. 그것만으로도 좋다는 건지, 유부야고기머거라는 닉네임의 채팅이 잠깐 보였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런 유부의 인사를 기점으로 시작하여 각종 후원 메시지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천 원 부터 시작해서 수십만 원에 이르기까지, 자기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의 인사를 받아보겠다고 사람들이 후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방송을 무사히 진행하기는 커녕, 하루 종일 후원 메시지에 답을 해주고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송을 시작한 본 목적을 알려주었다.
“일단, 오늘 이렇게 방송을 켠 이유는 얼마 전에 제가 공지했던 것 때문입니다. 네, 아시는 분들도 계시네요. 바로 편집자 구인입니다!”
내가 박수를 짝짝짝- 치니, 곁에 있던 동물들 역시 따라하겠답시고 앞 발을 허우적거렸다. 그 모습이 귀엽다며 후원 채팅이 또 올라왔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제가 공고를 낼 때도 알려드렸지만, 편집자 구인에는 제 의견도 있지만 시청자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될 예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방송을 켰죠. 제가 고른 후보자들의 최종 선발이 여러분의 몫입니다!”
내 말에 사람들이 환호하며 채팅이 무척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몇몇 짧은 채팅이 아니라면 눈으로 확인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채팅보다는 투표 기능을 이용할 생각이었기에, 곧바로 영상들을 재생했다.
하나같이 깔끔하고, 영상에 담기는 주제가 잘 표현되는 영상들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다.
투표를 실행하니 10개의 선택지에 대부분 고르게 사람들의 표가 몰렸다. 표를 가장 적게 얻은 영상이 전체 비율에서 7% 정도로, 영상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한껏 뿜어내고 있었다.
[투표가 마감 되었습니다. 총 투표 수 : 7,215]그리고, 미리 지정해둔 시간이 지나자, 투표가 마감 되었다. 언제 이렇게 시청자가 많아졌나- 싶을 정도로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이 많았다.
곧바로 시청자들의 표를 받은 순서대로 주르륵- 나열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은 약 14% 정도, 그 다음은 약 12% 가량의 표를 받았다. 그 아래로도 10% 대의 표를 받은 사람이 두 명이나 더 있었다.
그 중에서 상위 4명을 골랐다.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고, 최종적으로 두 명의 편집자를 골라내기로 한 것이다.
“그럼, 상위 네 분께는 제가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선택된 네 명에게 연락하겠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종료했다.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했지만, 다음에 또 다시 방송을 하는 것으로 질척거리는 이들을 떼어낼 수 있었다.
방송을 종료한 나는 곧장 네 명의 최종 후보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임금 때문인지는 몰라도, 최종적으로 선발 된 네 명 가운데 면접을 거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약간이라도 감점요인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서울에서까지 면접을 보러 직접 찾아오겠다는 사람마저 있었다.
사람들의 일정을 고려해, 한 명씩 면접을 보기로 약속한 나는 가장 먼저 총 득표 수 4위에 위치한 지원자를 먼저 만났다.
○ ◑ ● ◐ ○ ◑ ● ◐ ○
“안녕하세요! 신수님 채널의 편집자를 지원한 정학정입니다!”
“반갑습니다.”
카페의 3층. 내 스튜디오로 쓸 공간에서 시작 된 면접은 가벼운 인사로 시작했다.
미리 작성해둔 이력서를 받아 보며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기본적인 면접을 진행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면접을 진행하던 도중, 열려 있는 창문으로 유부가 퍼르륵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흐어억!”
갑자기 등장한 유부의 모습에 놀라는 정학정이라는 사람은 몸을 뻣뻣하게 굳히며 유부를 게름칙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안 되겠네. 아무리 갑자기 나타났다고 해도, 동물에 대해서 이렇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면 뽑을 수가 없지.
동물이 주로 등장하는 뮤튜브에서 동물을 이렇게 두려워하는 사람은 어울리지 않는다.
“면접 수고하셨고요. 결과는 이번 주 내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정학정은 그대로 냅다 도망치듯이 빠져나갔다. 유부가 그렇게 무서운가?
“시키는대로 들어왔소이다. 그럼 약속한 고기를 주시오!”
“옜다, 먹어라.”
미리 준비해둔 고깃조각을 허공에 던지니 파라락 날아오른 유부가 고기를 낚아챘다.
애초에 갑자기 난입한 동물들에 대한 반응을 보기 위해, 일부러 유부에게 부탁한 일이었다.
나는 그 뒤로도 면접자들을 볼 때 마다 동물들을 이용해 갑작스런 상황을 만들어냈고, 두 명의 탈락자를 골라낼 수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직 면접을 보지 않은 한 사람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이 사람은 제발 문제가 없어야 할 건데.’
마지막 남은 이 사람마저 동물을 꺼려 한다면 큰 문제였다. 나는 제발 문제가 없길 바라며, 마지막 면접을 시작했다.
마지막 면접자는 4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그것도, 내가 원하던 방송국 소속의 PD인 여성이었다.
“앗항항항! 안녕하세요! 수환씨죠? 저번엔 감사했어요!”
“……저번이요?”
“아, 모르셨어요? 저, 세희 엄마예요. 저번에 세희가 얼마나 자랑하던지. 부러웠다니까요? 그 때 촬영만 아니었어도 집에서 구경하는 거였는데! 그래도 덕분에 저희 남편이 집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대신, 집에서 틈만 나면 간식쭈때용 소리가 들리는 게 좀 그렇지만요.”
세희 어머님은, 세희와 판박이였다. 말 한 마디 할 틈을 주지 않고 수다를 이어가는 모습이 세희 그 자체였다.
이제 보니 생긴 것도 제법 닮았다. 세희가 조금 더 나이 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할 정도로 닮은 모습이었다.
‘다행이네. 세희 어머님이면 동물을 싫어하진 않을테니까.’
집에서 강아지를 기르고 있는 만큼, 세희 어머님이 동물을 싫어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어머, 네가 유부니? 수환씨. 유부 한 번 들어봐도 괜찮을까요? 사실 새는 처음인데, 영상을 볼 때 마다 한 번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뭐……. 그러세요.”
“와, 생각보다 묵직하네요!”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유부를 보고도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유부를 이리저리 쓰다듬어대는 세희 어머님에게선 동물을 꺼려한다는 느낌을 조금도 받을 수 없었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나는 최종적으로 두 명의 편집자를 고를 수 있었다.
세희 어머님과, 나와 동갑의 남자 한 명이 최종적으로 선발된 편집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