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6
0005 일단은 연습
“나쁘지 않겠는데?”
눈을 반짝인 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진짜로?”
“응.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괜찮을 것 같아. 네가 있잖아.”
나는 누나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팅 초능력이라면, 펫 카페를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펫 카페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 중 하나는 동물들의 배변 관련된 문제였다. 하지만 내 능력이라면 지정된 위치를 떠나, 사람들이 쓰는 변기를 동물들이 쓸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었다.
‘변기 쓰는 동물이라니, 조회수 떡상의 각이 보인다……!’
게다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동물들과 대화가 가능하니 무언가 문제가 있더라도 바로 해결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괜히 손님을 공격한다거나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누나,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뭔데?”
“내가 그게 진짜 되는 건지 모른다는 거지. 사실 동물과 대화가 되고, 어느정도 호감을 받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 수준을 정확하게 아는 건 아니잖아? 내가 하라고 한 거나, 하지 말라고 한 거를 쌩까고 무시하면 그저 그런 펫 카페가 될 수도 있어. 그리고, 그저 그런 펫 카페 대부분이 어떤지는 알지?”
“음, 확실히 그건 그렇네.”
누나는 내 말을 충분히 이해한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영지는 그렇지 못했다.
“그럼 펫 카페 못 해요오……?”
당장이라도 울 듯이 울먹이는 영지의 모습에, 나는 땀을 삐질 흘릴 수밖에 없었다.
‘도움!’
나는 누나에게 다급히 도움 신호를 보냈다. 내 텔레파시를 받은 건지, 누나는 영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안 된다는 게 아니야. 일단 수환이의 능력을 확실히 확인 해야 한다는 거지. 동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하니까. 이해하지?”
안 되는 건 아니라는 말에, 영지는 그제서야 다시금 해맑은 미소를 되찾았다. 그 모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간간히 모지리 같은 모습을 보이는 영지가, 사실은 남이 아니라 하은 누나의 사촌동생이었기 때문이다.
카페에 있을 때는 철저하게 사장 언니라고 부르며 사촌 관계인 티를 내지 않지만, 그렇다고 영지가 누나의 사촌동생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달래지 못하고 결국 영지가 펑펑 울어버렸다면, 달래느라 심력을 소모한 누나가 내게 어떤 보복을 가할지 몰랐다.
일종의 랜덤 폭탄이 기폭을 멈추는 것을 확인한 나는 커피를 들이켰다.
확 솟아 올랐던 긴장감으로 인한 열기가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사그라들었다.
“그럼, 정밀 검증을 바로 할 생각이야?”
“그래야지. 대신, 정밀 검증은 시간이 조금 필요하니까 미리 자체 검증을 해봐야지.”
“자체 검증? 어떻게 하게?”
“그러게……. 솜주먹은 이미 훈련이 다 된 녀석이라 해봐야 소용이 없는데…….”
내 주변에 당장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누나에 부모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와 누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영지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고양이 있어요!”
“응? 너, 고양이 키웠어?”
내 말에 영지는 고개를 도리도리 휘저었다.
키우지도 않는데 있다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싶어 그녀를 바라보니, 커피를 한 번에 흡입하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오세요!”
“……일단 가보자.”
먼저 휙하니, 카페의 뒷문으로 향하는 영지의 모습에 누나와 나는 얼떨떨한 모습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누나와 함께 뒷문을 나서자 보이는 것은, 웬 고양이 한 마리에게 소시지를 까주고 있는 영지였다.
고양이는 흔한 길고양이처럼 생겼는데, 길고양이 치고는 크림 빛깔의 털이 반들반들 깨끗해보였다. 그 외에도 딱히 병이 있다거나, 다친 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뭐야, 웬 고양이야?”
“남캣이예요!”
“……남캣?”
“남자 캣! 내가 지었어요!”
도대체가 영지의 머릿속은 어떻게 되 먹은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뭘 꼬라보노. 고양이 처음 보나?”
“냥아치 새끼들은 왜 매번 주둥이에 걸레를 물고 있냐고…….”
게다가 나를 노려보며 말하는 고양이, 남캣이라는 녀석의 말은 싸가지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수환아.”
“아, 미안.”
영지의 앞에서 험한 말을 썼다며 지그시 바라보는 누나의 모습에 두 손을 들어보인 나는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어디서 온 것인지, 누구의 고양이인지는 몰라도 마침 능력을 실험해볼 수 있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남캣이라 그랬지? 거기 있지 말고, 저쪽으로 가봐.”
내 말에, 영지가 남캣이란 이름을 붙인 고양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안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 즈음, 몸을 일으킨 고양이가 이동했다. 내가 가리킨 그 곳으로.
“와아아!”
내 말에 맞춰 움직인 남캣의 모습에, 영지는 무척 놀랍다는 듯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박수까지 짝짝 쳤다.
하지만 난 그것만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단순히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라고 하는 것은 물론, 강아지에게 하듯 무언가를 물어오라고 시키는 것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하나였다.
“십새야, 내가 니 시다바리가?”
“악!”
내 명령질에 참지 못한 고양이가 내게 냥냥펀치를 갈기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쪼그리고 앉은 상태에서 무릎의, 인대부분에 냥냥펀치를 맞은 나는 몸을 크게 움찔거렸다. 무릎 반사가 가볍게 일어나며 몸이 퍼덕인 것이었다.
“푸훗.”
“히히, 사장언니남친 오빠 남캣한테 맞았어요!”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본 두 여성분들 께서는 웃음을 터트렸다.
쪽팔리게.
“뭐 하는 짓이야?”
영지는 몰라도, 누나의 앞에서 쪽팔리게 만든 남캣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남캣은 내 시선에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니야말로 뭐 하노? 시다바리 마냥 이래라 저래라 시킬 거면 먹을 거라도 주면서 해야지. 말이 통하는 인간이라 들어주긴 하는데, 누굴 호구로 아나?”
나를 빤히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냥냥펀치를 한 번 더 갈길 것 같은 남캣의 모습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나는 내 능력이 동물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대화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자각할 수 있었다.
‘하긴 나 같아도 보상 없이 뺑이치라고 하면 열받긴 하겠다.’
역지사지의 마음을 십분 발휘한 나는, 영지의 주머니에서 빼꼼- 튀어나와 있는 소시지 하나를 가로챘다.
“아앗! 내 소시지!”
“다음에 내가 더 맛있는 걸로 사줄 게.”
“이것도 가져가고 두 개 사줘요!”
더 맛있는 것은 참을 수 없던 것인지, 영지는 반대편 주머니에 들어 있는 소시지까지 내게 떠넘겼다.
잠시 영지를 황당하게 바라보긴 했지만, 나는 곧바로 소시지를 까서 남캣에게 내밀었다.
찹찹찹-
비닐을 제거해서 내밀어진 소시지는 순식간에 남캣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찹찹 거리며 소시지를 해치운 남캣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듯이 배를 깔고 앉았다. 흔히 말하는 식빵 자세를 취한 것이었다.
“와아! 사장언니남친 오빠! 남캣이 만져도 돼요?”
“응? 만져 본 거 아냐?”
“부르면 오고, 간식 주면 먹는데 만지지는 못하게 했어요오.”
어떻게든 한 번 만져보고 싶다는 듯이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웠다.
“남캣아. 쟤가 널 좀 쓰다듬어도 될까? 아프게는 하지 않을 거야.”
“……그래라.”
나름 영지에게 얻어먹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남캣은 잠시 고민하다 허락했다. 나는 곧바로 영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끄덕임의 뜻을 눈치 챈 영지는 곧바로 두 손으로 남캣을 마구 쓰다듬기 시작했다.
흐히흐히 소리를 내며 헤실거리는 영지의 웃음은, 그녀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알 수 있는 웃음이었다.
“우리 영지, 그렇게 좋아?”
“너무 좋아!”
누나의 물음에 영지는 당장이라도 승천할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제 그마안……! 거긴 아, 안 돼!”
하지만 너무 구석구석 격렬하게 쓰다듬었기 때문인지, 남캣은 저항하기 시작했다. 구석구석도, 너무 구석구석이었다.
“영지야 이제 그만.”
“히잉.”
“남캣이가 싫대. 너도 누가 뱃살 만지면 싫잖아? 남캣이도 똑같은 거야. 그렇게 막 쓰다듬으면 안 되지.”
영지는 내 말에 아쉬움을 가득 담은 얼굴로 남캣이를 놓아주었다.
영지의 품에서 벗어난 남캣이는 슬그머니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만약 영지의 손에 형광 물감이 묻어 있었더라면, 남캣은 땅콩까지 형광색인 고양이가 되었을 것이 분명했으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근데, 정말 되긴 하네? 이러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몇 가지 실험은 더 해봐야지.”
이리저리 오가는 거나 물어오라는 것 정도는 들어주었지만 그 외의 것도 실험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럼 한동안은 얘, 여기서 키울까? 카페라서 안에 들이면 안 되긴 하지만…… 여기는 문제 없을 거 같은데.”
“키워요! 키워요! 키워요!”
누나의 물음에 영지가 손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며 폴짝였다.
‘고양이 못 키워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나는 어느새 내 멱살을 잡아쥐고 짤짤 흔들어대는 영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영지의 의도와는 별개로 남캣에 대한 훈련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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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애웅.”
‘쟤는 왜 저렇게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나는 카페 뒷문 바로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영지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며칠간 진행 되었던 남캣의 훈련 이후, 카페에 손님이 없는 순간이 있다면 무조건 뒷문을 열어 젖히고 남캣과 노는 영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뭐……. 훈련 잘 된 고양이랑 놀면 재미 있긴 하지만.’
물론,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강아지도 아니고, 개냥이마냥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 하는 고양이였으니 데리고 노는 재미는 있었다.
훈련 잘 된 강아지들이 할 법한, ‘손’이나 ‘앉아’, ‘엎드려’, ‘죽은 척’ 같은 지시를 아주 잘 따르는 고양이라니. 재미 있지 않은 것이 이상하지.
“죽은 척!”
“야오오오옹…….”
길게 울음을 내뱉으며 천천히 바닥에 쓰러져, 고개를 톡- 떨구는 남캣의 모습은 신기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내가 훈련시키긴 했지만.’
“또 영지 구경하고 있구나?”
그리고, 내가 그런 남캣과 영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누나가 커피 한 잔과 조각 케이크 하나를 들고 왔다.
“솔직히 저러는 거 보면 귀엽잖아.”
“……너, 영지가 내 사촌동생인 건 알고 있지?”
“……?”
“부, 불륜 나오는 드라마 아, 안 봤어!”
묘하게 화들짝 놀라는 누나의 리액션에 의아함을 잠깐 가졌으나, 진동을 울리는 휴대폰 때문에 의아함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엄마]“어머님 전화 왔네!”
“왜 그렇게 반기는 거야?”
“저, 전화나 받아! 어머님 기다리시겠다!”
누나의 재촉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아들~ 네 회사 앞인데, 잠깐 나올래?”
“어……?”
휴대폰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
그러고 보니, 엄마한테 회사 그만 둔 거 말 안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