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61
0060 육아 서포터
“내, 내도 만지도!”
토끼들이 소은이의 주변에 깔리고, 삼기토는 소은이에게 붙잡혀 있는 것을 되려 부러워하는 대포동은 슬그머니 다가와 앞발을 내밀었다.
어떻게든 연예인의 손을 한 번 만져보고 싶어하는 극성 팬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
“꺄우!”
그리고 그런 대포동의 모습을 본 소은이는 제게 내밀어진 라쿤의 앞발을 가볍게 만져주었다.
“흐어어억! 뿅가뿐다!”
소은이와 악수를 하게 된 대포동은 그대로 파들파들 떨었다.
“우리 소은이가 동물계의 살아있는 마약인가본데?”
“그러게……. 고양이들한테 캣닢을 줘도 이정도는 아닌데.”
파들파들 떨어대는 대포동의 모습을 본 누나와 나는 고개를 가볍게 내저었다. 어떻게 아기랑 손을 좀 만져봤다고 기뻐서 죽겠다는 듯이 몸을 떨어대는 건지,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온나!”
“끄억!”
심지어, 소포동은 소은이 앞에서 떨고 있는 대포동을 대충 밀어내 침대 밖으로 떨어트리더니,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고서 소은이와 악수를 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소포동 역시 대포동과 같은 절차를 밟았다. 파들파들 떨어대며 기뻐하다가,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다른 동물들에 의해서 내던져진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동물들은 한 번씩 소은이와 스킨십을 하며 기쁨에 떨다가 침대 밖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 아가씨! 저도 한 번만……! 으허억!”
점잖을 거라고 믿었던 청호마저 소은이와 스킨십을 하더니 떨어댔다.
믿고 있던 녀석마저 내 기대를 배신하는 모습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꺄후으응!”
그래, 소은이가 좋으면 됐지 뭐.
나는 기뻐하는 소은이의 볼을 살짝 문질러주었다.
○ ◑ ● ◐ ○ ◑ ● ◐ ○
동물들이 귀여워 죽으려는 소은이의 육아는 무척 난이도가 낮았다.
아기의 옹알이를 어느정도 알아듣는 내 초능력에 더불어, 동물들이 소은이를 너무 귀여워하며 잘 놀아준 덕분이었다.
깨어 있다고 해도 거의 울지 않았고, 울더라도 금세 달랠 수 있었으니 육아 난이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피곤한 것이라곤 해가 떠 있건 져 있건 중간중간 깨서 밥달라고 보채는 것 뿐이었다.
“다녀올게!”
그렇기 때문에, 누난 오랜만의 외출을 아무런 부담 없이 가질 수 있었다. 소은이를 내게 맡겨 놓고도 부담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오랜만의 외출에 살짝 흥분한 듯한 모습이었다.
“다녀와. 늦을 거 같으면 전화해. 데리러 갈테니까.”
“응!”
친구들과 만나 수다 떨 생각에 내 말은 귀에 들리지도 않는지, 누나는 대충 대답하고서는 재빨리 외출했다. 이미 밖에는 불러둔 택시까지 대기중이었기에 누나는 금세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흐음……. 이제 어쩐다?”
누나 없이 혼자서 소은이를 돌보게 된 것은 처음인지라 살짝 걱정 되었다.
“으아아아앙!”
그리고, 걱정을 하기가 무섭게 윗층에서 소은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급히 윗층으로 달려가 소은이를 안아들었다.
“아이구, 우리 딸 왜 울어?”
“으아우웅!”
“아, 삼기토가 도망갔구나?”
소은이의 옹알이에,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분명 소은이에게 붙잡혀 있었을 삼기토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소은이가 살짝 잠에 빠지며 손아귀의 힘이 빠진 사이, 삼기토가 그대로 줄행랑을 친 것이 분명했다.
“아빠가 삼기토 잡아다 줄 게.”
“뺘!”
삼기토를 잡아다 준다는 소리를 이해한 건지, 소은이는 순식간에 울음을 그치고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꺄르륵 웃는 모습만 보면 천사가 따로 없었다.
나는 곧장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청호를 불렀다.
동물을 데리고 외출하면 편한 것 보다는 불편한 것이 더 많은 현실적인 이유로 청호를 데려나가지 않은 누나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청호의 보디가드 대상이 누나에서 소은이가 되어 있었기에 주변에 있던 것이었다.
“삼기토……. 아니, 삼기토랑 일기토 좀 데려올래?”
“알겠슴다!”
나는 직접 카페로 가는 것 보다, 청호를 시켜서 토끼를 데려오게 만들었다. 아직 소은이에게 외출이 권장되는 시기는 아니었으니 가까운 곳이라 하더라도 외출을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이유를 알기라도 하듯, 내 말에 청호는 재빨리 뛰어가더니 카페와 집 사이를 막아주는 담벼락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몇 번 발을 구르는 것만으로도 2미터가 훌쩍 넘는 담벼락을 아주 가볍게 뛰어 넘는 것을 보면 역시 군견은 군견이다 싶었다.
“근데 지나다니라고 구멍도 뚫어놨더니, 구멍은 안 쓰네.”
담벼락을 타는 모습을 보니 괜히 담벼락에 구멍을 뚫어, 동물들이 얼마든지 왕래할 수 있게 한 것이 쓸모 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두 마리의 토끼들을 물고서 구멍을 통과해 오는 것을 보니, 구멍 뚫은 것이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녀석은 곧 두 토끼를 문 채로 방으로 들어왔다.
“흐익! 들켰샤!”
나를 본 삼기토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며, 나는 청호에게서 두 마리 토끼를 건네받았다.
“삼기토. 왜 도망친 거야?”
“나, 나도 움직이고 싶었샤! 하루종일 붙잡혀 있었샤! 죽을 것 같샤! 애기는 좋지만 힘든 거샤!”
“끙…….”
삼기토의 말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힘들어서 도망쳤다는데, 그걸로 혼을 낼 수도 없었다. 반쯤은 예상하고 있던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일기토와 삼기토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너희 토끼즈들이 하루씩 돌아가면서 같이 있어주면 안 될까? 과일같은 거 많이 챙겨줄 게.”
“……좋샤!”
내 말에 일기토와 삼기토는 몸을 흔들며 긍정을 표했다.
녀석들도 소은이를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삼기토가 탈주한 이유도, 그저 계속 붙잡혀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참을 수 없던 것 뿐이었다
“그럼 오늘은 일기토가 옆에 있어줄래?”
“알겠샤!”
나는 일기토를 소은이의 곁에 내려놓고서, 삼기토를 돌려보냈다.
삼기토는 소은이의 품에서 탈주했던 때와 똑같은 루트로 카페로 되돌아갔고, 소은이는 행복한 표정으로 일기토의 털을 붙잡았다. 일단 토끼면 어떤 토끼라도 상관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쁘아아!”
“소은이 좋아?”
다시금 토끼를 손에 잡게 된 소은이는 그렇게 좋은 건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몸을 버둥거렸다.
소은이의 손에 붙잡힌 일기토도 딱히 나쁘지는 않은지, 소은이에게 코를 슬며시 문질렀다.
그런 일기토의 행동에, 소은이는 화답이라도 하듯이 일기토의 털을 주물럭거리듯이 손을 죔죔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으애으우웅!”
잠시동안 소은이가 일기토와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소은이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자다가 깨기도 했거니와, 일기토를 보며 조금 움직인 탓에 배가 고픈 것이었다.
조금만 더 있다가는 배고픔에 울 것 같은 소은이를 바라본 나는, 곧바로 소은이를 안아들고서 1층으로 내려갔다. 소은이가 일기토를 놓으려 하지 않아서 토끼까지 들어야 한다는 것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밥을 먹이는 것이 더 중요했다.
1층으로 내려온 나는 주방 테이블에 미리 놓아둔 아기 침대에 소은이와 일기토를 내려놓고, 누나가 미리 짜놓고 간 모유를 준비했다.
손에 일기토도 쥐고 있고, 배고픈 상태에서 밥까지 준비가 되니 소은이는 쭈압쭈압 젖병을 빨았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 손으로는 여전히 일기토를 붙잡은 채로 젖병을 빨아대는 소은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참을 수가 없었다. 소은이가 물고 있는 젖병이 움직이지 않도록 신경쓰며 한 손으로 소은이의 사진을 찍었다.
이미 태어난 직후부터 들었던 셔터음이었기 때문인지, 소은이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은 채로 열심히 피사체가 된 상태로 젖병을 빨았다.
그리고 열심히 젖병을 빤 덕분에, 소은이는 금세 포만감을 느끼며 젖병을 밀어냈다.
“어이구, 많이도 먹었네.”
평소에 먹는 것 보다 조금 더 많이 먹은 듯한 모습에 괜히 흐뭇함을 느꼈다. 이래서 부모님들이 더 먹으라고 자꾸 먹이는 건가 싶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소은이의 식사를 끝마친 나는 소은이를 들어올려 트림을 유도했다.
안아들고 살며시 몸을 흔들며 등을 문질러주니, 소은이에게서 금세 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우…….”
“배 부르니까 이제 졸려?”
소은이가 졸리다는 의미를 가득 담아 옹알이를 하기 시작했다. 이 참에 소은이를 재우고, 나도 밥이나 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소은이를 안아든 채로 몸을 흔들며 잠을 유도했다.
하지만 어린 아이를 너무나도 무시한 것이었다.
“꺄우!”
오히려 잠을 유도하겠다는 그 행동이, 소은이게는 즐거움을 선사했던 건지 졸린 기색은 갖다 버렸다는 듯이 해맑은 표정으로 방긋방긋 웃고 있는 것이었다.
“아……. 이제 안 졸리구나…….”
점심에서 조금 멀어진 것을 느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소은이를 안고서 더 흔들어주었다.
몸을 좌우로 흔들 때 마다 즐거워하는 소은이를 보니 흐뭇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것이 20분이 넘어가니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품에 소은이만 안겨 있는 것이 아니라, 소은이에게 잡혀 있는 일기토까지 안겨 있었으니 더더욱 힘들었다.
그렇다고 힘이 들어 잠깐 내려놓으려고 하면 곧장 울려고 하는 소은이의 모습을 보니 내려놓을 수도 없었다.
“쥔님 힘드심까?”
“어…….”
그나마 곁에서 청호가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혼자서 이러고 있었으면 더 힘들었을 거다. 이번에는 육아 우울증이 왜 생기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던 도중, 나는 번뜩이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여전히 몸을 흔들며 소은이와 놀아주는 상태를 유지하며, 청호를 바라보았다.
“청호야 일어나봐.”
“예? 알겠슴다.”
내 말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던 청호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나는 재빨리 그런 청호의 등 위에 소은이를 내려놓았다.
“쥐, 쥔님?”
“소은아, 청호가 놀아준다네?”
“꺄으!”
소은이는 청호의 등 위에 앉은 것이 제법 좋았는지, 해맑은 웃음과 함께 청호의 털을 붙잡았다. 그것도, 일기토의 털을 놓고 두 손으로 붙잡은 것이었다.
“청호야. 부탁한다.”
“……알겠슴다.”
청호는 내 말에 잠시 망설이더니, 금세 내가 했던 것처럼 슬금슬금 몸을 흔들었다.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소은이는 청호의 등 위에서 한동안 즐거움을 만끽하다가, 슬슬 엎어지더니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
“잘했어, 청호야.”
“아님다. 저도 아가씨를 모실 수 있어서 좋슴다.”
꽤나 힘들었을 것임에도 청호는 기분 나쁜 기색 하나 없이 부드럽게 몸을 흔들며 소은이를 재워주었다.
그런데,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청호의 등 위에서 소은이가 잠에 빠져드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순간. 갑자기 싱크대 아래쪽 선반에서 우당탕탕 하는 소리 울렸다.
“갔제? 와따, 마. 간식 훔치는 거 걸리는 줄 알고 식겁했……다이가…….”
“와 말을 하다 마노……? 아, 클나뿟네…….”
선반이 끽- 소리를 내며 열리는 것과 동시에, 냄비를 쓰러트리며 모습을 드러낸 두 마리의 라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아아아아앙!”
“으스끄들으…….”
“오늘이 너구리 제삿날임다.”
간신히 재웠던 소은이가 굉음에 놀라 울음을 터트리니, 나와 청호가 두 라쿤을 노려보았다.
“죄, 죄송합니데이…….”
“니들이 수습해!”
잘못한 건 아는지, 몸을 웅크리는 라쿤들의 모습을 본 나는 그대로 녀석들에게 딸랑이를 쥐여주었다.
“아그야! 울지 마라 안카나! 뚝해라 뚝!”
“제발 좀 그만 울으라! 점마한테 맞게 생기따!”
두 라쿤들은 필사적으로 소은이를 바라보며 딸랑이를 딸랑딸랑 흔들어댔다.
목숨이 걸린 듯 혼신의 힘을 다한 덕분에, 소은이는 울음을 그치고서 다시금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