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63
0062 맴맴맴맴맴
“소은이, 아빠랑 재미있었어요?”
“우으아아!”
누나가 바운서에 앉혀진 소은이를 들어올리니, 소은이는 엄마가 좋다는 듯이 버둥거리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누나 역시 그런 소은이가 너무 좋다는 듯이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똑 닮은 두 사람이 그러고 있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 있는 동물들의 시선에, 녀석들에게 약속한 간식을 챙겨주었다.
“감사함다!”
“귀여운 아이를 위해 무엇을 못하리오.”
“앞으로 얼마든지 시키라!”
간식을 받은 녀석들은 허겁지겁 간식을 해치우며 기뻐했다.
나는 곧바로 다시금 누나와 소은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귀여움 그 자체인 소은이를 1초라도 더 봐야지.
앞에서 가볍게 흔들리고 있는 누나의 손가락을 잡겠다고 팔을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귀여움’ 그 단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 힐링되는 모습이 따로 없었다. 나는 마음속 깊이 내재되어 있던 스트레스까지 확 해소 되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누나에게 다가갔다.
“누나. 잘 놀다 왔어?”
“응.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노니까 스트레스 제대로 풀리더라? 너도 하루 놀다가 와. 소은이랑 애들은 내가 볼테니까.”
“흠……. 그러지 뭐. 안 그래도 한 번 보자는 연락이 종종 오니까.”
나는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놈들이 얼굴 좀 보자고 연락하고 있었으니 조만간 날을 잡으면 되겠지.
그래도 바로 약속을 잡을 필요는 없었다. 나를 무슨 서커스 단장쯤으로 여기는 친구 놈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귀여움 그 자체인 소은이를 보는 것이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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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가 성장하는 것은 무척 빠르다. 곁에서 매일, 같이 생활하면서 한 시도 눈을 떼지 않는 부모라 할지라도 그 변화를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어느덧, 3월 중순 출생인 소은이가 태어난 지 만으로 4개월이 지나가는 시기가 됐다.
더워지던 날씨가 더더욱 더워지며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뉴스가 방영되고, 매미들이 전국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시기였다.
그리고, 그런 시기가 되니 소은이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다.
“수환아! 소은이 유치 났어!”
누나의 외침에 다급히 소은이에게 달려가보니, 누나의 손가락으로 인해 입을 에- 벌리고 있는 소은이가 보였다.
“벌써 났어? 저번에 의사가 반 년 정도는 돼야 한다고 안 했던가?”
“아기별로 차이가 있다고도 했잖아. 몇 달 일찍 날 수도 있고, 돌 때까지도 안 나는 경우도 있댔어.”
그렇구만- 하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누나가 벌리고 있는 소은이의 입 안을 바라보았다.
잇몸에 치아가 이제 막 뽈록- 솟아오르기 시작한 모습이 보였다.
“우리 소은이는 어떻게 이가 나는 것도 귀여울까!”
“그러니까.”
누나와 나는 그 모습도 무척 귀엽게 느껴졌다. 연분홍빛의 잇몸에 하얀 치아가 빼꼼- 고개를 내밀듯이 나와 있으니 귀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은이는 나중에 커서 유치가 빠졌을 때도 귀여울 거야.”
“그럼, 누구 딸인데.”
누구 딸인데- 말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누나와 서로 내 딸이라며 투닥거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으우우우!”
“응? 우리 딸, 왜 그러니?”
“기저귀 갈아달라는 거 같네.”
“소은아, 엄마가 금방 갈아줄게!”
누나는 소은이의 기저귀를 순식간에 갈아주었다. 이제는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서, 소은이도 편안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우리 소은이 개운해요오?”
“꺄우아!”
기저귀를 갈아주니 소은이가 다시금 꺄르륵 웃으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소은이와 잠깐 놀아주니, 소은이는 졸린 듯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마구 감기고, 무언가 옹알이를 하려는 것처럼 입술이 달싹이긴 하지만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내가 재울게.”
소은이를 안아들고 잠깐 흔들어주니, 금세 규칙적으로 색색거리는 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 침대에 살며시 내려놓아도 깨지 않고 자고 있었다.
“잘 자네.”
“응. 솔직히, 깨 있을 때도 귀엽긴 한데……. 이렇게 잘 자고 있는 모습이 더 귀여운 거 같아.”
“아빠가 너무한 거 아냐? 잘 때가 제일 귀엽다니.”
“누나는 깨 있는 게 더 좋다고?”
“……내, 내가 언제 그랬어.”
당장이라도 소은이를 깨울 것 같이 말하니 누나가 당황했다.
솔직히 소은이가 엄청나게 귀엽긴 하지만, 아직 어린 아기인 만큼 자고 있을 때가 평화로웠다.
아기에게도 조금 통하는 내 능력 덕분에 소은이가 막 울고불고 난리치는 일은 거의 없다지만 피곤한 것은 피곤한 것이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나- 유심히 지켜봐야하고, 배가 고픈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건지 수시로 확인도 해야 했다. 피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근데, 진짜……. 소은이가 네 유전자도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자는 모습이 이 정도로 똑같을 수가 있지?”
말을 돌리려는 것이 느껴졌지만, 누나의 말대로 소은이를 보고 있으니 내가 잘 때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왼쪽 팔을 살짝 들어올린 상태에서 왼쪽 발을 오른쪽 종아리에 갖다 대는, 내가 편하게 잠을 잘 때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소은이의 잠버릇이 나와 똑같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던 도중이었다. 갑자기 큰 소음이 집안으로 난입하는 것이 말이다.
“찌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
창문 방충망에 붙은 건지, 매미 소리가 방음이 잘 되는 집임에도 방음을 뚫고 집안으로 울려퍼졌다. 이게 매미 소린지, 사이렌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시끄러웠다.
당연히 그 소리를 들은 우리는 기겁을 하며 소은이가 누워 있는 침대를 바라보았다.
“망했다.”
그리고, 아기 침대에 누워 있는 소은이는 조금 전 잠들었던 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처럼 두 눈을 부릅! 뜨고 있었다.
“흐……. 흐으……!”
눈을 동그랗게 부릅 뜨고 있는 소은이는 잠시 예열을 시작했다.
잠깐의 예열이 끝마친 것을 알리듯이 소은이의 눈가에 천천히 습기가 맺히기 시작했고, 유치가 살짝 나기 시작한 입이 열리며 우렁찬 소리가 터져나왔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앙!”
누나는 갑작스런 소은이의 울음에 당황하면서도 다급히 소은이를 안아들었다. 소은이를 이리저리 흔들어주며, 갑자기 소음으로 인해 잠에서 깨게 된 소은이를 달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재빨리 창문으로 다가가, 방충망에 붙어서 굉음에 가까운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는 매미를 날려보내려 했다.
하지만 그 소음만큼 대단한 매미였던 건지, 방충망을 털어도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방충망에 딱밤을 날려도 날아가지 않을 정도였다.
“어쩔 수 없다!”
지금 곤충이라 만지기 꺼려지니 뭐니 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방충망을 살짝 열어, 매미를 떼어낸 다음 밖으로 내던지려 했다.
그런데, 그런 내 행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살짝 연 방충망 사이로 매미가 쏙- 들어오더니 더 큰 소음을 만들어냈다.
잡기 위해서 달려가면 다른 곳으로 포로록 날아가 붙은 다음 또 소음을 내고, 그곳으로 또 달려가면 다시 도망치는 매미의 행동에 열이 받은 나는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
“에이씨……! 까치 집합!”
나는 창문을 아예 완전히 열어젖히고서, 카페를 향해 소리쳤다. 내 외침을 들은 까치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창문 근처로 빠르게 날아왔다.
가장 먼저 빠르게 도착한 몇 마리 까치를 방 안으로 들이고서, 녀석들에게 매미 퇴치를 지시했다.
“찌-!”
애완 부엉이를 자처하는 유부의 부하들답게 애완 까치로 변해가는 녀석들이었지만, 깡패 같은 사냥 본능이 어디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아무리 잡으려고 애를 써도 잡지 못한 매미가, 몇 초 만에 한 까치의 부리에 물리게 되었다.
“밖에서 처리 해.”
“을긋스히다!”
창문 밖을 가리키니, 매미를 물고 있는 까치가 들어왔을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휴…….”
매미의 소음이 사라지니 나와 누나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소은이도 소음이 사라지자 마자 울음을 천천히 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울음을 그친 소은이는 누나가 안고 가볍게 흔들어주니 다시금 천천히 잠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말 안도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에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나는 잠시 밖으로 나왔다. 물론, 까치들을 내보내고 창문을 꼼꼼하게 닫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니, 여전히 담벼락 위에 수많은 까치와 까마귀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너희들, 매미……. 아니다, 그냥 곤충은 싹 다 못 들어오도록 할 수 있어?”
“큰형님. 곤충이요? 방금 매미 같은 것들 말씀이십니까?”
“작은 놈들은 조금 힘들기 한데, 못 할 건 없습니다.”
“조금 전의 매미 같은 놈들이 오지 못 하도록 하면 되겠습니까?”
“힘들긴 하겠지만, 큰형님의 지시라면 얼마든지 따르겠습니다.”
내 물음에 까치와 까마귀들은 저마다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또 다시 매미 때문에 이런 경험을 또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까치와 까마귀들에게 매미를 비롯해서 곤충들을 집 근처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수고비를 선지급 하듯이 각종 견과류 같은 것들을 마당 한 켠에 쌓아놓으니, 까치와 까마귀들이 하늘을 날며 집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집과 카페 주변을 날아다니며, 매미를 비롯한 곤충들을 싸그리 박멸해갔다. 잡식성으로 벌레도 먹이에 포함되는 까치와 까마귀들이었으니 녀석들도 꽤나 즐겁게 처리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 이후로 집안은 물론이고 카페 근처에서 매미 소리를 듣기가 힘들어졌다.
“어휴, 진작에 이럴 걸.”
“……그러게. 집에 곤충 하나 없는 건 엄청 좋네.”
까치와 까마귀들에게 쓸데없는 것을 시킨다고 하려던 누나도, 매미는 물론이고 온갖 벌레들이 사라지니 꽤나 좋아했다.
매미의 소음으로 소은이가 깰 걱정도 없었고, 벌레들이 소은이를 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까치와 까마귀들의 노력 덕분에 조용하고 평온한 여름을 보내던 도중, SNS인 아웃스타를 통해 한 가지 제안이 들어왔다.
“누나. 우리 소은이 사진 찍으러 갈래?”
“소은이 사진? 지금도 찍은 거 많지 않아?”
“그거야 많지. 내가 말하는 건 화보 같은 거야. 아웃스타 디엠으로 섭외 요청이 왔거든. 육아 잡지라는데, 소은이랑 동물들을 모델로 쓰고 싶다더라고.”
내 말에 눈을 반짝인 누나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반응을 보였다.
확신하는데, 잡지로 소은이 자랑을 전국에 하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하는 걸로 알게.”
물론,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나는 곧바로 해당 잡지사와 연락을 하여 촬영일을 잡았다. 카페 문까지 닫고, 동물들을 데리고 촬영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