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8
0007 인터뷰(2)
“자, 그럼 첫 번째 질문. 애니멀 커뮤니케이팅 초능력을 개화한 건 어떻게 알게 된 거니?”
“어……. 퇴근하고 집 가던 길에, 길고양이가 말을 걸더라고요.”
“길고양이가? 무슨 내용이었는데?”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다 잠시 망설였다. 소시지 먹다가 고양이한테 맞았다는 말을 어떻게 해.
하지만 적당히 각색하면 되었기에, 금세 입을 열었다.
“먹을 걸 내놓으라고 하더라고요. 뭐 맡겨 놓은 놈도 아니고……. 아무튼, 처음에는 제가 술을 마셨나- 생각할 정도였어요.”
“흐흐흥, 신기하네.”
신기하다며, 태블릿에 메모하는 아줌마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자 메모를 끝낸 아줌마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기본적인 초능력 검증은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정밀 검증은 받았니?”
“아뇨. 일단은 예약만 해뒀어요. 아무래도 제 초능력이 특수한 케이스다보니 준비할게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럼 네가 생각하기에는, 네 능력의 등급이 어느 수준일 것 같아? 아줌마 앞이라고 겸손해 할 필요 없어.”
태블릿에 연동 된 펜을 휘휘 돌리며 웃음짓는 아줌마는 어서 자신감을 갖고 말해보라는 듯이 바라보았다.
“뭐……. 좀 오만하다고 할 수도 있긴 한데, 제 생각에는 아무리 못해도 상급?”
“아무리 못해도 상급……. 그럼 최상급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네? 혹시,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따로 있니?”
아줌마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내 능력의 등급을 최소 상급이라 생각하는 이유를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고민이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금세 해결 되었다.
열린 문 너머로, 도도하게 꼬리를 살랑이며 화장실로 향하는 남캣의 모습이 살며시 보였기 때문이다.
“아줌마, 휴대폰 카메라 켜고 따라오세요.”
“응? 같이가!”
아줌마는 먼저 일어난 나를 다급히 따라오며, 휴대폰으로 카메라를 켰다.
내가 무언가 보여주려하는 것임을 눈치 챈 아줌마였기에, 뒷편에서 벌써부터 띠링- 하며 영상의 녹화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쪼로로로록-
“이, 이게…….”
나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온 아줌마는 입을 떡- 벌리고 두 눈 마저 크게 치켜떴다.
‘아, 침흐른다.’
얼마나 경악했는지, 아줌마는 입에서 침 한 방울이 흐르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쏴아아아악-!
‘어느 고양이가 변기에 올라가서 오줌 싸고 물까지 내리겠냐고.’
변기에 올라 자세를 잡고 소변을 누는 것으로도 모자라, 뒷편의 물탱크 부분에 올라타서 레버를 내리는 남캣의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
아무리 내가 직접 훈련시킨 것이라지만, 이건 솔직히 나도 놀라울 정도였다.
“뭘 꼬라보냐? 뒤질래?”
“싸가지 없긴…….”
뭘 보냐며 욕지거리를 내뱉은 남캣은 내 다리 사이를 부드럽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내 혼잣말에 정신을 차린 아줌마는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내가 지금 본 게……. 현실 맞지……?”
“네. 고양이가 변기에 오줌 누고, 물까지 내렸지만 현실이예요.”
“…….”
아줌마는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자신이 녹화한 영상을 다시 돌려보았다.
그제서야 현실임을 파악한 아줌마는 여전히 경악한 얼굴로 멍하니 화장실 입구를 틀어막고 있었다.
“아줌마?”
“아, 어……. 그래, 응.”
멍하니 있던 아줌마는 재차 부르는 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테이블로 돌아갔다.
“와……. 아직도 믿기 힘드네. 확실히, 네가 최상급이라 자신할만 한 걸? 지성인 수준의 대화가 가능하니 그런 훈련이 가능했을 거잖아. 단순히 배변구역을 지정해주는 걸 떠나서, 물 까지 내리는 정도면…….”
“그렇죠. 재미있는 거 알려드릴까요? 고양이들, 말투 엄청 싸가지 없는 거 아세요? 그냥 쳐다봐도 뭘 꼬라보냐고 한다니까요? 뭐, 몇 마리만 그런 걸 수도 있지만요.”
아줌마는 내 말이 농담이라 생각했는지 입가를 가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진짠데.’
하지만 딱히 진실이라고 설득까지 할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어서 다음 질문을 하라는 듯이 아줌마를 바라보았다.
“이 영상 하나만으로도 특종은 따 놓은 것 같네. 그래도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 있으니까 몇 가지만 더 물어볼까?”
남캣이 변기 물을 내리는 영상을 흔들어보인 아줌마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네가 따로 특별하게 대화하고 싶다- 하는 동물이 있니? 호랑이나, 사자라던가.”
“그런 건 딱히 생각 안 해 봤는데……. 가능하다면 돌고래나 타조 정도요?”
“돌고래와 타조? 이유라도 있어?”
“돌고래는 지능이 높고 자기들끼리의 사회가 있다고 하니까 신기하잖아요. 그리고, 타조는 그 반대고요. 엄청 멍청하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대화해보고 싶달까…….”
내 말에 아줌마는 오호호홍- 웃음을 터트렸다.
“엉뚱한 건 주연이 언니를 닮았구나?”
우리 엄마도 가끔 엉뚱한 소리를 했다며 웃은 아줌마는 찔끔- 흘러나오는 눈물을 스윽 닦아냈다.
“너무 웃었더니 눈물까지 다 나네. 그래, 돌고래랑 타조 외에는 따로 더 관심 있는 동물은 없니?”
“어……. 지금으로선 없는 것 같네요.”
“음음, 그러면 앞으로 초능력을 사용해서 어떤 걸 하고 싶니? 아니면 계획 같은 거라던가. 모처럼 희귀하고 좋은 초능력을 개화했으니, 해보고 싶다는 게 있을 거 아니니.”
아줌마의 말에 난 씩- 미소 지어보였다. 아줌마의 그 질문은 이미 내가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질문이었다.
“일단은 뮤튜브를 생각 중이예요. 기본적으로 동물 영상을 베이스로 하고, 반려 동물과 주인의 대화를 통역하는 컨텐츠도 고려 중이고요. 그 외에는 이 카페를 펫 카페로 변경할 생각이예요.”
“꽤나 구체적으로 생각했나보네?”
“그렇죠. 아무래도 능력이 대단하잖아요. 사실, 회사도 그만뒀어요.”
“정말 본격적이네.”
“반려동물에 대한 시장이 크니까요. 단순히 언어를 통역해주는 것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데, 동물과 통역해준다면 얼마를 받겠어요? 배운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지.”
아줌마는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부러움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어휴, 우리 아들도 너처럼 똑부러진 생각좀 했으면 좋겠네. 인터넷방송 한다면서 맨날 방구석에서 게임하면서 욕이나 하고 있는데. 당장에 저 먹고 살 정도는 버니까 놔두긴 한다만, 어휴…….”
“아, 아하하…….”
한숨으로 시작해 한숨으로 끝나는 아줌마의 푸념에 나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뭐라고 간섭해봐야 나만 욕들어 먹는다.
“미안해. 아줌마가 쓸데없는 소리해서. 나이 들면 이런다니까?”
“괜찮아요. 그런데, 인터뷰는 이게 전부인가요?”
아줌마는 메모하던 펜을 톡-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당장 준비해온 질문은 이게 전부야. 나중에야 유명해지겠지만, 아직은 기자들 사이에서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수준이잖니. 아니면, 따로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원하면 기사에 같이 써줄게.”
갑자기 한국인이 가장 힘들어하는 순간 상위권에 들어가는 ‘하고 싶은 말을 해보는 시간’이 도래했다.
하지만 나는 미리 생각해둔 말이 있었기에, 휴대폰을 슬그머니 내밀었다.
[신수님과 영물들]휴대폰에는 뮤튜브 어플이 실행되어 있었고, 그 화면에는 영상이 달랑 하나 올라가 있는 채널이 표시되어 있었다.
물론, 그건 내 채널이었다.
신수님과 영물들이라는 건 누나의 아이디어로 작명된 내 채널 이름이었다.
신수환이라는 내 이름의 앞 두자를 따, 신의 짐승이라는 신수. 그리고 똑똑하게 훈련 될 동물들의 영상이 메인일테니 영물들. 그리하여 신수님과 영물들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그 뮤튜브 화면을 보여주며 약속된 그 문장을 내뱉었다.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해요!”
“……아하하항! 정말 너네 엄마 판박이구나!”
아줌마는 내 말을 듣더니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잠깐동안 웃음을 터트린 아줌마는 구독을 해주겠다며 곧바로 뮤튜브를 실행했다.
“응?”
“왜요?”
“아니……. 벌써 구독자가 꽤 많네? 이백 명이라니……. 나는 기껏해야 넷, 다섯 명 정도 될까 했더니. 부모님이랑 여자친구 정도?”
“아, 그거. 영상 한 개 올렸더니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나는 아줌마가 어떤 말을 하는 것인지 금세 이해했다.
내가 올렸던 단 하나의 영상만으로, 계정을 생성한지 하루만에 이백 명의 구독자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 영상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아줌마가 촬영한 것과 동일한 영상이었다. 남캣이 변기에 자리를 잡고 배변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었다.
고양이의 배변 영상으로, 어떻게 보면 더럽다고 할 수 있었지만 지금 그 영상은 꽤나 유명해지고 있는 상태였다. 덕분에 하나의 영상만으로도 이백 명이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대단하네…….”
내가 찍은 영상과, 본인이 찍은 영상을 비교한 아줌마는 여전히 신기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조금 전 처럼 넋을 놓지는 않았다. 영상이 끝나자, 아줌마는 구독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한 자리 수가 아닌 건 아쉽지만……. 그래도 아줌마가 초창기 구독자다? 아줌마 잊으면 안 돼!”
“그럼요.”
“그래, 저~얼대로 잊으면 안 된다? 그럼 아줌마는 슬슬 가볼게. 누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기사 쓰기 전에, 아줌마가 팩트로 기사를 써야잖니.”
“넵, 들어가세요.”
주섬주섬 녹음기와 태블릿을 챙긴 아줌마는 재빨리 어디론가 가버렸다.
다음에 또 부탁한다며, 정밀 검증 이후에 연락을 달라는 말을 남기고서.
정밀 검증에서 내 예상대로 상급 이상의 등급이 나온다면 또 기사로 쓸 생각이겠지?
‘뭐, 호의적인 기자가 있으면 좋으니까 상관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