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89
0088 포토존
“휴…….”
누나와 소은이를 데리고 재빠르게 피신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곁에서 바라보던 누나는 그런 내 모습이 웃기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며 연신 휴대폰을 들이밀고 있었다.
“남편이 해산물한테 공격당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재밌어?”
“응!”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그렇게 위험한 것도 아니긴 했으니까. 누나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으니 이렇게 웃으며 행동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더 이상 동물들에게 시달릴 이유가 없었기에, 나는 관대해진 마음으로 옆구리를 몇 번 간지럽혀주는 것으로 끝냈다.
아하하?! 간지러움에 웃음을 터트린 누나의 모습에 나름대로 만족한 나는, 바닷물에 푸욱 젖어 있는 소은이를 수건에 감싸며 닦아주었다.
갓난아기 시절 포대기에 돌돌 감싸져 있던 시절이 떠오르기라도 한 건지, 소은이가 얌전하게 두 눈만 꿈뻑였다.
그 모습에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우리는 숙소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니 동물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배를 타고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 때문에 데려가지 않았더니,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달라붙기 시작한 것이었다.
“니들만 노니까 좋드나!”
“왔냐.”
“나는 데려가도 되는 거 아니었소이까?”
“쥔님 기다리고 있었슴다.”
“………………………왔.”
“애기 보고싶었샤!”
저마다의 방식으로 반갑게 맞이해주는 동물들의 모습에, 나는 녀석들을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수가 많으니 그것도 일이었지만,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격하게 반기는 동물들을 달래주며 숙소 내부로 들어간 나와 누나는 곧바로 소은이부터 챙겼다.
수건과 드라이기를 이용해서 소은이를 뽀송뽀송하게 해주고, 기저귀도 갈아주니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소은이 미소만 보면 피로가 싹 풀린다니까?”
“내 미소는?”
“불끈불끈하게 만들지.”
“야!”
소은이 앞에서 이상한 소리를 한다며, 누나는 내 등에 손바닥을 날렸다. 아니 왜……. 나는 고통에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다.
“끄응! 끄으응!”
끙끙거리며 몸을 비트는 내 모습을 따라하겠다는 건지, 소은이도 끙끙거리는 모습에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싼 건가?”
하지만 이내, 소은이의 표정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며 나를 따라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쥔님. 아가씨께서 쌌슴다.”
그리고 청호가 확인사살을 해주어, 소은이가 왜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기저귀를 갈아준지 1분만에 또 갈아야 한다는 기록을 세운 것에 감탄하며 다시금 기저귀를 갈아주니, 누군가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곽이두입니다.”
가이드의 등장에, 나는 문을 슬그머니 열었다.
“관광지를 하나 더 둘러볼 여유가 있습니다만……. 어떻게 하시고 싶으십니까?”
“어디를 갈 수 있죠?”
“플라밍고 호수라고, 홍학들이 있는 곳이 있습니다. 약간의 산책 코스로 생각하셔도 됩니다. 아, 그리고 가다보면 거북이 사육장도 있습니다.”
“홍학이요? 그, 분홍색 깃털을 가진?”
“예. 분홍색 학이죠. 좀…… 때가 탄 것 같은 애매한 분홍색이긴 한데, 그래도 딱 보면 홍학이구나- 할 정도는 됩니다.”
가이드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고 있으니, 휴대폰이 지잉- 울리며 알림을 토해냈다.
[가자!] [나 홍학 한 번도 못 봤어!] [(대충기대하는콘)]젖은 옷도 갈아입을 겸 씻을 생각으로 욕실에 들어갔다가, 가이드의 등장으로 숨어 있던 누나가 보낸 메시지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가이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씻고, 옷도 좀 갈아입고 나갈게요.”
“예, 준비되면 알려주세요.”
가이드는 충분히 여유가 된다며, 느긋하게 준비하라는 말을 남기고서 사라졌다.
나와 누나는 곧바로 다시금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물놀이 직후라, 조금 피곤한 느낌은 없잖아 있긴 했지만 또 다른 관광지를 놓칠 수는 없었다.
“가자!”
“쨔!”
내가 준비를 마치고 나니, 여전히 똑같은 코디를 하고 있는 누나와 소은이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다음 관광지를 향해 나섰다.
○ ◑ ● ◐ ○ ◑ ● ◐ ○
관광지로 가는 길은 말 그대로 산책로나 다름 없었다. 흔히 뒷산에서 볼 법한 데크로 이루어진 다리나 계단 같은 것들로 잘 정비되어 있어, 산책로라고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덕분에, 나와 누나는 소은이를 잠깐 걷도록 시킬 생각이었다. 소은이도 신발 때문인지는 몰라도, 걷는 걸 제법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삑삑삑삑삑!
소은이는 바닥에 내려주니, 기다렸다는 듯이 발을 동동 구르며 삑삑이 신발의 소리를 만들어냈다.
반짝반짝, 빛이 나면서 소리까지 나는 것에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몰리기 시작했다.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싶어, 소은이를 다시 안아야 하나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흐뭇하고 귀엽다는 듯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 소은이를 조금 더 걷게 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소은이의 속도에 맞춰 느릿느릿하게 걷고 있는 그 때.
“후오오옹? 신기하네요오옹?”
웬 기다란 몸뚱아리가 스윽, 나타나더니 소은이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살짝 놀라,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곳에는 우리가 찾고자 하던 녀석이 꼿꼿하게 서 있었다.
불그스름한 깃털과, 젓가락과 비교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길쭉한 다리, 거기에 S자로 휘어져 있는 목까지. 어딜 봐도 홍학 그 자체인 녀석이 있었다.
“소은아, 쟤가 홍학이야.”
“우웅!”
길쭉길쭉한 홍학을 바라본 소은이는 신기한지, 홍학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다리를 매만졌다.
얇은 다리가 소은이 손에 잡힌 홍학이 순간 당황한 듯했지만, 고개를 슬며시 내려 소은이에게 부벼댔다.
“꺄아앙!”
소은이는 홍학 다리의 질감도 신기하고, 제게 부벼대는 홍학의 머리도 재미있는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홍학의 부리를 덥석 붙잡았다.
“후오?!”
순간 부리를 붙잡히게 된 홍학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퍼덕였다. 덕분에 소은이의 손길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녀석은 후르륵 날아올라 도망쳐버렸다.
아무리 소은이가 동물들에게 호감을 받는다고 하지만, 갑자기 부리를 붙잡혔으니 놀란 탓인 것 같았다.
“우우우…….”
“홍학이 도망쳐서 아쉬워?”
“웅!”
“그럼 나중에 잡아다가 사진찍을까?”
소은이는 내 말에 해맑은 웃음을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누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더니, 물티슈를 가져와 소은이의 손을 닦아주었다. 아무래도 야생동물을 만진 것이니 신경쓰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잠깐의 만남에 힘입은 우리는 다시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걷다보니 거북이 사육장이라고 되어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아직 어린 거북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소은이 머리보다 큰 녀석이 없을 정도로 작은 녀석들이었다.
“무우!”
게다가, 그곳에서 자라는 거북들은 육지 거북이었다. 그 모습에서 한무를 떠올린 소은이는 무척 신기하다는 모습을 보였다.
한무는 소은이가 올라타도 될 정도로 커다란데, 지금 눈에 보이는 아기 거북이들은 무척 작았기 때문이다.
“한무는 엄청 크지? 그런데, 쟤들은 아직 아기라서 작은 거야. 소은이가 크는 것처럼, 쟤들도 조금씩 커가면서 한무처럼 커다랗게 변하는 거지.”
“우웅…….”
말이 좀 길어지니 이해를 못 하는 듯한 소은이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거북이들에게 손을 붕붕 흔들어대는 소은이를 안아들며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조금 더 걸음을 옮기니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금은 누리끼리한 물이 그득한 홍학 호수에 드디어 도착한 것이었다.
“우아아앙!”
“홍학이 제법 많네?”
목적지에 도착하니 소은이가 먼저 환호했고, 뒤를 이어 누나가 감탄했다.
홍학 호수에는 꽤 많은 수의 홍학들이 다리를 하나씩 들고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곧바로 그 홍학들을 불러모았다. 단순히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겠다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도 아니었고, 이곳은 홍학들의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홍학 집합!”
“후오오옹?”
내 외침에 홍학들이 번쩍, 고개를 치켜들더니 우리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하나둘씩 날아오르며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여러 마리의 커다란 새들이 다가오는 것에, 곁에 있던 누나가 조금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우, 웃지 마!”
“누가 뭐래? 흐흐.”
움찔거리는 누나와 잠깐 투닥거리니, 순식간에 홍학들이 우리 주변으로 다가왔다.
홍학들이 몰려온 것을 바라본 나는 곧바로 미리 준비해두었던 홍학용 먹이를 조금 뿌려주었다.
홍학들이 잘 먹는 소형 새우였는데, 홍학들은 그것을 보자마자 호다닥 달려들어 새우들을 해치워버렸다.
“더 주세요오옹!”
“더 먹고 싶으면 부탁 좀 들어줄래?”
먹이에 환장이라도 한 건지, 홍학들은 내 말에 날개를 파닥거리며 뭐든 시키라는 반응을 보였다.
“누나, 구도를 어떻게 해서 찍지?”
“으음…….”
누나와 잠깐 고민을 한 나는, 곧바로 홍학들을 시켜 사진을 찍을 배경을 담당하게 만들었다.
“일단 너희 두 마리만 잠깐 앞으로 나와봐. 그리고 바닥에 좀 앉아볼래? 그래, 그렇지. 그리고 목을 이렇게…….”
홍학들은 먹이가 걸렸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 지시를 아주 잘 따라주었다.
덕분에, 녀석들은 아주 훌륭한 사진 배경이 되었다.
소은이를 가운데에 두니, 소은이 뒤에 있는 홍학 두 마리가 소은이 뒷편에서 목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는 형상이 된 것이었다.
“이건 찍어야 해!”
누나는 그 모습을 보더니 연신 카메라를 찍어댔고, 그렇게 소은이 사진 컬렉션이 수백 장 늘어났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나는 이후로도 홍학들을 시켜, 이런저런 자세들을 취하도록 만들었다. 하트를 그리는 것은 기본이고 날개를 펼치게 하여 장식이 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여러마리를 일정 간격으로 세워놓기도 했다.
“우리도 찍을까?”
그리고, 그렇게 소은이의 사진을 찍던 도중 우리도 사진을 남기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누나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여러 마리의 홍학들이 하트를 그리는 가운데에서 가볍게 뽀뽀를 하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으니 아웃스타에 올리기 딱 좋은 사진이 찍히게 되었다.
“뽑뽀오!”
물론, 우리가 둘이서만 뽀뽀하는 것이 불만인 듯한 소은이를 가운데에 두고, 양 옆에서 나와 누나가 뽀뽀해주는 사진 역시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정말……. 다 너무 잘 나왔는데, 뭐 올리지?”
덕분에 누나는 아웃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걸 올려야 할까 고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