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nk Rock: Regenerating World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 * *
호란만큼이나 금강과 녹렴도 경악했다.
“완세옥! 저게 왜 여기에….”
금강이 안색을 바꾸며 소리쳤다. 녹렴이 곧바로 두 팔을 쳐들었다.
성을 둘러싼 거석 모두가 한꺼번에 우웅 진동했다.
무수한 거석들이 기결에서 불빛을 뿜으며 성을 향해 돌진하려 했다.
하지만 휘영이 이미 법술을 발한 뒤였다.
앞으로 치켜 든 휘영의 양손이 보이지 않는 현금을 뜯듯이 움직였다.
그와 함께 땅이 기울었다.
관성을 둘러싼 땅 전체가 높이 솟구치며 사태를 이루어 사방으로 뻗쳤다.
하유관 전체를 둘러싸고 언덕이 생겼다 거꾸러지는 것 같은 모양이었다.
성을 포위한 거석들은 지면에 떠밀리고 사태에 휩쓸리며 순식간에 성곽에서 멀찍이로 떨어뜨려졌다.
지면이 밀고 나간 자리에는 계속 밑에서부터 땅이 솟아오르며 다음 물결을 만들었다.
하유관 주위의 지반이 통째로 회전하고 있었다.
쓰러지고 부딪혀 깨어지는 거석들의 위로 돌과 흙이 쏟아졌다.
“큭!”
녹렴이 몸을 낮추며 이를 갈았다.
녹렴과 금강이 선 푸른 장군석도 흙더미에 기울며 속절없이 밀려나고 있었다.
푸른 장군석이 녹렴과 금강을 두 손으로 감싸 어깨에서 내리며 보호했다.
녹렴이 무리 중 제일 앞에 있는 장군석에 시선을 던졌다.
시선을 받은 장군석에게서 기결의 빛이 강해졌다.
놈은 크게 팔다리를 휘둘러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밀려오는 흙더미를 뚫고 주각루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현은 당황하지 않고 금탑 쪽으로 시선을 건넬 뿐이었다.
휘영이 두 팔을 가운데로 모아 가볍게 세 번 미는 동작을 했다.
그가 한 번 밀 때마다 장군석이 뒤로 밀려나면서 기결이 새겨진 가슴이 움푹움푹 패였다.
휘영이 세 번째로 밀고 소매를 턴 순간, 거대한 장군석의 몸 전체로 금이 퍼졌다.
장군석은 아직 기결에 빛이 남은 채로 허물어져 내렸다.
휘영이 다시 두 손을 저으며 팔을 양쪽으로 크게 벌렸다.
이번에는 성 전방에 깔린 거석과 대장석들이 앞열에서부터 차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충격파가 퍼져나가듯 거석들의 기결에 차례로 굵은 금이 갔다.
그 앞으로 다시 땅이 물결치며 놈들을 멀리까지 쭈욱 밀어냈다.
이제 휘영은 몸을 돌려 탑의 회랑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탑을 삼 분의 일쯤 돈 그가 손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주각루에서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성의 다른 방향을 포위한 거석들을 향해 법술을 쓰는 모양이었다.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단도 호란도 내내 얼어붙어 있을 뿐이었다.
주변 땅이 그만큼 움직이고 뒤집어지는데도 성곽은 굳건한 채 미세한 진동밖에 전해지지 않는 것도, 휘영이 하유관 전체를 둘러싸고 저만한 힘을 부리고 있는데도 아직 금탑 위의 돌에 기운과 광채가 다하지 않는 것도 모두 다 비현실적이었다.
단이 겨우 중얼거렸다.
“미친…. 이게 뭐야.”
그건 질문이라기보다 감탄사에 가까웠지만 시현은 착실하게 대답했다.
“저것의 이름은 완세옥이라고도 지씨옥이라고도 한다.
산맥 하나의 정수가 다 담긴 돌이며, 가진 힘은 지금 보는 대로다. 세상에 왕보다 강한 법술사가 숱함에도 지씨가 16대 동안 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저것을 지녔기 때문이다.”
“시문 님이 진짜 마력석이라고 한 게 저거였군요….”
아는 사람 목소리를 듣고 조금 정신이 난 호란이 말했다. 시현이 끄덕였다.
“그렇다. 수백 년 전 옛 시대에는, 마력석이란 보통 사람이 모으고 다룰 수 있는 기운보다 훨씬 더 큰 힘을 지닌 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내가 이제까지 쓴 작은 돌들은 그런 마력석을 파내고 남은 부스러기에 불과하다.
그때에는 저만은 못해도 읍성 하나는 뒤흔들 돌이라야 비로소 마력석이라 했다. 왕이 관과 군에 마력석을 비축하라 명하고 막대한 예산을 배정한 것도 그런 돌을 얻어두라 한 것이다.
수백 년간 사정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고, 옛 뜻이 잊혀지면서 그저 눈 먼 돈이 되어버렸지만.”
서서히 땅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때를 같이하여 탑 위의 바위에서 빛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영영 다하지 않을 것 같던 거대한 기운이 어느새 대부분 빠져나갔다.
이제 남은 거석들은 하유관 성벽으로부터 수십 장씩, 멀게는 수 리나 밀려나 있었다.
휘영의 마법으로 깨어진 것 말고도 흙에 파묻혀서 못 움직이는 것, 사태에 밀려나면서 자기들끼리 충돌해서 깨어지고 부서진 것이 무수했다.
다만 처음에 거석이 워낙 많았던지라 아직 기운을 갖추고 성한 채 지면에 머무른 것도 상당하기는 했다.
특히 장군석들은 넘어지고 무릎까지 흙에 파묻혔을 뿐이었다.
휘영이 직접 파한 한 개만 무너졌을 뿐, 나머지 넷은 다 성했다.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전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었다.
거석 무리를 성곽에서 멀찍이 떨어뜨려 둔 만큼 법군과 하늘인 대열의 운용 폭도 늘어났다.
각루와 성곽에 포진한 법군이 주문을 발할 태세를 갖췄다. 징이 울리고 성문이 열리면서 하늘인 대열도 쏟아져나왔다.
시현이 몸을 돌려 전선을 향하면서 말했다.
“휘무가 속이 많이 쓰릴 것이다. 치수법의 대가로 일곱 관성과 원수를 지고 얻어낸 지씨옥을 쓰게 된 것도 모자라, 수십 년간 치밀하게 짜온 하유관의 지맥과 수맥을 제 손으로 뒤엎었으니.”
호란은 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시문 님, 방금 웃으셨어요?”
“그럴 리가 있겠느냐.”
시현은 평소의 단정한 얼굴로 각루 전방을 보고 곧게 섰다.
마력석 함을 든 반민 정병들이 그의 양옆에 와서 함을 열었다.
하지만 시현은 마력석을 집어 들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거라. 적이 전열을 갖추기 전에 시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시현의 시선은 전방에 닿아 있었다.
아직 성한 거석과 대장석 수십 개가 물러진 땅을 헤치며 하나둘씩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시현이 한 손을 뻗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깨어져라!”
그 순간 맨 앞에서 이쪽을 향하려던 큰 거석 하나가 휘청 하며 중심을 잃고 도로 넘어졌다.
호란은 놀라서 전장과 시현을 번갈아 보았다.
시현의 손에는 분명 마력석이 없었다.
함에 든 마력석들도 모두 타지 않고 멀쩡한 채였다.
시현이 가늘게 눈을 찌푸리며 낮게 몇 마디를 중얼거렸다.
“흘러 나는 령, …의 숨이여…. …뜻에 따라서….”
그가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디며 다시 외쳤다.
“깨어져라!”
이번에는 방금의 큰 거석뿐 아니라 옆에서 몸을 세운 거석 대여섯 개가 함께 흔들렸다.
몇 놈은 기결에 쭉 금이 가면서 완전히 주저앉았다.
“와!”
호란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시현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시현은 여전히 찌푸린 얼굴이었다.
“아니, 이게 아니다.”
시현이 중얼거렸다. 답답해하는 기색이었다.
“이것이… 이것이 아닌데. 될 듯 하면서 안 되는구나.”
“아니에요 시문 님, 되고 있는데요! 뭐가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엄청 되고 있어요!”
호란이 들떠서 소리쳤다. 시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열이 전한 휘무의 전언은 단순하다. 내가 마력석의 기운을 간파해서 손대지 않고 다룰 수 있다면, 같은 이치로 거석에 깃들어 도는 기운도 간파하는 것만으로 일부나마 다룰 수 있다고….
그렇다면 거석 자체의 기운을 써서 거석을 쓰러뜨릴 수 있으니 굳이 마력석을 쓸 필요조차 없다. 다만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하기는 쉽지가 않구나.”
그가 다시 전방의 거석들을 향해 손을 뻗고 입 안으로 주문 몇 마디를 외웠다.
하지만 주문은 평소와는 달리 중간중간 끊겼고 말을 잘 못 고르는 것처럼 망설임이 있었다.
시현이 외쳤다.
“쓰러져라!”
성을 향해 다가오던 거석과 대장석 무리가 밀어젖혀진 듯 우르르 넘어지며 한꺼번에 뒤로 밀려나갔다.
호란은 흥분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시현은 여전히 잘 안 풀린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옆에서 보면 한 번 시도할 때마다 능숙해지고 위력이 커지는 것이 뚜렷했다.
마력석 없이도 거석과 싸울 방법이 있다니, 그게 가능만 하다면야 거석이 아무리 많아도 걱정할 게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사방에서 거석들이 몸을 세우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발치가 온통 무른 흙에 파묻혀 움직이지 못하던 장군석들도 슬슬 땅에서 헤어나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몸을 세운 장군석 한 놈이 앞으로 발을 디뎠다.
장군석들은 몸집이 있는 만큼 그리 멀리 떠밀려가지 않았다.
네 개 모두 성곽과 거리가 가까웠다.
더는 실험적인 시도를 할 여유가 부족했다.
“여기까지구나.”
시현은 아쉬운 듯 말하고 함에서 마력석을 집어 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곧 무엇을 느낀 것처럼 뒤를 돌아보았다.
금탑 동면에 휘영이 돌아와 있었다.
휘영이 한 팔을 치켜들었다.
그는 지씨옥을 쓸 때와는 달리 단순하고 거친 동작으로 공중에 손을 휘휘 젓다가 휙 밀었다.
장군석이 휘청 크게 흔들렸다.
그것을 본 시현의 눈에 빛이 돌았다. 그가 다시 앞을 향했다.
그는 휘영을 흉내내는 것처럼 공중에 손을 젓더니 주먹을 쥐며 소리쳤다.
“터져라!”
장군석의 기결에서 콰앙 폭발이 일어났다.
놈은 흔들리며 한 발짝 물러섰다.
시현과 휘영이 다시 동시에 손을 움직였다.
다시 폭음이 울렸고 이번 폭발은 더 컸다.
시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차올랐다.
그가 휘청이는 장군석을 향해 두 손을 뻗으며 말을 읊었다.
“새어 나는 열, 들고 나는 숨, 길 밖의 흐름이여, 연하라, 면하라, 멎으라….”
그가 손을 든 채 잠시 눈을 감았다.
“발하라!”
시현이 눈을 뜨며 소리친 순간 장군석의 기결 곳곳에서 한꺼번에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을 타고 기결의 주홍 불빛이 산산이 흩어져 새어나갔다.
수십 개로 갈라진 장군석의 몸체가 돌 가루를 자욱하게 흩날리며 무너져 내렸다.
시현이 한 걸음 물러서며 크게 숨을 뱉었다.
기력을 크게 쓴 것처럼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두 눈은 활기로 빛났다.
그는 곧바로 다른 장군석을 향했다.
시현과 휘영이 장군석을 상대하는 사이 다른 거석과 대장석들이 차례로 성곽으로 돌격해왔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각루와 성곽에 선 법군들도 각자 마력석을 들고 주문을 외워 거석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사방에서 벼락같은 포성이 울렸다.
일제히 터지는 화포 소리에 호란이 눈을 크게 했다.
호란이 처음 하유관 성곽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 거석 떼에 포위된 상황이라 미처 주위를 못 둘러봤다.
이제 보니 하유관 성곽에는 각루와 각루 사이에 포대가 상당히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성벽 꼭대기만이 아니라 중단에도 곳곳에 포구가 내밀어진 구멍이 있었다.
그것이 한꺼번에 불을 뿜으니 위력만은 웬만한 화법술 못지 않았다.
성에 접근하려던 거석들은 일차로 포격에 가로막히고, 포화망을 뚫고 다가오는 놈들은 법군이 요격했다.
그것마저 빠져나온 놈들은 성곽 앞에 대열을 벌린 하늘인들이 상대했다.
호란이 단 쪽을 보았다.
“화포가 저렇게 많이 있어! 단이 만들어준 거야?”
“당연히 아니지. 언제 그럴 틈이나 있었냐.”
단은 복잡한 얼굴이었다.
“치풍관 놈들이야. 치풍관 화포장 몇이 하유관 화기도감에 와 있어.”
“치풍관? 그때 단하고 같이 화포 만들었던 사람들?”
“그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