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nk Rock: Regenerating World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 * *
봉인고 상부는 한쪽은 돌, 한쪽은 금속으로 된 원형의 출입문으로 덮여 있었다. 문 두 쪽이 맞닿은 곳에 단과 호란이 뚫은 구멍이 있었다.
사람 한둘이 통과할 만한 구멍에 단의 장총을 빗장처럼 걸고, 거기 밧줄을 매어 아래로 내려뜨려 놓았다.
시현과 호위가 봉인고 입구에 도달하는 참에, 호란의 머리통이 구멍에서 쏙 올라왔다.
“호란!”
시현이 호위의 팔에서 내리면서 호란을 불렀다. 구멍에서 상체를 꺼낸 호란이 반가운 낯을 했다.
“시문 님! 지금 모시러 가려고 했는데!”
“뭔가 찾았느냐?”
“네. 단이 그러는데, 이 주위의 법력진을 돌아가게 하는 동력이 봉인고 아래쪽에 있을 거래요.”
“정말이냐!”
시현의 눈이 커졌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계속 넓어져가는 법력진을 부수는 것이었다.
호란이 다시 구멍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말했다.
“제가 받아드릴게 일단 들어오세요. 아. 그리고 봉인고 안에서는 시문 님이 마법을 쓰실 수 있는 거 같아요.”
“!”
그렇다면 더더욱 망설일 것이 없었다. 시현은 얼른 입구에 난 구멍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바로 아래서 밧줄을 잡고 기다리고 있던 호란이 한 팔로 그를 받았다.
시현이 호란의 어깨에 양팔을 걸자, 호란은 휙 하고 줄을 놓았다 잡으며 단숨에 아래로 내려갔다. 마력석 짐을 지닌 호위도 바로 뒤를 따랐다.
봉인고 내부로 완전히 들어온 순간 시현은 주위에 법력진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봉인고 내부에서 법력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주위 법력진의 영향인지 흐름이 느리고 무거웠지만, 주문 다루는 데 크게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단!”
바닥에 닿자마자 시현은 단을 찾았다. 단은 봉인고 한구석에 쭈그려 앉아 유등과 기량계를 들고 벽 하단의 마력회로를 살피고 있었다.
시현이 성큼성큼 단에게 다가가자 단이 몸을 일으켰다.
“이미 이쪽으로 오는 중이셨군요?”
“단. 어디를 부수면 되느냐?”
다짜고짜 던져진 질문에 단이 질린 얼굴을 했다.
“조금 차근차근 가죠. 이 안에도 마력포가 있어서….”
“아니, 시간이 없다. 이 봉인고를 둘러싼 법력진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 이미 거석들과 싸우는 관군들도 범위 안에 갇혔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서둘러 법력진을 깨야 한다!”
시현은 저를 따라온 호위에게도 말했다.
“마력석을 가져오너라!”
호위가 얼른 시현 옆에 가서 마력석 자루를 열었다.
하지만 단은 딱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무작정 서두르시면 안 됩니다. 얘기부터 들으세요.”
“…이야기하거라.”
시현은 초조한 기분을 억눌렀다. 단이 천장을 가리켰다.
“천장 가장자리에 빙 둘러서 마력포 포구 있는 거 보이시죠? 벽의 마력회로를 파괴하려고 하면 저게 작동해서 우리를 공격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괜찮고요.
저게 사람을 알아보고 쏘는 것 같지는 않았고요, 충격이나 마력의 움직임에 반응할 확률이 높습니다. 나리님이 마법을 쓰실 때도 공격이 올지 모르니 방어책을 먼저 세우셔야 합니다.”
“알았다.”
시현이 자루에서 유독 큰 마력석을 집어 들었다. 단이 눈을 가늘게 했다.
“방금 마력포부터 날려버리자고 생각하셨죠?”
“그러면 안 되느냐?”
“안 될 건 없는데, 마력포 부순답시고 봉인고 벽의 마력회로까지 통째로 부숴 버리시면 안 됩니다. 그 마력회로가 법력진의 효력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걸지도 모르니까요.”
“…….”
시현의 대답이 안 돌아오자 단은 혀를 차고 싶은 걸 참았다. 표정은 의젓해 보이지만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다 날려 버리려다가 속으로 아차 하는 얼굴이었다.
마력석 짊어진 호위 놈만 옆에 없었으면 욕을 했을 것이다.
“마력포나 법력진에 들어가는 동력은 봉인고 아래에 있을 겁니다. 마력포 맞아도 멀쩡할 만큼 튼튼한 바닥이니까 감안하시고요.
시간을 더 들이더라도 마력석 아끼셔야 합니다. 봉인고 부수고 바닥 깬다고 바로 동력을 끊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감람하고 운모하고도 싸우셔야죠.”
“…알겠다.”
“그리고, 몸은 어디가 어떻게 안 좋으세요?”
시현은 이번에야말로 멈칫했다. 마력포를 경계하고 있던 호란이 놀라서 이쪽을 보았다.
“시문 님, 또 아프세요?”
“아니, 아무렇지도 않다.”
시현이 말하면서 단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책망하는 기색이 있었다.
하지만 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옆에서 호위가 듣고 있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한 사람 정도는 시현이 입막음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이 침착하게 돌아버린 자식을 가라앉히는 게 훨씬 더 중요했다.
상황이 시급하고, 꾸물대는 만큼 다천관군의 희생이 늘어난다는 말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시현은 희생이 있는 전장을 한두 번 겪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 정도로 서두르는 것은 그 이유만이 아닐 터였다.
단은 걸낭에서 수통을 꺼내서 시현에게 내밀었다.
“아까부터 나리님, 얼른 다 때려 부수고 집에 가서 자자는 식으로 굴고 계시거든요. 근데 지금 그렇게 해결될 상황 아닌 거 아시죠?”
“…안다.”
“괜찮으니까 뭐가 문제인지 이야기해보세요. 꼭 병이 재발한 게 아닐 수도 있어요. 오늘 이미 엄청나게 무리하셨잖아요. 거기다가 아까 그… 날았잖아요. 공중으로. 나 같으면 땅에 닿자마자 기절했을 거 같은데. 뭐예요. 어지러우세요? 아니면 속 안 좋으세요?”
단은 시현이 하기 어려운 말을 다 해버렸다.
시현은 눈을 깜박이더니 한숨과 웃음을 함께 흘렸다.
“네가 그 정도까지 터놓게 만들다니. 내가 걱정을 시키긴 한 모양이구나.”
“솔직히 좀 미친 사람 같았습니다.”
단은 그냥 대놓고 말했다. 옆에 선 호위는 물론 호란까지 깜짝 놀라서 눈치를 봤다.
시현은 다시 웃고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몸 상태는 아무렇지도 않다. 어지럽지도 않고. 나는 단지… 법술을 쓸 수 없거나 기운을 못 읽는 상황이 되는 게 엄청나게 싫구나. 단이 바로 봤다. 법력진인지 뭔지 다 날려버리고 집에 가서 자고 싶다.”
“네. 맘은 알겠는데 근데 그렇게 잘 풀리진 않을 거예요. 성질 가라앉히세요. 센 척하시지도 말고요.”
“…….”
시현은 살짝 뾰로통한 얼굴을 하더니 단이 내밀고 있는 수통을 받았다.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 수통을 단에게 돌려주었다.
“됐다. 이제 진정하였다.”
단은 시현이 그 말을 하고서도 하나도 침착해지지 않았던 때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굳이 더 꼬투리를 잡지는 않았다.
시현은 눈을 감고 잠시 가만히 있다가, 쥐었던 마력석을 양손에 감싸 몸 앞으로 쳐들었다.
순간 천정의 마력포들이 새빨갛게 빛을 냈다.
호란은 반사적으로 뛰쳐나가려는 본능을 꽉 눌렀다. 주문을 방해해선 안 됐다.
다음 순간 벽 군데군데를 전광이 빠르게 타고 올라갔다. 퍽퍽 소리가 나면서 천정의 원구들이 깨어져나갔다.
마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력석 자루의 돌들이 치지직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갔다.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콰쾅 소리가 났다.
천장 입구의 돌로 된 부분이 깨어지며 위쪽으로 터져나가고, 바닥도 절반이 한순간에 터지며 가루가 되었다.
하지만 그 폭발의 여파는 봉인고 내부로 몰아치지 않았다.
입구 파편은 봉인고 바깥으로 밀려 나가고 바닥은 고스란히 아래로 내려앉았다.
일행이나 봉인고 벽의 다른 부분에는 흙먼지 한 줌, 바람 한 가닥 밀려오지 않았다.
시현이 괜히 눈치 보는 투로 단에게 말했다.
“무작정 부순 게 아니다. 벽의 마력회로는 내 마력에 반응해서 활성화된 곳… 마력포와 이어지는 것 같은 부분만 부쉈다. 마력석은 아끼고 있다. 천장을 부순 것도… 만약의 경우에 탈출구도 넓은 쪽이 좋고.”
“예에. 알겠습니다. 밧줄에다가 제 총까지 함께 날려버리신 얘긴 나중에 하죠.”
단은 피식 웃고 몇 걸음 걸어가 뻥 뚫린 봉인고 바닥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봉인고 바닥은 엄청나게 두꺼워서, 뚫어진 바닥은 어른 키 두 배 너비는 되었다.
그 아래에는 깊은 공동이 있었다. 끝없이 깊은 우물처럼 아래로 아래로 석굴이 뚫려 있고, 벽면 네 방향에는 마력회로가 뻗어 봉인고와 지하를 잇고 있었다.
의외로 안은 어둡지 않았다. 회로가 발하는 빛 말고도 공간 전체에 은은한 노란빛이 도는 것이 모새와 싸웠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시현이 얼굴을 찌푸렸다.
“땅 밑을 돌아다니는 것도, 솔직히 싫구나.”
맞장구를 치지는 못했지만, 그건 호란도 단도 동감이었다.
호란이 말했다.
“제가 먼저 내려가 볼게요!”
“아니, 함께 가자. 저 아래에는 법력진이 없다. 그리고 거대한 기운의 흐름이 느껴진다. 단의 말대로 이 밑에 법력진의 동력이 있는 게 틀림없다. 내가 가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아래로 내려가야 할지….”
“석벽이 울퉁불퉁해서 타고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호위가 말했다. 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자.”
호위가 시현을, 호란이 단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갔다.
석굴은 끝도 없이 깊었지만, 두 하늘인은 빠르게 움직여 생각보다 빨리 바닥에 도착했다.
석굴 바닥은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공간과 이어져 있었다.
바닥 가운데에는 큰 동심원이 있고, 거기서 사방으로 뻗어나간 마력회로가 벽에 박힌 원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와….”
호란은 뭔지도 모르고 공연히 감탄했다. 시현이 제가 밟고 선 동심원을 내려다보고는 심각하게 말했다.
“틀림없군. 여기가 법력진의 동력원이다. 이 회로가 땅 밑에서 기운을 빨아들여 사방의 벽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럼 여길 부수면 그 법력진이란 것도 못쓰게 되겠네요?”
호란이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시현은 어려운 얼굴로 턱을 짚었다.
“그렇다마는… 움직이는 기운의 규모가 생각보다 막대하다. 생각보다, 정말로…. 어디서부터 일을 풀어나가야 할지….”
“그거, 안 건드리는 게 좋을걸.”
넓은 석실을 웅웅 울리며 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나타났는지, 감람이 일행에게서 얼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그만둬. 지맥의 중심을 끊으면 너희도 무사하지 못해.”
“감람!”
시현이 그를 노려보았다. 감람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길게 한숨을 쉬었다.
“너희들 정말 질린다. 결국 여기까지 온 거야? 내 병사들이랑 요새는 어떻게 했지?”
“부쉈다.”
시현이 간략하게 답했다. 감람은 조금 욱하는 것 같았지만 곧 웃음을 터뜨렸다.
“못 살겠네. 인간들이란 진짜…. 녹렴이 너와 협상하려 한 기분을 나도 알겠어.”
“네 동료는 어디 있느냐?”
시현의 물음에 감람은 살짝 딴청을 했다.
“음, 어디 있을 것 같아?”
시현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 만약 운모가 다천관을 공격하고 있다면, 뭐가 됐든 더 이상 꾸물댈 틈이 없었다.
“마력석을!”
시현이 외쳤다. 호란은 시현에게 틈을 만들어주기 위해 바로 감람을 향해 달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