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nk Rock: Regenerating World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 * *
시현의 표정이 미묘한 것을 보고 송은 다시 이야기를 옹호 쪽으로 되돌리려 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진 마세요. 땅님들이 매격을 용납 못 하시는 건 알지만, 백성들한테는 저희를 어떻게 보살펴 주시느냐가 더 중요하거든요. 맞다. 치읍감님이 처음 부임했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느냐 하면요….”
“잠깐만요.”
뭔가 길어질 분위기를 풍기는 송의 말을 단이 잘랐다.
“치읍감님의 훈훈하지만 뒤가 구린 일화들은 이제 됐고요. 그보다 매격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란 이야기 말입니다. 그것도 율지 나리가 말하라고 시키시던가요?”
“앗.”
송은 방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진짜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단이 다시 물었다.
“매격 얘기만이 아니겠죠. 지금까지 한 이야기와 이제부터 할 이야기 전부, 율지 나리가 나리님께 말해드리라 정해 준 내용일 것 같은데요. 아닌가요?”
송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항변했다.
“그건…. 그래도 거짓말은 하나도 없어요. 치읍감님에 대해서 제가 말씀드린 건 전부 진짜예요! 목숨도 걸 수 있어요.”
“물론 그렇겠죠. 사실만 말해서 사람 휘두르는 거는 나도 자주 하거든요. 됐습니다. 나가 봐요. 조금 있다 다시 부를 테니 자지 말고 기다려요.”
단이 냉정하게 말했다.
송은 더 반발하지 않았다. 시현을 한 번 보고, 시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얌전히 절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송이 나가기 전에 단이 물었다.
“참, 그 대릉읍 참석이란 것 어디다 모셔놨는지는 알아요?”
“그건 마을 관아에 있어요. 찰령부와 원곡부 병사들이 똑같은 수로 병사를 보내서 함께 지키고 있어요.”
송은 대답하고 방을 나갔다. 기척이 멀어지자 단이 혀를 찼다.
“세작은 세작인데, 정보를 집어넣으러 들어온 세작이네. 빼내는 게 아니라.”
“엿듣다 들킨 것도 일부러 한 일이라 보느냐.”
“아마도? 너하고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려고 그런 거겠지.”
호란이 시현에게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거예요? 시장 갔다가 그 찰령부사란 사람도 만나셨다면서요?”
“그래. 경매에 절대 발 들이지 말라 협박하더구나.”
“방금 왔다 간 건 원곡부사고요?”
“음. 나더러 저와 한편이 되어 경매에 참가하라 하던데.”
“율지 나리도 시문 님한테 편 먹자고 했잖아요.”
“그랬지.”
“와, 너무 복잡해요. 누가 좋은 사람인지, 누구 편을 들어야 되는지….”
혀를 내두르는 호란에게 단이 말했다.
“어. 그렇게 복잡해하라고 율지가 저 송이란 애를 보낸 거야. 엇갈리는 정보가 많을수록 이쪽 움직임이 느려지니까.”
“거기까지 안 해도 나한테는 충분히 복잡한데!”
호란이 두 손으로 머리를 쥐었다. 단이 슬쩍 웃었다.
“사실은 겉보기만큼 복잡하지 않거든. 들어볼래? 막대한 가치를 가진 마력석이 시장에 나왔는데, 그 돌을 노리는 사람들 중에 돌을 살 돈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게 전부야.”
“어….”
“경매는 단순한 거야. 제일 돈 많은 놈이 물건을 갖는 거지. 그래서 돈 없는 놈들이 돈 말고 다른 변수를 만들려고 온갖 애를 쓰고 있어. 그래서 일이 복잡해 보이는 것뿐이야.”
“그럴 만하지.”
시현이 말했다.
“관군이건 군벌이건 군대는 원래 돈이 넉넉한 집단이 아니다. 심지어 위교연의 폭정으로 지역 경제마저 파탄했으니.”
“내 질문은 이거야.”
단이 팔짱을 꼈다.
“그 잔머리 잘 굴러간다는 한씨 율지가, 과연 그걸 모르고 경매를 열었을까? 귀수관 상인이 들어온들 가격을 올려줄 맞상대가 없는데?”
“그건 확실히 이상하구나.”
“한 가지 더 있어. 찰령부사와 원곡부사가 완전히 앙숙이지만, 한 가지에서만은 완전히 의견이 일치했지. 한씨 율지가 경매를 앞두고 무슨 수작을 부렸을 거라는 거.”
“그렇다.”
“놈들은 우리가 그 음모의 일부라고 확신한 모양이지만… 우리가 경매 직전에 마을에 도착한 건 완전한 우연이잖아. 그럼 한씨 율지가 원래 준비해둔 건 뭘까?”
“…….”
생각하는 얼굴을 하던 시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석이 관아에 있다고 했지.”
“보러 가시게요? 지금 시간에?”
호란이 따라 일어서며 물었다.
“아니, 점유할 것이다.”
“네? 율지 나리한테서 돌을 뺏으실 거예요? 시문 님이요?”
호란이 눈을 동그랗게 했다. 시현이 말했다.
“확정한 것은 아니다. 경매일까지 임시로 돌을 점유하고, 경매일에 제대로 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문령으로 징발한 뒤 후에 대가를 치르겠다. 한씨 율지가 무엇을 하든 결과적으로 두 부사를 자극할 텐데, 놓아두면 틀림없이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단이 잠긴 패물함을 열어 명령패를 시현에게 건네며 투덜거렸다.
“젠장. 지붕 아래서 자려고 마을에 오는 건데. 지붕이고 뭐고 뜬눈으로 새우게 생겼네.”
마력석 대련을 지닌 일행이 방을 나오자 대문간에 있던 호위 두 사람이 놀란 얼굴을 했다.
“이 시간에 또 나가십니까? 밤 시장도 이제 파장일 텐데요.”
“송이는 율지 나리에게 갔습니까?”
단이 다짜고짜 물었다. 호위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단은 혀를 찼다.
“그럴 것 같아서 금방 다시 부른다고 말해 놓았는데. 안 먹혔군요. 뭐 기대도 안 했습니다. 직접 안 가도 전갈할 방법은 많으니.”
“그래. 어차피 우리가 움직이면 율지는 어떻게든 알 것이다.”
시현이 대문을 나서며 호위들에게 말했다.
“너희에게 소빈당에서 나가지 말고 있으라 해도 말을 듣지 않을 테지. 따라오지만 말거라. 그리고 명색이 호위이니 내 짐과 수레라도 잘 지켜다오.”
소빈당을 나선 일행은 빠른 걸음으로 마을 반대편의 관아를 향했다.
하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골목골목에서 하늘인들이 움직이는 기색이 느껴졌다. 호란이 얼굴을 찌푸렸다.
“병사들이 우릴 감시하고 있었나 봐요.”
“시장에 가기 전부터 있었다. 수도 상당히 많다. 찰령부와 원곡부 양쪽에서 보냈을 것이다.”
“그럼 우리가 관아에 가는 걸 알면 싸움이 되겠네요. 관아 주위에도 군이 잔뜩 있을 거고.”
“막으려 하겠지. 하지만 싸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현의 말은 무력을 상대할 엄두도 못 내게 만들겠다는 뜻인지 정체를 밝히고 명령을 내리겠다는 뜻인지 구분이 잘 안 갔다.
호란은 한 번 더 질문을 하려 했지만 앞쪽이 횃불 불빛으로 훤한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더 나아가니 광장 가까이 길이 넓어지는 곳을 하늘인 병사 무리가 몇 겹으로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길을 막으려는 것 치고 병사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가운데에 상당한 틈을 두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찰령부와 원곡부가 섞이기는 싫었던 모양이었다.
양쪽 무리에서 띠를 하고 피갑을 입은 머리가 앞으로 나왔다.
“나으리께서는 야간에 어디를 가십니까?”
“시기가 수상하여 한밤중에는 통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외람되오나 처소로 돌아가 주십시오.”
두 머리의 말이 동시에 얽혀 어느 쪽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짜증스럽게 서로를 노려보았다.
시현이 호란에게 말했다.
“병사들이 다치는 일 없이 설득해서 길을 열게 하려면 약간 시간이 걸리겠구나. 호란 네가 먼저 관아로 가거라.”
“가서 어떻게 해요?”
“돌아가는 상황을 보거라.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네가 판단하여 대응하거라.”
“네, 그런데….”
호란은 고개를 돌려 길을 가로막은 병사 무리를 보았다. 당장 광장에 있는 이들도 수가 적지는 않았는데, 이미 군영에 전갈이 닿았는지 마을 양쪽에서 각각 기세등등한 무리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저 사람들이 명령을 안 들을 수도 있는데, 제가 시문 님 곁에 안 있어도 되나요? 병사들이 시문 님이 시문 님인 걸 안 믿을 수도 있잖아요. 그것도 율지 나리의 수작인 줄 알 수도.”
“믿게 할 것이다.”
시현이 짧게 답했다. 옆에서 단이 이유 없이 뚱한 얼굴로 시현에게 마력석 대련을 넘겼다.
호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갈게요!”
호란은 한 발을 뒤로 물렸다가 세게 바닥을 차고 돌진했다. 가는 곳은 당연히 찰령부군과 원곡부군이 사이에 비워 둔 넓은 틈이었다.
“잠깐!”
“멈추지 못할까!”
앞에 나서 있던 머리 둘이 호란을 막으려 했지만 둘의 의식은 호란보다 상대 부의 머리에게 쏠려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움직임을 신경 쓰느라 반응이 느려진 사이, 호란은 쏜살같이 그 사이를 지나쳤다.
대응이 느린 것은 뒤에 선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비워 둔 틈을 막아서려 하면서도, 다른 군과 얽힐 것을 우려하는지 손발을 적극적으로 뻗지 못했다. 그런 어중간한 움직임으로는 기세를 잔뜩 올린 호란을 막을 수 없었다.
“미안!”
호란은 몸을 낮췄다가 세게 땅을 걷어차며 무리 끝에 엉거주춤 서 있는 두 병사를 양팔로 확 밀었다. 둘이 어이없게 가슴을 떠밀리고 비틀대는 사이 호란은 완전히 무리 사이를 돌파했다.
“왼몸조! 쫓아가라!”
“놔두고 대열을 유지해라!”
양쪽의 머리가 뒤늦게 명령을 외쳤지만 또다시 말이 얽혔다. 호란은 허둥거리는 부대를 남겨두고 거칠 것 없이 관아로 질주했다.
호란이 뛰면 마을 반대편까지는 한달음이었다. 하지만 목적한 관아가 눈앞에 보이자 호란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송이는 관아를 양 부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다고 했는데 호란이 가는 길을 막아서는 사람이 없었다. 관아 정문조차 하늘인 몫꾼 대신 창을 든 반민들이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누구냐!”
“멈춰라!”
당황한 반민병이 외치는 것을 무시하고 호란은 관아 정문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리고 착지하기도 전에 경악하고 말았다.
동헌 앞뜰에 군복을 입은 하늘인 병사들이 잔뜩 쓰러져 있었다. 동헌 정면에서 대문까지만 길처럼 비워두고, 팔다리가 얽혀 널브러진 하늘인 병사들이 넓은 앞뜰을 빼곡하게 뒤덮고 있었다.
서 있는 사람은 둘뿐이었다. 동헌 대청에는 학창의를 입은 땅인 남자가 있었고, 그 아래 섬돌을 오르려 하고 있는 것은 율비였다.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뜨락 한가운데 내려선 호란이 분노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대로 대청으로 돌진하려는 호란을 향해 율비가 황급히 양팔을 휘저었다.
“안 돼, 안 돼! 잠깐! 오해하지 마!”
대청 위에 있는 학창의의 남자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대로 보거라. 아무도 죽지 않았다.”
호란은 그 말에 주위를 보았다.
남자의 말은 정말이었다. 뜨락을 메운 병사들은 모두 미동도 없었지만 몸에서는 생기가 느껴졌다.
“잠든 거야. 전부 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어.”
율비가 덧붙였다. 호란은 의혹에 찬 눈으로 두 사람을 쏘아보았다.
“약을 먹였어요?”
“일이 그렇게 쉬우면 참 좋을 텐데.”
율비가 어깨를 으쓱했다.
“의법술로 재운 거야. 재주 있는 사람만 항상 고생하지.”
호란은 눈을 크게 떴다. 마법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호란은 한 번도 들은 일이 없었다.
“그게… 가능해요? 이 많은 사람을?”
“아, 세상에는 항상 남이 생각 못 한 경지에 다다르는 사람이 있거든.”
율비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호란은 한층 경계를 높였다. 이 엄청난 마법을 쓴 것이 율비나 학창의의 남자라면 호란도 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마법을 쓸 기색이 없었다. 그가 호란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네가 완씨 시문의 호위인 호란이겠지. 그렇다면 우리는 싸울 필요가 없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