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044)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045화(1045/1105)
100. 공작님과 기적 (3)
“그보다 그 검···.”
“세니어라니까?”
“···세니어를 준 건 누구고, 네게 왜 이런 위험한 물건을 선물한 거야?”
아빠가 진정되자 이번에는 엄마가 목소리에 날을 세웠다.
당장에라도 세니어를 선물한 세르펜스를 이 자리에 불러서 혼내킬 기세다. 그 탓에 순간적으로 말을 해도 되는 걸까 망설임이 찾아왔다.
하지만 어차피 세르펜스를 이곳으로 부르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녀석에 관한 얘기를 하고자 이 자리를 만든 것이니만큼 말하기로 했다.
“세니어를 선물한 건 세르펜스고, 녀석이 이걸 내게 선물한 이유는 나를 지켜주고 싶어서야. 세니어는 공격용이 아니라 호신용이거든.”
“세르펜스? 외국인이야? 호신용으로 진검을 선물한 걸 보면 온라인 게임 친구인가?”
“진검이랑 게임이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다고?”
“게임을 많이 해서 현실과 게임을 혼동한 탓에···.”
“그거 아냐!”
게임 폐인 세르펜스라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조합에 나는 아득함을 느꼈다.
그리고 정신을 추스르기도 전에 아빠가 끼어들어 아득함에 아연함을 더했다.
“최근 네 상태가 이상했던 이유를 알 것 같구나. 불법 무기 소지죄로 잡혀갈까 봐 무서워서 그랬던 거지? 선물 받은 거라 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제야 돌려줄 마음이 생겼나 보네. 잘 생각했어, 일주일 뒤에 그 세르펜스라는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한 거지?”
아빠가 다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신의 추측이 기정사실인 양 늘어놓았다.
약 일주일 뒤에 세르펜스를 만나러 갈 예정이긴 하지만, 세니어를 돌려줄 생각은 없는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아무리 믿을 수 없는 얘기라 하더라도, 일단 내가 다른 세상에 다녀왔다는 말부터 꺼냈어야 하나 보다.
“누나, 도와줘···!”
나 혼자서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금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누나뿐이다.
내가 간절한 눈빛을 보내자, 누나는 믿음직한 얼굴로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세니어, 엄청나게 비싸 보이지 않아? 가드 중앙에 박힌 보석도 엄청 크고 반짝거리는 데다가, 이 섬세하고 유려한 디테일만 봐도 평범한 장인의 솜씨가 아닌 것 같지?”
아무래도 누나는 세니어가 이 세상의 물건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할 생각인가 보다.
누나의 말에 부모님의 시선이 세니어를 훑었다.
“저거 신고하면 나라에서 가져가는 거지? 좀 아깝···.”
“뭐?”
“아니, 그. 되게 비싸 보이잖아?”
“······.”
“······.”
아빠가 조용히 입을 닫으셨다.
엄마는 그렇게 눈빛만으로 아빠를 제압한 뒤, 다시 시선을 돌려 세니어를 자세히 살펴보시며 말을 꺼내셨다.
“확실히 꼭 예술 작품 같은 게, 척 봐도 예사 물건은 아닌 것 같긴 해. 세르펜스라는 사람이 엄청난 부자인가?”
“그렇겠지, 무려 공작이라니까.”
“공작? 공작새를 말하는 건 아닐 테고. 혹시 그 친구가 외국인이었어? 어느 나라 사람이래? 근데 공작이면 엄청 높은 작위 아니야? 그런 사람을 선우가 어떻게 알고, 이런 비싼 선물까지 받아?”
“신성 루멘 제국 사람이야. 선우가 그 애를 알게 된 건···.”
“요즘 세상에 제국이 어딨다고? 게다가 신성? 설마 게임 얘기였니?”
“게임이 아니라···.”
“아니면 실제 국가라고? 내 핸드폰 좀 줘 봐. 어디 붙어있는 나라인지 검색해보게.”
엄마와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누나의 얼굴에서 믿음직한 면모는 사라지고 아연함이 떠올랐다.
나는 진작부터 넋을 놓고 있었다.
누가 부부 아니랄까 봐 아빠에 이어 엄마까지 검색 타령을 하실 줄이야. 혹시 몰라 엄마의 핸드폰까지 압수해 놓길 천만다행이다.
“야, 이런 식으로 에둘러 설명하다가는 한도 끝도 없겠는데?”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누나의 말에 적극 공감했다.
이러다가 본론은 꺼내보지도 못하고 밤을 새워버릴 것 같다. 그럼 내일 나들이 얘기는 없던 것이 되겠지.
내가 나들이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데,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엄마, 아빠. 내가 지금부터 정말 믿기 힘든 얘기를 할 건데, 오해하면 안 된다?”
“무슨 오해?”
“미쳤다거나, 제정신이 아니라거나···. 아, 그게 그건가? 아무튼!”
“그래, 얘기해 보렴.”
부모님께서 ‘대체 얘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지?’라는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보셨다.
일단 질러 놓고 나중에 수습할 생각으로 서두를 던져놓긴 했는데, 막상 말을 하려니 긴장감이 장난 아니다.
그 탓에 공연히 부모님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중간에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 줘야 한다? 허황된 얘기라고 치부하지 말고, 진지하게 들어줘. 알았지?”
나는 거듭해서 주의 사항 아닌 주의 사항을 강조한 뒤, 부모님께 끼어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고도 바로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런 내 행동을 본 부모님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서렸다.
진작 이렇게 분위기를 깔아 놓고 얘기를 시작할 걸 그랬나 보다.
“나, 사실 다른 세상에 다녀왔어.”
“그게 무슨···.”
“워, 워. 자기야, 선우가 중간에 끼어들지 말랬잖아.”
이해 불가능한 내 말에 엄마가 반사적으로 의문을 표했고, 아빠가 그런 엄마의 입을 손바닥으로 덮으셨다.
엄마는 곧바로 그 손을 치워버리긴 했으나 질문을 다시 꺼내는 일은 없었다.
잠시 깜박한 것일 뿐, 내 말을 끊을 의도는 없으셨나 보다.
나는 엄마를 말려 준 아빠에게 감사의 눈짓을 보낸 뒤 설명을 이어나갔다.
“내가 다른 세상에 가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면, 세르펜스의 과거 얘기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
남의 과거사를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긴 하지만.
세르펜스는 남이 아니라 내 자식이나 다름이 없으니, 내 부모님은 녀석에게 조부모와도 같다.
그러니 세르펜스의 얘기를 부모님께 말씀드려도 괜찮겠지.
이 자리에 세르펜스가 있었어도, 내 가족들이라면 믿을 수 있으니 얼마든지 얘기해도 된다고 허락해 줬을 테다.
나는 세르펜스에게 가상의 허락을 받은 뒤.
녀석의 어린 시절과 0회차를 포함하여, 지나간 모든 회차에서 녀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렀는지 설명했다.
소설 [성검의 주인]은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
작가인 최지혜를 이곳으로 불러오라고 하면 난처하기도 하고, 소설 감상평을 내게 떠넘긴 누나까지 책임을 지게 될까 봐 걱정되기도 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님께서 세르펜스가 겪은 일들을 ‘소설’이라는 필터를 끼고 듣지 않으셨으면 해서.
“아니, 뭐, 그런···. 와, 미친···.”
누나가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말문이 막힌 사람처럼, 제대로 된 문장을 구성하지 못하고 간투사만 늘어놓았다.
그러고 보니 0회차와 1회차 얘기를 듣는 건 누나도 지금 처음이었다.
누나는 내 얘기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란 걸 알고 있기에 큰 충격을 받았고, 부모님께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와 누나를 쳐다보셨다.
“그래서 그쪽 세상의 신인 룩스메아가 내게 도움을 청하게 된 거야. 세르펜스, 그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친구 겸 보호자가 되어 달라고. 그리고 그 세상은 신이 존재하는 만큼, 신성력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부모님의 표정을 보건대, 두 분께서는 아직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치다.
그래도 나는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중간중간 얘기를 끊고 두 분을 이해시키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너무 막막하니까. 두 분께서 내 말 속에 담긴 진심을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는 신성력과 신성석에 관한 설명을 먼저 한 뒤.
세르펜스가 어떤 마음으로 신성석을 만들었으며, 어째서 세니어를 내게 선물로 준 건지 자세히 설명했다.
세니어가 무기 형태를 띤 만큼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세르펜스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어.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내가 적들에게 납치당하게 되었을 때도···.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전부 그 녀석 덕분이야.”
납치라는 말에 부모님께서 움찔하셨다.
나는 그 반응을 애써 못 본 척하며 내가 어떻게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지 말씀드렸다.
그 과정에서 그 세상의 모든 이들이 나에 관한 기억을 잃게 되었다는 얘기도.
“모두에게 잊힌 채 이곳으로 돌아오게 된 게 너무 서럽고, 괴로웠어. 나 혼자 안전한 세상으로 피신해 버린 것 같아서 죄책감도 들었고. 부모님과 누나를 다시 보게 되어 반갑고 기뻤지만, 그곳에서 쌓은 수많은 인연이 한순간에 사라져서 외롭고. 늘 곁에 있던 세르펜스가 옆에 없다는 게 허전하고, 또 그리워서···. 그래서 힘들어했던 거야.”
이곳으로 돌아온 직후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곱씹다 보니, 목이 메고 눈물이 왈칵 치밀었다.
그러자 누나가 슬그머니 일어나서 물을 한 잔 떠왔다.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 뒤 누나가 건네준 물을 마시고 다시 얘기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는데 세니어가 현재 세르펜스의 모습을 보여준 거야. 녀석은 나를 잊었지만, 완전히 잊지 않았어. 내 빈자리를 느끼며 혼란스러워했고, 기어코 내 흔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어. 그리고···.”
세르펜스에게는 내가 필요하고 나도 그 녀석의 곁에 있어주고 싶다.
그러한 내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세르펜스가 얼마나 기특하고 좋은 아이인지 장황하게 설명했다.
“세르펜스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녀석이야. 그리고 그 녀석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내가 곁에 있어줘야 해. 적어도 그 녀석이 다 자랄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부모님께 장난을 치려고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셨는지, 두 분의 표정이 몹시나 진지하게 변해 있었다.
아들이 미쳤다고 생각해도 진지해지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 내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졌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나는 두 분께서 내 말을 믿고 계신다는 가정하에 본론을 꺼냈다.
“최근에 그쪽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이 생겼고, 나는 돌아가고 싶어. 아니, 돌아갈 거야.”
말을 끝맺기가 무섭게 누나의 따끔한 시선이 느껴졌다.
가는 걸 허락해 달라고 부탁하는 대신 통보를 해버린 탓이겠지.
부모님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이미 룩스메아에게 돌아갈 거라고 얘기해 둔 탓에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
‘세르펜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내가 이렇게 불효막심해도 되는 걸까···?’
양심이 마구 찔렸지만, 이것도 다 녀석을 위한 일이다.
물론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 이번 기회를 놓쳐서 돌아가지 못한다면, 나는 평생 나 자신을 겁쟁이라 비난하며 후회 속에서 살게 될 거다.
세르펜스가 절망 속에서 소중히 만들어낸 희망의 보석을 내 손으로 깨부수고 싶지 않다.
애초에 녀석에게 희망을 보여준 건 나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준 것도 나고.
온갖 위험 속에서 세르펜스가 나를 지켜줬으니, 나는 그 녀석의 희망과 행복을 지켜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돌아갈 거다.
나는 두 눈에 그러한 의지를 담아 부모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 얘기가 끝났다는 걸 알아채셨는지,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셨다.
“확실히 믿기 힘든 얘기구나. 그래도 네 말이 진실이라면, 이거 자랑스러워 해도 되는 거 맞지? 다른 세상의 신이 탐낼 정도로 우리 아들이 훌륭하게 자랐다는 거니까···.”
“여보.”
“왜, 왜 또 노려보는 건데? 나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야. 자기야가 보기에도 우리 애가 진짜 잘 자란 것 같지 않아? 책임감도 넘치고.”
“그건 그렇긴 한데···.”
엄마가 가늘게 뜬 눈으로 아빠를 째려보며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으셨다.
아빠가 긴장한 표정으로 엄마의 눈치를 살폈고, 나와 누나는 손에 땀을 쥐며 두 분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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