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054)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055화(1055/1105)
101. 공작님의 질투 (2)
녀석이 꽥꽥이에게 경쟁심을 느끼고 있다는 걸 눈치챘으나 무작정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래봤자 반성을 하기는커녕 억울함이 쌓이고 그 결과 비행(非行)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비행 유소년 세르펜스라니, 상상한 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진다.
‘그리고 세르펜스의 말이 영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란 말이지?’
꽥꽥이가 얌전해도 너무 얌전했다.
오리가 되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아 넋이 나간 것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그걸 참작하더라도 지나치게 얌전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내숭 부린다는 말까지 들었는데도 내 품에 가만히 안겨 있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이동 중에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지금은 계속 내게 안겨 있을 이유가 없을 텐데도.
“꽥꽥아, 저 얘기 진짜야?”
“꽥? 아니, 꽥이 왜 나와?! 아무튼 무슨 얘기 말이야?”
꽥꽥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자 노력하면서도 내 질문에 답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근데 저 꽥 소리는 일부러 내는 게 아니라 그냥 나오는 거였나?
악마 모습은 체격도 있고 약간 날티가 나는 느낌으로 기억하는데, 오리 모습을 하고 자신이 오리인 걸 부정하려 애쓰는 걸 보니 좀. 아니, 꽤 귀엽다.
이렇게 귀여운 오리로 만들어 줬으니, 꽥꽥이는 내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닐까?
“선우, 어째서 그런 따스한 눈으로 그 오리를 바라보는 거지?”
불만 가득한 세르펜스의 물음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녀석에게 대답해 준 뒤, 꽥꽥이에게 혹시 지금 내숭을 떠는 중인지 질문했다.
그러자 꽥꽥이는 부리를 떡 벌리며 누가 봐도 어이가 없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오리는 원래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건지, 꽥꽥이가 평범한 오리가 아니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 그냥 오리라는 종 자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당장 오리에 관해 검색해 보고 싶지만, 내 손에는 스마트 폰이 없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인터넷이 안 되니까 검색은 불가능하다.
아쉬운 대로 내일 서점에 가서 오리에 관한 책을 구해봐야지 안 되겠다.
“내숭은 아니야. 그런데···,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조금 전 프라시더스 저 인간이···. 인간 맞나?”
“세르펜스가 인간답지 않은 신성하고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이긴 해도, 인간 맞아.”
“그런 게 아니라···. 아무튼 저자가 마당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했을 때, 그렇게 따지면 그쪽은 고양이답게 바닥에 엎드려서 우유나 핥아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받아치고 싶었거든? 그런데 왠지 말을 함부로 못하겠더라.”
말을 함부로 못하겠다는 것치고는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 착각일까?
아무래도 꽥꽥이는 옆에서 당사자가 듣든 말든, 직접 면전에다 대고 말하는 것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주의인가 보다.
이런 성향이 있으면서, 그간 마왕 밑에서 어떻게 입을 간수했나 모르겠다.
“처음 마주했을 땐 짜증 나고 같잖고. 하지만 왠지 괴롭히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거든? 마지막 얘기는 너 때문인 거로 밝혀졌지만. 어쨌든 아주 하찮은 느낌이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뭔가 마신···, 아니, 마왕님···이 아니라. 마왕에게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존재감 같은 게 느껴져서 대하기 껄끄러워.”
“세르펜스를 마왕이랑 나란히 놓는 건 좀 그런데.”
“말이 그렇다는 얘기야! 격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벌어져 있지, 그런데 느낌이···.”
마왕 따위와 세르펜스를 동일시하지 말라는 뜻이었는데, 꽥꽥이는 세르펜스보다 마왕이 훨씬 강하다는 데 중점을 두고 답했다.
사실이긴 하지만, 그가 마왕의 능력을 높이 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부분을 지적할 수 없다.
꽥꽥이는 세르펜스를 힐끔 쳐다봤다가, 녀석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후다닥 고개를 돌려 내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안쓰러운 그 모습에도 세르펜스는 간사한 것을 보는 눈으로 꽥꽥이를 노려보았다.
녀석의 눈에는 꽥꽥이가 일부러 내게 동정심을 사려고 이러는 거로 보이나 보다.
‘그러고 보니 아와는 꽥꽥이에게 천사가 나타났는데도 계속 손을 놓고 있을 거냐고 물었지? 그렇다는 건 내가 오기 전부터 꽥꽥이는 전투에 나서지 않았다는 얘긴데···.’
그게 기억에도 없는 나 때문이었다니, 꽥꽥이를 향한 고마운 마음이 더 커졌다.
그에 비례하여 세르펜스에 대한 괘씸한 마음도 자라났다.
어떻게 이렇게 고마운 꽥꽥이에게 흙바닥에 떨어진 곡식이나 쪼아 먹으라는 소리를 할 수가 있지?
나는 세르펜스를 노려보는 한편, 꽥꽥이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그의 감정에 공감해 주려 노력했다.
“대악마였을 땐 한없이 약해 보였던 존재가 갑자기 강해진 것처럼 느껴지니까, 자신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실감 나서 큰 충격을 받았나 보네.”
“충격을 받긴 했는데, 조금 달라. 진짜 저자에게 거역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고.”
“그런 것치고는 세르펜스가 싫어할 만한 언행을 골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야 나는 저자가 싫으니까.”
“왜 싫은데?”
“···약해 빠진 널 이 위험한 세상으로 다시 불러들였으니까?”
비록 적으로 만나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마왕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으니, 이제는 한솥밥 먹는 동료로서 친하게 지내라고 말할 생각이었는데.
내가 너무 걱정되어 세르펜스가 싫어진 거라고 하니 뭐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엄청 감동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감동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이 둘의 관계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꽥꽥이를 자연에 방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이는 세르펜스도 마찬가지다.
둘이 서로를 싫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건만. 한쪽이 다른 한 쪽에게 일방적으로 쫄아있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난 억지로 끌려온 게 아니라, 내 선택에 의해 돌아오고 싶어서 돌아온 거야. 그리고 덕분에 네가 마왕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고,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날 수도 있었잖아? 게다가 널 살려낸 힘은 세르펜스에게서 비롯된 힘이기도 하고. 너도 세르펜스를 한 번 살려준 셈이니까, 세르펜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라고는 하지 않겠어. 그래도 목숨 빚을 퉁치고 0부터 관계를 새로 쌓아가면 안 될까?”
이는 꽥꽥이에게 하는 말이자, 세르펜스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꽥꽥이를 떠받들며 평생의 은압(恩鴨)으로 모실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꽥꽥이는 내 소중한 친구이며 우리 일행의 목숨을 구해준 존재이기도 하니까, 괜히 겁주지 말라는 뜻이다.
세르펜스는 섬세한 녀석이라 꽥꽥이 앞에서 그런 말을 대놓고 하면 토라질 게 분명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녀석은 눈치가 빠르고 말 속에 숨은 뜻을 찾아내는 데에도 능하다.
슬쩍 눈동자를 굴려 옆자리를 쳐다보니 세르펜스가 숙연한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내가 겉으로는 꽥꽥이에게 훈계하고 있으나, 동시에 자신에게도 훈계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반성 중인 걸 테다.
흐뭇하게 웃으며 용케 부러지지 않은 막대 과자를 하나 찾아 녀석의 입에 물려 준 그때.
“잠깐만. 네가 나를 살려낸 그 힘이 신 룩스메아가 아니라 저···, 프라시더스에게서 비롯된 힘이라고?”
“응? 아까 네 영혼이 신성력 구체 안에 들어가 있을 때 그런 얘기가 나왔었는데, 못 들었어?”
“못 들었어!”
꽥꽥이가 꽥 소리쳤다. 아무래도 영혼 상태일 때는 의식이 없었나 보다.
세르펜스를 바라보는 새파란 눈동자에 경악이 어리고 부리가 떡 벌어졌다.
벌어진 부리 안으로 과자를 넣어도 되는 걸까 고민하고 있는데, 돌연 꽥꽥이의 부리가 부지런히 움직였다.
“인간이라더니, 인간이 아니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분명 느꼈어. 네가 사용한 그 힘은 분명 인간의 신성력이 아니라 신의 것이야!”
“···엥?”
“어쩐지, 어쩐지···. 저자에게서 마신 테네브리오 님과 비슷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했어···.”
마왕의 호칭을 정정할 정신조차 없나 보다.
꽥꽥이가 몸을 한껏 움츠리며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세르펜스를 올려다보았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벌벌 떠는 것이, 마치 자신의 생살여탈권을 쥔 절대적인 공포의 존재라도 마주한 모습이다.
아니, ‘마치’가 아니라 그 말 그대로인가?
마왕은 꽥꽥이가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기를 폭주시켜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게 했다.
그런데 지금 꽥꽥이를 살려낸 힘의 실질적 주인인 세르펜스가 그를 탐탁잖게 여기고 있으니.
원래 한 번 겪어본 고통이 더 무섭고 두려운 법이다.
꽥꽥이가 이렇게 겁먹고 떠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정말일까?’
내가 세르펜스에게 받은 능력이 신이 힘이라는 건, 세르펜스가 신이 되었다는 얘기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녀석이 신이 되었다는 말인즉 모든 회차의 기억이 떠올랐다는 의미다.
하지만 세르펜스에게서 그러한 기색은 조금도 읽을 수 없었다.
세르펜스는 여전히 내가 아는 세르펜스 그 자체였다.
다른 회차의 자아가 섞인 것 같지도, 갑자기 밀려든 괴로운 기억에 괴로워하는 것 같지도 않다.
“괜찮아, 괜찮아. 세르펜스는 내 친구를 해치지 않아.”
비록 이간질을 시도하긴 하지만.
나는 뒤에 이어질 말을 꿀꺽 삼키고 꽥꽥이를 토닥이며 달랬다.
마왕이 듣고 있는 걸 알면서 패기 넘치게 개새끼 소리까지 입에 담긴 했지만.
호흡하듯 당연하게 다뤘던 자신의 마기가 멋대로 폭주하며, 자기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경험은 역시 괴롭고 두려운 것이었나 보다.
엄한 세르펜스한테 겁먹을 정도로 이렇게나 지독한 후유증을 남긴 걸 보면.
“네, 선우의 말대로입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선우에게서 떨어지십시오.”
“그렇게 말하면 안심이 되겠냐?!”
“하지만 선우가 나에게도 안 해준 걸 그 오리한테만 해 주니까, 질투가 나는 걸 어떡하란 말인가?”
“내가 뭘?”
“나한테는 그렇게 무릎 위에 올려놓고 둥개둥개 해준다거나, 안고 돌아다닌 적이 없잖은가!”
세르펜스가 제 무게는 생각지도 않고 억지를 부려댔다.
하지만 몸무게가 문제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간,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단식에 돌입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답을 내놓기로 했다.
“해줬잖아, 꿈속에서.”
“그런 억지가···.”
“억지 아니야. 너도 슬슬 눈치챘잖아? 꿈속에서 어린아이가 된 너와 놀아준 하얀 실루엣, 그거 네가 만들어 낸 허상이 아니라 진짜 나야.”
“그, 그래도···.”
“세르펜스. 내가 지금은 꽥꽥이가 걱정되어서 이러고 있긴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내가 가장 아끼는 존재는 바로 너야. 이 사실은 절대 변함이 없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마.”
나는 한쪽 면에 초콜릿이 발라진 비스킷 형 과자를 세르펜스의 입에 물려주며 말했다.
세르펜스가 서운함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을 하고 우물우물 과자를 받아 먹었다.
그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자니 꽥꽥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괘액···, 저러고도 신인가? 완전 하찮아···. 그냥 애잖아?”
어린애 같은 세르펜스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녀석에게 괜히 겁먹었나 싶어 허탈해졌나 보다.
아주 좋은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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