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058)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059화(1059/1105)
101. 공작님의 질투 (6)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차분히 생각해 보고 싶은데, 세르펜스의 생각이 너무 시끄럽다.
녀석의 질투심을 가라앉히고자 무릎 위 꽥꽥이를 테이블 위로 옮겨 보았다.
그러자 세르펜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기색이 설핏 스치긴 했으나 그뿐이었다. 생각이 많은 건 여전했다.
현재 세르펜스가 꽥꽥이를 질투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릎을 차지했다는 게 아니라, 정신이 연결된 상태로 온종일 대화를 나눴다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다.
"세르펜스, 지금 네 생각이 내 머릿속에 울리고 있거든?"
나는 직접 이유를 떠올리길 포기하고 세르펜스에게 지금 일어난 이상 현상을 알렸다.
그럼 세르펜스는 질투를 멈추고,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원인에 관해 알아서 답을 찾아내겠지.
아니나 다를까 끝없이 들려오던 세르펜스의 생각이 순간 뚝 끊겼다.
"···내 생각이 선우에게 들리고 있다고?"
"응."
{ 정말로 내 생각이 들린다면 개처럼 짖어 봐라. }
세르펜스가 내게 개 짖는 소리를 요구했다.
내가 분명히 개처럼 짖어 보라는 표현은 좀 이상하니, 어디 가서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얘기했건만.
혹시 말을 한 게 아니라 생각을 떠올렸을 뿐이니 괜찮다고 판단한 걸까?
떨떠름한 기분이 들긴 했으나 이건 내가 짊어져야 할 업보다.
누군가를 고양이로 만든다면 나 또한 개가 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법.
나는 목청을 가다듬은 뒤 오랜만에 짖어 보았다.
"멍멍! 이제 내 말을 믿겠어?"
"으음···. 정말이군."
"설마 개처럼 짖어 보라고 시킨 거야?"
꽥꽥이가 부리를 떡 벌리며 세르펜스를 황당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나 세르펜스는 그런 꽥꽥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분명 증명을 마쳤고 내 말을 믿는 것 같은데, 녀석은 어째서 내게 저런 시선을 보내는 걸까 의아함이 떠오를 무렵.
그 의문을 해소해 줄 세르펜스의 생각이 들려왔다.
{ 그런데 왜 내게는 선우의 생각이 들려오지 않는 거지? }
"지금 중요한 건 그쪽이 아니라, 네 생각이 내게 들리는 이유 아니야?"
"내 힘이 선우에게 가 있으니 당신과 나는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생각을 주고받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겠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더니, 내게 배정된 책임은 사생활 침해였나 보다.
아니, 지금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건 내가 아닌 세르펜스인가?
신으로서의 힘을 맡긴 것도 모자라 자신의 속마음까지 공개하다니, 내게 이것저것 제공해주고 싶은 그 마음은 알겠는데 미리 허락을 구해 줬으면 좋겠다.
꿈을 통해 세르펜스를 지켜보며 녀석의 생각을 듣는 게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곤란한 건 곤란한 거다.
이러다 나도 모르게 세르펜스의 생각에 참견하고 통제하려 들게 될까 봐 걱정이다.
수신 차단 하는 방법 없나?
{ 내 생각이 선우에게 들린다면, 나 또한 선우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야 하거늘. 어째서 들리지 않는 거지? 선우가 멍하니 있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건만···. }
나와 세르펜스가 말없이 각자 생각에 잠기자, 꽥꽥이가 지루함을 느꼈는지 부리로 깃털을 정리하다가 돌연 화다닥 날갯짓을 했다.
무의식중에 자신이 진짜 새처럼 행동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한 걸 테다.
전직 대악마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 귀여움이다.
{ 선우의 관심을 끌고자 못 하는 짓이 없군. 간사한 악마 오리 같으니···. }
자기는 고양이 흉내까지 냈으면서 못 하는 생각이 없다.
내게 양심 없다며 뭐라고 할 때는 언제고, 본인 양심은 어디다가 내팽개친 건지 모르겠다.
분명 반려 동물을 기르면 아이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배웠는데, 어째 우리 애는 거꾸로 됐다.
정서 함양은커녕 본래 있던 양심마저 사라졌으니.
나는 어떻게 해야 세르펜스와 꽥꽥이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일단 경쟁심을 불태우는 건 세르펜스 혼자야. 꽥꽥이는 내 관심을 두고 세르펜스와 경쟁을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세르펜스만 신경 쓰다 보면, 꽥꽥이는 소외감을 느끼게 되겠지.'
그러니 세르펜스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되 꽥꽥이도 적당하게 챙겨 줘야 한다.
하나 이 둘에게 내 모든 시간과 정신을 할애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들과도 교류해야 하고 나 자신도 돌봐야 하니까.
과연 내가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선우의 생각이 들리지 않을 만한 이유라면···. }
내가 꽥꽥이에게서 관심을 끊고 생각에 잠기니, 세르펜스도 다시 하던 생각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이내 결론을 내리고는 육성으로 내게 질문했다.
"혹시 선우는 내게 속마음을 들려주고 싶지 않은 건가?"
"당연한 거 아니야? 세상 누가 생각을 실시간으로 읽히고 싶겠어?"
"다른 사람이라면 나도 싫다. 하지만 선우에게만은 내 모든 것을 알려주고 공유하고 싶다. 선우는 그렇지 않은가?"
"응, 안 그래. 너도 좀 더 나이를 먹고 사춘기가 오면 생각이 달라질걸?"
"그럴 리가 없다."
세르펜스가 고집을 부리며 내 말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나를 두고 야속하다느니, 너무하다느니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자기도 모르게 떠올린 생각이라면 아차 하는 기색이라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게 없는 걸 보니 서운한 마음을 알아 달라고 시위하는 건가 싶다.
"네가 서운함을 느끼는 건 이해해. 하지만 모든 관계에는 거리감이 있어야 해. 때로는 나 자신과도 적당한 거리감을 두어야 할 때가 있는데, 타인과의 관계는 오죽하겠어? 우리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지만, 머릿속에 떠다니는 모든 생각을 공유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이건 단순히 내 생각을 읽히는 게 기분 나빠서 하는 말이 아니야."
{ 거짓말. }
"거짓말이 아니야. 넌 아직 자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태잖아? 내 생각과 네 생각을 혼동하게 될 가능성이 커."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가?"
{ 선우는 내가 아는 이들 중 가장 선하고 어진 존재다. 미성숙한 나와 달리 선우는 이미 완성된 존재이니, 그가 나 때문에 안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일은 없을 터. 오히려 내가 잘못된 생각을 떠올렸을 때, 선우가 즉각 바로 잡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쉽겠지. }
세르펜스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떠올린 생각도 순진하다면 순진한 내용이긴 한데, 무구한 것 같지는 않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녀석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가만가만 쓰다듬어 주었다.
칭찬의 의미는 절대 아니고, 내가 섭섭한 소리를 해도 기분 상하지 말라고 하는 행동이다.
"나라고 늘 올바른 생각만 하는 것도 아니야. 이따금 나쁜 생각을 떠올리기도 해. 다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지. 나는 네가 내 생각과 가치관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특히나 너와 대화할 땐, 말을 꺼내기 전에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보려고 애쓰는 중이고."
"즉 선우가 나와 정신적으로 연결되는 걸 원치 않는 건, 나를 위한 선택이라는 건가?"
{ 선우가 나쁜 생각을 하다니, 잘 상상이 가지 않는군. }
여기서 내가 그렇다고 긍정한다면 세르펜스는 서운함을 거두고, 만족해하며 더 이상 내 생각이 들리지 않는 걸 문제 삼지 않을 테다.
하지만 그뿐이다.
녀석의 생각이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건 굳이 막으려 들지 않겠지.
"그런 이유도 있긴 하지만, 오직 그것만을 위한 건 아니야. 너를 위한 것이자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해. 할 말과 하지 않을 말을 고르는 건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생각은 그렇지 못하니까. 무심결에 흘러가는 생각 하나하나를 검열하고, 자괴감을 느끼며 나 자신을 괴롭히고 싶지 않아. 잘못된 생각은 고쳐야 하는 건 맞지만, 그런 생각을 떠올린 것 자체만으로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누가 내 생각을 바로바로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특히나 그게 너라면, 나는 강박증에 시달리게 될 거야."
"으으음···."
{ 도대체 평소에 어떤 종류의 나쁜 생각을 하길래 이렇게까지 정색을 하는 거지? 이쯤 되니 조금 궁금해지는데···. }
"그런 거 궁금해하지 마!"
내 대답에 세르펜스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아쉽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아까처럼 녀석의 생각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것도 아닐진대 지끈지끈 두통이 느껴졌다.
"매번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프라시더스, 저 존재를 성장시켜 나간 거야? 진짜 피곤하겠다."
꽥꽥이가 놀랍다는 듯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세르펜스를 지칭하는 단어가 굉장히 특이하다. 녀석이 인간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데 아직 신은 아니라고 하니, 그냥 '존재'라는 단어로 뭉뚱그린 거려나?
그러고 보면 세르펜스는 꽥꽥이를 그냥 오리라고 불렀지.
이따 저녁 먹을 때 일행들에게 꽥꽥이를 소개하며 호칭 문제도 정리해야겠다.
마음 같아서는 저 둘의 호칭만큼은 지금 당장 고쳐주고 싶었으나.
{ 오랜만에 선우와 재회하여 모처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방해꾼이 끼어들다니. }
현재 꽥꽥이를 향한 세르펜스의 거부감은 극도로 치솟은 상태다.
이 자리에 꽥꽥이가 함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인데, 내가 대화하던 주제에서 벗어나 꽥꽥이에 관한 얘기를 꺼낸다면 불만이 더 커지겠지.
{ 선우의 엄격하면서도 다정한 이런 모습을 저 오리에게 보여주기는 싫은데···. 하지만 오랜만에 듣는 선우의 설교를 도중에 끊고 싶지는 않군. }
세르펜스가 내게 설교를 듣는 걸 은근히 기꺼워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런데 자신을 혼내는 내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 아까워한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혼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워하는 게 보통 아닌가?
{ 이렇게 방해를 받게 될 줄 알았다면, 선우가 저자의 영혼을 구하고자 할 때, 부디 선우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함께 기원하지 말 것을···. 후회스럽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나는 같은 것을 빌겠지. 나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이 세상에서, 선우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갖게 되는 건 원치 않으니까. 그가 슬퍼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
누군가를 구한 것에 후회를 품는 건 안 될 일이지만, 그 이후에 이어진 생각은 기특해서 혼내기도 뭐하다.
무심결에 떠올린 나쁜 생각에 자괴감을 느끼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한 게 조금 전이기도 하고.
나는 꽥꽥이가 앞서 한 말에 대답하며, 세르펜스의 생각을 못 들은 척 넘어갔다.
"원래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일은 피곤함을 동반하는 법이야. 하지만 그만큼의 에너지를 세르펜스에게서 돌려받으니, 귀찮거나 싫증 나지는 않아. 게다가 녀석과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거든."
"그래? 신기하네."
"응, 나도 정말 신기해."
자신과 대화하는 도중에 내가 꽥꽥이와 얘기를 나눴음에도, 이번만큼은 세르펜스가 질투심을 불태우지 않았다.
우리의 끈끈한 유대감을 꽥꽥이에게 인식시켰다며 좋아라 했다.
그러한 녀석의 생각을 듣고 있자니 헛웃음이 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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