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060)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061화(1061/1105)
1061회
101. 공작님의 질투 (8)
"벌써 저런 반응이 나온다고?! 방금까지 인정도 안 했잖아?"
내가 '드디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꽥꽥이는 세르펜스의 사죄를 매우 빠르다고 받아들였다.
하긴 나야 세르펜스가 이런 일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꽥꽥이는 모를 테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고집을 꺾고 후회하며 사과하는 것과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는 건 다른 문제다.
"그러게? 이 세상에서 사귄 첫 번째 친구 자리가 탐나서 이간질한 게 아니라고 잡아뗄 때는 언제고,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다니. 진정성이 느껴지지가 않네."
세르펜스가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는 건 그의 생각을 통해 알 수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꽥꽥이의 말에 동조하는 척 녀석을 애태웠다.
이는 내가 단단히 화가 났기 때문이 아니다.
내게 생각을 읽히더라도 켕길 구석 따위는 없노라 당당하게 말하더니, 금방 나에게 혼날 만한 사유를 제공한 녀석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도 안 났다.
그럼에도 내가 녀석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 건 훗날을 위해서다.
당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을지라도 생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니까.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받기 쉽다고 머릿속에 각인되면, 같은 잘못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디 그뿐이랴?
세르펜스는 이미 베일과 나 사이를 이간질하다가 혼이 난 전적이 있다.
그러나 질투심을 주체하지 못하여 이간질하는 버릇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
"선우, 지금 저 오리는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자 이간질하고 있다. 부디 그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다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이간질한 사실이 발각당하여 혼나는 와중에도 이간질을 시도했다.
이는 집행 유예 기간 안에 같은 죄를 또다시 저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중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부러 화난 척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또 그런다, 또! 꽥꽥이는 그냥 놀라워 한 것뿐이잖아. 이간질하지 않겠다고 말한 지 몇 초나 지났다고, 또 이간질이야?"
"이간질을 하려던 의도는 없었다.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세르펜스가 서럽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반박했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억울하다는 녀석의 생각이 들려왔다.
그것을 통해 녀석이 느끼는 슬픔과 절망이 전해져 독하게 먹었던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불쌍하다는 이유로 넘어가 준다면, 앞서 진정성을 운운하며 녀석을 초조하게 만든 의미가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나와 다른 사람의 사이를 '고의로' 갈라놓지 않겠다고 말했지? 그거 혹시 본의 아니게, 우연히 이간질처럼 들리는 말은 할 수도 있다고 미리 보험을 들어 둔 거야? 내가 따지면 지금처럼 발뺌하려고?"
"아, 아니다···!"
{ 방금은 정말로 이간질할 생각이 없었는데···. }
"방금은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언젠가는 그럴 작정이었다는 거네?"
"그, 그건···."
세르펜스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머릿속 생각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굳이 넣을 필요가 없던 '고의'라는 단어가 들어갔을 때부터 내심 짐작했던 터라, 놀랍지도 않다.
역시나 빨리 용서해 주지 않길 잘했다.
녀석과 재회의 기쁨을 좀 더 누리고 싶기도 하고, 이따 앨범을 함께 보며 놀고 싶으니까 오래 끌 생각은 없지만.
"미안하다, 정말 잘못했다. 다시는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이간질하지 않겠다. 오해를 유도하지도 않고, 만약 오해가 생겼다면 바로 정정하겠다."
빨리 이 상황을 끝내고 싶은 건 세르펜스도 마찬가지였는지, 녀석이 다시 한 번 사과해 왔다.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척 꽥꽥이를 꼬옥 끌어안으며 뜸을 들였다.
그러자 세르펜스는 더욱 안달이 났는지, 돌연 신발을 벗더니 의자 위에 무릎 꿇고 앉아 양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야옹, 웨옹, 웨에엥···."
{ 진심으로 반성한다. 하지만 그런 자가 선우의 친구라는 걸···. 심지어 그냥 친구도 아니라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라는 걸 용납할 수가 없었다. }
"애옹, 웨-옭, 웨우웅."
{ 그자는 선우가 살던 세상에서는 계획적으로 선우의 가족에게 접근하고, 이곳에서는 계획적으로 선우에게 접근했잖은가? 그것도 선우로 하여금 스크롤을 망가트리게 하여 거액의 빚을 만드는 방법으로. 그렇게 접근했다면 선우에게 도움이 되기라도 해야 했는데, 그자가 도대체 무슨 도움을 주었지? 돈 받고 스크롤을 판 것 외에 그자가 한 일이 있던가? }
세르펜스가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약간 이간질처럼 느껴지긴 했으나 일단 사실 적시이기도 하고, 어째서 솔레르티아를 모략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 같으니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저 존재는 다른 것보다 부끄러움을 먼저 배워야 할 것 같은데···."
최선을 다해 야옹거리는 세르펜스를 본 꽥꽥이가 망연하게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동감하는 바다.
세르펜스는 질투심에 눈이 멀어 이간질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대체 언제쯤 깨달을까?
"먀아아···."
{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자가 떠났다는 사실에 선우가 슬퍼하지 않길 바랐다. 그자도 자신과 같은 그리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동정하며 용서하는 대신.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어 같은 세상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외로움을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워하는 대신. 그자를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고, 화를 내며 탓하길 바랐다. 그자는 당신을 단 한 번도 배려하지 않았는데, 당신이 그자를 걱정하며 심력을 소모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지 않아도 선우는 충분히 힘들었으니까···. }
현 상황을 모면하려고 둘러대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한 손을 들어 올려 잠시 조용히 해 달라는 신호를 보낸 뒤, 세르펜스가 방금 한 얘기를 곱씹어보았다,
녀석의 말대로 그때 솔레르티아를 탓하지 않았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솔레르티아 쪽에서 늘 세르펜스와 붙어 다니는 나를 만나러 오는 건 힘들고, 제약까지 걸려 있었으니.
내가 좀 더 그녀를 신경 써 줬다면 뭐라도 달라졌을까? 내가 먼저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하고 자책했겠지.
"후우···, 알겠어."
꽥꽥이를 테이블 위에 두고, 세르펜스의 양팔을 손수 내려주며 의자에서 내려와 제대로 앉으라 말하였다.
세르펜스가 내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자세를 고쳤다.
나는 녀석이 신발을 신는 것까지 확인한 뒤 힘껏 끌어안았다가 놓아주었다.
머릿속에서 '벌써 끝인가?' 하고 아쉬워하는 세르펜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런 얘기를 먼저 했어야지. 뭐, 그랬어도 혼내긴 했겠지만."
"우우···."
세르펜스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꽥꽥이를 질투하더니 오리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걸 알지만, 녀석의 입술을 잡아당겨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그러자 녀석이 놓아 달라는 듯 낑낑거리는 소리를 흘리면서, 속으로는 '이런 장난을 치는 걸 보면 화가 풀린 건가?' 하며 기뻐했다.
그 탓에 놔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렸다.
"그날 솔레르티아 씨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왜곡 없이 솔직하게 알려줄래?"
"으음···."
{ 생각으로 전달해도 되겠는가? }
세르펜스가 꽥꽥이를 힐끔거리며, 그의 앞에서 얘기하기 불편하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아무리 꽥꽥이가 <성검의 주인>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다 한들, 세르펜스와 솔레르티아가 나눈 대화는 개인적인 것이다.
나는 그래도 된다는 뜻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입은 한동안 쓸 일이 없을 테니 계속 잡고 있어도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세르펜스와 솔레르티아가 나눈 대화 내용이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말로 했으면 듣는데 한참 걸렸을 내용 전달이 고작 2-3분 만에 완료되었다.
그 편리함과 세르펜스의 기억력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아, 참. 근데 세르펜스, 너 이간질만 한 게 아니라 거짓말도 했더라? 솔레르티아 씨는 다른 방법으로 돌아갔다더니···."
내 말에 세르펜스가 움찔 어깨를 들썩이며 눈동자를 굴려 시선을 피했다.
나는 녀석의 입술을 잡은 손을 가볍게 흔든 뒤 놓아주며 말을 이었다.
"뭐, 나를 위해 그랬다는 걸 아니까 이번만은 넘어가 줄게. 하지만 앞으로는 솔직하게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
"으음···. 알겠다, 앞으로는 그리하겠다. 그런데, 그게 끝인가?"
"응. 사실 솔레르티아 씨를 만났을 때 너한테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지 물어보고,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거든."
"아···."
{ 어차피 나는 혼날 예정이었나? 그렇다면 차라리 이런 식으로 밝혀진 게 다행일지도···. }
세르펜스가 탄식을 흘리며, 나로서는 조금도 다행스럽지 않은 생각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자신이 뜨끔해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낀 덕에, 어느 정도 참작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여기도록 놔둘 수는 없다.
그 생각을 바꾸기 위해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꺼냈다.
"그건 아니야. 네가 오해를 유도했다거나, 사실을 알면 내가 화낼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널 혼내지 않았어. 나는 네가 이미 떠난 사람인 솔레르티아 씨와 내 사이를 이간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솔레르티아 씨가 작가라는 걸 알고 난 후, 안 좋은 선입견이 생겨 의사소통 과정에 혼선이 있었구나 하고 말았지. 그런데 제대로 알아들었으면서, 작정하고 왜곡했을 줄이야···."
"···잘못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알았어. 지켜볼게."
내 말에 세르펜스가 안심하며 방긋 웃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에게 '네가 솔레르티아 씨의 말을 잘못 이해한 거야.' 하고 얘기하며, 만약 아직까지 그녀가 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할 생각이었건만.
그 부분은 생략해도 될 것 같다. 솔레르티아의 과거는 개인사니까 어차피 말할 수 없었고.
"나 솔레르티아 씨에게 사과 들었어."
"양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나 보군."
"응, 나와 얘기도 나누지 않고 도망친 걸 후회하고 있더라. 먼저 만나자고 제안해 주기도 했고, 누나에게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도 믿어 주라고 얘기해 줬어. 그래서 용서해 주려고."
"그래서 나도 그자를 미워하지 말라는 건가?"
세르펜스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미소가 흐려지며 우중충한 낯으로 변했다.
그냥 내 의사만 전했을 뿐이건만, 녀석은 '그러고 싶진 않지만, 선우가 그러길 바란다면···.' 하고 생각하며 고뇌에 빠졌다.
이건 자립심 이전에 자의식의 문제 같다.
"아니, 그건 네 자유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는 것만으로 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남이 시킨다고 바꿔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나도 그런 건 바라지 않아."
"그렇다면 내가 저 오리를 미워하더라도 상관없나?"
"꽥?!"
가만히 있다가 불똥이 튄 꽥꽥이가 놀라서 푸드덕 날개를 펄럭였다.
나는 그런 꽥꽥이를 붙잡아 진정시키며 입을 뗐다.
"꽥꽥이가 싫다면 억지로 친하게 지내라고는 하지 않을게."
"어, 어떻게 그런 말을···? 이 배신자···!"
꽥꽥이가 다시 날개를 퍼드덕거리며 내 손에서 빠져나가 날아올랐다.
삐져서 그대로 방구석에라도 처박힐 줄 알았건만, 어처구니없게도 꽥꽥이는 내 머리 위에 둥지를 틀고 앉았다.
금세 정수리가 따끈따끈해졌다.
원래 오리의 체온이 높은 건가? 아니면 꽥꽥이가 불 속성이라서? 근데 이 행동은 대체 무슨 의미지?
"어···, 근데 꽥꽥이는 세르펜스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가 보다."
"아니거든?! 그냥 저 존재가 나를 위협하니까 그러지!"
"그렇지 않아도 그것과 관련된 얘기를 할 예정이었으니까 잠깐만 있어 봐."
나는 머리 위에서 난리를 치는 꽥꽥이가 떨어지지 않게 붙잡으며, 세르펜스를 돌아보았다.
녀석의 시선은 내 눈이 아니라 그보다 높은 곳을 향해 있었고 표정은 매우 험악했다.
"억지로 친하게 지내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함께 다녀야 할 동료니까 괴롭히거나 눈치 주지는 마. 그러니까···, 노골적인 적대는 피하라고 말하면 알아들으려나?"
첫 황궁 연회에 참석했던 날과 한스와 크게 언쟁을 벌였을 때, 세르펜스는 내게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니 어쩐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세르펜스는 내가 무엇을 떠올리며 이런 말을 했는지 곧장 알아채고,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으음···, 내가 그대에게 했던 얘기로군."
"설마 본인도 못하는 걸 나한테 하라고 했던 건 아니겠지?"
"···노력해보겠다."
이걸로 한시름 놨다.
기왕이면 둘이 친하게 지내면 더 좋겠지만, 원래 미운 정이 더 무서운 법이니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주길 바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