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061)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062화(1062/1105)
1062회
101. 공작님의 질투 (9)
세르펜스에게 약속도 받아냈겠다, 이제는 꽥꽥이를 달랠 차례다.
나는 꽥꽥이의 몸통을 도닥이며 그를 잘 얼렀다.
"이 정도면 꽥꽥이 너도 만족했지?"
"저 존재가 나를 해하지 않는다면야···."
{ 비열한 악마 같으니···. 피해자 위치를 공고하게 굳혀, 선우의 동정과 돌봄을 받겠다 이건가? }
머릿속으로 세르펜스 내면의 소리가 들려왔다.
시기 질투가 가득한 속마음과 달리, 나와 눈이 마주치자 녀석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의뭉을 떨어댔다.
그런다고 잘못 들은 줄 알까 보냐 하고 따질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적어도 꽥꽥이는 세르펜스의 생각을 듣지 못했으니까. 나만 모르는 척하면 된다.
"좋아, 그럼 이제 내 머리에서 내려와 줄래?"
"······."
"꽥꽥아?"
"내, 내려갈 거야! 잠깐만 기다려 봐!"
정수리를 통해 꽥꽥이가 크게 심호흡하는 게 느껴졌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든 순간, 꽥꽥이가 넓적한 오리발로 내 정수리를 박차며 힘차게 날개를 펄럭였다.
그리고···.
"꿻!"
테이블 위로 철퍼덕 떨어지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렇다, 힘찬 날갯짓이 무색하게도 꽥꽥이는 날아오르지 못하고 추락해 버린 것이다.
내 보호 본능을 자극하려고 별의별 짓을 다 한다는 세르펜스의 생각이 머릿속에 울렸다.
나는 이 또한 못 들은 척하며 엎어진 꽥꽥이를 살짝 들어서 제대로 앉혔다.
"괜찮아?"
"발이 미끄러져서 날아오르기 위한 추진력을 제대로 얻지 못했을 뿐이야."
거짓말이다.
꽥꽥이의 발이 미끄러지지 않았다는 건 머리를 발판으로 내어준 내가 가장 잘 안다.
이 어쭙잖은 변명과 조금 전 추락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너, 못 날아?"
"모, 못 날긴, 누가?!"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광분하며 날뛰다가 자기도 모르게 날아오르긴 했는데, 제대로 된 비행법을 몰라서 얼떨결에 내 머리 위에 착지한 거였구나?"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다.
꽥꽥이가 정곡을 찔렸는지 '괘액···.' 하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제 몸통에 파묻었다.
다시 봐도 진짜 흑임자 찹쌀떡 같은 게 떡 주무르듯 마구 주물럭거리고 싶다.
나는 근질거리는 두 손을 맞잡아 주물주물 욕구를 애써 억눌렀다.
"그러고 보니 꽥꽥이는 원래 날개 없이 비행했지? 그건 어떻게 한 거야?"
"태어날 때부터 그냥 되던데?"
"지금은 안 되고?"
"응."
"그럼 못 날아서 떨어진 게 맞네?"
"꽤액···!"
꽥꽥이가 날개를 활짝 펼쳐 덩치를 키우며 불만을 터트렸다. 자신을 떠본 거냐고 화내는 거겠지.
벌써 몸짓 언어만큼은 오리가 다 되었구나 싶다.
그나저나 날개가 없을 땐 잘만 날다가 날개가 생기니 못 날다니, 너무 아이러니한 거 아닌가?
그 부분을 따질까 하다가 더 이상 꽥꽥이를 부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아 참기로 했다.
마침 방음 마법이 사라진 거로 보아 슬슬 저녁 먹을 때가 다 된 것 같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세르펜스의 질투 가득한 속마음이 신경 쓰였으니까.
나는 세르펜스의 품에서 아공간 주머니를 꺼내어 그 안에 손을 넣었다가 뺐다.
비어있는 내 손을 본 세르펜스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꺼내려던 것 아니었나?"
"그러려고 했는데, 잘 생각해 보니 내가 예전에 채워 놓았던 음식들은 다 먹었잖아?"
"저녁에도 선우가 고향에서 가져온 것들을 먹는 것 아니었나?"
"9인분의 식사를 가방에 넣으면 다른 걸 못 챙기잖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게 요리책을 잔뜩 가지고 오는 게 낫지."
"음···, 그렇군."
세르펜스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책을 달라는 뜻이다.
머릿속으로 직접 내 고향의 음식들을 만들어 나를 기쁘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려왔다.
참으로 기특한 마음가짐이긴 하나, 그 책들은 아직 이곳의 언어로 번역 작업을 거치기 전이다.
아무리 세르펜스가 자력으로 한글을 깨쳤다 한들, 단어의 뜻을 알지 못하면 그 내용을 해석할 수 없다.
'아닌가? 사진이 있으니까 상관없나?'
잘 하면 녀석에게 레시피 번역 작업을 떠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레시피 번역이 아니라 저녁 식사다. 어차피 레시피를 알아도 각종 장(醬)이 없으니 당장 만들어 먹는 건 무리다.
그 사실을 세르펜스에게 설명하던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저희 들어가도 되나요?"
유지스의 목소리다. 들어오라 대답하니 곧장 문이 열렸다.
탈탈탈 바퀴 구르는 소리와 함께 음식이 가득 담긴 카트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뒀던 음식이라면 굳이 카트에 담아서 끌고 오지는 않았을 터. 이 여관의 주방장에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거겠지.
"선우는 이곳 음식을 한동안 못 드셨으니, 오랜만에 드시고 싶지 않을까 싶어서 미리 주문해 봤어요. 혹시 가져온 고향의 음식이 있더라도 다음으로 미뤄 주세요!"
과연 유지스는 센스가 넘쳤다.
내가 이곳의 음식 맛을 그리워하면서도, 일행들에게 고향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을 앞세울까 봐 미리 음식을 준비해 오다니.
어차피 가져온 고향의 음식이 없어서 꺼낼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있는 센스를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시온의 몸으로 이곳에서 지낼 땐 한식이 그렇게 그리웠는데, 고향에 돌아가니 이곳 음식이 그리웠더랬다.
물론 이곳 음식은 양식이 기본이니 먹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찾아 먹을 수 있긴 하지만.
귀족들을 상대하는 고급 여관과 값비싼 음식점의 스파게티를 먹다가, 패밀리 레스토랑의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오히려 감질이 나서 그리움만 커질 뿐이다.
하물며 신전에서 준비한 식사조차 '본토'의 맛이 담겨있으니, 외국의 비싼 호텔 레스토랑에 가지 않는 이상 만족하긴 어려울 테다.
그런 이유로 나는 저쪽 세상에서 머무는 동안 매 끼니를 한식으로 챙겨 먹었다. 이제 한동안은 한식을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
내가 만드는 데 오래 걸리는 각종 장을 굳이 챙기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시온의 몸으로 지낼 때에는 몇 년간 한식을 입에 대지도 못했는데, 장을 담글 때까지 인내하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라면 스프는 대용량으로 한 봉지 챙겨오긴 했지만.
"그런데 꽥꽥이 님···이라고 해야 하나요?"
함께 들어온 일행들과 함께, 카트에 담긴 음식을 테이블 위로 옮기던 유지스가 조심스럽게 꽥꽥이에게 말을 붙였다.
오리 모습을 한 꽥꽥이에게도 '님'이라는 존칭어를 사용하다니 참으로 예의가 바르다.
"유지스가 리에나처럼 신전 소속도 아니고, '님'은 무슨 '님'입니까? 그냥 편하게 불러요."
"문제는 '님'이 아니라 그 앞이잖아?! 내 이름은 꽥꽥이가 아니야!"
꽥꽥이가 꽥꽥대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했다···기보다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주장했다.
새삼스럽기 그지없는 그의 발언에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여태껏 내가 꽥꽥이라 불렀을 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썬이 나를 그렇게 부르는 건 익숙해지기도 했고, 친한 사이끼리 별명을 부르는 거라고 생각하면 딱히 기분 나쁠 것도 없지만. 다른 존재가 나를 그딴 우스꽝스러운 명칭으로 부르는 건 다른 문제야. 허락한 적도, 허락할 생각도 없으니까 제대로 이름을 불러."
꽥꽥이가 턱을 치켜들며 목소리까지 깔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제와서 무게를 잡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건 둘째 치고, 오리 모습으로 저러고 있으니 오히려 하찮음이 부각되는 느낌이다.
과연 그 사실을 꽥꽥이는 알고 있을까 의문스럽다.
"선우, 왜 내게는 별명을 붙여주지 않는 거지?"
{ 친한 사이라서 별명을 붙여준 거라면, 지금쯤 내 별명은 최소 50개쯤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
"···라고 별명 부자 세르펜스가 말하고 생각했다."
"음?"
"너무 많아서 전부 헤아리기도 힘든 수준이니까 질투하지 말라고."
애칭으로 불리는 것조차 싫다며 이름으로 불러 달라 할 땐 언제고.
별명을 붙여 달라고 떼를 쓰는 녀석을 적당히 달래준 뒤, 나는 꽥꽥이의 몸통을 잡아 들어 올렸다.
꽥꽥이의 호칭 얘기가 나온 김에 정식으로 그를 일행들에게 소개할 생각이다.
"자기소개도 제대로 안 하고, 무작정 이름으로 불러 달라 하면 어떻게 해?"
"나는 불을 다루는 위대한 대악마···였던 플람이다. 이렇게 하면 되나?"
"한 가지 빠졌잖아."
"그게 뭔데?"
"지금은 세르펜스의 천사가 되었다는 거?"
"꽤액?!"
{ 그게, 무슨···?! }
내가 덧붙인 소개말을 들은 꽥꽥이와 세르펜스가 경악하며 나를 쳐다봤다.
특히 세르펜스는 어찌나 놀랐는지 말도 내뱉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며, 생각을 통해 방금 그게 무슨 의미냐며 내게 따져 물었다
이 둘이 대체 왜 놀란 건지 모르겠다.
"그 오리가 어째서 나의 천사라는 거지?"
"오리가 아니라 꽥···도 아니고. 플람이라고 불러달라고 한 말 못 들었어?"
"저 플···람이라는 오리가 어째서 내 천사라는 거지?"
세르펜스가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꽥꽥이 플람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내가 시킨 거긴 해도 이젠 남의 이름을 곧장 부르는구나 싶어 뿌듯해졌다.
비록 녀석에게 이름으로 불리는 데 한참 걸렸던, 유지스와 휴마누스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긴 하지만.
그 둘의 반응을 못 본 척하며, 나는 꽥꽥이가 어째서 세르펜스의 천사인지 설명했다.
"머리에 링 달고 날개가 달렸다는 점에서 현재 꽥꽥이는 천사라고 볼 수 있지. 여기까진 인정하지?"
"하지만 그렇게 만든 건 선우잖은가? 그 천사의 조건이란 것도 이 세상이 아닌 선우가 살던 세상의 기준이고···."
"뭐야, 이 세상 천사는 날개랑 링 없어?"
"천사의 날개에 관한 자료는 있지만, 링에 관한 건 문헌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세르펜스가 없다면 없는 거다.
그렇다면 꽥꽥이는 대체 왜 머리 위에 링을 달고 있는 걸까?
그 이유는 모르겠으나 귀여우니까 깊이 생각하지 말고 넘어가기로 했다. 귀여운 것 하나로 링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아무튼 꽥꽥이는 신의 힘으로 되살아났고, 그 힘은 세르펜스 네 것이잖아? 그러니까 꽥꽥이는 네 천사지."
"그런 게···!"
{ 잠깐. 저 오리가 선우의 천사인 것보다는 내 밑에 두는 편이 더 낫나? }
내 말에 세르펜스가 반박하려다 말고 덜컥 멈추더니, 머릿속으로 계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몇 초 만에 결론을 내리고 내 말이 맞노라 인정했다.
꽥꽥이가 '꽤액···.' 하고 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진저리를 쳤지만, 부정의 말은 꺼내지 못했다.
아마 그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던 거겠지.
"그래도 내 천사 1호는 선우, 당신이다."
"···아, 그래."
천사가 되었다는 말에 차마 부정할 수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신의 힘을 대신 맡아 두는 천사가 있다는 얘기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그 어떤 세상에서도 들어본 적 없지만.
아무튼 힘을 넘긴 신이 나더러 천사라는데 그럼 천사인 거겠지.
'얘는 왜 멋대로 사람을 천사로 만들고 난리람?'
그런 생각이 들긴 했으나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허락도 맡지 않고 꽥꽥이를 천사로 만든 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으므로.
"꽥꽥이는 일행들 이름 다 알지?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응. 예전에 네 시선을 통해 얼굴을 익혔고, 네가 저들에 관해 열심히 떠들어댔으니까."
꽥꽥이가 일행들을 쭉 둘러보며 답했다.
그러고는 유지스의 이름을 입에 담아, 자신이 모두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을 바로 증명했다.
"거기 엘프 이름이 '유지스' 맞지? 유자를 엄청 좋아한다는?"
"네, 맞아요!"
"그래서 아까 나는 왜 불렀던 거야?"
"플람은 뭘 드시는지 물어보려고요. 혹시 몰라서 쌀과 잡곡, 과일을 챙겨오긴 했는데···."
"그냥 너희 먹는 거로 줘."
"드실 수 있으세요?"
"나도 몰라. 그래도 일단 먹어 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고민하는 게 낫지···. 저런 새 모이 같은 건 먹고 싶지 않아."
유지스가 오리 사료를 가져온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생 곡물과 과일에 불과하건만, 꽥꽥이가 까탈스럽게 굴었다.
자신이 오리가 되었다는 현실을 부정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미안해졌다.
꽥꽥이를 사람 모습으로 만드는 방법은 없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