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14)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15화(115/1105)
115회
27. 공작저의 부 집사 (5)
나를 직시하는 적의라는 게, 생각 이상으로 두렵고 고통스러웠다.
어떤 원망이든 감내하리라 마음먹었는데, 나 자신의 변호가 먼저였나보다.
그의 말대로일지도 모른다.
제온을 볼 때마다 죄책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해서.
어차피 내가 이 세계에 오지 않았더라도, 시온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을 테니까.
내가 시온의 몸을 가로채고 싶어서 이런 것도 아니고, 나 역시 피해자니까.
‘어쩌면, 시온과 그 가족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닐까?’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그의 가족에게 용서와 이해를 받고 싶었나 보다.
세르펜스에게는 어른스러운 척, 의연한 척, 강한 척. 척이란 척은 다 해놓고, 도망치고 있었던 거다.
“그때, 분명 공작님이 구하러 와주셨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당신은 무사했다면서, 어째서 작은 형은 그 사건으로 죽었을 거라 말하는 건데!”
내가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그가 다시금 소리쳤다.
어째서 세르펜스가 시온은 구하지 않았으면서 나는 구해냈느냐는 질문이면서, 방금의 얘기는 모두 내가 지어낸 변명이라 믿고 싶은 몸부림이었다.
내가 뱉은 모든 말이 거짓이어서, 나를 보낸 것이 신 룩스메아라는 것 또한 거짓이어서.
이 모든 것이 차라리 악마 숭배 세력의 소행이라 믿고 싶을 거다.
어차피 미래를 알릴 거라면, 시온에게 알려서 그에게 기회를 줄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생각에 미쳐서.
하지만 신 룩스메아는 그 대신 시온의 육체를 빼앗아 다른 이에게 넘겨버렸다.
그것이 마치 신에게 버려진 것처럼 느껴져서.
그런 자신의 형이 너무나도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차라리 세르펜스를 상대하는 게 훨씬 나았어.’
그를 상대하는 것은 그를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하면, 제온의 경우는 그 반대다.
상처의 크기 차이는 있겠으나, 어떻게든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었다. 나까지 깎여나가는 기분이다.
진짜 두 번은 못 할 짓이다.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이곳에 와서 공작님을 조금··· 조사하고 다녀서, 그것 때문에 집사님이 나를 감시 중이었거든? 그 덕분에 공작님께 내가 또 수상한 짓을 한다고 보고해서, 제때 와주실 수 있었던 거야. 아마도 그 차이가 아닐까?”
전부 사실이지만, 그 차이 때문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시온을 죽인 것은 세르펜스였으니까.
“한스님께서 둘째 형은 감시하지 않았을 거라 말하는 거야? 그럴 리가. 고작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아는데. 당신이든 형이든 누구든 간에 분명히 감시했을걸?”
“이전 보좌관은 감시하지 않았다는데?”
“10년 넘게 일한 전 보좌관과 새로 온 보좌관이 같아?”
“······.”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말하는 제온의 모습은 어떻게든 내 말의 허점을 잡아내어, 반박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길 바란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 한스 그 양반이라면 나나 시온이 아니라, 그 누가 왔어도 마찬가지로 감시했겠지.’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도움이 안 된다.
다른 변명을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나는 휴가를 반납하고 수도에 머물렀지만, 시온은 고향으로 돌아간 탓에 세르펜스가 제때 구할 수 없었던 것 같다···는 말은 할 수 없다.
‘가족을 보러 갔기 때문에 죽었다고? 그런 말을 이렇게 가족을 아끼는 녀석에게?’
해선 안 될 소리다.
그렇다고 내가 추측했던 대로, 시온이 악마 숭배자에게 속아 세르펜스를 모함하는 것에 일조하려 했고. 그래서 세르펜스가 그를···.
그런 얘기는 더더욱 할 수 없다.
애초에, 내가 무슨 소리를 하건 믿지 않겠다는 녀석이다.
“···하아.”
답답한 마음에 내쉰 한숨에 제온이 흠칫 놀랐다.
꿋꿋한 척하고 있어도, 여전히 나를 경계하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우습지도 않은 상황이다.
– 파스스···.
갑자기 무언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 안을 코팅하듯 감싸고 있던 마력이 흩어진다.
‘효과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을 텐데?’
깜짝 놀라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열린 문과 그 앞에 서 있는 세르펜스의 모습이 보였다.
문이 열리면서 공간 또한 열려서. 마력으로 이루어진 막의 형상이 일그러지면서 마법이 파훼된 것이다.
세르펜스는 쓰러지듯 주저앉아있는 제온과 스크롤 가방을 멘 채 서 있는 내 모습을 번갈아 보며 얼굴을 굳혔다.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고, 마법까지 발동되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시간이 꽤 지체되기는 했으나, 내가 다시 돌아가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한참이라 표현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마법을 감지하고 온 것뿐이나, 사생활을 위해 친 마법을 깨고 들어올 핑계를 추가한 걸 테다.
“어떻게 된 겁니까?”
어디까지나 확인차 던진 질문으로, 어찌 된 영문인지 대충 알겠다는 표정이다.
세르펜스가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혹시 주인님께서도 알고 계셨습니까?”
“······.”
제온의 질문에 세르펜스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다시 스크롤을 사용하라는 뜻이었다.
다른 마법 스크롤과 달리, 방음 효과가 부여된 스크롤은 개수에 여유가 있었다.
솔레르티아의,
[“공작 가문쯤 되면 이래저래 보안에 신경 쓸 일이 많지 않나요? 신성력으로는 이런 효과 못 내는 거 아시죠? 당장 비밀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스크롤 사러 달려오실 건가요?”]···라는 말에 넘어가, 10+1묶음 구매를 해버린 것이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이야.
방을 배정받았을 때부터 있었던, 액자 뒤 매립형 금고를 열어 그 속에 보관해 두었던 스크롤을 찢었다.
내가 금고 쪽으로 향할 때만 해도 의아해하던 제온의 얼굴이 완전 사색이 되었다.
‘···세르펜스 얘 진짜 보증 서려는 거 아니겠지?’
불안해 죽겠지만, 그렇다고 방음을 안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세르펜스라면 어떻게든 잘 무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디까지 대화가 오갔는지는 모르나···. 시온 경께서 ‘시온 리벨론’이 아닌, 다른 세상의 존재임을 알고 있느냐 물으신 거라면. 네, 알고 있습니다.”
“그, 그런데 어째서···!”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느끼던 제온의 얼굴이 배신감에 젖어 들었다.
“바닥이 찹니다. 제대로 자리에 앉아···.”
“알면서도 어째서 저자를 여전히 곁에 두십니까? 룩스메아님께서 대륙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보내셨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으신 겁니까?!”
“네, 믿고 있습니다. 믿고 있기에, 곁에 두고 있는 겁니다.”
세르펜스가 제온을 일으켜 세우려 하였으나, 제온은 그의 손을 피하며 혼자 일어섰다.
“언제부터 알고 계셨던 겁니까? 그 사실을 알면서···. 일부러 저를 고용하신 겁니까?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건···.”
“아냐! 공작님께서 알게 되신 건 선택의 의식이 끝나고 난 이후야.”
대체 뭐하자는 거냐는 눈으로, 제온이 우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너무 가족을 그리워해서···. 그리고 네가 나를···. 아니, 시온이 걱정되어 공작저에서 일하길 원해서. 내가 시온이 아니란 걸 몰라서 그랬던 것뿐이야. 네가 내 진짜 가족인 줄 알아서···.”
“그런 식으로 가족을 들먹거리면, 내가···, 내가···!”
그 뒤의 말을 그는 내뱉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정말, 이제까지 말했던 게 사실이야?”
제온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공작저의 규칙에 따라, 세르펜스가 있을 때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지키던 그가 그것조차 잊었다.
그가 보는 나는 대체 어떤 표정이길래, 그토록 부정하던 그가 흔들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상당히 처참한 꼴을 하고 있나 보다.
“룩스메아님께서 당신을 보냈고, 작은 형은 죽었어야 할 사람이고, 그 육체는 형의 것이 맞는데 그 안에는 없다는 게 전부···?”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형이 죽게 된 이유도 그게 맞아?”
“···그건 잘 모르겠어. 내가 알고 있는 건 선택의 날 이후뿐이라.”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기껏 미래를 알려줘 놓고, 죽을 예정인 사람의 몸에 넣어놓고 그것을 피할 방법을 듣지 못했다니.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으라고?”
누가 죽였는지는 알고 있기에 세르펜스만 잘 커버하면 된다는 생각에, 미처 떠올리지 못했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
저러니 그 뒤로 무슨 얘길 하든 믿지 못할 만도 하다.
이건 룩쓰렉아의 실수인지, [성검의 주인] 작가가 문제였던 건지.
“그, 그게···.”
“그거라면 짐작 가는 바가 있습니다.”
한동안 조용히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세르펜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시온이 악마 숭배자가 되었다거나 하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내 생각을 읽었는지, 아주 미미하게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설명은 제가 할 테니, ···경은 조금 쉬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세르펜스의 표정도 그다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지만, 두 시간을 내리 울었던 그날보다 더 울고 있는 듯한 얼굴이다.
쉬라고 해도 자리를 떠나기는 불안하고 갈 데도 없다.
오히려 혼자 있으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서, 적당히 침대에 멍하니 걸터앉았다.
세르펜스는 그것을 확인하고 내게서 시선을 떼었다.
“애초에, 둘은 다른 존재입니다. 생각하는 것도 행동도 모두 다르니, 본래의 시온 리벨론이 겪었던 위험을 그가 똑같이 겪게 될 거라는 전제부터가 잘못되었던 겁니다.”
저런 좋은 변명 있었으면 진작에 좀 공유하지.
“첫 출근날, 그가 가장 먼저 제게 부탁하신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공작저에 들어와 살고 싶으니 방을 마련해달라는 소리였습니다.”
이렇게 들으니, 참 수상하고 이상하고 염치없는 놈이다.
“보좌관을 저택에 들이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기는 하나, 출근 첫날부터 본인이 그런 말을 하는 경우는···.”
“···없죠.”
“첫날부터 환경 자체가 바뀌었잖습니까.”
그렇다면, 그 이후는 얼마나 달라졌겠느냐는 말은 굳이 할 필요도 없었다.
제온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러게···, 그 소심한 성격 좀 고치라니까···.”
닿을 수 없는 말이었다.
탓하고 있다기보다, 지독한 미련이다.
서글픈 숨을 토해내고 나서야, 이 자리에 없는 누군가가 아닌 눈앞의 세르펜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주인님께서는 어째서 저자를 믿게 되신 겁니까? 한스님의 표현을 따르면, 영 신용이 가지 않는 사내라던데. 아까 자신의 입으로 주인님을 조사하였다는 것도 시인했고···.”
출근 첫날부터 상사 뒷조사하는 사람을 신용하긴 힘들겠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동생에게 일러바칠 줄은 몰랐다.
정보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무릇 냉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지만, 그 냉정한 객관성으로 가족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고 신랄한 평가를 전달한 건가.
“그것은 사상의 차이에서 온 대립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집사 또한 시온 경의 방식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인정을 했으니 그쪽을 부 집사로 받아들인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겠···.”
“네?!”
너무나도 뜻밖의 말에, 우울했던 기분을 비집고 의문이 튀어나왔다.
‘좀 쉬면서 정신을 가라앉히길 바랐지만, 저 정도로 화끈하게 쉬라는 의도는 아니었는데···.’라고 말하는 듯한, 세르펜스의 시선이 잠시 나를 스쳤다.
“그리고 저를 조사한 일이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는 대륙을 구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나의 단체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그 단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사전 조사를 진행했던 것뿐입니다.”
···어쩐지 그 단체의 이름을 나는 알 것 같다.
“몇 달 전, 그 존재에 대해서 크게 알려졌으니 분명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루미나티?”
“예, 맞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그것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