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30)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31화(131/1105)
131회
30. 공작가 간의 대립 (3)
그로부터 사흘이란 시간이 흘렀다.
세르펜스가 예상했던 대로 아르젠토 공작가는 더미를 세웠다. 한술 더 떠, 내가 아닌 팔숨 경을 노린 것이라는 발표를 하였다.
‘저택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올 정도의 실력자이나, 완전 그것을 무시할 만큼 공작저가 녹록한 곳은 아니라서 건물 근처에는 오지 못했다나 뭐라나···.’
아무튼.
저택을 지키는 기사와 병사들을 경계하느라 집중력까지 분산된 상태로, 먼발치에 있는 팔숨 경을 노리는 바람에 정확도가 떨어졌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암살자를 붙잡는 데 성공하긴 했으나, 심문을 시도하기도 전에 숨겨놓았던 극독을 사용해 손 쓸 새도 없이 자결했다는데···.
‘엉뚱한 놈 잡아다가 죽였다는 거잖아?’
기껏해야 적당히 보상을 쥐여주고 감옥 생활이나 시키면서, 진범이 잡히면 풀어주겠다는 식으로 꼬드기는 게 전부일 줄 알더니.
아마 범인을 완전히 놓쳤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보고를 받는 세르펜스의 표정을 살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무고한 누군가가 죽었다는 생각에, 몹시 괴롭다는 낯을 꾸며내고 있었다.
“그리고 조사를 명하신 약물의 정체도 알아내었습니다.”
아르젠토 공작가의 입장 발표 내용은 그것이 끝이었는지, 제온이 다음 보고를 이어나갔다.
생각보다 결과가 빨랐다.
‘하긴. 세르펜스가 지효성에 환각을 유발한다는 것까지 알려주었으니까.’
제온이 무슨 검사를 통해 어떤 반응이 있었으며, 그 결과 같은 효과를 내는 약물 중 이런 반응이 있는 것은 어쩌고 하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세르펜스는 제온이 올린 자료를 뒤적거리며, 이따금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는 받은 자료도 없고,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어서 한 귀로 흘리며 경청하는 척했다.
소리에 신경을 끄니, 자연스럽게 제온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게 되었다.
‘어째, 뭔가 초췌해 보이는데?’
집안에 우환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밤새 자료 정리라도 한 걸까? 아니면 어제 나갔던 외근 탓일지도 모른다. 무척 피로한 것 같다.
그가 하는 일은 보고받은 정보들을 취합하고, 솎아내는 것.
필요한 정보들을 보기 쉽게 정리하고, 부족한 내용에 관해서는 정보원에게 어떤 부분을 더 자세히 조사해 오라며 지시하는 역할이다.
직접 정보를 찾아 나서는 자리는 아니었으나, 제온은 한스의 뒤를 이어 공작가 정보 단체의 수장으로써 배워나가는 처지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물림만으로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 나갈 수는 없는 법.
제온이 공작저로 들어오면서, 휴일 없이 혼자 일하던 한스는 제온과 번갈아서 비번으로 쉬어가며 주 6일 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가 바로 제온의 비번인지라, 자연스럽게 공작저를 나가 이올렌과 현장을 파악하고 왔다는 것 같다.
‘정보 단체의 수장이 한스라는 건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이올렌 역시 평범하게 집사장의 손녀로만 알려진 상태다. 대외적으로는 한스의 소개로 둘이 데이트를 하고 왔다는 설정이다.
물론, 외근 및 휴일 추가 업무 수당이 보너스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어 지급될 예정.
“부 집사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혹, 어제 외근 때문입니까? 일이 적성에 안 맞는다거나···.”
세르펜스가 보기에도 그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나 보다.
아랫사람을 살뜰히 챙긴다고 알려진 설정펜스가 보고를 마치고 나가려는 제온을 불러 세웠다.
“아닙니다. 새롭게 배워나가는 것도 재밌고, 어제는 이올렌님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잘 다녀왔습니다.”
“그렇다면 피곤하신 겁니까?”
신성력을 남발하는 것으로는 대륙 제일인 세르펜스가 신성력을 일으키기 전에, 제온이 그것을 부정했다.
“아닙니다. 업무와는 상관없습니다. 그저 집안일 때문에···.”
어쩐지 집에 우환이라도 있는 것 같은 얼굴이더라니, 진짜 있었나 보다.
집안일. 즉, 리벨론 가문에 관한 얘기에 세르펜스가 내게 흘깃 눈길을 주었다.
‘리벨론 가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걱정이 되어 묻고 싶었으나, 과연 내가 물어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열리려 했던 입을 틀어막았다.
“괜찮으시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게···. 어머니의 출산 예정일이 일주일가량 지났으니,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되었는데도 집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그게 조금 걱정되었을 뿐입니다.”
대충 4월이라고만 알고 있어서, 이번 달 내에 연락이 오겠구나 하고 각오하고 있었는데···.
‘일주일 전이면 보좌관 모임이 있기 전인가?’
괜히 불안해졌다.
“으음···. 당장 내려가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이가 태어나서 이래저래 신경 쓰느라, 편지를 쓴다는 것을 잊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맡은 일도 있고···. 오늘 아침 편지를 보냈으니, 일단 답장이 오기까지 기다려보겠습니다.”
긍정적인 말과는 달리 수심이 깊어 보인다.
그의 말대로 깜박했을 뿐일지도 모르나, 타이밍도 그렇고. 걱정할 수밖에.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설마하니 갓난아기한테까지 손을 쓰지는 않았···겠지?
나만 해도 이렇게 걱정이 되는데, 제온은 오죽할까.
머릿속에서 별의별 상상을 다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바로 리벨론 령으로 내려가고 싶을 텐데도, 남겠다고 한 것만 봐도 그렇다.
아르젠토 가문에서 무언가 손을 쓴 게 아닐까 하여, 이 일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본다.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시면 말씀해주십시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온이 예를 표하며 물러났다.
“걱정하지 마라. 나를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리벨론 가문까지 건드릴 필요는 없다. 새로 태어난 아기를 대상으로 한다면 더더욱 그러하겠지. 별일 아닐 거다.”
제온이 집무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안심하라는 듯 세르펜스가 먼저 내게 말을 건넸다.
“그렇겠죠···?”
“정히 신경 쓰인다면 이번 주말에 ‘그’ 게이트를 이용해서 몰래 다녀오는 방법도 있고.”
“굳이 저까지 갈 필요가 있나요? 하지만···, 음. 바쁘신데 너무 번거롭게 하는 게 아닐지···.”
“어차피 주기적으로 관리해 주어야 하는 곳이다. 겸사겸사 들리는 것뿐이니 어려울 것도 없다.”
바스툴 왕국에서 내가 타인을 걱정하는 것에 조금도 공감하지 못하고, 딴소리를 해대더니.
제온에게 들켰을 때는 나를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지 몰라, 결국 그냥 울어버렸으면서.
진심으로 배려하고 걱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위로해 주는 게 많이 늘었다.
“와, 진짜 잘 크고 계시네요. 누가 세르펜스를 이렇게 잘 키웠죠?”
“······.”
치사하게. 대답 좀 해주면 어디 덧나나?
* * *
주말이 되었다.
세르펜스는 내게 예고했던 대로 게이트를 이용하기 위해 암흑가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윈스톤과 함께 솔레르티아의 가게, <현상의 왜곡>에 와있다.
솔레르티아에게 가게에 자주 좀 놀러 오라며, 절교를 운운하는 반 협박식의 편지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놀러 다닐 때가 아닌데···.’
어차피 방음 마법이 부여된 스크롤을 마구 남발한 탓에, 언제 한번 들릴 생각이었으므로 겸사겸사 방문하게 되었다.
“바로 2층으로 올라가시면 돼요. 응접실이 어딘지 아시죠? 아까부터 사장 언니가 기다리고 계세요.”
내가 찾아올 것을 미리 얘기해두었나 보다.
솔레르티아를 부르고 기다릴 것도 없이, 엘라가 우리를 바로 2층으로 올려보냈다.
“어서 와요, 시온 씨. 그런데 공작님은··· 같이 안 오셨나 봐요?”
“네? 같이 와야 하는 겁니까?”
편지에는 함께 오라는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 또, 그녀의 가게를 찾을 때는 항상 나 혼자였다.
그런데 어째 선가 솔레르티아는 오자마자 세르펜스부터 찾았다.
“으음~. 아뇨, 아니에요. 뭐, 어쩔 수 없죠. 진짜 안 오신 거죠?”
이 자리에 없는 세르펜스를 찾는 것 보다, 보통은 이 자리에 있고 처음 보는 윈스톤에 대해 질문하지 않나?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그런 편지를 보낸 것도 그렇고.
“사실 오늘 시온 씨를 부른 건, 용건이 있어서···. 저기, 같이 오신 분께서 칼을 뽑아들고 계신데요?”
뽑아들기만 한 게 아니라, 내 앞을 막아서기까지 했다.
자꾸 세르펜스가 와있는지 묻는 것이, 그가 보아도 여간 수상한 게 아닌 모양.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랬어요! 공작님께 직접 전달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아서! 무서우니까 살기 좀 거둬 주실래요?!”
솔레르티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나 윈스톤은 살기를 거두기는커녕 검을 더욱 다잡았다.
“그렇다면 편지에 쓰시지···. 아니면 공작저에 직접 오셔도 되는 것 아닙니까?”
“으으···. 최근 저희 가게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윈스톤의 체구가 워낙 큰지라, 살짝 몸을 옆으로 기울여 그 너머의 솔레르티아를 살폈다.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 얼굴이 허옇게 질려있었다.
나는 살기라도 거두는 게 좋겠다는 의미로 윈스톤의 어깨를 콕콕 찔렀다.
그가 비켜서며 검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여전히 살기를 쏘아대고 있는지 솔레르티아의 안색은 여전히 파리했다.
역시 의사소통은 말로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을 배운 순간이다.
“일전에 스크롤 제작 의뢰를 넣으면서 비밀 유지를 부탁하는 분들이 꽤 계시다고···. 아니, 저분 대체 뭐예요!”
참고 말해보려 했으나 무시하기에는 살기가 너무 위협적이었나보다.
그녀 주위에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나는 것이, 살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력이라도 일으킨 것 같지만.
그만큼 윈스톤도 살기에 오러를 싣기 시작했는지, 결국 솔레르티아가 포기 선언을 해왔다.
“다 틀렸어! 분위기 잡으면서 말하고 싶었는데!”
금방이라도 주저앉아 펑펑 울 것 같은 표정이다. 그 외침에 억울함과 서러움이 절절하게 묻어났다.
“윈스톤 경, 대화 진행이 어려워져서 그런데 살기 좀 거둬 주시겠습니까?”
“···믿을만한 분 맞소?”
“아마도요.”
그제야 살기가 거둬졌는지 솔레르티아의 낯빛이 한결 편안해졌다.
“일단 자리에···. 아, 아뇨. 싫으시면 말고요.”
그녀의 입이 오물오물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소리 없이 욕하고 있는 것 같다. 어째 미안해졌다.
“죄송합니다, 요즘 일이 좀 있어서요. 이렇게 호위까지 붙을 정도로! 그러던 차에, 솔레르티아 씨의 방금 언행이 너무 수상해 보인 나머지···.”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이렇게 느끼나 싶을 정도로.
아닌 게 아니라, 세르펜스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 수상한 자들이 잔뜩 튀어나와 주위를 둘러싸거나, 미리 준비된 마법이 우리를 덮치기라도 할 것 같은 기세였다.
보내왔던 편지도 무척이나 의심스러웠고.
자주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다고 보통 절교까지 하자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그냥 그대로 자연증발이 되면 됐지.
“됐어요, 시온 씨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공작가에서 보좌관에게 호위를 붙일 정도라면 정말 큰일이 있었나 보네요.”
큰일이 있기 전부터 붙이기 시작했지만, 대충 그렇다고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