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35)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36화(136/1105)
136회
30. 공작가 간의 대립 (8)
“제, 제가 악마 숭배자에게 세뇌당했다는···겁니까?”
살짝 겁에 질린 듯하면서도, 내심 반색하는 것이 느껴졌다.
악마 숭배자로 몰려서 교단 고문실에 끌려가는 것 보다, 선량한 피해자가 훨씬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아까 공작님이라 불리시던데···, 프라시더스 공작님 맞으시죠?”
바로 눈앞에 세르펜스가 있으니, 세뇌 또한 쉽게 풀릴 거라 생각했겠지.
세뇌 피해자가 구명줄이라도 발견한 표정으로 세르펜스를 바라보았다.
‘잠깐, 이거 진짜 이상한데?’
세르펜스처럼 눈에 띄는 유명인이 들어 왔는데, 솔레르티아의 눈치만 보다가 이제야 그에게 관심을 가지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공작이라거나, 전직 성검의 주인 내정자라는 칭호는 둘째 치고서라도, 시선 강탈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얼굴이 아니던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한 나조차도 종종 그럴진대, 세르펜스를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일 게 분명한 자가 다른 사람에게 시선이 뺏기다니.
본능마저 무시하게 하는 세뇌의 위력이란!
정말 무시무시했다.
‘그에게 부여된 기본 설정값은 솔레르티아에게 집착하는 스토커겠지.’
목숨을 바칠 정도로 광적인 것은 아니라, 그것이 위협당하면 바로 태세를 전환해서 포기할 수 있는 수준.
그리고 악마 숭배 세력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반인.
‘기타 세세한 설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드러난 것만 따지면 이 정도인가?’
스토커라고 믿는다면 스크롤에 관한 관심 자체를 지울 수 있고, 증인이자 증거가 되는 이 남자는 알아서 죽게 될 것이다.
흑마력을 눈치채고 신성력을 밀어 넣으면, 그대로 정신이 붕괴하여 아무것도 캐낼 수 없게 되겠지.
‘연막작전이 실패해도 잃을 건 없고, 성공한다면 무척이나 이로운 일뿐이니···.’
어차피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죽게 될 사람이다. 버린다 생각하고 그냥 던져준 게 아닐까 한다.
“저기요, 혹시 최근에 두통 같은 게 생기지 않으셨습니까?”
“예?! 그러고 보니 이따금씩···.”
“이거, 이거. 슬슬 부작용이 시작된 모양입니다.”
“부, 부작용이라니···. 그게 시작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피해자에게 증상을 확인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증세가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
“공작님, 역시 그게 맞는 거 같죠?”
“네,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대답을 해주는 대신에 심각한 표정으로 세르펜스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피해자의 안색이 허옇게 질렸다.
‘세르펜스도 그런 것 같다고 했으니, 내 생각이 들어맞았다는 건데···.’
리에나의 신성력 컨트롤은 뛰어나다는 말조차 부족했다.
그런 그녀가 십여 번의 고배를 들이킨 후에야 겨우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정화와 치료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
흑마력이 뇌에 집요할 정도로 얽혀서, 정신을 조작하고 있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뇌에 직접 관여해야 했다.
‘치료 목적도 아니고, 뇌를 인위적으로 건드려서 정신적인 영역을 조작해달라고 신관을 찾아가는 놈이 세상천지에 얼마나 되겠어?’
치료가 목적이라 하여도. 정신적인 발작으로 인해 그녀를 찾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안 그래도 익숙하지 못한 일.
하물며 그 정도를 넘어, 흑마력의 정화까지 해야 하지 않은가. 좀 더 상위의 컨트롤이 필요했다.
‘거기에, 실패하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부담감까지···.’
리에나가 연거푸 실패 한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
만일.
그녀가 정신적으로 몰려 있지만 않았더라면, 치료의 성공이 훨씬 앞당겨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것들을 이겨내고, 성공했으니 망정이지···.’
그러하지 못했더라면, 악마 숭배 세력의 계획대로 그녀는 완전히 무너져내렸을 것이다.
“두, 두통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나와 세르펜스가 자신을 보며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조용히 침묵하자, 금발의 사내가 불안했는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세뇌를 당한 것이 아닌 듯합니다. 흑마력이 뇌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상태입니다. 이대로라면 아마···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겁니다.”
세르펜스가 참담하다는 낯빛을 꾸며내며 안타까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처연했던지, 지켜보던 솔레르티아가 ‘저런···!’하고 탄성을 흘렸다.
“오, 오래 버티지 못하다니···. 제가 죽기라도 한다는 겁니까?”
“······.”
세르펜스는 침묵을 지켰으나, 그것이 곧 답이 되었다.
“제, 제발 치료해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어, 어쩌면 세뇌···. 그게 풀리면 뭐라도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네! 분명 그럴 겁니다!”
묶여있지만 않았다면 세르펜스의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매달렸을 기세다.
“가능하다면, 저야 당연히 그러고 싶지만···.”
괴롭다는 듯, 미간을 좁히고 입술까지 깨물며 시선을 피하는 세르펜스의 모습에 사내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이 녀석, 밑밥 깔고 있네.’
지금 세르펜스가 하는 짓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도는 해보겠지만, 보는 눈이 있으니 실패했을 때를 가정해서 저러고 있는 거다.
‘자신은 있지만, 확신은 없다고 해야 할지···.’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며, 그 때문에 본인도 망설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일 테다.
보나 마나, 이제 치료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의 후유증을 언급하며 그런데도 치료를 받을 것인지 물어보겠지.
“원하신다면 시도···, 후우─. 최선을 다 해보겠으나, 자칫하면 뇌에 심한 손상을 입게 되어···. 으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세르펜스가 중간에 한숨도 내쉬고 말끝도 흐려가며, 최선을 다해 말을 꺼내는 것조차 힘들다는 어필을 해댔다.
‘저도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괴로우나, 환자분께서 자신의 상태를 알고 판단을 내리셔야 할 때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머뭇거리는 연기만 아니라면, 성공 확률이 한없이 낮은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그 부작용에 대해 미리 고지하는 의사를 연상케 했다.
“제가 백치가 된다···, 그 말씀이십니까?”
환자 또한, 금방이라도 의사 양반을 찾으며 부르짖을 기세다.
“···그렇게 될 수도···있습니다.”
더없이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세르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스럽다는 낯을 한껏 꾸며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자신 없다는 저 행동과 다르게, 사실 성공 확률은 몹시나 높았다.
‘신성력 보유자 중에서 그쪽 계열로는 독보적이잖아?’
자기 스스로의 감정을 제어하기 위해, 그가 신성력을 남용해 온 세월이 얼마던가.
할 수 있다던가, 익숙하다는 레벨이 아니다.
도가 트다 못해, 숨 쉬듯 가볍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
‘악마 숭배자들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겠지.’
알았더라면 이자를 보내는 대신, 관심이 사라질 때까지 그대로 입 싹 닫고 얼씬도 하지 않았을 거다.
세상 그 누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자신의 자아를 도려내기 위해 신성력을 사용할까.
직접 그 진정 효과를 느껴보고, 그것을 세르펜스가 남발하고 있으며, 그의 불안정함을 알고 있었기에.
내가 그것을 눈치챌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세뇌를 풀기 위해서는 그것을 응용해서 풀어야 하는, 한층 더 고차원적인 문제다.
그러나 숨 쉬는 것과 다른 행동을 동시에 못 하는 사람은 없다.
세르펜스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선택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갈수록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질 겁니다.”
기실, 선택지는 하나뿐이나 다름없다.
“부, 부디 잘 부탁합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르펜스가 크게 심호흡을 내쉬고, 눈을 감은 채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은빛 찬란한 신성력이 세르펜스의 손에서부터 흘러나왔다. 그리고 사내의 정수리로 스며들었다.
‘와, 진짜···. 저 가짜 스토커가 묶여있지만 않았더라면 정말 거룩한 장면이었을 텐데···!’
밧줄에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신성한 광휘를 내뿜는 세르펜스의 모습은···.
‘왜 쓸데없이 성스럽고 난리야···?’
여전히 성스러워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래서 얼굴이 다 해먹는다고 하는 건가? 잘생긴 놈은 뭘 해도 멋있다니, 반칙도 이런 반칙이 없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쇼맨십 같은 게 아닐까 했지만, 세르펜스의 얼굴을 보니 그건 아닌 듯했다.
편안하게 눈을 지그시 감은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강하게 감고 있었다.
질끈 이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나, 세뇌를 풀어내기 위해 온 정신을 쏟아 집중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엄숙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숨죽여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솔레르티아와 윈스톤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응접실 안은 옷자락 스치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후우─.”
기나긴 침묵이 드디어 깨졌다.
세르펜스가 숨을 길게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금발 사내의 머리 위에 놓였던 손 또한 거둬들였다.
“끄···, 끝난 겁니까?”
손이 치워지자 세뇌당했던 사내가 슬쩍 눈을 뜨며 조심스레 질문했다.
확인할 필요도 없이, 무사히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 끝났습니다.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머릿속도 맑아진 것 같고 몸에도 활기가 차오릅니다!”
그건 흑마력이 정화된 것과 무관한 것으로, 순수하게 신성력의 성질 때문일 거다.
“무탈하셔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오오···, 역시 프라시더스 공작님의 위명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었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과장된 듯한 방정맞은 성격은 본연의 것이었나보다.
세르펜스를 찬양하는 모습이, 공작저 사람들 사이에 두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다.
“괜찮으시다면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뭐든지 괜찮습니다! 아는 대로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혹, 세뇌를 건 자의 모습을 기억하십니까? 그게 아니라면 세뇌당한 중에 보았던 수상한 자라거나···.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뭐든지, 의심스러운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이제 막 회복되었기 때문일까.
흑마력으로 인해 왜곡되어 받아들였던 정보와 실제 보았던 것의 괴리로 인해, 기억에 살짝 혼선이 있는 것 같다.
그는 세르펜스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으···, 그게. 일단 세뇌를 건 자는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놈의 후드!
이 세상에서 후드의 존재는 모두 말살되어야 마땅하다.
“스크롤을 여기저기에 팔았다고 제가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사실은 한 명에게 모두 넘겼습니다. 처음에는 제게 세뇌를 걸었던 흑마법사와 함께 와서 마찬가지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혼자서 얼굴을 가리지 않은 상태로 만나서 스크롤을 건넸습니다. 생긴 건···.”
망가트리기는 쉬워도, 그것을 고치기는 어려운 법.
절대 세뇌를 풀 수 없다는 생각에 방심했는지, 맨얼굴을 보인 모양이다.
귀중한 정보에 우리는 귀를 기울였다.
“공작님, 누군지 아시겠어요?”
세르펜스라면 짐작 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그에게 질문했다.
“···의심 가는 사람을 추려서 초상화를 보여드리면, 그 사람을 짚어내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리고 구매해간 스크롤로 무엇을 할 생각이었는지 아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스크롤로 무슨 계획을 꾸민 것인지는 떠벌리지 않았나 보다.
안타깝게도 사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만일 세뇌가 풀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악마 숭배자가 찾아와 위해를 가할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의 얼굴도 기억하신다니, 더더욱.”
“그,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악마를 숭배하는 흑마법사에게 세뇌당했던 불쌍한 남자는 보호를 위한 격리라는 이유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했던 스토킹을 빌미 삼아,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철장 신세를 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곳에서 정말 죽은 듯이 처박혀 있을 예정.
‘진짜 끝까지 불쌍하네.’
스토커인 줄 알았던 사내는 결국 스토커라는 누명을 기꺼이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