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36)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37화(137/1105)
137회
30. 공작가 간의 대립 (9)
가짜 스토커를 잡고 난 후, 약 2주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연봉 협상을 통해 월급이 올랐다거나.
유지스로부터 큰 유자 하나와 작은 유자 세 개가 그려진 편지를 받았다거나.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가장 큰 소득은 모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았다는 거다.
조금 전, 제온이 마지막 보고를 올리고 나간 참이다.
“결국, 문제는 페라리우스 백작가라는 거네요?”
페라리우스 백작령.
철광을 비롯하여 여러 광석이 많이 매장되어 있어, 무척이나 부유한 영지다.
그 영주인 페라리우스 백작 또한 부유한 것은 당연한 일.
“어쩐지 스크롤을 펑펑 사재낀다 했더니···.”
스크롤뿐만이 아니었다.
팔숨 경이 사용한 마약, ‘미혹의 안개’.
그것을 구매한 자 또한 팔숨 경이 아니라, 페라리우스 백작가의 보좌관인 스테인 경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 ‘미혹의 안개’를 구매한 사람이 스테인 경. 그 한 명 뿐인 것은 아니나, 솔레르티아가 제작한 스크롤의 실제 구매자 또한 스테인 경이었으니.
연관이 없을 수가 없다.
이쯤 되면 굳이 확인할 것도 없이, 보좌관 모임에서 가장 먼저 분란을 일으켰던 자 역시 스테인 경이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이번 달 열렸던 연회에서 만난 투스토르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내 짐작대로 그가 맞다는 확답을 받을 수 있었다.
‘예전에 그룹 면접에서 시온을 봤던 걸 기억하길래, 혹시나 해서 찔러 본 건데···.’
기억력이 좋은 편인가 보다.
하기야. 뭐라도 한가락 하니까 수도 귀족 가의 보좌관이 된 거겠지.
“저는 보좌관 쪽만 문제일 줄 알았는데···. 수도의 귀족 중 한 명이 악마 숭배 세력을 뒤에서 후원해주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보좌관인 스테인 경은 애초에 악마 숭배 세력의 사람으로, 처음부터 페라리우스 백작과 악마 숭배자 사이의 연결 창구 역할로 채용된 것이었다.
세르펜스가 시간 날 때마다 페라리우스 백작저에 잠입하여 알아낸 귀중한 정보다.
‘그동안 나도 아주 중요한 일을 했지.’
그의 서재에서 혼자 빈둥거리며, 알리바이를 만들어줬다.
중요한 일이다. 암, 그렇고말고!
“선우가 읽었던 내용 중, 이런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던가.”
“네. 이 시기의 제국 상황 자체가 자세히 언급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있지만?”
말끝을 흐리며 뜸을 들이니, 그가 말끝을 따라 하며 고개를 갸웃한다.
약 일 년 전.
비슷한 화법을 그에게 들었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어디 사는 누구 씨가 회유할 수 있는 자들은 꼬드겨서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고, 적개심을 드러내거나 수작 걸어오는 놈들은 싹 다 밀어버렸거든요. 그때 같이 쓸려나간 거 아닐까요?”
“···으, 으음.”
어디 사는 누구 씨가 소싯적의 흑역사를 마주한 양,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건 그렇고. ‘그’ 약을 팔숨 경에게 건넨 것이 스테인 경이라면, 어째서 가짜 습격사건 때 팔숨 경에게 화살을 돌린 거죠? 같은 편 아닌가?”
“과정이 어찌 되었건, 두 공작 가문이 반목하여 결과적으로 제국이 혼란스러워지기만 하다면 상관없다는 거겠지.”
“그건 알고 있었는데···. 저는 그냥 서로 의사소통이 안 돼서 일이 잘못 꼬인 줄 알았죠.”
아직 이 시기의 악마 숭배 세력은 점조직 형태를 띠고 있었다.
슬슬 흑마력이 강해지고 있기는 하나 수적으로 열세이다 보니, 최소한의 커넥션만 구축해두고 언제든 끊어낼 수 있는 상태.
흑마법사끼리라면 마력으로 서로를 인지하겠으나, 일반 세력원들끼리는 서로의 존재를 모를 만도 했다.
그래서 이번 일도 그런 경우인 줄 알았다.
“팔숨 경은 공작가의 보좌관인 데다가, 그 지위를 통해 그동안 쌓아 왔던 것들이 있는데···.”
“그런 쓸모 있는 패를 너무 쉽게 버린 것 같다는 얘긴가?”
“···말하자면. 뭐, 그런 식이죠.”
녀석이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본다는 것을 알게 된 후라, 일부러 인격을 살려 표현하려 했거늘.
이런 내 깊은 뜻도 모르고.
괜히 애꿎은 세르펜스를 한 번 흘겨줬다.
“덩치 큰 두 가문이 부딪히는 일이다.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상대를 짓밟는 데 성공한다 하여도 상처뿐인 영광일 뿐. 그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하이에나들이 달려와 물어뜯겠지.”
세르펜스는 내 시선을 못 본 척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게 왜요?”
“처음부터 소모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뜻이다.”
“처음부터라면···?”
“그자가 아르젠토 공작가문의 보좌관이 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성검이 내려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지.”
“지금 이 상황을 20년 전부터 계획해 왔다고요?!”
나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앉아 있던 의자가 그그극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렸다.
그러자 세르펜스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는 뜻이다.
“그럴 리가 있나. 성검의 주인을 오판한 것은 그들 또한 마찬가지다. 상황은 다르지.”
“아, 그러네요.”
“계획은 거의 그대로 진행되는 것 같지만.”
“뭐야, 결국 맞잖아!”
“······.”
세르펜스가 말없이 우아하게 손을 들어 위아래로 까딱였다.
“가까이 오라고요?”
“닥치고 앉으라고.”
그의 앞에서 닥치라는 단어를 쓰는 게 아니었는데. 후회막급이다.
원래 애들이 다 그렇다. 처음 새로운 단어를 배우면, 시도 때도 없이 그 단어를 쓰려고 들지.
그 단어가 원색적일수록,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세르펜스의 앞에서는 자나 깨나 입조심하자!’
그렇게 다짐하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의자를 당겨 자리에 앉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자가 막 공작가의 보좌관이 되었을 때는 아르젠토 공작을 움직일 만한 신임을 얻지 못하였다. 가능하더라도 당대 프라시더스 공작을 공격한들,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클테니까. 당시, 성검의 주인이 될 것이라 여겨졌던 자는 아직 어렸기에···.”
“복잡하고 헷갈리니까 그냥 ‘나’라고 칭해도 알아들어요.”
“···그래.”
성검에 신경을 끊은 것까지는 좋은데, 너무 끊었다.
“어쨌든 프라시더스 공작가에 문제가 생겨도 정작 그들이 노리던 나는 룩스메아 교단으로 보내질 뿐이다. 제국의 균형이 기운다 하여도, ‘선택의 날’이 올 즈음이면 어느 정도 균형을 되찾았을 거다.”
“어차피 깝쳐봐야 남는 게 없으니, 뒤에서 조용히 힘을 길렀다는 거네요.”
“···게다가 내가 교단 내부에서 보호를 받는다면, 그들이 나를 건드리는 것은 더욱 요원하게 된다. 그러니 이쪽에 신경 쓸 시간에, 다른 일을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듣다 보니 뭔가···.
“···아쉽지 않아요?”
“아쉽다니?”
세르펜스가 멀뚱멀뚱하게 나를 쳐다본다.
‘그때 악마 숭배자들이 프라시더스 가문을 공격했더라면, 세르펜스가 그런 학대를 받으며 자라지도 않았을 텐데···.’
신전의 규율이 엄격하다 한들, 세르펜스가 겪은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가 성검의 주인 내정자로 추켜세워진 만큼, 오히려 금이야 옥이야 정성스럽게 기르지 않았을까?
“···마음에 안 드네.”
“무엇이 말인가?”
“악마 숭배자들이요.”
“그들을 마음에 들어 해서 무엇하려고?”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어쩌면. 그게 악마 숭배자들이 대륙을 위해 할 수 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선행의 기회가 아니었을까?
‘거 조금만 힘 좀 써보지···.’
부족한 힘으로나마 전대 프라시더스 공작을 있는 힘껏 물어뜯어서 세르펜스가 교단의 보호를 받게 되었더라면.
신 룩스메아도 악마를 숭배했던 과거의 죄를 사하며, 축복을 내려줬을지도 모른다.
‘축복까지는 에반가?’
나조차 이렇게 아쉬워 죽겠는데.
세르펜스는 어디로 보내지든 ‘성검의 주인 내정자’로 취급받는 것은 똑같다는 생각 때문일까?
자신이 받게 될 대우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하는 건지, 여전히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없다.
“당시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작전을 짜도 그것을 시행하지 못할 테니, 처음부터 ‘지금’···. 본래라면 내가 성검의 주인이 되어 제국을 떠난 시점을 노렸을 거다.”
빈집털이인가?
아주 날로 먹으려고 작정을 했네.
“아르젠토 공작의 보좌관이 당장 공작가의 힘을 멋대로 휘두르는 것처럼 보여도, 어디까지나 그것은 공작의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잃는 순간 거기서 끝이지. 그게 아니더라도 아르젠토 공작은 이미 노쇠하였으니, 당장 내일 은퇴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아르젠토 공작의 아들은 따로 보좌관을 두고 있다는 것 같으니, 현 아르젠토 공작의 은퇴는 곧 팔숨 경의 은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걸로 팔숨 경의 권력도 끝이다.
“아! 그래서 ‘처음부터’라고!”
“그래.”
즉. 팔숨 경을 통해 아르젠토 공작가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 때, 써먹을 대로 써먹고 버릴 작정이었다는 거네.
누가 악마 숭배자 아니랄까봐.
“성검이 황태자를 선택했다는 변수만 없었으면. 지금처럼 번거롭게 뒤에서 장난치는 수준이 아니라, 아르젠토 공작가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프라시더스 공작가를 최대한 빠르게 무너트렸을 거다. 가주가 돌아오기 전에. 돌아오고 나서도 손 쓸 도리가 없도록.”
세르펜스가 제국에 남아서 천만다행이다. 만약 그가 휴마누스를 따라나섰다면···.
‘진짜 큰일 날 뻔했네!’
어차피 악마 숭배자들에게 아르젠토 공작가는 한시적으로밖에 이용할 수 없는 힘이었다.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프라시더스 가문을 공격해 왔을 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부러 흑마력을 흘려 아르젠토 공작을 악마 숭배자로 몰아세운다면.”
“···네?”
물어볼 것도 없다. 온 가족이 손 붙잡고 신전 지하 감옥으로 향하여, 이단 심문관과 깊이 있는 대화 후 공개 처형 행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페라리우스 백작가처럼 완전한 자신들의 우군으로 채운다면.”
“어···.”
“신성 루멘 제국은 악마 숭배자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되겠지.”
오랜만에 서스펜스가 나타났다.
“아, 아니, 왜 말을 그렇게 하시는 겁니까?!”
저게 진짜 악마 숭배자들의 계획인 것인지, 세르펜스가 악마 숭배 세력이었다면 그런 작전을 짰을 거란 얘긴지, 뭔지···.
자신이 짠 계략처럼 말한다.
‘왜 말 사이에 텀까지 주면서 말하는데?’
꼭 저렇게 헷갈리게 말을 해야만 하는 건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입니다.”
그도 자신이 말하고 나서 좀 꺼림칙했는지, 으흠-! 하고 어색한 헛기침을 했다.
서스펜스는 벌써 집에 갔는지, 세르펜스가 멋쩍게 흘러내리지도 않은 안경을 고쳐 썼다.
“그나저나, 팔숨 경도 알까요? 그쪽에서 잠깐 이용만 해 먹고 버릴 생각이었다는 거?”
“몰랐더라도 이번에 확실히 알았을 거다. 어쩌면 지난 보좌관 모임 때 단검을 던진 것도 악마 숭배 세력의 소행이라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지.”
“···네?”
뭐라는 건지. 그거 님이 하셨잖아요?
“약물을 써서 선우. 당신이 보좌관 모임에서 행패를 부리도록 유도하여, 평판을 떨어트리는 계획이라 설명한 후. 뒤로는 그런 불확실한 방법 대신, 확실한 분쟁의 계기를 만들기 위한 흉계를 꾸미고 있었다고 생각할 만도 하지 않은가?”
왜지?
나는 어째서 지금 이 설명이, ‘이런 식으로 이간질을 해볼까 하는데···. 어때? 잘 될 것 같지 않아?’라고 묻는 것처럼 들리는 걸까.
‘서스펜스 방금 돌아간 거 아니었어?’
돌아가는 척만 하고, 세르펜스인 척 연기하고 있었나보다.
“돌려줘요.”
“…무엇을?
“우리 집 세르펜스 돌려줘요. 어디 갔어요? 뭐야, 왜 자꾸 서스펜스가 나오는데?”
집 나간 우리 애옹이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