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40)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41화(141/1105)
141회
31. 공작가 동상이몽 (4)
“페라리우스 백작 가문이 이렇게 성급하게 일을 벌였다는 건, 아르젠토 공작 가문이 그만큼 그들을 탄압했다는 뜻이다.”
“성급? 아, 그러네요. 아르젠토 가문이 최근 보란 듯이 페라리우스 가문을 공격해댔으니까···.”
흑마력과 스크롤을 배제하고 테러 자체만 두고 본다면, 가장 먼저 의심받는 자는 페라리우스 백작이 될 거다.
성급하게 다른 패를 꺼내 들게 할 정도로 그들을 억압했으니, 팔숨 경이 다시 그들의 편에 붙었을 가능성은 극히 적거나 없다는 소리다.
“근데 먼저 마음을 바꾸니 뭐니 말 한 건 세르펜스잖아요. ”
“선우가 지나치게 안심하고 있는 것 같아 해 본 말이었다. 아르젠토 가의 보좌관이 지금은 그들을 적대하고 있다고 하나, 악마 숭배자들의 계획에 동조했었다는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지금은 한배를 타고 있어도 근본적으로는 팔숨 경 또한 적이다.
언제든 태도를 달리할 수 있으니 너무 믿지 말고, 적당히 경각심을 가지고 그를 대하라는 소리였다.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될 것을. 왜 소설에서 불안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깔아 둔 복선 장치처럼 말하는 겁니까? 사람 헷갈리게스리.”
내가 만약 소설을 읽다 세르펜스가 했던 말이 나왔다면,
‘아, 뭐야. 작가가 괜히 반전을 준답시고, 쓸데없이 사건을 꼬아 놓으려나 보네.’
···라고 생각하며 혀를 찼을 노릇이다.
그 때문에 미처 세르펜스어 해석기를 돌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자! 어서 사과해요!”
“으, 으음···. 미안하다?”
“알면 됐습니다. 이번만은 넘어가 드릴 테니, 앞으로는 주의하세요.”
“······.”
세르펜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시키니까 반사적으로 사과하긴 했는데, 어째서 해야 했던 건지 모르겠는 모양이다.
“자, 그럼 이제 제게 고맙다고 하세요.”
“···선우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건가.”
“사과받을 일을 사과받고, 감사받을 일에는 감사를 받고 싶을 뿐입니다.”
지금 상황에 그 말이 가당키나 한 소린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세르펜스가 혀를 내두른다.
“뭐가 미안한데? 미안하면 다야? 미안한 걸 알면 왜 그랬어? 기타 등등. 그런 말로 세르펜스를 몰아가지 않았잖습니까! 그러니 어서 제게 고마워하시죠!”
“···그것참, 아주 고맙기도 하군.”
훌륭한 반어법이었다.
* * *
회의장에 도착하니, 제법 많은 인원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렇다고 온 지 꽤 된 것 같지는 않고, 이제 막 도착한 느낌.
얼마 지나지 않아, 빈자리도 빠르게 채워졌다.
오늘은 자문회가 열리지 않는 요일이었음에도, 다들 늦지 않고 자리에 참석했다.
‘하긴, 새벽에 그런 소란이 있었으니까.’
긴급 소집이 있을 것을 예상하여 준비하고 있었나 보다. 그리고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출발한 것이리라.
자리에 앉은 의원이고 서 있는 보좌관이고 할 것 없이, 모두 표정이 굳어져 있다.
악마 숭배자가 엮여 있는 것은 작년 세미타 거리의 사건과 같았으나, 훨씬 더 심각한 분위기다.
그때는 사람이 없는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며, 사상자는 악마를 숭배하는 흑마법사 한 명뿐.
그에 반해 오늘 일은 아르젠토 공작 가문의 저택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거기다 테러에 쓰인 마법 스크롤은 세르펜스가 투자한 가게의 것이니까.’
그때 세르펜스를 모함하려는 수작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서로 앞다퉈서 강력하게 주장했었는데.
그 마음가짐이 부디 변하지 않았길 바란다.
“다들 모인 것 같으니, 아르젠토 공작은 사건을 진술해 주게나.”
“네, 폐하.”
황제는 들어오자마자 주위를 휘둘러봤다.
모두가 참석한 것을 확인한 그는 시간 낭비할 것 없다는 듯, 바로 아르젠토 공작을 호명했다.
“오늘 오전 4시경. 평소와 마찬가지로 식자재를 납품하는 짐마차가 저택의 정문을 통과했습니다. 당시 저택 입구를 지키던 병사의 말에 의하면, 평소 오던 직원이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하였습니다. 본래 오던 사람이 크게 다쳐서 당분간은 자신이 대신 오게 되었다고 말하며, 거래하던 상단주의 직인이 찍힌 위임장을 보여 주었다고 합니다.”
“상단주의 직인이라. 그쪽은 확인해 보았는가?”
“기존에 거래 확인용으로 받았던 서류에 찍혔던 것과 대조해본 결과, 찍힌 직인의 마모와 손상 정도가 달랐습니다.”
위조된 서류였나?
서류도 위조해, 스크롤도 위조해. 아주 그냥 위조 마스터 납셨다.
누가 들으면 악마 숭배자가 아니라 위조 숭배자인 줄 알겠네!
“무언가 숨길 구석이 없는 가벼운 차림새에, 몰고 온 마차 또한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지라. 크게 의심하지 못하고 마차에 실린 물건들만 확인 후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허어···.”
“그리고 식재료 창고로 이동하는 중, 그자가 돌연 옷 안쪽에서 마법 스크롤들을 꺼내더니 말릴 틈도 없이 사용했다는 목격 증언이 있었습니다. 주변에 경비를 서던 기사가 바로 그를 제압했으나, 마법은 이미 발동되어 본관 건물 중 일부가 소실되었고, 사망자 하나와 부상자 일곱의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른 새벽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 사용인 대부분이 숙소에 남아서일까.
일부나마 건물이 무려 ‘소실’ 된 것치고는, 다행히도 그 수가 적었다.
‘그렇다 해도, 사람이 죽고 다쳤다는 건 변함 없지···.’
직접 피해자의 수를 듣고 났더니, 비로소 그것이 실감이 나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구현된 마법은 개인에게 판매하는 것이 금지된 규모의 공격 마법이었으며, 흑마력 또한 느껴졌습니다. 그자를 취조해 본 결과, 연보라색의 긴 웨이브 머리칼을 가진 여성이 스크롤을 건네주며 시킨 일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그녀가 가족을 위협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연보라색의 긴 웨이브 머리카락의 여성. 솔레르티아를 지칭하는 걸 테다.
“그자의 말에 따라 그의 집을 확인해보니, 불에 타 알아볼 수 없게 된 시신 두 구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곳에서도 흑마력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죽였다고?’
대체 어째서일까. 굳이 죽일 필요는 없지 않았어?
아니면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걸까.
모르겠다. 악마 숭배자들이 정말 개자식들이라는 사실 말고는.
“그자가 말한 여인으로 추정되는 이는, <현상의 왜곡>이라는 이름의 마법 스크롤 가게의 주인으로 이름은 ‘솔레르티아 레세라투스’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수도로 올라와 프라시더스 공작가의 식객으로 한동안 공작저에서 머물다가, 수도에 점포를 열었습니다. 현재 신병을 확보하여 구금 중입니다.”
아르젠토 공작의 말에, 황제의 고개가 나와 세르펜스가 있는 방향으로 틀어졌다.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옆에 앉은 다른 의원, 혹은 자신의 보좌관과 의견을 주고받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럼 두 명 모두 이곳에 불러올 수 있겠나?”
“예. 미리 준비해두었습니다. 또한, 사용이 끝난 마법 스크롤의 잔해와 그녀의 가게에서 판매되던 물건도 회수하여 제출한 상태입니다.”
빠른 일 처리가 만족스러웠는지, 황제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잠시 뒤, 세 명의 사람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한 명은 처음 보는 사내고, 또 한 명은 솔레르티아. 다른 한 명은···.
‘궁정 마법사인가?’
누가 보아도 ‘나 마법사요.’라고 말하는 듯, 땅에 끌릴 듯 말 듯 한 길이의 긴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두 스크롤을 분석하여, 동일인이 만들어낸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불려온 것 같다.
“죄인은 들어라. 그대에게 테러를 저지르라 시킨 자가 옆에 있는 여인이 맞는가?”
“네, 맞습니다. 바로, 바로 저 여자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면 아내와 아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들어갈 방법은 자기가 준비해두었으니, 그대로만 하라고···.”
“대체 제가 언제 그랬─.”
“분명 시키는 대로 했잖습니까!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그들을 죽이신 겁니까?!”
“전 그런 적 없다니까요!! 이건 모함이에요!”
둘의 언성이 높아져 간다.
황제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크흠-, 헛기침을 했다.
그제야 이곳이 어디인지 상기해낸 솔레르티아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문다.
그러나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어때요? 세뇌당했다거나 그런 기미가 보입니까?”
나는 살짝 상체를 숙이고, 세르펜스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물었다.
그의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세뇌당한 게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려니, 세르펜스가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며 손날을 세워 입가를 가렸다.
할 말이 있으니 귀를 갖다 대라는 의사 표현이다.
“아무래도··· 연기하는 것 같습니다.”
살아온 세월과 연기 인생 경력이 거의 일치하는 연기펜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자발적으로 테러했거나,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했거나.
‘가족은··· 죽었···지? 맞나?’
이렇게 되면, 집에서 발견되었다던 시신 두 구가 상당히 의심스럽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대로 가만히 보고만 계실 건 아니시죠?”
“지켜보기만 할 생각은 없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건가.
세르펜스의 고개가 살짝 움직였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궁정 마법사가 한 손에는 사용이 완료되어 찢어진 스크롤, 다른 한 손에는 멀쩡한 스크롤을 들고 내용을 살피고 있었다.
‘마법사의 말까지 듣고 난 이후에 움직일 생각인가 보네.’
나는 굽히고 있던 허리를 바르게 폈다.
“헤론드 경. 경이 보기에는 어떠한가.”
“흐으음···.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법 스크롤만 두고 봤을 때는 동일인이 제작한 거로 보입니다.”
헤론드 경이라 불린 궁정 마법사의 말에 솔레르티아가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어 보이는 얼굴로 입을 벙긋거렸다.
그러나 그녀에게 발언권이 주어지는 일은 없었다.
“서명용 문장이 확인된다면 더 확실해지겠지만···. 있다 해도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을 테고. 시간을 들여서 찾는다면···. 하지만 테러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으니 처음부터 넣지 않았을 가능성도···. 흐으음···. 아니다. 그래도 일단 좀 더 분석해 보는 게 좋겠지. 좀 더 자세히 살피면 뭔가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아! 이 부분은 표현이 조금 다른데? 어쩌면 다른 사람이···. 아니지.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올 것을 고려해서 일부러 다른 표현 방법을 쓴 거라면?”
마법사 헤론드가 혼잣말을 시작했기 때문.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의 입에 모두가 집중하며,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현재로는 동일인이 작성한 스크롤이 맞는 것 같지만, 위조일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그렇게 기나긴 고뇌 끝에 내려진 결론은, 그냥 모르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맞으면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라고 외치고, 아니라면 ‘그래, 그럴 줄 알았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양쪽에 교묘하게 걸쳐진 결론이다.
“아르젠토 공작은 어찌 생각하는가.”
“최근 들어 프라시더스 공작가와 자꾸 이상하게 엮이는 것이, 몹시나 미심쩍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두 공작가문이 서로를 적대하길 바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작년에 악마 숭배 세력에서 프라시더스 공작을 모함하려다 미수로 끝난 사건도 떠오르고···.”
“피해자인 경이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네만.”
아까 사건을 진술할 때, 생각과 감정을 배제하며 정확한 사실만 전달한다는 느낌이라 어떻게 나오려나 했는데···.
‘다행이다!’
아르젠토 공작의 뒤편에 선 팔숨 경과 눈을 마주치며, 감사의 뜻을 담아 눈을 크게 깜박여 주었다.
팔숨 경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전달 오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