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52)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53화(153/1105)
153회
32. 공작님과 리벨론 백작가 (3)
잠깐 분위기가 싸해질 뻔했지만, 세르펜스가 웃어넘기며 다시 비비에게 관심을 보인 덕에 작은 촌극 정도로 어찌어찌 무마되었다.
“그렇다 해도 벌써부터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신성력을 사용한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긴 합니다.”
“어머, 그런 건가요?! 제가 아이를 이미 셋이나 길러냈지만, 신성력을 가진 아기는 처음인지라···.”
부모로서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이야기였다.
백작 부인이 ‘우리 애가 천재라니!’라는 감탄을 숨기지 못하고, 얼굴 가득 드러냈다. 그녀의 목소리 톤도 덩달아 호들갑스럽게 올라갔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아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아도 괜찮겠습니까?”
세르펜스가 다정한 눈길을 꾸며내어 비비를 바라보며, 나긋나긋한 음색으로 물었다.
보드레하게 풀어진 표정이 퍽이나 자연스러웠다.
누가 보면 아기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는 사람인 줄 알겠네.
“그럼요. 아, 이럴 게 아니라 한번 안아보시겠어요?”
“제가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이···, 어머. 얘가 오늘따라 자꾸 왜 이런담?”
백작 부인이 아기를 제 품에서 떼어 놓으려 하자, 비비가 그녀의 옷을 꼬옥 움켜잡으며 더욱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절대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듯, ‘아우으···.’ 하고 투정 섞인 옹알이까지 해댔다.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죄송해서 어쩌죠?”
“괜찮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 좀 낯설어하나 봅니다.”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백작 부인에게 세르펜스가 자애롭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그녀가 눈빛으로 감사를 표하고, 입으로는 ‘괜찮아, 괜찮아.’하며 비비를 어르고 달랬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봉사의 일환으로 세르펜스와 보육원에 들른 횟수가 몇 번인데.
그동안 그를 거부하는 아이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그것은 아이의 나이와도 상관없고, 언제 시설에 맡겨졌는지조차 무관했다.
모두 한결같이 그를 잘 따랐다.
“잠시 신성력을 흘려보낼 테니, 그대로 안고 있어 주십시오.”
싫다는 애를 강제로 떨어뜨리는 대신, 백작 부인의 품에 안겨있는 상태로 세르펜스가 비비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 손길에 비비의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지만, 그의 손으로부터 온화한 은빛의 신성력이 흘러나오자 나른하게 풀리는 것이 보였다.
귀여운 아기를 품에 안은 어머니와 아기의 머리에 손을 얹은 채, 은색의 광휘를 뿜어내는 세르펜스.
그 모습은 신전의 한쪽 벽면을 장식해도 좋을 정도로 성스러운 한 폭의 그림 그 자체였다.
“이건···. 상당히 놀랍습니다.”
세르펜스가 손을 거둬들이며, 짧게 감탄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그의 말에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눈을 빛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신성력의 양도 양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벌써 감을 잡은 것 같습니다.”
“저, 정말인가요?!”
“예. 외부에서 들어오는 힘에 의식적으로 대항하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는 지금 진심으로 놀라워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나도 몹시 놀랍다.
‘의식적으로? 반사적으로가 아니라?’
아무리 신성력이 뛰어나다지만. 아무리 판타지 세상이라지만.
2개월도 채 안 된 아기가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행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 세상 사람들이 나더러 상식이 없다고 하는데, 이 세상 자체가 전혀 상식적이지 않잖아?!’
비정상이 다수인 세상에서는 정상인이 비정상이라더니. 딱 그 짝이다.
“주인마님. 막내 공자님께 젖을 물릴 시간입니다.”
백작 부인의 뒤에 조용히 기립해있던 시녀가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아마 세르펜스가 붙여주었다던 그 시녀가 아닐까 한다.
그녀의 말에 백작 부인이 안고 있던 아이를 유모로 보이는 다른 시녀의 품에 안겨주었다.
신기하게도, 비비는 아까 칭얼거리던 것과 달리 얌전히 유모의 손에 제 몸을 맡겼다. 유모와 시녀는 아기를 안고 응접실 밖으로 나갔다.
“슬슬 저녁 식사 시간이니, 후견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식사 후에 나누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만···.”
자칫 후견해달라고 강요하는 꼴이 될까, 리벨론 백작이 세르펜스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아, 벌써 시간이···. 아기가 너무 순하고 귀여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백작의 말대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세르펜스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긍정했다.
저녁 식사는 시온의 기억 속에서 떠올린 리벨론 백작가의 식탁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일 뿐, 심하게 사치스럽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보기만 해도 무척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세르펜스가 후후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안다. 저 말은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미트볼이 올라와 있잖아?’
누가 어린애 입맛 아니랄까 봐.
지금 생각해도 내가 그에게 먹인 첫 식사다운 식사가 ‘미트볼 토마토 리조또’였다는 건, 신 룩스메아도 무릎을 탁 치고 갈 만큼 빼어난 한 수였다.
“그러고 보니, 제가 정신이 없어서 보내주신 선물에 관해 감사 인사를 잊었습니다. 편지를 보내긴 했지만,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시온 경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아서, 그에 대한 성의 표시였습니다. 그런 것에 감사를 표하시면 제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러시지 마십시오.”
세르펜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도, 제온을 의식한 탓인지 살짝 씁쓸한 듯 난감하다는 기색을 보였다.
실상을 모르는 이가 보면, 과도한 감사 인사에 보이는 겸양 정도로 여겨지겠지.
또, 제온이 보기에는···.
‘당시에는 몰랐다지만, 이제는 내가 시온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어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조차 죄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나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시온의 부모님과 큰 형 카론의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왜 그러니? 음식이 맛이 없어?”
그런 내 기색을 눈치챘는지, 시온의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네왔다.
“아, 그게 그러니까···.”
“이렇게 가족끼리 모두 모여서 식사하는 게 오래간만이라, 반가워서 그런가 보네.”
제온이 무심한 목소리로 툭-, 하고 내던지듯 말했다.
세르펜스의 우려 섞인 시선이 와 닿았다.
“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온 가족이 식사를 하니 참 좋네요.”
“얘는···. 그게 그렇게 그리웠으면 한 번쯤 내려오지 그랬니?”
“아하하···. 그러게요. 그럴 걸 그랬습니다.”
시온은 그런 식으로 후회를 했으려나?
이렇게 가족들과 영영 헤어질 줄 알았더라면. 수도에서 생활하던 2년간, 한 번이라도 고향에 내려갈 것을···.
‘그렇게 생각했으려나?’
그에 비하면, 이 세계로 넘어오는 바로 그 날까지 가족들의 얼굴을 보았던 나는 얼마나 다복한 사람인가···.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생각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만 할 뿐이었다.
“와, 이거 미트볼 맛있네! 공작님도 한번 드셔 보세요!”
“···네. 그러지 않아도 먹고 있었습니다.”
세르펜스는 사분사분한 목소리로 대답해 왔지만, 어쩐지 타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쩔 수 없잖습니까? 그럼 여기서 울까요?”
그런 생각을 담아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세르펜스는 식사를 이어가는 척, 고개를 돌려버렸다.
세르펜스의 시선은 거두어졌지만, 반대로 제온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뭐야, 불안하게스리···.’
나는 쟤가 날 빤히 쳐다보면, 그게 제일 무섭더라.
다행히도 더는 대화가 내 쪽으로 넘어오는 일 없이, 식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세르펜스는 식사 전 얘기가 된 대로 리벨론 백작을 따라서 그의 집무실로 이동했다.
시온의 아버지를 제외한 리벨론 가의 가족들은 내실에 모였다. 리벨론 가의 막내인 비비 또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왔다.
식사 전만 해도 백작 부인의 품에 얼굴을 파묻다시피 하며, 얼굴을 잘 보여주려 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서 나를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야 둘째 형아에게 관심이 생겼나 보네. 우리 비비, 둘째 형아한테 갈래요?”
“아구그···.”
백작 부인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비비가 목을 울리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앞섶을 꼬옥 움켜잡았다.
‘뭐 이렇게 벌써부터 자기주장이 확실해?’
작디작은 미간을 오므리며 번득히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나를 노려보기라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백작 부인이 호호 웃었다.
“어머, 우리 비비 화났쪄요?”
“아우으~!!”
“배 속에 있는 동안 둘째 형아가 한 번도 안 찾아와서 화가 많이 났나 보네?”
비비에게 말하는 척하지만, 명백하게 나를 나무라고 있었다.
아까 전까지는 세르펜스가 자리한 탓에 차마 그의 앞에서 나를 혼낼 수 없어서 그냥 두고 보고 있었나 보다.
“그, 그게 좀 바빠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1년 동안 편지 한 통이 없을 수가 있니?”
“으에?”
“하다못해 취업 사실 정도는 알려주지 그랬어.”
“어브?!”
“어느 날 갑자기 월급봉투만 덜렁···. 보내는 김에 한 줄짜리 편지라도 같이 보낼 수 있는 거 아니니?”
“아우으!!”
···뭐야 이거.
어쩐지 잔소리를 두 배로 듣는 것 같아서 급 피로해졌다.
“자,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그럴 거야, 안 그럴 거야?”
“안 그러겠습니다.”
“편지는?”
“······.”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백작 부인이 쓰읍! 하고 잇새로 공기를 들이켰다.
“엄마, 너무 그러지 마. 내가 가서 보니까 바쁘긴 엄청나게 바쁘더라고. 대신 내가 편지 잘 쓰잖아. 형 소식도 같이···.”
“제온아, 너라도 나서서 편지를 쓰게 했어야지. 한 달 동안 글 한 줄 쓸 시간이 없다니?”
“그게, 저게···. 죄송합니다.”
이번만은 제온도 쉴드 칠 말이 떠오르지 않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절로 겸손한 자세를 취하게 된 나와 제온을 바라보며, 카론이 고소하다는 듯 킬킬거리며 웃었다.
“정말이지···. 나쁜 형아들이라니까, 그쵸~?”
“아구그그긋! 브브!”
“이것 봐라, 우리 비비도 그렇다고 하잖니.”
“크앗-!”
이미 세 명의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라 그런가, 아기를 대할 때와 아닐 때의 전환이 능수능란하다.
“자, 자-. 땟찌, 땟찌-!”
“아우으아!”
백작 부인이 비비의 양손을 잡고 나를 때리는 시늉을 했고···.
“자, 잠깐만요! 아! 이거 정말 아픈··· 아, 아-!”
“···어머?”
비비는 있는 힘껏 나를 발로 차고, 내 머리카락을 낚아채 잡아당겼다.
“아브브븝! 그아!”
“비, 비비야. 이것 좀 놔주지 않으련? 응?”
“그아! 으아! 흐아앙!!”
부드럽게 타이르듯 말해봤지만, 그것이 되려 역효과를 일으켰나 보다.
비비는 고불거리는 시온의 녹갈색 머리칼을 꽈악 움켜쥐고, 세상 떠나가라 울면서 마구 흔들어 댔다.
이제 고작 2개월도 채 살아가지 않았으면서, 어찌 이리도 서럽다는 듯 울어 재끼는지···.
반오십 넘게 살면서, 이보다 서럽게 우는 사람은 세르펜스 말고는 못 봤다.
‘뭔데 대체?! 세르펜스가 있을 때만 해도 얌전했잖아!’
백작 부인이 당황하며 그를 떼어내려 했지만, 아기 주제에 어찌나 이리도 힘이 강한지 꿈쩍도 안 한다.
이상함을 느끼고, 비비를 자세히 살펴보자 그에게서 하얀 신성력이 미약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그 빛이 강해지고 있다.
“자, 잠깐만. 비비야, 비비님! 레비비셴티오님!”
아니, 이건 반칙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