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60)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61화(161/1105)
161회
33. 공작님과 시온 리벨론 (7)
끝마무리가 찝찝했지만, 중요한 문제는 모두 해결되었다.
“우, 우웅···. 쬐셩함미다, 공쨕님. 쩨가 배시늘 해서···.”
“아닙니다. 속인 사람이 잘못 한 거지, 공자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과연 연기펜스는 굉장했다.
용서라도 받으면 다행이라 생각했건만, 역으로 사과를 받아내었다.
“그, 셔어뉴? 그쪽두 머리 쟈바당긴거 미아내여.”
“괜찮습니다, 어차피 원래 시온의 몸이고···. 제 머리 자기가 쥐어뜯겠다는데 뭘 뭐라 하겠습니까?”
“그래두 아팟자나여···.”
“세르펜스가 바로 치료해 준 거 보셨잖아요? 아, 빛나는 중이라 못 보셨나?”
내 말에 시온이 착잡한 표정으로 나와 세르펜스를 번갈아 보았다.
“왜요?”
“아, 아녀! 두 부니 마니 치나싱가 보다 해서···. 이룸두 막 부르고···.”
“아차, 그러고 보니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네!”
세르펜스가 선우라고 불러주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호칭을 깜박해 버렸다.
그래도 세르펜스가 눈짓 한 번 안 준 것을 봐서 괜찮지 않을까 싶다.
“보좌관이라 같이 다니는 시간도 길고 나이 차도 별로 안 나서, 사석에서는 그냥 친구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시니 사자라셔가 아니라?”
“신의 사자라는 것과 세르펜스와 친한 게 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습니까? 그딴 거 밝히기 전에 이미 친구 먹었는데. 그쵸?”
동의를 구하듯 세르펜스에게 시선을 두며 말하자, 그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관계를 부정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그를 내 친구라 소개하고 다녀도 괜찮을 것 같다.
문제가 있다면 세르펜스와 겹치지 않는 인간관계가 없어서, ‘얘는 세르펜스고, 내 친구야!’라고 소개할 기회가 없다는 것뿐이다.
“글쿠나···.”
시온이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작게 읊조리듯 말했지만 신성력 사용이 과한 탓인지, 목소리는 제 주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마냐게, 저두 공쨕니믈 미덧따면···.”
그의 말에 세르펜스는 그저 씁쓸하게 슬픈 미소를 지었다.
물론 연기에 지나지 않았고, 속으로는 ‘너 따위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생각이 좀 심한 거 아냐?’
그러나 시온이 그것을 알 리 없었다. 그의 얼굴은 후회로 얼룩졌다.
모르긴 몰라도 원활하게 굴러가던 관계를 자신이 다 망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그보다! 시온이야 말로 괜찮은 겁니까? 제게 몸을 뺏기···신 거나 다름없잖아요.”
“우우···. 이제 더이샹 미려눈 엄떠여···.”
“네···?”
“저눈 실패해꾸, 이러케 다시 기회룰 어든 건마느로도 과부납니다.”
아니, 얘 어찌할 거야. 완전 땅을 파고 들어가고 있잖아?
당황스러운 마음에 시선이 자연스레 세르펜스에게로 향했다. 그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마주 보았다.
‘얘가, 뭘 잘했다고 칭찬해 달래?!’
그래, 잘하긴 했다.
문제 해결은 잘했는데, 칭찬해 주기에는 좀··· 많이 그렇다.
“지굼 시오니 살믈 사라가고 잇눈 건 당신 임미다. 저보다 더 나은 잉생을 사라주떼여. 저두 레비비솉···티오로서의 살믈 제대로 사라갈테니까.”
비비가 결의에 찬 눈으로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자책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줄 알았는데, 과거의 실수를 반성하고 그것을 발판 삼아 앞으로 더 나아간 자의 모습이었다.
설마 이런 것도 계산한 건가 싶어 세르펜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매정한 놈 같으니···!’
그냥 비비가 자책하면서 시온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그것을 나에게 넘기는 것까지만 생각해두었나 보다.
“그루니카, ‘시온’을 잘 부타캅미다.”
“···네, 감사합니다.”
적어도, 앞으로의 ‘시온 리벨론’이라는 사람의 삶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는 인정이었다.
여전히 미안한 감은 남았지만, 그래도 남의 삶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나저나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실 겁니까?”
“말하지 안는 펴니 당시네게는 더 조티 아나여?”
“사실, 그게 제온에게 이미 들켜서···.”
“······.”
“아, 아하하···. 동생분께서 아주 예리하시더라고요!”
나도 사람이다. 거, 좀 들킬 수도 있지.
그런데도 나를 바라보는 비비의 시선의 온도가 내려간 것처럼 느껴졌다.
“왜, 피는 못 속인다는 말도 있고···.”
“구거 이룰 때 쓰능 말 아니지 아나여?”
“제가 살던 세계에선 이럴 때 쓰는 말입니다. 가족끼리는 숨기는 것이 있을 수 없다, 뭐 그런 뜻이죠. 같은 문장이 이렇게 다른 의미로 쓰인다니,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이곳도 비슷한 말이 이미 존재했나 보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냥 우기면 그만이니까.
내가 말했지만 상당히 그럴듯한 얘기였고, 비비가 되었어도 그는 여전히 귀가 얇았다. 어딘가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구럼 말 할래여. 어짜피 들키꺼···.”
“저는 반대합니다.”
“네? 세르펜스가 그걸 왜···.”
“너무 위험합니다.”
그의 말에 나와 비비의 시선이 나란히 세르펜스를 향했다.
“부 집사는 이미 들켰으니 어쩔 수 없으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습니다. 선우의 정체가 알려진다면 악마 숭배자들이 당신을 직접 노릴지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어차피 노려지고, 그래 봤자 세르펜스가 지켜 줄 거잖아요.”
“당연히 그리하겠지만, 최대한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게다가 표적이 되는 건 당신 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세르펜스의 시선이 비비를 향했다.
‘그러고 보니, 얘도 신이 내린 영혼 같은 거잖아?’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룩스메아가 직접 신성력이 넘치는 육체에 담아 보낸 존재였다.
그 뒷사정이 어찌 되었건, 악마 숭배자들이 그런 것까지 일일이 이해해 줄 리는 없다. 아기라는 이유로 배려한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었다.
“물론 리벨론 가문의 사람들이 그 사실을 함부로 말하고 다닐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숨겨진 귀는 어디에나 있고, 말로 꺼내지 않아도 서로를 대하는 그 태도에서 그것이 보일 수 있습니다.”
“아···.”
“언젠가 들키는 한이 있더라도, 그 시기는 최대한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그의 말이 옳았다.
당장은 털어놓고 편해질지 몰라도, 그 편함이 실수를 불러오고, 결국에는 위험을 자초하는 꼴이 될 거다.
나야 세르펜스 옆에 붙어 있을 테니 안전하겠지만, 비비는 그렇지 않았다.
“그럼 제온에게만 털어놓는 거로 하면 될까요?”
“예. 그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비비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두 그게 낫다구 생강합미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비비를 그의 어머니와 유모의 손에서 따로 빼 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제온을 불러와야 하나?’
내가 직접 얘기한다 해도 이건 또 무슨 수작이냐 되물을지도 모르니, 비비에게서 직접 확인을 받게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 전에.
“저, 그리고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는데···. 죄송한 말이지만, 당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주실 수 있습니까?”
“걱정 마띱시오. 저두 앙마 슝배자두레게 소가서, 공쟉니믈 배신 한 건 말 모태여.”
듣고 보니, 그에게도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닐만한 얘기는 못되었다.
우리는 내가 빙의했던 첫 출근 전날이 그가 기억하는 마지막 기억으로 말을 맞췄다.
그렇게 진짜 시온이 프라시더스 공작의 보좌관이 되었던, 한 달 하고도 보름가량의 시간은 그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일이 되었다.
“그럼 당장 제온을 불러오겠습니다!”
“잠깐. 뭐라고 설명하고 데려오실 생각입니까?”
“저에게 다 생각이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세르펜스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러니까 무슨 생각?’이라고 묻는 듯한 시선이다.
“세르펜스의 ‘땟찌’하는 목소리가 너무 감미로워서 비비가 흥분하지 않는다고 말하려고요. 그리고 백작 부인과 닮은 데다가 프라시더스 가문의 부 집사인 제온이라면 어제의 상황을 완벽하게 연출해 내면서, 세르펜스의 집중력도 흐트러뜨리지 않을 것 같다고···.”
내 말에 세르펜스가 ‘네가 그럼 그렇지.’와 ‘괜히 물었다!’가 반반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비비는 저게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튼 다녀오겠습니다! 둘이 사이좋게 기다리고 있어요!”
“네, 다녀오십시오.”
“···으에?”
* * *
제온은 내실에 들어오자마자, 리벨론 백작 부인이 억지로 붙여준 부분 가발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레 떼어냈다.
웬 가발인가 싶겠지만, 그녀가 지방 영지에서 그들끼리 모이는 파티에 참여할 때 헤어 세팅용으로 사용하는 패션 가발이다.
처음에는 드레스까지 권한 그녀였으나, 제온이 강하게 반발하여 적당히 가발로 합의를 보았다.
“정말 그딴 이유로 절 불렀을 리는 없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너무 예리해서 베일 것 같다.
시온에게 갔어야 할 눈치까지 모두 제온이 받은 게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생긴 것만 닮지 않은 게 아닌가 보다.
“제오나, 나야.”
“···세상에. 비비가 말을 하잖아?!”
제온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의 시선을 따라 비비를 바라보니, 그에게서 흘러나오던 신성력이 상당히 안정되게 변해 있었다.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던 빛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은은하게 둘렸다.
단기간에 섬세한 컨트롤이 가능해졌을 리는 만무하고.
‘반쯤 빈말로 한 소리였는데, 정말 사이좋게 기다렸나 보네?’
신성력을 오래 유지하기 힘든 그를 위해 세르펜스가 대신 버프 따위를 걸어준 모양이다.
왠지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부 집사님의 생각대로, 땟찌는 그냥 불러들일 구실에 불과했습니다.”
“좀 놀랐긴 하지만 이런 일이라면 가족들을 다 부르는 것이···.”
“아뇨, 일단 들어주세요. 그냥 말하는 것 정도로 부 집사님만 따로 불렀을 리가 없잖습니까.”
내 말에 제온이 침착을 되찾고,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하라는 눈빛을 하였다.
“여차여차해서 비비가 신성력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는데 갑자기 말을 하더니, 자신이 시온이라고 주장해 와서···. 그 문제로 부른 겁니다.”
“네?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징짜야! 내가 네 형이야!”
“이, 이건 또 대체 무슨 수작입니까?!”
기껏 찾았던 침착이 다시 날아갔다. 제온이 기함을 토하며 나와 비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진정하십시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두 분의 말은 사실입니다.”
세르펜스의 말에 제온이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내실 안을 왔다 갔다 하다가, 비비에게 다가가 이것저것 질문들을 쏟아부었다.
“···비비, 네가 작은···형이라고? 정말로?”
제온이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뿐 아니라 반응과 표정까지 꼼꼼히 살펴놓고도, 작은 형이 말 그대로 ‘작은+형’이 되어버린 상황이 믿기지 않는가 보다.
‘그래도 내가 진짜 형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서, 받아들이는 게 빠를 줄 알았는데···.’
그렇다 한들.
자신의 형이 아기가 되어, 머리에 리본을 달고 파란색 프릴 원피스를 입고 있는 모습은 부정하고 싶은가 보다.
그토록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던 형이건만.
오늘따라 제온이 짠해 보였다.
“제오나, 그동안 마움 고섕 마낫서. 고마어.”
“작은 혀···엉은 그대로도 괜찮은 거야?”
“신셩려기 잇쑤니까 익슈케 지기만 하며는 움지기거나 말하눈 거뚜 안 다땁하꺼 가꾸, 괭챠나.”
“정말로?”
“징짜루! 이전버다 훠얼씬 나아! 이룸도 멋지구, 신셩력뚜 잇꾸! 불마니 이따면, 머리카락? 기왕이며는 곱술에서 버서나구 시펏눈데···.”
그 말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듯 한참이나 비비를 노려보던 제온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그가 시온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 같다.
“아, 궁데 비비라눈 애칭이랑 오슨 쪼옴···. 제옹, 니가 대싱 부모님께 에둘러 잘 마래쥴래?”
카론이 말했던 ‘비비라 불러주면 귀여운 반응을 보인다.’라는 것이 극히 꺼리는 반응이었나 보다.
나 같아도 누가 나를 그런 귀여운 이름으로 부르면 좀 부담스러울 것 같다.
“···부모님께는 말하지 않으려고?”
“앙마 슝배쟈들이 처리될 때 까지눈 비밀루 하려구.”
“그래, 그건 잘 생각했어.”
“그리구, 시옹 경에게 너무 뭐라 하지 마. 우리는 일케 가족키리 모여라두 잇찌···.”
이건 또 뭔 소리람?
제온의 시선이 나를 향했고, 내 시선은 세르펜스를 향했다.
‘···대체 그동안 무슨 얘기를 나눈 거야?!’
당황해하는 내 모습에 제온도 덩달아 당황해했다.
“시온 경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어쨔피 나눙 레비비솅, 톈, 솃!···티오라눈 이루미 잇쨔나. 아푸로 이 이르므로 사라 갈테구. 그치망 시옹 경은 아푸로 시옹으로 사라갈 테니까, 구러케 불러야 맛는 거쟈나. 내가 그르케 불러주지 아느면, 께속 나믜 이르므로 사라간다구 생각칼거 아니야?”
“······.”
고맙다.
정말 비비에게 고마운 마음이 샘솟아 오른다. 그렇기는 한데···.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에 앞서 그 얇은 귀부터 어떻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고개를 치켜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