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90)
공작님, 회개해주세요!-191화(191/1105)
191회
39. 공작저에 찾아온 불청객 (2)
이로써 세르펜스가 내게 사탕을 준 이유가 밝혀졌다.
남들에게 자신이 커다란 막대 사탕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특히나 그 대상이 휴마누스가 된다면 더더욱 싫겠지.
‘나와 유지스야 세르펜스가 잘 먹고 있으면 마냥 흐뭇하지만···.’
자칭 죽마고우 되시는 휴마눈새라면 세르펜스를 놀리려 들 테다.
이런 이유면 미리 얘기할 것이지. 내가 자기처럼 기척을 읽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 충치라도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즉, 급한 대로 나에게 맡겼다는 소린데···.’
그 덕분에 나는 근무 시간에 사탕이나 쯉쯉거리는 불량 보좌관이 되어버렸다.
나는 슬그머니 팔을 책상 아래로 내려, 사탕을 숨겼다.
“···황태자 전하께서 어째서 여기 계시는 겁니까?”
세르펜스가 예의상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이전 같으면 정말 궁금해서 묻는다는 듯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이나, 지금은 누가 보아도 불편하다는 게 느껴지는 억지웃음을 짓고 있었다.
“응? 그야 세피가 제국에 들르라고 했잖아?”
휴마눈새가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뒤에서 새하얀 신관복을 입은 리에나가 공손하게 양손을 포개고,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꾸벅였다.
갑자기 들이닥친 것에 대한 사과였다.
“악마 숭배자의 방해가 갈수록 도를 넘는 듯하여, 그것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제국을 거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미였습니다.”
“나는 편지로는 전할 수 없는 말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지 뭐야?”
세르펜스의 말에 휴마누스가 하하 웃으며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그럴 것 같다고 분명 얘기했었는데, 혼자서만 치사하게···. 나도 언니 보고 싶다···.”
어디선가 불만스럽게 꿍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바라기, 아니마의 목소리다.
모습은 안 보이고 목소리만 들리는 게, 아무래도 작은 키의 그녀가 다른 일행 뒤에 가려진 모양이다.
180을 훌쩍 넘는 키를 가진 휴마누스라거나, 그 옆에서 두리번거리며 집무실 내부를 구경 중인. 휴마누스와 엇비슷한 키의 여성 뒤에 서 있다면 보이지 않을 만도 했다.
‘푸로르겠지?’
[성검의 주인]에서 나왔던 묘사대로, 구릿빛 피부에 적갈색 머리를 하나로 높이 올려 묶은 모습이었다.“기왕 이렇게 된 거, 세피도 같이 합류할래?”
“사양하겠습니다.”
“이제 성검을 다루는 법도 감 잡으니 괜찮아. 물론 세피가 보기에는 아직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세피에게만 의존하는 일은 없을 거야!”
나는 휴마누스의 허리춤에 걸린 성검. 정확히는 그것을 담고 있는 검집을 보았다.
출발 전만 해도, 다소 화려했지만 평범한 검집이었던 그것에는 못 보던 큼직한 유백색의 보석이 박혀있었다.
그 안에 묘한 빛이 일렁거리는 것이 마치 화이트 오팔을 연상케 했다.
‘첫 시련에서 받은 보상이겠지.’
용사의 무구(武具)는 정형화된 물건이 아니다.
시련을 마친 성검의 주인이 그 당시 가장 바라는 것을 기반으로 삼아, 그자가 가진 물건 중 하나에 깃드는 힘이었다.
그것을 두고,
[무구를 얻을 자의 패션 취향까지 배려해주는 갓스메아!] [나 같아도 촌 빨 날리는 유행 지난 옷 던져주고 입으라고 한다면 아무리 좋은 기능이 있어도 안 입는다!] [일은 못 해도 패션 선구안만은 뛰어난 갓 트롤메아ㅋㅋㅋ]따위의 댓글이 달렸었다.
아무튼 휴마누스가 얻은 첫 용사의 무구는 검집이 되었고, 그 기능은 성검의 힘을 제어하는 데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즉, 성검의 힘을 다루니 어쩌니 한 건 그냥 템빨이다.
‘물론 실력이 늘기야 했겠지.’
악숭이들이 그렇게 습격해댔는데, 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다.
“그래도 거절하겠습니다.”
“왜?!”
딱 잘라 거절하는 세르펜스의 말에 휴마누스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세르펜스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저택에 쳐들어오면서 친구 집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근데 휴마누스만 친근해 보이는데?”
그런 둘의 모습에, 푸로르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리에나에게 질문했다.
“휴마누스 님의 말씀대로라면 세르펜스 님께서는 부끄럼이 많아서 종종 데면데면하게 굴 때가 잦다나 봐요.”
“그냥 데면데면한 사이가 아니라? 이상하네···. 내 촉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상하다?”
리에나의 답변을 들은 푸로르는 더욱 아리송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기우뚱했다.
“저는 아직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해야 할 일?”
“마지막 시련을 마치고 난 뒤, 전 페라리우스 령에 계신 2황자 전하를 찾아가시면 말씀해 주실 겁니다.”
“지금 알려주면 안 되는 일이야?”
“기밀을 요구하는 일인지라, 안 됩니다.”
뒤에서 무슨 대화가 오가든, 세르펜스와 휴마누스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프레드릭은 안다며?”
“이 문제에 관해서는 설령 황태자 전하라 하더라도, 알리지 말라는 폐하의 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도 알고 유지스도 알고, 심지어 최근에는 윈스톤도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러저러해서 암흑가에 나타날 악마를 미리 대비하는 중이라고.
일루미나티의 구성원으로서 알고 있으라고 말해 준 것이나, 어쨌거나 세르펜스의 입을 통해 나왔다.
“아버지도 알고 계셔?”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아르젠토 공작도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알고 있습니다.”
“근데 난?”
“전하께서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마시고, 당장은 시련을 끝내는 것에 집중해 주십시오.”
“세피가 하는 일이니까 나와 대륙을 위해서겠지만···. 좀 서운하다.”
대륙을 위해서일지는 모르겠으나, 휴마누스를 위해서냐 묻는다면 아니라 대답하겠다.
“제가 표현을 잘못해서, 급한 여정에도 불구하고 수도까지 오시게 하여서 죄송합니다.”
세르펜스가 ‘할 말 없으니까 어서 꺼져.’라는 말을 유하게 돌려서 표현했다.
하지만 휴마눈새를 내가 괜히 휴마누스라 부르는 것이 아니다.
아, 반댄가?
“아니야. 내가 잘못 이해한 거지, 뭐. 그러니까 세피가 미안해할 필요는···.”
휴마누스는 그렇게 말하며 세르펜스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친근하게 팔을 걸치려 들었다.
그리고 황제의 말은 안 들어도 내 말은 잘 듣는 세르펜스가 그것을 회피했다.
졸지에 휴마누스는 팔을 허공에 휘저으며 휘청거렸다.
“어, 어어···. 세피?”
“말씀하십시오.”
“왜, 왜 피하는 거야?”
“바쁘실 텐데, 제가 더 이상 시간을 뺏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깟 어깨동무하는 데 몇 분이나 걸린다고.
되지도 않는 변명이었다.
아무리 휴마누스라도 그것은 알아차렸는지, 허망한 눈으로 세르펜스를 바라봤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고양이를 껴안고 부비적거리며 치유할 생각이었는데, 고양이가 자신을 할퀴고 품에서 유유히 빠져나와 캣타워 위로 올라가 버렸을 때나 할 법한 표정이다.
‘우리 집 고양이에게 무슨 민폐지?’
아무리 고양이가 없어도 그렇지. 남의 집 고양이에게 그런 짓을 하려 하니 도망갈 수밖에.
옆에서 쯧 하고 혀 차는 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샌가 유지스가 그곳에 서 있었다.
휴마누스 일행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나가지 못하고, 그렇다고 집무실 한복판에 서 있자니 어정쩡해서 이리로 온 모양이다.
“저기, 세피, 혹시 화났어? 서두르라고 두 번째 시련의 정보까지 찾아서 알려줬는데, 내가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아서? 화 풀어, 응?”
휴마누스가 넌지시 말하며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찌르려고 한 것을, 세르펜스는 또 회피해 버렸다.
‘어째 슬금슬금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나는 손에 들린 사탕을 내려다보았다.
내게 이걸 준 이유는 알겠으나, 여전히 이걸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버리면 세르펜스가 울려나? 새로 사주면 괜찮지 않을까? 그 전에 이걸 집무실 쓰레기통에 버려도 되는 걸까? 개미라도 꼬이면 어떡하지? 세르펜스는 악마는 죽여도 개미는 못 죽일 텐데, 정말 큰일 아냐?’
머릿속에서 복잡한 생각이 얽히고설켰다.
그러는 동안 오기가 생긴 휴마누스는 계속해서 세르펜스를 쫓았고, 세르펜스는 그를 피해 도망치다 나와 유지스 사이로 쏙 들어와 버렸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정말 친한···. 아니, 아닌가? 하지만···. 이상하다? 대체 뭐지?”
“나도 언니랑 술래잡기하면서 많이 놀았는데···. 나도 언니랑 장난치고 싶다···. 휴마누스만 치사해···.”
일견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는 둘의 행동에 푸로르는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뒤로, 휴마누스가 이동함으로써 반쯤 모습이 드러난 아니마는 부들부들 떨면서 그들을 노려봤다.
“아···. 그러고 보니 세르펜스 님께서는 두 번째 시련에 관한 정보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일행 중 상식인 포지션을 맡은 리에나가 보다 못했는지, 세르펜스에게 말을 붙였다.
“그래, 맞아! 그건 대체 어떻게 안 거야? 단서를 말하기도 전에 내가 답하니까, 시련의 내용을 설명해주던 드워프 사도의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니까?”
나와 유지스 사이로 세르펜스의 빈틈을 노리던 휴마누스도 그것이 궁금하긴 했는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질문했다.
마치 쉬는 시간에 친구와 장난치고 놀다가 수업 종이 쳐서 자리에 앉는 듯한 모양새다.
세르펜스는 진심으로 피한 것이건만.
그를 바라보는 휴마누스의 표정이 여전히 밝은 것으로 보아, 그는 세르펜스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오늘도 휴마누스는 혼자만의 우정 스택을 한 칸 더 쌓아 올렸다.
“···얘기가 좀 길어질 수도 있으니,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세르펜스어 해석기에 의하자면, 그냥 닥치고 빨리 가던 길이나 계속 가라는 소리다.
“아, 오늘 하루는 수도에서 묵고 갈 생각이라서. 빈방 많지? 하루만 신세 질게.”
“···네?”
갑자기 들이닥쳐 친구들과 함께 너희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도 되겠냐는 소리를 해대는 휴마누스의 만행에, 세르펜스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하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미리 연락을 취했어야 했는데···.”
일행과는 미리 상의한 내용이었는지 반발은 없었으나, 리에나의 사과는 있었다.
보나 마나 휴마누스가 세르펜스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떠들어댔겠지.
‘나도 친구 자취방에 다른 친구를 데려간 적은 없었거든?!’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기본 예의는 지켜야지. 친하지 않은 친구라면 더더욱.
하지만 친구의 친구는 모두 친구라는 열린 마음을 가진 휴마누스에게 그딴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바쁜 건 알지만, 급하게 수도까지 오느라 며칠째 밥 먹는 시간 자는 시간 쪼개며 달려오느라 피곤해서. 게다가 제국에 들어온 이후부터는 악마 숭배자들의 수작질도 없었으니까 오늘 하루 정도는 푹 쉬었다 간다고 일정이 꼬일 것 같지도 않고.”
휴마누스가 휴무누스 선언을 했다.
“그런 거라면 황궁이라거나···.”
“일이 너무 커지잖아.”
“오랜만에 수도까지 오셨으니, 약혼자를 만날 겸 오풀렌스 백작가를 방문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세피, 네가 남녀관계를 잘 몰라서 그런가 본데···.”
휴마누스가 자신의 일행을 돌아봤다.
아무리 동료라 하여도, 연인의 집에 이성을 무려 세 명이나 달고 가서 재워달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다는 의미일 테다.
“아무튼! 오늘 하루만 신세 좀 지자. 부탁할게, 응?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
전제 조건인 ‘친구’를 만족하지 못했기에 별로 좋지 못한 부탁이었다.
세르펜스가 이럴 땐 어떡하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힐끔거렸다.
‘얀마, 얼른 눈을 돌리지 못해?!’
자신의 저택에 손님을 하룻밤 묵게 해도 될지 보좌관에게 허락받는 공작이라니!
그딴 건 알아서 결정하고, 빨리 눈이나 돌리라는 의미로 눈을 부라렸다.
내 눈빛을 받은 녀석이 조금 시무룩해졌다.
“그게, 으음···. 알겠습니다. 집사를 불러 묵으실 방을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황태자인 휴마누스를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세르펜스는 그의 부탁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