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199)
공작님, 회개해주세요!-200화(200/1105)
200회
40. 공작님과 실종 사건 (5)
주방에 얘기하는 것을 빼먹었다고 해서 오늘 티타임에 곁들일 간식이 없으면 어쩌나 고민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세르펜스가 단 것을 좋아한다는데. 그 좋아하는 것을 20여 년 만에 발견했다는데. 그러고도 눈치가 보여서 몰래 숨어서 먹고 있다는데!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안타깝고 안쓰러운 일이겠어?’
심지어는 간식을 만들 재료마저 공작저의 것이니.
주방의 시녀들이 세르펜스가 좋아할 만한 먹거리를 만들어 바치지 않을 이유는 이 대륙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오늘의 디저트는 단짠의 마력을 가진 치즈 크래커 머랭 쿠키다.
“···두 분 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조용하신가요?”
유지스가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녀는 어째서 조용하냐 물었으나, 사실 그렇게까지 조용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응접실이 도란도란 말소리가 아니라, 바작바작 머랭 쿠키와 크래커가 부스러지는 소리로 가득 찼다는 것이 여느 때와 다를 뿐.
아마도 나와 세르펜스가 말없이 쿠키만 축내고 있는 것에 의문을 가진 것이리라.
‘특히 세르펜스 저 자식이 뭔가 말할 듯 말 듯, 망설이고 있는 게 눈에 훤히 보이는데. 궁금하지 않고 배겨?’
유지스가 자리에 앉고, 다과가 테이블 위에 올려지고 있을 때까지는 괜찮았다.
허리를 펴고 반듯하게 앉아서 마음을 가라앉힌 모습이었다.
그러나 시녀들이 빠져나가고 입을 떼려는 순간. 녀석은 마치 제동이 걸린 기계처럼 멈칫하더니,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시온, 대체 무슨 일이래요?”
결국, 참다못한 유지스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세르펜스가 말을 할 것처럼 입을 열어놓고, 애먼 쿠키만 씹어대는 이유를 나라면 당연히 알 거라는 생각이 밑받침되어 있었다.
“세르펜스가 유지스에게 할 말이 있대요.”
“딱 봐도 그렇게 보여요.”
“무슨 할 말이냐고는 묻지 마세요. 세르펜스가 직접 얘기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접시 위에 놓은 쿠키로 손을 뻗었으나 잡히는 것은 없었다.
마지막 남은 하나를 세르펜스가 홀랑 집어먹어 버린 것이다.
일부러 가로챈 것 같지는 않고, 반쯤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되는대로 집어먹다가 생긴 일이다.
평상시라면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그 맛을 즐겼을 터인데, 말문이 가로막힌 탓에 평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쿠키가 소모되어 버렸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공연히 입이 심심하고 뭔가를 계속 씹고 싶어져서 아공간 주머니에 쟁여놓았던 오트밀 쿠키를 접시 위에 한가득 쌓았다.
세르펜스가 생각 없이 보충된 쿠키를 집어 입에 넣었다.
달달하고 짭짤한 맛 대신 고소한 맛이 입에 퍼지자,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테이블과 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뭐요? 왜요? 불만 있어요?”
“아, 아니···. 없다.”
“그럼 계속 드세요.”
“···그게 전부인가?”
세르펜스가 내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물었다.
어째서 자신을 독촉하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기다리겠다고 말했던 것을 믿지 않았다거나 기억하지 못한 것은 아닐 테고. 초조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나온 질문이겠지.
“다그쳐서 말하게 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저는 세르펜스가 외부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라거든요.”
그는 언제나 다른 누군가에 의해 떠밀리는 삶을 살아왔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이 그에게 강요한 것을 지켜왔고, 세상이 그에게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왔다.
그것을 이야기하는데, 그 또한 외부의 의지로 행해진다면.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문제는 오롯하게 그가 스스로 나아가야 할 첫걸음이다.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극복하기 위한 초석이다.
“뭐, 악숭이 놈들 때문에 반쯤은 글렀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세르펜스가 알려진 것처럼 무결한 선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마왕이 꾸민 짓이겠지.
[성검의 주인]의 시간 선에서 세르펜스가 스스로 무너져내린 원인을 찾기 위해.그의 과거를 캐내다가 어렸을 적의 일을 알게 되어 본격적으로 일을 벌인 것이리라.
담임도 아닌 옆 반 선생님이 멋대로 우리 애 생활 기록부를 뒤지고, 사사건건 토를 달고 욕하면서 진로까지 참견하는 느낌이다.
몹시 어이없고 짜증 나는 상황이라는 소리다.
“악마 숭배자들이 뭔가 또 한 거에요?”
“헛, 그걸 어떻게···?!”
“어떻게고 뭐고, 방금 시온이 말씀하셨잖아요. 악숭이들 때문에 반쯤 글렀다고.”
나도 모르게 말을 흘린 건가?
아무리 말을 꺼내기 힘들어도 그렇지, 은근슬쩍 내가 얘기를 흘리도록 유도하다니. 얍삽펜스가 따로 없다.
녀석을 노려보자, 그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실수를 왜 자신에게 덮어씌우느냐 따지는 얼굴이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다 세르펜스가 말할 겁니다. 저는 그냥 이 자리에 없다 생각하고, 둘이서 얘기 나누세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시온이 없다면 세르펜스 님은 더 입을 열 수 없을 거예요.”
유지스의 말에 세르펜스에게 슬쩍 눈길을 던졌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의지하게 된 것까지는 좋지만, 그 대상이 한 명에 국한돼서야···.
“같이 암흑가도 다녀왔으면서, 친해지지도 않고 뭘 한 겁니까?”
“···네?”
자신을 향한 갑작스러운 타박에 유지스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벙벙하게 되물었다.
“그놈의 님은 또 언제까지 붙일 생각이고요?”
“그야 세르펜스 님께서 허락을···.”
이건 유지스가 잘못한 거다.
기다려주는 자세? 좋다. 아주 바람직하다.
하지만 세르펜스가 다른 이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 무한정 기다리기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허락은 받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겁니다! 저라고 세르펜스가 먼저 이름으로만 불러달라 말했을 것 같습니까? 적당히 친해졌다 싶으면 알아서 찔러보고, 다가가야죠! 용기 있는 자만이 무릎냥을 얻을 수 있다는 말도 못 들어보셨습니까?”
“모, 못 들어봤지만···. 그, 그렇군요!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솔깃한 얘기였는지, 유지스의 기다란 귀가 쫑긋 움직였다.
“그렇다면 용기를 내세요! 언제까지 멀찍이서 지켜만 볼 겁니까? 가까이 가서 쓰다듬고 싶잖아요? 우쭈쭈 하고 싶잖아요? 무릎 위에 올려놓고 부둥부둥 하고 싶잖아요?!”
“저기, 두 분은 도대체, 제가 없는 평소에 무슨···.”
“안 올라갑니다!”
세르펜스가 드물게 큰 소리를 내며 유지스의 말을 가로막았다.
바로 앞에서 제 얘기를 떠들어도 멍하니 차만 들이키길래 신경 끄고 있는 줄 알았는데, 듣고 있긴 했나 보다.
“아무리 내가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도 그렇지, 이런 방식은 사양한다.”
“긴장 풀어주려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요?”
“···안 올라갈 거다.”
그렇다고 진짜 무릎에 올리겠다는 소리도 아니었는데, 세르펜스의 두 눈은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말을 주고받다가는 한도 끝도 없이 삼천포로 빠지게 생겼다.
‘예전부터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이상하게 주제가 자꾸 엇나간단 말이야?’
참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뭐라고 반박하는 대신,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한 손에는 찻잔을 들고 차를 홀짝였다.
더는 말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저기, 세, 세르펜···스?”
말 잘 듣는 제자가 생긴 기분이다.
유지스가 바로 내가 한 말을 반영하며 조심스럽게 세르펜스의 이름을 불렀다.
그에 세르펜스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그 얘기는 조금 나중에···, 합시다.”
나의 세르펜스어 풀이에 의하면, 모른 척 눈감아 줄 테니 그렇게 부르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소리다.
“아, 그러고 보니 제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었죠?”
“이걸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지···.”
“말씀하시기 쉬운 부분부터,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유지스가 조곤조곤한 말투로 부드럽게 말하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세르펜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지스가 한 말의 대답이자, 자기 자신의 결의를 다지는 동작이었다.
드디어 말을 할 결심이 바로 선 모양이다.
“현재 공작저의 사용인들은 대부분 제가 공작이 되고 난 후, 고용된 이들입니다.”
“인간의 기준에서 10년은 충분히 긴 시간이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공작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손으로 꼽힌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가주가 바뀌면서 기강을 바로잡고자 대규모 물갈이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직계 혈통이 아닌 사람이 가주가 되거나, 어리고 힘없는 자가 가주가 되었을 때.
반발하는 이들을 상대로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주기 위한 강경책으로, 어지간하면 지양하는 일이다.
“세르펜스···가 공작이 되는 것에 반발하는 사람이 많았나요?”
“그런 건 아닙니다. 사용인의 관리 또한 제가 아닌 집사가 도맡아 했습니다.”
“집사님께서 잘랐다는 건가요?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한두 명이 아니라 다수의 인원을 집사가 멋대로 자르는 건 월권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그에 세르펜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다수는 자기 발로 나간 이들입니다.”
이전에는 한스가 돈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협박이라도 했겠거니 하였으나,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이곳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토대로 생각하면, 그들은 겁을 먹었던 거다.
‘세르펜스가 자신들에게 화풀이···. 아니, 복수할 거라고 생각했겠지.’
자신들이 그토록 방관하던 세르펜스가 권력을 잡았을 때.
부모에게 억압받고 학대당하던 그가 족쇄를 풀고 힘을 얻어, 자신들에게 이를 드러낼까 두려워 도망친 것이리라.
나중에 꼬투리라도 잡혀서 크게 경을 치기 전에, 퇴직금과 입막음 비용을 두둑하게 받고 떠난 것이 분명하다.
끝까지 비겁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오늘, 그자들이 차례로 실종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그자들이라면, 퇴직한 사용인들 말인가요?”
“예. 자세한 조사를 해 봐야 확실하겠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들을 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악마 숭배자들인가요?”
“완전히 악마 숭배자의 짓이라 판명 난 것은 아니나···. 아마도 그럴 겁니다.”
악마 숭배자와 실종 사건.
두 가지의 이야기에 유지스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렇게 생각하신 것에는 틀림없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 죠···?”
무턱대고 납치된 이들을 향한 동정의 말을 하기 전에 그녀는 눈앞의 세르펜스를 먼저 살폈다.
단순히 도움을 얻기 위해 말을 꺼냈다고 생각하기에, 세르펜스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망설였으니까.
“···그자들이 알고 있는 것이 저에게 큰 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세르펜스가 천천히 입을 열어 소리를 내었다.
“사회적 입지, 개인의 명예···. 그런 것을 포함하여, 그것이 저의···. 정신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자극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녀석이 힘겹게.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가 자신의 약점이노라, 선언하듯 말했다.
“자, 잠깐만요. 일단 엿듣는 사람도 없고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는 것도 맞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 번 더 소리를 차단하는 편이 낫겠죠?”
유지스가 허둥지둥하며 말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다.
세르펜스와 유지스의 감각을 속이고 방음 처리가 된 응접실 안의 소리를 엿들을 만한 사람은 없겠지만, 신중을 기해서 나쁠 것은···.
사실은 그저 변명일 뿐이다.
신중을 기한다기보다는, 그것을 통해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함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세르펜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유지스는 바람의 정령을 불러 우리가 앉은 소파와 테이블만 감쌀 만한. 아주 좁은 범위의, 소리를 차단하는 막을 만들어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