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227)
공작님, 회개해주세요!-228화(228/1105)
228회
43. 공작님과 암흑가의 악마 (3)
“저는 당연히 이런저런 방식으로 정보를 더 찾아볼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보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요?”
“실은···, 결행일로 추측되는 날이 있기는 하다.”
그냥 콕 찔러봤을 뿐인데, 세르펜스가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물을 내놓았다.
“두 번째 주 일요일, 경매장에 특별한 물건이 올라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더군.”
“특별한 물건이요?”
“문제는 그 날 올라올 물건들의 목록을 확인해 보았으나, 특별하다 할 만한 것은 없었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일부러 흘린 소문이라는 얘기다.
암흑가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항상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최대한 사람들을 더 끌어모으려는 수작이다.
“그럼 그날만 대비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만약 그것이 미끼라면? 그날을 기다리며 마음을 놓고 있는 동안 악마를 소환하여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식사 문제로 걱정되어서 그러나?”
심각하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세르펜스가 생뚱맞은 소리를 해댔다.
대체 나를 뭐로 보고 저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심각해진 거 아니거든요? 아, 근데 듣고 보니 그것도 좀 신경 쓰이긴 하네요.”
“그게 아니라면 뭐가 문제지?”
녀석은 자기가 먼저 식사 문제를 거론한 주제에 내 뒷말을 듣지 못한 척 굴었다.
“아무리 확실한 게 아니라 해도 그렇지. 암흑가에 잠복하자는 말보다 그 얘기가 먼저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으음.”
녀석이 켕기는 것이 있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나는 잠시 그의 일과를 떠올려 보았다.
업무 중엔 당연히 나와 함께 있고, 퇴근 후에도 같이 놀고, 잠을 잘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보다 녀석의 기상 시간이 빠르긴 하지만, 새벽에 연무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 따위를 생각하면···.
“암흑가에는 대체 언제 갔다 온 겁니까?”
“당신이 잘 때?”
“이 자식 좀 보게?!”
이전에는 자정 이후 나갔다가 와서 잠깐 눈을 붙였다면, 최근에는 잠깐 눈을 붙인 후 다녀오는 거로 바꿨나 보다.
내가 깬 상태로 자신을 기다릴까 봐 걱정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한다.
“그렇게 보지 마라. 이번 일이 끝난다면 두 번 다시 그곳에 갈 일은 없을 거다.”
“······.”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깨워서라도 꼭 이야기하고 가겠다.”
“당연히 그래야죠. 웬만하면 그런 일 자체를 안 만드는 게 가장 좋기는 한데···.”
그건 세르펜스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지긋지긋한 악숭이들을 빨리 처리해야 발 쭉 뻗고 느긋하게 늦잠도 자고 할 텐데.
“당장은 다른 게 더 급하니까 넘어가 드리죠. 그럼 다녀오셨다고 하니 묻는 건데, 다른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습니까?”
내 질문에 녀석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까지 그곳을 방문할 때는 그 간격을 최대한 불규칙적으로 잡았었다. 하지만 시간대는 거의 일정했지.”
암흑가의 놈들이 자신 몰래 뭔가를 꾸밀지 모르니, 불시에 방문해서 감시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시간대는 뭐···.
“밤에 사람들 몰래 나갔다 와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에는 바꿨잖아요. 그래서 그때 뭔가 본 겁니까?”
이번에는 당연히 위아래로 움직일 줄 알았던 녀석의 고개가 또다시 좌우로 움직였다.
하지만 녀석이 방문 시간 어쩌고 하는 얘기를 괜히 했을 리는 없다.
직접 본 것은 없지만, 평소와 다른 무언가가 있긴 했다는 뜻이다.
“그곳에 있어야 할 자가 없더군.”
“그러니까···, 그 전갈 아저씨 말이죠?”
내가 안다는 것을 가정하에 대명사로 지칭하는 거로 보아, 그 외에는 없었다.
녀석도 맞는다는 뜻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사라진 건 아니죠?”
“그건 아니다. 다른 날 찾아갔더니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잠깐 볼일 보러 나갔다 온 거 아닙니까?”
“그건 아닐 거다. 그자는 직접 나서서는 것보다 아랫사람을 부리는 걸 멋으로 알고, 누구를 만날 때도 자신이 있는 장소로 불러들이는 것을 선호하지.”
좀팽이가 따로 없다.
요컨대 세르펜스의 눈을 피해서 무언가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암흑가 내부에서 처리하는 것조차 껄끄러운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였다.
“확실한 건 아니네요···?”
“심증뿐이지. 하지만 암흑가에 악마가 소환되는 것을 누구보다도 기꺼워할 사람은 바로 그자이다.”
“뭐···. 그렇겠네요. 암흑가 내부에서 치열하게 삼파전을 즐기고 있었는데, 세르펜스가 무력으로 밀어버렸으니 허무함도 있었을 테고···. 돈이 되는 범죄들은 세르펜스가 다 막아버렸고, 그래도 이인자쯤 되는 줄 알았더니 그 위에 두 명이나 더 있다고 하질 않나···. 암흑가 수장으로서의 향락을 즐기기는커녕, 바지사장 취급당하며 허구한 날 일만 하고···.”
하나씩 늘어놓다 보니, 스콜피온이 악마 소환을 반길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악숭이 놈들은 자기가 즐기고 싶은 범죄와 향락을 막으려 들지는 않을 테니까.
“월급은 줬어요?”
“왜 그래야 하지?”
“···그럼 그 사람은 뭘 먹고 삽니까?!”
“가게 수입이 있잖은가.”
“아, 예···.”
그동안 도망치지 않은 것이 용하다.
본업에서 돈이 나오지 않아서 투잡을 뛰어야만 했던 그는 결국 악마 소환에 손을 대게 되는데···.
심증이 더욱 뚜렷해졌다. 암흑가에 악마가 소환된다면 분명 그자가 깊이 연관되어 있을 거다.
“범죄자의 복지까지 신경 써 줘야 하는 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잖아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꼭 고양이로 비유를 들어야겠는가?”
“······.”
야옹 애옹 다 한 사람이 대체 뭐라는 건지.
사실 누구보다 고양이에 진심이었던 사람은 내가 아니라 세르펜스였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흘린 단어에 저렇게 예민하게 구는 것을 보면 말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암흑가에서 나온 수익은 전부 룩스메아 교단에 익명으로 기부했다.”
“예? 왜 하필 교단에?”
“이 가나안 대륙에 교단만큼 투명한 사회 복지 단체는 없다.”
무능메아와 다르게 현 교황은 일을 아주 잘하는가 보다.
“암흑가 내부에 아무런 조짐이 없다면, 악마가 외부에서 소환될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스콜피온의 복지를 희생하는 것으로 많은 이들의 복지가 향상되었다는 소식에 만족해하고 있을 때, 유지스가 또다시 손을 들어 올리며 질문했다.
“현재 대륙 정세를 생각해 봤을 때. 눈에 띄지 않고 제물을 모으기가 쉽진 않겠지만, 가능성 자체는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역시 그렇겠죠···? 어쩌면 외부에서 소환한 악마를 이용해 암흑가를 공격하여 새로운 제물을 확보하고, 두 번째 악마까지 소환하려는 걸 수도 있겠네요.”
창조 경제가 따로 없다.
‘만약 유지스의 말대로 진행된다면 완전 본격적인데?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 아니었나?’
쉬엄쉬엄 좀 하지.
악마 소환이 뭐가 그리 좋다고 연말 연초에 그런 노동을 하고 있나 싶다.
“세르펜스, 하급이라도 두 마리는 역시 힘들겠죠?”
“잘 모르겠군. 아직 한 번도 악마를 본 적이 없어서···.”
“아, 맞다.”
머릿속에 세르펜스는 악마를 상대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박혀 있어서, 잠시 헷갈렸다.
“어쨌거나 그럼 암흑가에서 기다리다가 바로 치는 게 그나마···. 그런데 악마 소환이란 게 제물만 있다면 되는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지 않아요? 소환 마법진이라던가 이것저것 있을 텐데?”
“그러니 그것들이 준비되기 전에 해결을 봐야지. 그리고···. 이후의 일도 생각해 봐야겠군.”
세르펜스가 번거로워졌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범죄자들을 하나씩 잡아들이는 것보다, 그들을 제물로 소환한 악마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세르펜스가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면 악숭이들이 눈치채지 않을까요?”
“어차피 그쪽에서도 우리가 그곳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정도는 대비하고 있겠지.”
좋은 소식은 아니다.
우리 쪽의 패는 다 까놨는데, 상대방은 반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어디서 머물려고요?”
아무리 우리가 잠복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다 한들, 스콜피온의 주점에서 대놓고 죽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잠복하고 있는 곳이 들킨다면 기습당할 우려도 있고.
“처음에는 비밀 통로 중 한 곳을 이용할 생각이었으나,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 적당한 가게를 하나 탈취할 생각이다.”
“······.”
얘 왜 이렇게 악당처럼 말하지?
단어 선정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신경 쓰여서 유지스와 윈스톤을 돌아봤으나, 그들은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는가 보다.
“바깥과 물리적으로 이어지는 통로 근처에 작은 전당포가 하나 있다. 그곳을 점유한다면 내외부의 소식을 모두 접하기 쉬울 거다.”
그 동굴과 연결된 그 통로를 말하는 거겠지.
근처라고 하는 걸 봐서, 바로 그곳과 통하는 것은 아니고 조금 건너서 가야 할 것 같긴 하다.
“기본적인 건 갖춰져 있는 거죠? 화장실이라던가, 그런 거요.”
“그곳의 주인 또한 암흑가에서 생활하는 자이다. 주거의 목적 또한 겸하는 것 같더군.”
아마 그러한 것을 염두에 둬서 그곳을 점찍어 둔 게 아닐까 한다.
그 때문에 전당포 주인은 졸지에 직장과 집을 모두 빼앗겨버렸지만, 어차피 악마가 나타나고 나면 더는 쓸 수 없는 곳이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면 그자도 손해 보는 것은 없···으려나?
“방은 하나뿐이지만, 물건들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어서 그곳을 치우면 공간은 충분하다.”
그 물건들이란 필시 누군가가 돈을 빌려 가기 위해 맡겨놓은 것들이겠지.
하지만 암흑가가 정리되고 나면 다시는 찾을 수 없는 물건들이다.
미리 치워 버려도 괜찮을 것 같다.
“식사 문제는···. 안타깝지만, 외식은 힘들 것 같다.”
“암흑가에서 외식하고 싶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미안하다는 표정은 그만두시죠?”
그런 곳에 제대로 된 음식점이 있을지도 의문이고, 있더라도 위생은 물론이거니와 재료 자체가 미심쩍어서 먹고 싶지 않다.
“미리 도시락을 잔뜩 싸서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가면 되겠죠, 뭐. 제가 주방에 부탁해 놓을게요.”
“그것 외에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미리미리 챙겨 둬라.”
“제가 얼마나 준비성이 철저한데 그런 말을 하십니까? 저 아공간 주머니 안에 이불도 가지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
세르펜스가 못 미덥다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레드포드 경.”
“예, 말씀하십시오.”
주군의 부름에 윈스톤이 갓 입대한 이등병처럼 빠릿빠릿하게 대답했다. 아주 각이 딱딱 잡혀있다.
“그러고 보니 경에게 이것을 드린다는 걸 깜박 잊고 있었습니다.”
“이건···, 뭡니까?”
“아공간 주머니입니다.”
세르펜스가 아공간 주머니를 내밀며 말하자, 윈스톤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나도 좀 놀랐다.
‘저거, 아직 안 줬었어?!’
그렇다는 건 윈스톤은 볼타 산맥에 갔을 때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녔다는 소리 아닌가.
그의 체격만큼 옷의 부피도 장난이 아니었을 텐데. 갑옷이 망가진다고 즉석에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스페어도 챙겨갔을 거다.
게다가 윈스톤은 아직 종자도 들이지 않은 상태.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고 다녔다는 소리다.
‘봉사 후원도 좋지만, 옆에 있는 윈스톤 복지도 좀 생각해 줘라!’
내가 쏘아보자 양심에 찔리기는 했는지 녀석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흠, 흠···! 다들 하나씩 갖고 있는 것이니, 부담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 하지만 이렇게 값진 물건을···.”
“짐은 언제나 간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 부담되신다면 잠시 빌려 쓰는 거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그 간소화를 충분히 도울 수 있었으면서 내버려 뒀던 세르펜스가 말하였다.
“감사합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바로 반납하겠습니다.”
“당분간은 레드포드 경께서 계속 가지고 계십시오. 악마 숭배자들의 세가 강해지면 급하게 장거리 출장을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때마다 짐을 꾸릴 여유는 없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윈스톤이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아공간 주머니를 받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