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229)
공작님, 회개해주세요!-230화(230/1105)
230회
43.공작님과 암흑가의 악마 (5)
암흑가에 도착한 세르펜스는 다짜고짜 전당포 주인을 제압했다.
“그 사람은 어쩌려고요? 풀어주면 우리의 근거지가 들킬 것 같고, 그렇다고 데리고 있기에는···.”
이전에 바스툴 왕국에서 저런 식으로 꽁꽁 묶어서 제압한 놈을 방안에 뒀던 기억이 떠올랐다.
대화할 때도 괜히 신경 쓰이고, 매번 깨어날 때마다 세르펜스가 때려서 기절시켜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2황자 전하께 양해를 구하고, 당분간 맡아 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해 놓았다.”
“아, 그렇네요! 그쪽 영지에 게이트가 있으니까.”
“암흑가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지.”
나와 둘만 있을 때는 그냥 2황자라고 찍찍 내뱉더니, 웬일로 오늘은 그 뒤에 꼬리가 붙었다.
당연하게도 윈스톤을 의식한 호칭이다.
“혹시나 해서 덧붙여 말하지만, 이 자는 평범한 전당포 주인이 아니다. 이 암흑가에 완전히 눌러앉아 생활하는 자들은 전부 밖에서 살아갈 수 없는 자들이다.”
“보통 이럴 때는 ‘그만큼 흉악한 범죄자들이라 공권력에 쫓기는 신세다.’ 같은 얘기로 이어지는데. 맞죠?”
“그래.”
작게 고개를 끄덕인 변명펜스는 전당포 주인이었던 예비 수감자를 검은 천으로 둘둘 말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포장되었지만, 애석하게도 그 내용물이 사람이라는 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세르펜스는 고치가 된 예비 수감자를 짐짝처럼 어깨에 올렸다. 시체를 유기하러 가는 듯한 모양새다.
“그럼 다녀올 테니,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라.”
“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제가 매일 사고치고 다니는 줄 알겠습니다? 안 그래요, 윈스톤 경?”
“그렇게 당당하다면 유지스에게도 물어보는 게 어떤가?”
윈스톤이 세르펜스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세르펜스가 다정다감하게 권유하는 듯한 어투로 말하였다.
물론 내용에는 이죽거림이 가득했다.
“이야, 이게 안 통하네!”
진정으로 안타깝다는 듯 말하는 내 행동에 세르펜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유지스에게 향하였고, 그녀는 결의에 가득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온은 제가 잘 보고 있을게요.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세르펜스는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전당포 밖으로 나갔다.
“그동안 저희는 창고나 치워 두죠!”
우리는 가게 문을 걸어 잠근 후 창고로 들어갔다.
너저분할 줄 알았던 창고는 의외로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었다.
마치 도서관의 책장처럼 죽 늘어진 장식장 안에 여러 물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입구 쪽에는 척 봐도 싸구려 같아 보이는 자잘한 잡동사니들이, 제일 안쪽에는 귀금속이나 예술 작품 등 경매에 내놓아도 꽤 값이 나갈 것 같은 물건들이 자리했다.
물품을 금액대로 분류한 거로 봐서, 적당히 보관하다 찾아가지 않으면 팔아치우려던 속셈인 듯했다.
‘하기야 여기 물건 맡긴 놈들 대다수가 도박 중독자들일 테니, 찾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지.’
예외가 있다면 경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 모자란 금액을 메우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뿐이리라.
올 거라는 보장도 없는 사람을 위해 이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여차하면 잘 찾아서 돌려주면 그만이니, 일단 우리가 생활할 공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비싼 건 싹 쓸어 담고, 잡동사니 중에는 쓸모 있는 것만 골라 담···. 어라?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집문서도 저당 잡혔네? 값은 좀 나가겠지만, 가서 집을 뺏어올 수도 없으니 그냥 버리죠!”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 왠지 의적 같지 않아요?”
“그건 좀···.”
유지스가 잠깐 이상한 소리를 하였으나, 청소는 별문제 없이 착착 진행되었다.
정말 쓸데없거나, 아까 본 집문서처럼 처분하기 어려운 것들을 제외한 모든 물건이 아공간 주머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제일 안쪽에 있는 장식장들은 아예 통째로 넣어버렸다.
당연히 내 것은 아니고 명확한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6번째 아공간 주머니 안에.
“이제 남은 건 가장자리로 대충 밀어 놓고, 먼지만 쓸어내면 그럭저럭···.”
– 탕탕탕탕!
갑자기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힘차게 두드려대는지 창고 안에서도 그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귀 밝은 유지스가 함께 있는 걸 알고 있으니, 세르펜스는 아닐 거다.
“어떻게 할까요?”
“하루 이틀 잠복할 것도 아닌데, 계속 문을 걸어 잠그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열어보죠.”
내 대답에 유지스가 잠시 벗어두었던 후드를 눌러쓰고 창고 밖으로 나갔다.
나와 윈스톤도 얼굴을 가리고 그녀를 따라나섰다.
“잠깐, 내가 열겠소.”
“그래 주시겠어요?”
유지스가 문 쪽으로 다가가자, 윈스톤이 그녀를 저지했다.
아무렴, 문 너머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원거리 위주인 궁수보다 기사인 그가 나서는 것이 낫다.
그러는 동안에도 밖에 있는 누군가는 아예 부숴버릴 기세로 문을 두들겨댔다.
– 철컥.
“내가 아저씨 매일 여기 있는 거 아는데, 왜 이렇···게···, 커지셨습니까?”
단골로 추정되는 이 손님은 분노 조절을 무척이나 잘하는 사람인 듯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껄렁거리는 말투로 화를 내려던 손님이 거구의 윈스톤을 발견하곤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무슨 일로 찾아왔소?”
“맡기고 싶은 물건이···, 있었는데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위압적인 윈스톤의 목소리에 손님의 목이 움츠러들었다.
이런 무법 지대에서는 만만해 보여도 안 되지만, 그보다 금기시되는 건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깝치는 짓이다.
강한 놈 앞에서 기는 것 또한 이 거리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아무래도 제가 가게를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실례지만 돌아가 봐도 되겠습니까?”
윈스톤이 이렇게 그냥 보내줘도 되느냐고 묻는 듯이 나와 유지스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안 되지!’
보아하니 가게 주인과 어느 정도 친분도 있는 것 같은데, 이대로 보냈다가 수상한 사람들을 봤다고 떠들고 다니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정당화시키고, 그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줄 필요가 느껴진다.
유지스 또한 비슷한 결론을 내렸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에헤이~, 맞게 찾아오신 것 같은데? 가긴 어딜 갑니까?”
내 말을 들은 윈스톤이 쭈뼛쭈뼛 뒷걸음질 치던 손님의 어깨를 잡고 끌어당겨, 가게 안으로 들인 후 문을 닫아 버렸다.
“왜, 왜 이러···세요?”
“손님을 다른 가게에 뺏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원래 주인 아저씨는 어디로 갔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될 것 같습니까?”
“······.”
손님이 뒤를 힐끔거렸으나 그쪽에는 입구를 막아선 윈스톤 뿐이었다.
도망갈 장소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방금 한 말은 농담이고, 단골손님이신 것 같은데 당연히 설명해 드려야죠!”
“아, 하하···. 농담···.”
“지나가다 봤는데, 여기 주인장이 너무 허약해 보이지 뭡니까? 우리가 보호해주면 딱 좋겠더라고요.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잖습니까? 공짜로 뭐 해주겠다 떠드는 놈들은 죄다 사기꾼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기꾼이 아니란 것을 입증하기 위해, 약간의 보호비를 부탁했죠.”
손님은 내 말을 경청하는 척,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위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머릿속으론 개소리라 생각하고 있을 거다.
왜냐면 말하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쪽은 보호받아서 좋고, 우리는 돈을 벌어서 좋고. 서로서로 돕고 사는 세상 아닙니까?”
“······.”
“아닙니까?”
“예, 예에···! 서로서로 돕고 살아야죠, 네.”
암흑가 놈들이 상부상조 정신을 잘도 알겠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거짓말을 하기 전에 입에 침을 바르는 꼴이란. 기가 차서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쨌든, 그랬는데 주인장이 거절하지 뭡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보호를 해주지 않았을 뿐입니다. ···우리에게서요.”
“······.”
“아참, 이게 아니라 주인장이 어디로 갔는지 물으셨지? 우리 동료가 가지고 나갔으니, 지금쯤이면 아마 땅속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 여기도 땅속인가? 하하하하!”
“······.”
분위기 전환 겸 회심의 개그를 던졌으나, 아무도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인지 분위기가 싸해졌다.
“···안 웃어?”
“하, 하하하하···!”
무안한 마음에 손님 쪽을 찔렀더니, 매우 훌륭한 리액션이 나왔다.
이런 맛에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간신을 곁에 두고 망가지는가 보다.
“그래서, 어떤 물건을 맡기러 오셨대?”
“이, 이겁니···.”
손님이 안주머니에 손을 넣다 말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의 시야가 향한 곳은 나의 옆. 어느새 유지스는 활을 꺼내 들고 그를 겨냥하고 있었다.
아마도 손님이 무기 같은 걸 꺼내서 나를 위협하지는 않을까 경계한 거겠지.
‘과보호이긴 한데, 여기가 암흑가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어쩔 수 없이 나는 윈스톤에게 손짓했다.
“이 사람 몸수색 좀 해주실래요?”
윈스톤은 고개를 묵직하게 끄덕이고는 손님의 옷 여기저기를 한참 뒤적거렸다.
손님은 반항할 생각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윈스톤에게 손목을 잡힘과 동시에 가망이 없다는 판단이 섰는지 얌전히 따랐다.
손님이 손에 쥐고 있던 것은 평범한 가죽 주머니였으나, 몸 여기저기에서 단검이나 송곳, 정체불명의 가루 같은 게 잔뜩 나왔다.
‘이 정도면 다른 거 잡았다가, 상황 보고 바꿔 잡은 거 아냐?’
충분히 가능성 있다.
유지스가 손님을 계속 겨냥하고 있었으므로, 윈스톤은 가죽 주머니를 열어서 나온 내용물을 내게 전달해 주었다.
“브로치?”
“예, 그렇습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장물 처리하기 귀찮아서 넘기는 거 아니죠?”
“아닙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아끼시는 물건인데···.”
아주 몹쓸 놈이다.
이런 암흑가 따위를 전전하는 거로도 모자라, 아끼시는 물건까지 손을 대?
“이거 순 후레자식 아니야? 어머니가 고생고생 뼈 빠지게 널 키워놨더니, 효도는 못 할망정···.”
“어머니께서 도박으로 따신 겁니다. 그리고 지금 도박 자금으로···, 빨리 바꿔오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 심부름도 다 하고, 이제 보니 효자네!”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다.
“그래서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대?”
“네?”
“선 제시요, 선 제시! 몰라요?”
이럴 땐 상대방에게 가격을 제시하게 시키는 것이 낫다. 게임 아이템 거래를 통해 얻은 경험의 산물이다.
‘내가 보석을 보는 안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이 브로치 중앙에 박힌 빨간 보석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조차 구분하기 어려웠다.
세르펜스가 있다면 딱 보고 가격을 책정했겠지만,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을 찾아봐야 소용없다.
“그, 그게, ······만 아스.”
“예? 뭐라고요?”
뭐라 말을 한 것 같은데, 손님이 너무 웅얼거려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백팔십, 아니, 칠십만 아스?”
“칠십만 아스요?”
“아, 아뇨···! 그게, 그러니까···.”
“말 좀 똑바로 하시죠! 그래서 얼마라고요?”
“그, 그게···, 끄흡, 이백오십만 아스입니다!”
아무리 윈스톤이 뒤에서 어깨를 잡고 있고, 유지스가 활로 겨누고 있어도 그렇지.
암흑가에서 나돌아다니는 놈치고 간이 너무 작은 거 아닌가 싶다.
“어째 가격이 점점 내려가는데, 설마 이거 짝퉁은 아니겠죠?”
“아, 아닙니다! 절대로!”
“절대로, 진짜로, 정말로?”
왠지 좀 꺼림칙하다. 무슨 놈의 보석 가격이 이렇게 뚝뚝 떨어지지?
미심쩍은 마음에 유지스에게 브로치를 슬쩍 보여줬다.
“어때요? 진짜 같아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물욕이 없는 엘프라서 그런지 보석류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가 보다.
윈스톤에게도 보여주며 진짜 같으냐고 물었으나, 그 또한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묻겠는데. 이거 진짜 맞습니까?”
“맞···, 크흑, 아닙니다. 가짭니다.”
결국, 놈은 진실을 실토했다.
어머니 심부름이라 더는 시간을 끌면 곤란한가 보다. 저렇게 질질 짜는 걸 보니, 어머니라는 사람이 한 성격 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살짝 안쓰럽게 느껴진다.
“까짓, 기분이다! 15만 아스면 충분하죠?”
“예, 예?!”
“가짜라며?”
“그, 그게···.”
너무 많이 챙겨줘서 감격했나 보다.
어떻게 보면 울며 겨자를 먹는 듯 보이기도 했으나, 이곳은 암흑가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보이는 대로 믿으면 눈앞에서 코도 베어 갈 놈들이 천지다.
끝까지 경계해야 한다.
“세상 어느 전당포에서 가짜 보석에 15만 아스나 준답니까? 이 암흑가에서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이따위 수작질하다 걸렸으면 아주 수장당하는 겁니다. 아시죠?”
“아, 압니···다.”
“그쪽이 효자 같아서, 내가 두둑이 챙겨 주는 거니까···.”
여기서 내가 주머니를 뒤적거려서 돈을 꺼내 주면 멋이 안 나겠지?
그렇다고 유지스나 윈스톤의 돈을 뜯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혹시 금고가 어딨는지도 압니까?”
내 질문에 손님이 카운터 뒤쪽을 가리켰다. 다이얼식 붙박이형 금고가 보였다.
저렇게 대놓고 둘 정도면 전당포 주인의 실력이 뛰어난 축에 속했었나 보다.
그래 봤자 세르펜스에겐 순삭당했지만.
“비밀번호는··· 모르시겠죠?”
어쩔 수 없이 윈스톤에게 금고를 열어달라 부탁하였고, 그는 그것을 종잇장처럼 잘라버렸다.
그리고 정확히 15만 아스를 꺼내어 손님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손님! 다음에 또 오세요!”
“크, 크흑···!”
심부름이 매우 급했는지, 손님은 돈을 받자마자 대답도 없이 울면서 뛰쳐나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