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ke, Please Repent! RAW novel - Chapter (239)
공작님, 회개해주세요!-240화(240/1105)
240회
43.공작님과 암흑가의 악마 (15)
세르펜스는 여전히 훌쩍거리고 있었으나, 잠시 놀랐을 뿐이다.
도망도 안 가고 살금살금 눈치를 살피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방금 본 반응 속도면 악마가 갑자기 튀어나와 기습하더라도 문제없겠지.
‘어휴,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돌아가는 대로 아주 혼쭐을 내줘야겠다. 오늘은 야옹거리는 거로는 못 끝낸다.
적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달려드는데, 다른 사람 비위를 걱정하느라 머뭇거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어디 그뿐이랴?
다른 곳에 신경이 팔리질 않나, 동료를 의심하질 않나, 전투 상황에 넋을 놓고 있질 않나.
‘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내가 보이는 곳에 있는 데도 이 정돈데, 없는 장소에서는 얼마나 더 심할는지.
악숭이가 ‘네 보좌관을 납치하고 있다.’ 따위의 전형적인 보이스 피싱 멘트를 던져도 팔딱팔딱 낚이지 않았을까?
완전히 속아 넘어가진 않더라도, 신경 쓰여서 서두르다가 적의 페이스에 말려들었을 거다.
‘첫 심부름 하는 초등학교 1학년생도 얘보단 한눈을 덜 팔았겠네!’
이제 해가 바뀌고 (스물) 여섯 살이 되었는데 정신은 아직 애기다, 애기.
이 정도면 비비에게 형이라 불러야 한다.
‘···그쪽이 형 맞던가?’
어디서 족보 꼬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냥 나를 형이라 부르게 하는 것으로 적당히 합의를 보았다.
벌칙도 정했겠다, 이젠 눈앞의 일을 처리할 순서다.
“다들 뭐합니까? 악숭이들 안 잡고?”
“···예?”
“악숭이는 뭡니···, 아니, 저희···요?!”
단상 위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말하자, 그들이 멀뚱거리며 대답했다.
그 사이. 악숭이들은 세르펜스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출입문까지 접근한 상태였다.
내 말이 촉진제가 되어, 한 악숭이가 문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 덜컹, 덜컹!
문은 열리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은 밖에서 잠겨있었으니까.
제 딴에는 사람들을 가두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으나, 졸지에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연기로 변할 수 있는 악마라면 문틈으로 스며들어 밖으로 나가 문을 열 수 있을 테지만, 정말 도망갔는지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안 그래도 쫄렸는데 세르펜스의 원샷투킬 봤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악숭이는 악마 숭배자의 줄임말이고요, 당신네에게 한 말도 맞습니다. 도망가기 글러 먹은 건 저들이나 당신들이나 매한가지 같은데, 뭐라도 해야 정상참작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아···!”
“악숭이들 마법 쓴다! 문 부수려 한다! 빨리빨리!”
어차피 이곳에 있는 사람 전원을 체포할 수는 없었다.
죗값을 치르게 한다 해도, 지금은 아니다. 악숭 문제가 해결되고 난 다음에 잡아들이는 게 맞다.
뒤가 깨끗한 놈들은 아닌 것 같으니, 그때 가서 탈탈 털면 이것저것 튀어나오겠지.
내 말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아까 전열에서 싸우던 기사들이 잽싸게 튀어나가 악숭이들을 제압했다.
대부분의 경비원을 세르펜스가 기절시켜 놓았기에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정녕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휴대 용품은 침대나 이불이 아니고, 밧줄이었던 건가···?’
세르펜스와 유지스의 뒤를 이어 윈스톤의 아공간 주머니에서도 밧줄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오늘 수확한 악숭이 숫자가 워낙 많은 탓에 그걸로는 턱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놈들의 옷을 찢어 그들을 묶어 놓았다.
허술하기 짝이 없으나, 마력 구속구가 아닌 이상 거기서 거기다.
‘그리고 마침 흑마법사의 수+1만큼 마력 구속구가 바닥을 뒹굴고 있지!’
오늘 악숭이들은 자기 꾀에 자기가 당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주 뼈저리게 배우고 가게 생겼다.
그 배움의 현장을 흐뭇하게 구경하고 있는데, 바닥에 쓰러져있던 누군가가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절했던 경비원 중 한 명이 깨어난 건가 했으나 자세히 보니 옷이 다르다.
악마의 고기 방패로 사용되었던 사람이다.
‘···이야, 저 녀석은 살아있었구나?’
투킬인 줄 알았는데 원킬이었다.
세르펜스가 찌른 상태로 워낙 손을 떨어대서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배를 움켜쥔 손에서 희미한 백색 빛이 어른거렸다.
자가힐로 목숨을 부지한 모양이다.
죽다 살아났으니 그냥 쉴 법도 하건만.
그는 정상참작을 위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기절한 악숭이를 묶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오오···!’
그 근성에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며 기립 박수까지 치고 싶은 심정이다.
악숭이들이 제압당하는 동안, 세르펜스는 놀란 게 가라앉은 모양이다. 눈물도 멎은 것 같고.
내가 평소와 다름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걸 보고 진정되었나 보다.
하지만 뒤집어쓴 피가 신경 쓰이는 건지, 녀석은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멀찍이서 내 눈치를 살폈다.
치열한 접전 중에 그랬던 것도 아니요, 세르펜스가 피를 뒤집어쓰는 취미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충분히 몸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지 못한 것은 녀석이 혼란스러워했다는 증거였다.
‘개복치가 따로 없네···.’
나는 세르복치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녀석은 머뭇거리다가 피를 뒤집어쓴 겉옷을 벗고 얼굴을 문질문질한 후 다가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비릿한 피 냄새가 훅 끼쳐왔다. 못 참을 정도는 아니다.
“다친 곳은 없습니까?”
안전한 보호막 안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던 나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그건가?
“그건 제가 물어야 할 것 같은 데요?”
“이, 이건 제 피가···.”
“저도 눈 있어요, 다 봤습니다.”
세르펜스는 얼굴에 튀었던 피가 계속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셔츠 소매로 얼굴을 마구 문질렀다.
붉어진 뺨은 피가 번진 탓인지, 너무 문질러서 피부가 벌게진 탓인지 분간이 안 간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그건 돌아가서 하죠.”
“으음···, 못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녀석이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건 그렇고 악마는요? 완전히 도망간 겁니까?”
“아직 기척이 느껴집니다. 이곳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 같으니, 나오지 말고 계십시오.”
난 또 쫄려서 도망간 줄 알았지.
윈스톤이 말려줘서 다행이다.
세르펜스는 자신이 믿어주지 않았음에도 끝까지 내 곁을 지켜준 윈스톤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감사와 미안함이 뒤엉킨 복잡한 표정으로.
이들 역시 돌아가서 나눠야 할 대화가 많아 보였다.
“바깥 상황은 모르시죠? 유지스에게 온 연락은 없었습니까?”
“연락은 없었지만, 밖에서 상당한 신성력이 느껴집니다.”
둘 사이의 대화는 남들 앞에서 떠들어도 좋을 내용이 아니다.
나는 모르는 척 세르펜스에게 다른 질문을 꺼냈고, 그는 바로 응답해주었다.
“신성력이요?”
“성검의 주인이 온 것 같습니다.”
“아, 맞다! 2황자 전하께 찾아가라고 말해뒀었죠?”
게이트를 타고 넘어온 모양이다.
그렇다면 유지스와 합류했을 테니, 한 시름 놓아도 될 것 같다.
‘악마가 바쁘다고 말했던 이유가 휴마누스 때문이었나?’
그럴 만도 하다.
세르펜스만 해도 쫄리는데 성검의 주인까지 나타나면 감당이 안 될 테니까.
“어떻게 타이밍을 딱 맞춰 왔네요!”
“2황자 전하를 찾아뵈었을 때, 바로 이곳에 오지 마시고 수도에서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달라는 편지를 남겨두었습니다.”
날짜와 시간을 딱 맞춰서 온 걸 보면 그것도 적어 놨을 거다.
편지를 받고도 휴마누스가 이곳에 왔다는 것은 지상에는 별문제가 없었거나, 작은 소동만 있었다고 보면 되겠지.
‘세르펜스가 그런 편지를 남긴 이유야, 뭐···.’
지상을 지키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둘째.
가장 큰 이유는 휴마누스와 암흑가에서 동고동락하기 싫었던 게 아닐까 한다.
이해한다. 하지만···.
“전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요?”
“아···. 편지를 미리 써뒀던 것이 아니라, 불현듯 떠올라서 남기고 온 거라서···.”
녀석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편지를 쓰자마자 놓고 와서 나에게 검사받을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다.
세르펜스가 말끝을 흐리며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짓는데, 아주 미치겠다.
‘그렇지 않아도 상관을 울린 보좌관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이 달렸는데,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는 대체 뭐가 되냐?!’
내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 적당히 쌤쌤으로 쳐야겠다.
“아니, 그게···. 유지스에게서 연락이 안 와서 좀 걱정했거든요. 근데 황태자 전하께서 와 계셨다는 걸 알았으면 안심했을 텐데, 뭐 그런 마음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절대로 뭐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아무렴요!”
크게 신경쓰지 말라는 의미로 손까지 내저으며 과장스럽게 말하였다.
녀석의 표정이 펴지는 것도 잠시. 이내 더 어두워졌다.
내가 자신을 위해서 억지로 밝은 척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아이고, 이러다가 상사 두 번 울린 천하의 몹쓸 보좌관이 되게 생겼네!’
심지어 그 대상이 천사 같은 얼굴과 여리고 선한 마음씨를 가진 프라시더스 공작님이라니.
천하에 둘도 없는 악숭할 쓰레기가 따로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우쭈쭈해 주면 녀석의 흑역사만 생성될 뿐. 끔찍한 딜레마다.
이럴 때는 그냥 화제를 돌리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저 악숭이들은 다 어쩌죠?”
“동굴 쪽 출입구를 이용할 생각입니다. 황태자 전하와 동료분들까지 합하면, 이자들을 깨워서 걷게 하여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한 줄로 엮어놓는 게 편하겠죠?”
나는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하였고,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악숭이들은 경매장 손님들에 의해 굴비처럼 한 줄로 길게 엮였다.
“그리고 전하께서 오신다면 성검의 힘으로 숨어있는 악마를 바로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일정 거리 내에 있는 악마를 찾는 것은 성검의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다.
[성검의 주인]에서는 그걸 이용해서 악마를 추적하거나, 반대로 그들에게서 도망칠 때 요긴하게 사용됐다.“공작님은 못 찾아요?”
“악마가 자신의 기운을 넓게 흩어 놓은지라, 본체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안개화하는 순간부터 기운을 추적했었다면 가능했겠지만···. 저의 부족함 때문에 놓치고 말았습니다.”
대외펜스가 난입해왔으나, 결국 모르겠다는 소리다.
안개화가 어쩌고 하는 거로 미루어 보아 틈새 어딘가에 숨어들었다는 건데, 틈새가 어디 한둘이어야지.
누군가의 펑퍼짐한 로브 속에 숨어들었는지, 단단한 갑옷 사이로 스며들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정형화된 형태도 아니며, 안개가 뭉텅이로 움직이리라는 보장도 없다.
“신성력을 넓게 퍼트리면요? 아까 보니 안개 상태여도 신성력에 영향을 받긴 하는 것 같던데.”
“가볍게 퍼트리는 정도로 모습을 드러낼 정도의 피해를 주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이 공간을 신성력으로 채우려면 소모되는 양이 상당할 겁니다. 그 상태로 악마를 상대하려면···.”
“아, 그럼 됐고요.”
설명이 길어질 것 같아서 중간에 대충 잘라버렸다.
“아예 성화로 싹 밀어버리는 건 어때요? 부정한 것만 태우는 힘이잖아요!”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제 말에는 언제나 진심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세르펜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살짝 벌어진 입과 커다랗게 뜨인 눈은 그가 경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이어진 나의 답변에, 녀석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역동적인 표정 변화가 당황스럽다.
마치, ‘눈앞에서 몹쓸 것을 보고, 그 충격에 미쳐버렸구나···.’라고 말하는 듯한. 세르펜스의 그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갑자기 주변에서 수군수군 웅성웅성하는 소리까지.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대체 그 반응은 뭡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시온 경이 악마 숭배자들을 산채로 태워버리자는 과격한 말을 할 줄은 몰라서···.”
아무것도 아니긴, 개뿔!
성화가 태우는 부정한 것에 흑마력을 품고 있는 흑마법사의 몸뚱이가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당연한 부분을 나는 놓치고 있었다.
즉, 나는 나도 모르게 세르펜스에게 학살을 지시해 버린 것이다.
“취, 취솝니다! 공작님, 취소해주세요!”
“네, 그럼 그냥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네네네! 제발 그래 주시길 바랍니다!”
세르펜스가 내 말을 바로 이행하지 않고 확인해 주어서 천만다행이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